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인체 조각에 나타나는 비정형 신체 이미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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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인체 조각에 나타나는 비정형 신체 이미지 연구 A Research on Formless Body Image of Figurative Sculpture Since Postmodernism 강덕봉,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겸임교수 Kang, Duck Bong_Adjunct Professor, Department of Environmental Sculpture, University of Seoul. 요약 중심어 인체 조각 비정형 신체 저급 유물론 수평성 펄스 엔트로피. ABSTRACT Keyword Figurative Sculpture Formless The Body Base Materialism Horizontality Pulse Entropy. 본 연구는 ‘비정형(Formless)’ 개념을 바탕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인체 조각에 나타나는 비정형 신체 이미지를 연구한 논문이다. 서구의 형이상학 속에서 ‘정형’의 예술론 세계를 드러내야 했던 억압된 신체에서, 사회적 담론을 반영하는 창작의 주체로 ‘형상전이(Transfiguration)’한 비정형 신체에 대한 고찰로 논지를 이끈다. 작품 해석의 근거가 되는 조르주 바타유의 비정형 개념을 알아보고, 이브-알랭 부아와 로잘린드 E. 크라우스의 「비정형: 사용자 안내서」에 나오는 비정형의 4가지 작동 기제들을 바탕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인체 조각에 나타나는 비정형 신체 이미지를 탐구하는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비정형’은 고의적인 왜곡이나 변형으로 인해, 그것의 형태와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미술사에서 ‘비정형’은 20세기 초 조르주 바타유가 초현실주의의 미학을 정의하기 위해서 제시한 개념이다. 그것은 정형화된 시각언어를 거부하고, 사물의 형태를 해체하여 예술의 상징적 내용과 형식적 질서의 전복을 목적으로 한다. ‘비정형’은 모더니즘의 ‘주체성’과 ‘순수성’의 퇴조 이후, ‘모호 함’과 ‘불투명성’의 양상이 드러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그리고 1996년 파리의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비정형: 사용자 가이드>전의 전시도록에서 부아와 크라우스에 의해 ‘저급 유물론’, ‘수평성’, ‘펄스’, ‘엔트로피’라는 주요 표제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현대미술의 동향과 흐름을 분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장되었다. 이에 본 연구자는 현대 인체 조각에서 해체와 파편화를 통해 비형식주의 또는 비재현적으로 등장하는 신체 이미지와 비정형의 연관성에 주목하였다. 그중에서 ‘저급유물론’을 바탕으로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키키 스미스의 저급한 신체와 인체 조각들을 수직축으로부터 수평적 구도로 연출해 ‘시각의 수평성’을 초래한 안토니 곰리의 작품을 고찰하였다. 그리고 ‘펄스’적 요소를 바탕으로 시각영역에 신체적 감각을 도입해 ‘시간성’과 ‘육체성’을 회복한 스텔락의 융합된 신체와 기존의 의미체계를 전복시키는 ‘엔트로피’ 전략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금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채프먼 형제의 변형된 신체를 분석하였다. 이를 근거로 현대 인체 조각에서 비정형 신체 이미지가 변화하는 사회적 시각을 반영하고, 인간 자의식을 드러내는 예술적 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살펴봄으로써, 현대 인체 조각에서 신체 이미지의 해석 가능성을 넓히는 발판으로 모색하고자 한다. This paper examines the formless body images presented in figurative sculptures since postmodernism based on the concept of formlessness. The paper is primarily informed by a series of observations on formless bodies that have been transfigured to subjects of creativity representing prevailing social discourses from oppressed bodies used to express ‘formulaic’ art amid Western Metaphysics. The main purpose is to understand the concept of formlessness as defined by Georges Bataille that provides the basis for interpretation of art works and to explore the formless body images demonstrated in figurative sculptures since the emergence of postmodernism, based on the four elements of formlessness outlined in 「 Formless: A User’s Guide」 by Yve-Alain Bois and Rosalind E. Krauss. Generally, ‘formlessness’ means having no definite form or shape due to intentional distortion or transformation. A study of art history suggests that ‘formlessness’ is a concept introduced by Georges Bataille in the early 20th century to define the surrealist art. Its aim is to reject formulaic visual languages and deconstruct the form of an object so that they can destroy symbolic meanings and the order of arts. ‘Formlessness’ was brought into spotlight again as modernism defined by subjectivity and purity gave way to postmodernism characterized by ambiguity and opaqueness. And it was the catalogue of an exhibition called 「 Formless: A User’s Guide」 held in the Centre Pompidou in Paris that the formlessness evolved into a new paradigm that analyzes a wide array of trends and movements of modern arts based on key words such as Base Materialism, Horizontality, Pulse, and Entropy by Yve-Alain Bois and Rosalind E. Krauss. This has brought the attention of the author of this paper to a link between the formlessness and the non-formalistic or non-representational body images presented in modern figurative sculptures through deconstruction and fragmentation. The study particularly focused on observations on the visceral representations of human bodies by Kiki Smith that depict personal self-awareness and social identity based on Base Materialism and works by Antony Gormley who created Visual Horizontality by forming a horizontal line with figurative sculptures representing verticality. The study also analyzes the integrated bodies created by Stelarc who restored the elements of time and body by introducing bodily senses into visual areas based on Pulse element and the transformed bodies created by the Chapman brothers who relied on Entropy strategy designed to destroy the framework of conventional meanings to make one rethink about desire and taboo. Based on the observations described above, the study intends to explore formless body images presented in modern figurative sculptures that reflect changing social perspectives and evolve into artistic media used to reveal human self-consciousness, which can allow more room for possible interpretations of body images presented in modern figurative sculptures.. 2.
(3) 1. 서론 1.1. 문제 제기 및 연구 목적 미술사에 등장하는 신체 이미지는 시대와 문화의 규정된 범주 안에서 그 의미와 표현 방법을 달리해왔다. 이를테면 재현의 대상으로서 완전성을 추구해야 했던 ‘정형(定型)’의 신체에서, 해체되고 파편화되어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비정형의 신체로 ‘형상전이(Transfiguration)’1) 한 것이다. 특히 ‘모호함’과 ‘불투명성’의 양상이 드러나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인체 조각에 등장하는 신체 이미지는 작품의 주체로서 정형화된 형태에서 벗어나, 불완전하고 유동적인 비정형의 형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자는 20세기 초 입체주의, 아방가르드 이후 조각에 등장하는 변화된 신체 이미지의 비정형성을 재인식하며 새롭게 문제 제기하여, 변형된 신체 이미지와 비정형 개념과의 상호성에 주목하였다. 이를 위해 이브-알랭 부아와 로잘린드 E. 크라우스에 의해 확장된 비정형의 4가지 작동 기제들의 개념을 바탕으로, 표본 작가들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비정형 신체 이미지가 의미하는 바를 고찰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현대 인체 조각에서 비정형 신체 이미지가 문화적 산물로서 해석의 가능성을 확장시 키고 있음을 연구하기 위해서 첫째, 비정형의 정의와 미술사적 의의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바타유의 비정형 개념과 미술과의 연관성을 고찰할 것이다. 그리고 부아와 크라우스에 의해 확장된 비정형의 미술비평 개념과 의미를 분석할 것이다. 둘째, 80년대 이후 작가들은 비정형 신체 이미지를 토대로 신체 일부가 배제된 채 불완전한 신체 이미지를 전개하거나, 신체를 직접 드러내어 매체로 활용하는 신체론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불완전하고, 매체화된 신체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비정형을 마크 퀸의 작품과 생트 오를랑의 작품을 통해 그 양태를 확인할 것이다. 셋째, 표본 작가들이 제시하고 있는 비정형 신체 이미지가 의도하거나, 암시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부아와 크라우스에 의해 확장된 비정형의 4가지 작동 기제들을 중심으로 분석할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 인체 조각에 나타나는 비정형 신체 이미지가 근대적 휴머니즘을 와해 시키고 포스트휴머니즘의 새로운 담론을 형성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 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1.2. 연구 범위와 방법 본 연구는 ‘비정형’ 개념을 토대로 현대 인체 조각에서 창작의 주체로 ‘형상전이’한 비정형 신체 이미지를 연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비정형 신체 이미지를 활용해 자신들의 신체론을 펼치 고 있는 표본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여,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고찰하고 논지를 이끈다. 연구 를 위한 시대적 범위는 신체 이미지를 총체적 개념이 아닌 단편으로서 혹은 부분의 조합으로 인식하며, 비형식적 또는 비재현적으로 등장하는 1980년대 이후로 규정한다. 그리고 본 논문 의 ‘중심어’인 ‘신체’는 표현방식과 활용, 그리고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바탕으로 ‘몸’, ‘육체’와 구분하여 사용할 것이다. 이를테면 ‘몸’은 인체 외에도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고, ‘육체’는 생물학적인 물질로서 사람을 지시할 때 사용한다. 그러나 ‘신체’는 확장된 표현의 개념과 대상으로 그 모습을 해체하고 변형하여 새로운 관점의 해석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 논지의 직접적인 방법은 부아와 크라우스의 저서 「비정형: 사용자 안내서」를 기반으로 한다. 부아와 크라우스는 바타유의 ‘비정형’ 개념을 토대로 설정한 ‘저급 유물론(Base Materialism)’, ‘수평성(Horizontality)’, ‘펄스(Pulse)’, ‘엔트로피(Entropy)’라는 4가지 주요 표제어를 바탕 으로 “양식, 계보 중심의 기존 미술사를 와해, 전복시킴으로써, 시각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사유의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했다.”2) 본 연구자는 두 저자가 제기한 4가지 주요 표제어에 근거해 80년대 이후 인체 조각에 나타나는 변형되고 불완전한 신체 이미지의 흔적들을 분류하 1) 형상전이(Transfiguration)는 형상이 완결 및 고정된 실체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유동 및 부유의 양태를 띠고 있다는 용어로 ‘비정형성’이 함의된 이미지의 변형을 뜻한다. 유의어로는 변화, 변질, 돌연변이, 왜형, 기형화 등이 있다. 정숙영, 「현대화화 의 비정형이론과 형상전이 연구」, 홍익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7, p.65 2) Georges Bataille, 『Documents 1 – Informe』 no.7, 1929, p.382,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정연심 외 2인 옮 김, 『비정형 : 사용자 안내서』, 미진사, 2013, p.7 기초조형학연구 19권 5호 (통권89호). 3.
(4) 고 범주화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해석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2장에서 비정형의 정의와 미술사적 의의를 살펴보고, 바타유의 비정형 개념과 미술과의 연관 성을 연구할 것이다. 그리고 부아와 크라우스에 의해 확장된 비정형의 4가지 작동 기제들이 어떻게 현대미술에 적용되는지 검토할 것이다. 그러나 비정형의 4가지 작동 기제들은 그 의미 가 폭넓고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포섭되지 못한 채 미끄러지는 의미들이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그 범주를 비정형 신체 이미지와 관련된 부분으로 범위를 한정시켜 연구함을 미리 밝혀둔다. 3장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비정형 신체 이미지를 연구하기 위해서 마 크 퀸의 불완전한 신체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양가적 속성과 생트 오를랑의 매체화된 신체 이미 지에 내포된 육체적인 언어의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4장에서는 표본 작가들이 자신들의 신체 론을 토대로 작품에서 전개하고 있는 비정형 신체 이미지가 의도하거나, 암시하는 바가 무엇인 지를 비정형의 4가지 작동 기제들을 바탕으로 분석할 것이다.. 2. 비정형의 용어 정의와 예술론적 고찰 2.1. 비정형의 정의와 미술사적 의의 ‘비정형(非定形)‘은 동질적 요소의 조형 원리를 바탕으로 각각의 통일성과 전체성을 내포하는 ‘정형(定形)’에 대한 반대적 의미이다. 형식적으로는 다양한 형태로 변이하여 예측 불가능한 유 동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중첩되거나 우연으로 종합되어 나타난다. 또한, 그 실체 가 모호하여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물리적 형태와 지각에 있어서 기존 사고와 질서의 전복을 의미한다.3) 이러한 비정형의 경향은 ‘콜라주(collage)’, ‘데페이즈망(dépaysement)’, ‘자동기술법(automatisme)’ 등을 이용해서 이성과 의식적 통제의 예술을 거부하고, 우연성을 바탕으로 무의식 세계를 표현한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에 무질서와 혼란 속에서 기하학적 추상의 냉정한 이성주의에 대한 반발로 프랑스에서 시작은 회화 운동 ‘앵포르멜 미술(Art Informe)’로 이어진다. 이것은 계획된 구성에서 벗어나 자발적 이며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며, 비정형적인 추상 양식 전체를 대표하는 용어로 사용 되고 있다.4) 앵포르멜을 대표하는 작가로는 장 뒤뷔페(Jean Dubuffet, 1901-1985), 포트리 에(Jean Fautrier, 1898-1964), 볼스(Wols, 1913-1951) 등이 있다. 이들은 정형화된 조형 성을 버리고 비이성적이고 충동적 특성을 바탕으로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아픔과 상처를 표현하고, 사회와 인간 이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2.2. 바타유의 비정형 개념과 미술과의 연관성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 1897-1962)는 인간의 이중성, 그 중에서도 야만성과 문명 성에 숨겨진 욕망, 즉 ‘에로티즘’의 의미를 평생 연구한 사상가이다. 인간의 이중성은 금기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반하는 행위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인간만이 하는 행위이며, 이러한 이중성 이 에로티즘의 본질인 것이다. 바타유의 에로티즘은 육체적 쾌락과는 구분되는 것으로 금기에 대한 위반의 기쁨이다. 다시 말해서 공포심을 유발하는 금기를 억제하고 싶은 욕망이 ‘에로티 즘’인 것이다.5) 이에 대해 바타유는 “우리의 의식은 위반을 즐기기 위해서 금기를 지속시킨 다.”6)고 말했다. 이를테면 “에로티즘이 금기가 되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에로티즘의 진실 의 인식은 반드시 위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7) 또한 그는 인간이 지닌 ‘금기와 위반’ 의 이중성이 조형적으로 표현될 때, 형태의 왜곡과 변형에 의한 ‘비정형’으로 나타난다고 보았 다.8) 비정형에 대한 바타유의 언급은 그의 저서 『비평사전』에 다음과 같이 수록되어있다. 3) 김철규, 김정재, 「현대건축의 비정형 건축형태 표현특성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지, 제19권 제4호 통권 제174호, 2003, p.102 4) 월간미술, 『세계미술용어사전』, 월간미술, 1999, P.314 5) 정숙영, 앞의 논문, p.42 6) 조르쥬 바타유, 조한경 옮김, 『에로티즘』, 민음사, 1989, p.41 7) 유기환, 『조르주 바타이유』, 살림, 2006, p.171 8) 정숙영, 앞의 논문, pp.42-43 4.
(5) “사전은 단어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직무를 부여하면서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정형은 주어진 의미를 가진 형용사가 아니라, 개개의 사물은 그 자체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 는 동시에 이것을 저급하게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는 용어이다. 비정형은 어떠한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거미나 지렁이처럼 도처에서 짓눌리는 것이다. 사실, 전통적인 학자들은 세계가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어야 만족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모든 철학의 목표이기도 했다. 이를테 면 존재하는 모든 것에 수학적인 규칙을 부여하는 것이다. 반면에 세계가 어느 것과도 닮지 않은 비정형적인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세계는 거미나 침과 같은 어떤 것이라는 말이 된다.”9) 이처럼 바타유는 비정형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거부하며, “형상과 배경이 사라지고 자기와 타자 사이의 근본적인 구분이 와해되어, 의미 있는 형식이 해체되는 상황”10) 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그 실체가 모호하고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으며, 기존의 형식적 범주들을 전복 시켜 그 경계를 파기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형은 바타유가 초현실주의 미학을 정의하기 위해서 제시한 개념으로 그것은 형식이나 내용에 대한 접근이 아니라, 미학적 규범을 바탕으로 한 시각 중심의 서구문화를 전복시키기 위함이었다. “바타유에 의하면, 초현실주의 회화는 ‘20 세기 마니에리슴(maniérisme)11)’이다. 마니에리슴이 팽팽히 긴장된 폭력을 표현하고 있고, 이 폭력의 긴장 없이 우리가 인습의 굴레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는 의미”를 말한다.12) 그는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32-1883)의 작품 <올랭피아>를 비평한 글에서 “마네만큼 주제에 깊이 있게 몰두한 화가는 없었다. 주제란,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초월하여 그 너머에 있는 것이며, 의미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13)라고 기술했다. 다시 말해서 마네가 기존 누드화의 형식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누드 묘사’와 관련된 규범들을 부정하는 ‘비정형 적 묘사’를 통해 전통 회화의 기능인 ‘주제 전달’의 역할을 거부한 것으로 이것은 정형화된 시각 언어에 반하는 의도적인 ‘변형’을 통한 비정형의 실천임을 알 수 있다. 2.3. 확장된 비정형의 미술비평 개념과 의미 분석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정형’은 미술사의 양식적 특성과 미학적 규범을 토대로 형성된 ‘시각 질서’를 전복하고, 관념적이고 정형적인 철학적 사고를 와해시키기 위해서 바타유가 제기한 개념이다. 한편 서구 미술사를 지탱해오던 양식(style) 개념은 모더니즘 개념이 퇴색되고, 포 스트모더니즘이 태동하는 1960년대를 기점으로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었다. 이에 포스트모더 니즘 이론가인 부아와 크라우스는 바타유의 ‘비정형’ 개념을 바탕으로, 모더니즘의 형식주의 비평으로는 더 이상 포괄할 수 없는 모호하고 불투명한 현대예술의 동향과 흐름을 분석14)하고 자 그 개념을 확장해 새로운 비평이론으로 발전시켜나갔다. 즉, 비정형 개념을 바탕으로 클레 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식의 형식론적 모더니즘을 비판하고, 폭넓은 현대 미술에 적용하기 위해서 작품에서 드러나는 비정형의 다양한 특징들을 ‘저급 유물론, 수평성, 펄스, 엔트로피’와 같은 4가지의 비평적 작동 기제로 정리하였다. 2.3.1. 저급 유물론(Base Materialism) ‘저급 유물론’은 바타유가 전통적 유물론을 비판하고, 그것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제기한 개념으로 번역서에 따라 ‘낮은 유물론’으로도 사용된다. 그는 “유물론자들은 모든 정신적인 실체를 제거하고 싶어 하지만, 결국 사물의 질서를 기술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사물의 위계 질서적인 관계들은 관념론 특유의 것으로 기술된다.”15)고 비판했다. 이를테면 저급한 물질은 9)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앞의 책, p.4 재인용 10) 핼 포스터 지음, 이영욱 외 2명 역, 『실재의 귀환』. 부산 : 경성대학교 출판부, 2003, p.231 11) 이탈리아어로 마니에리슴(maniérisme)은 르네상스 미술의 방식이나 형식을 계승하되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매너 혹은 스타일)에 따라 예술작품을 구현한 예술 사조를 말한다. 후대에 이들의 미술을 ‘매너리즘’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이는 이들이 자신만의 개 성적인 스타일에 따라 그렸기 때문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 12) 유기환, 앞의 책, p.163 13)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앞의 책, p.27 14)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앞의 책, p.6 15)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앞의 책, p.38 기초조형학연구 19권 5호 (통권89호). 5.
(6)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그것이 하찮고 비천하다는 이유로 우리의 보편적 인식과 질서에서 멀어져 낯선 영역에 존재하는 물질을 의미한 다. 바타유의 저급 유물론은 이러한 저급한 물질을 이성적 위계질서 의 수직적 관점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동등하며, 순환적이고 상호 규 정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급한 물질 은 환원 불가능한 형태로 존재하며, 단독적으로 드러나 기존 유물론 의 보편적 인식을 전복하고 사고를 정지시킨다. 이러한 경향은 플라 <그림 1> 루치오 폰타나, <공간 도자>, 1949. 스틱을 태워서 녹인 알베르토 부리(Alberto Burri, 1915-1995)의 작품이나, 배설물 덩어리처럼 울퉁불퉁한 표면을 이루고 있는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의 작품 <공간 도자> <그림 1>에서 그 특성이 잘 드러 난다. 이 작품들은 “형태적 질서나 미학적 규범에 따라 ‘의미’를 가지게 된 물질이 저급한 배설 물 같은 ‘무의미’한 물질로 전락하는 비정형의 전략을 보여”16)준다. 또한, 저급 유물론의 전략 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의 작품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그녀는 애브젝트(abject)17) 개념을 바탕으로 이질적이고 혐오스러운 신체 일부분을 재조합해 현대사 회의 상호배타적인 요소들을 동시에 드러냄으로써 이성적 논리로 정의하려는 세계의 경계를 전복시킨다. 이상과 같이 작품은 ‘추’하고 ‘저급한 물질’로 전락시키는 저급 유물론의 해체성으 로 인해서 어떤 개념이나 형식에 동화되지 않는 환원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형식적인 구분을 가능하게 했던 경계를 와해시키고, 모더니즘이 강조했던 시각적 순수성을 통한 상징성의 전략 을 제거했다. 2.3.2. 수평성(Horizontality) 부아와 크라우스는 저서『비정형: 사용자 안내서』에서 비정형을 가 장 분명하게 작동시키는 것은 ‘수평성’이라고 말하면서, “수직적인 것 에서 수평적인 것으로 하락(下落)한다.”고 말했다.18) 수평성은 인간 의 직립적 자세에 의해 생겨난 시각의 ‘수직적 사고’를 와해시키는 비 정형의 전략으로 서구의 통합적 형태, 즉 게슈탈트(Gestalt) 이론의 전복을 목적으로 한다. “게슈탈트는 모든 것을 이미지로 수직화하고 관람자의 수직적 신체와 일치하도록 연결시키려는 충동을 가지고 있 <그림 2> 폴 세잔,. 기 때문이다.”19) 이러한 시각의 ‘수직적 사고’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 <큐피드 석고상과 정물>, 1892. 대에 우상과 신화를 표현하고, 중세시대에 기독교 교리를 형상화해. 전파했다. 그리고 르네상스를 지나 근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변화에 종속되어 등장한 대부분 의 인체 조각 작품에서 잘 나타난다. 이를테면 수평성은 작품을 제작할 때나, 그것이 설치될 때 중력을 거스르거나 위치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수직성을 해체시킨다. 이러한 비정형의 수평성은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의 작품 <큐피드 석고 상과 정물> <그림 2>에서 잘 나타난다. 작품에서 바닥은 비정상적 인 수직축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물체들은 원래 위치에서 아래로 미 끄러져 우리 발 위로 떨어질 것만 같다. 그리고 수직적 벽과 수평적 바닥의 경계선은 사라졌다.20) 이는 세잔이 시각의 왜곡을 통해 원근 법을 와해시킨 것으로 전통적인 게슈탈트 이론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그림 3> 마르셀 뒤샹, <광학 장치>, 1925.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인간의 수직성에 의해 제작되던 작품들이 시각. 16) 김원방, 「조르주 바타이유에 있어 시각적 죽음과 현대미술」, 『유럽사회문화』 제4호, 연세대학교 유럽사회문화연구소, 2010, pp.35-36 17) 애브젝트는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제시한 개념으로 “정체성, 체계, 질서를 교란하는 어떤 것, 다시 말해 경계, 위치의 결정, 규범을 존중하지 않는 것, 이것은 사이의 것, 애매모호한 것, 혼성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톰 플린 지음 김애현 옮김, 『조각에 나타난 몸』, 예경, 2000, p.171 18)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앞의 책, p.33 19)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앞의 책, p.113 20)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앞의 책, p.34 6.
(7) 의 수평성으로 인해 위치적 한계를 극복하고, 시각의 주체성은 작품에서 관객으로 치환(置換) 된 것이다. 이것은 비정형의 수평성이 시각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공간을 지각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초래했음을 알 수 있다. 2.3.3. 펄스(Pulse) 펄스는 진동, 맥박 등의 의미를 내포하며 바타유가 제기한 개념은 아니고, 부아와 크라우스가 바타유의 개념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그들은 시각적 순수성을 바탕으로 한 그린버그의 모더니 즘에서 배제되었던 ‘시간성’과 ‘육체성’을 회복함으로써, 시각 영역에 신체적 감각을 도입하고 자 했다. 이를 통해서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충동적 움직임과 강박적인 반복이 어떻게 형상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논의하고자 했다.21) 이러한 경향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의 <광학 장치> <그림 3>에서 잘 드러난다. 회화를 그만둔 뒤샹은 과거의 모든 회화들이 망막을 위한 예술 이였다고 비판하면서, 제작된 나선형 회전판을 통해 반-망막주의 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과학기술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작품 <광학 장치>는 관객이 광학 장치의 스위치를 직접 켠 후, 1m 정도 떨어져서 회전판의 움직임 을 관찰하는 작품으로 이때 작가의 개입은 배제되고,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작품은 완성된다. 이를테면 뒤샹의 광학 장치는 “시지각의 이면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3차원의 구조 는 움직임이라는 4차원이 부여되면서 이차원적이고 비물질적인 것으로 지각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환영(illusion)과 실제(real)의 간극을 상기하게 된다.”22) 다시 말해서 펄스는 관객 들의 망막에 의한 감상을 넘어선 것으로, 단순한 움직임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 시간과 움직임 으로 인한 경험적 체화(體化)를 유도하는 것으로 이는 관객의 생리적 감각까지 침투하려는 비정형의 전략이다. 2.3.4. 엔트로피(Entropy)23) 엔트로피는 변화, 변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부아와 크라우스에 의해 확장된 비정형의 개념이다. 이 역시 바타유의 사상은 아니며, 그가 관 심 가졌던 부패하고, 낡고, 버려진 것들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 다. 이를테면 엔트로피는 통일성, 조화, 질서로 인해 만들어진 형태와 재현, 그리고 의미작용에 변형을 가하여 무질서의 혼란으로 빠뜨리는 비정형의 전략이다. 부아와 크라우스는 엔트로피의 전형적인 사례로 대지 예술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 1938-1973)의 작품을 예로 든다. 그는 엔트로피를 작업의 중요한 <그림 4> 나움 가보,. 개념으로 내세웠으며, 작품 <나선형의 방파제>는 대표적인 사례이. <토르소>, 1917. 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선형의 방파제>가.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가, 다시 수면으로 나타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이 ‘변화’는 매우 더딘 시간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엔트로피의 근간이 되는 ‘변화’의 의미를 보여준다. 그리고 조각의 경우에는 작품의 형태를 비정형적으로 변형하여, 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보이게 만든 나움 가보(Naum Gabo, 1890-1977)의 작품 <Torso> <그림 4>가 있다. 작품은 전통적으로 인간의 신체를 이루는 형식적 요소에 변형을 가하여 그것을 해체함으 로써, 닫혀 있는 인체 내부의 형태들이 삼차원적으로 연결된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가보 는 형태에 대한 개념적 침투를 바탕으로 관객에게 작품의 다면성을 요약하여 제공하는 것이 21) 1진휘연, 「바타이유의 비정형(formless):비형상에 대한 현대미술이론의 고찰과 한계」, 「미술사학연구회」, Vol.- No.34, 2010, p.115 22) 윤난지, 『현대미술의 풍경』, 한길아트, 2005, p.90 23) “물질계(物質界)의 열적(熱的)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의 하나로, 한 체계 안에 존재하는 무질서의 정도에 관한 양적인 척도로 자 연 현상의 변화는 언제나 우주의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예술 심리학자인 아른 하임(Rudolf Arnheim)은 그의 책『엔트로피와 미술』에서 우주적 무질서의 증가를 다루는 열역학 제2 법칙을 예술적 창조의 영역 에 결합시킴으로써 현대미술의 혼란한 상황을 설명하였다. 시각 예술에서 엔트로피를 지향하는 경우는 무작위적인 우연의 미학을 추구했던 다다나 폴록(Jackson Pollock)의 액션페인팅이 속한다.” 월간미술, 앞의 책, P.327 기초조형학연구 19권 5호 (통권89호). 7.
(8) 다.24) 즉, 형태 자체의 의미를 전복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통일된 총체로서의 주체를 해체시 키고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것이다.25) 이것은 기존의 질서로 인해 만들어진 형태나 의미작 용에 변형을 가하여, 무질서와 혼란을 유발하는 비정형의 엔트로피 전략으로 단순히 형태 자체 만을 와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기존의 의미체계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3.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비정형 신체 이미지 고찰 본 장에서는 4장의 표본 작가들의 비정형 신체 이미지의 해석에 앞서 비정형 신체 이미지가 현대미술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특징적인 양 상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3.1. 불완전한 신체 이미지 미술사에서 신체는 삶과 제의(祭儀) 그리고 예술이 분화되지 않았던 시원(始原)에서부터 현대까지 역사와 변화되는 사회상 속에서 그 의 <그림 5> 마크 퀸, <완전한 대 리석상>, 1999-2001. 미를 달리해 왔다.26) 이럴 테면 예술가들은 고전적인 신체 담론 속에 서는 인체 형상의 완벽성을 추구해 왔고, 인간의 가치가 상실된 현대. 에서는 신체의 단편으로 혹은 부분의 조합 또는 크기의 변형을 통해 자아의 해체와 재구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80년대 이후 인체 조각에서 그 양상이 잘 드러난다. 작가들은 신체를 서구적 이상미를 위한 재현의 대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주체로서 극사실 적인 표현을 바탕으로 완전한 신체 이미지를 드러내거나 유동적인 비정형의 전략을 토대로 해체하고 파편화하여 불완전한 신체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중에서 론 뮤익(Ron Mueck, 1958-)은 극사실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완전한 신체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다. 그는 신체의 크기를 확대하거나 축소하여 현대인의 일상성을 표현하는데, 그것은 소외된 개인과 고독한 인간상을 암시한다. 론 뮤익의 극사실적 인체 조각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다. 그것은 크기의 변형을 통해 드러나는 비현실성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인간 의 존재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마크 퀸(Marc Quinn, 1964- )의 작품 <완전한 대리석상> <그림 5>는 불완전한 신체 이미지의 양가적 속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실 제 인물의 크기로 제작된 <완전한 대리석상>은 장애인 수영선수를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을 시작으로 총 10점의 대리석 조각으로 구성되어있다. 퀸은 미술관에서 신체가 불완전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인체 조각을 절대적인 미의 전형으로 감상하는 관객들이 실제 장애인의 ‘불완전한 신체’에 대해서는 이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예술과 현실사이에 놓여있는 간극”을 가시화하기 위해서 신체장애인의 인체를 대리석으로 형상화했다.27) 이를 통해 퀸은 불완전한 신체에서 드러나는 미와 추, 숭고와 혐오라는 양가적 속성을 바탕으로 인간이 상정한 완전함에 대한 절대적 가치가 불가능함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80년 이후에 등장하는 불완전하고 비정형적인 신체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그것은 규정 가능한 무언가의 일부분이 아니라, 그 정체성 이 끊임없이 연기되고 수많은 의미와 욕망이 투사되는”28) 실연(實演)의 장(場)으로 드러나고 있다. 3.2. 매체화된 신체 이미지 불완전한 신체 이미지가 보여주었던 비정형의 전략이 인간을 합리적 주체로 인식하던 ‘시각’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면, 매체화된 신체 이미지는 자신과 타자의 정체성을 암시하는 기호로써 24) 로잘린드 크라우스, 윤난지 옮김, 『현대조각의 흐름』, 예경, 1997, pp.77-78 25) 최진이,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비정형’ 이론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5, p.33 26) 철학아카데미, 『철학, 예술을 읽다』, 동녘, 2006, pp.281-282 27) Marc Quinn, quoted in Richard Rogers, ed., Marc Quinn Fourth Plinth (Steidl, 2006), http://marcquinn.com/ exhibitions/solo-exhibitions/the-complete-marbles1, 정은영, 「현대조각의 파편화된 형상과 부분대상에 관한 연구:마크 퀸 <완전한 대리석상>(1999-2001)해석을 위한 이론적 고찰」, 「한국미술사교육학회」, Vol.26 No, 2012, p.250 재인용 28) 정은영, 위의 논문, p.239 8.
(9) 작품에 직접 등장한다. 살아있는 신체를 작품 에 직접 활용한 예는 대체로 1960년대 퍼포먼 스(Performance) 예술에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다. 퍼포먼스는 전통적인 시각 예술과는 다르게 시간・공간・장소에서 구현하며, 재 현과 현전(Presentation)을 관통하며 작용한 다.29) 그리고 작가의 신체는 움직이는 주체로 <그림 6> 생트 오를랑, <Omnipresence>, 1993. 써 본인의 의도를 드러내는 가장 긴밀한 수단. 이며, 그것은 육체적인 언어로 나타난다. 육체적인 언어가 의미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말로 하는 언어나 시각적인 상징과 비교하면 부정확하다. 그리고 언어로서의 신체는 유연하지 않으 면서, 동시에 너무나 유연한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의도가 있든, 없든 많은 것들이 신체를 통해 표현될 수 있다.30) 이를테면 언어로서의 신체는 “이분법적인 사고체계와 주체의 동일성 을 부정함으로써 배제된 타자성과 차이성, 이질성을 부활시킨다.”31) 이러한 경향은 포스트 젠더32)의 특성을 바탕으로 이분법적인 성 정체성의 구도를 부정하는 매튜 바니(Matthew Barney, 1967-)의 작품 <크리매스터 사이클>에서 잘 나타난다. 작품의 제목인 ‘크리매스터’ 는 남성의 고환을 상하로 조절하는 근육의 명칭이며, 바니가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제작한 장편영화 5편으로 구성되어있다. 영화에서 바니의 신체는 정의할 수 없는 매우 복합적이고 혼성적인 양상으로 등장하는데, 이것은 “남성성을 정의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 현대문화의 상황을”33) 작가의 신체를 매체로 활용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바니는 이분법 적인 성 정체성을 와해시키고 새로운 신체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매체화된 신체 이미지는 프랑스 작가 생트 오를랑(Saint Orlan, 1947-)의 복합 매체 퍼포먼스에서도 잘 드러 난다. 그녀는 6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인간의 신체를 탐구하고 있다. 매튜 바니가 남성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가시화했다면, 오를랑은 자신의 신체를 비정형의 매체로 이용하여 서구적 미적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 여성으로 서 본인의 이미지와 미술사에 등장하는 여성 이미지와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이를테면 견본 이 되는 이미지를 본인의 신체에 반영하기 위하여 성형수술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의 자아도 지식과 마찬가지로 계속 수정하여 덧붙일 수 있는 구성 체임을 주장한다.34) 오를랑의 1993년 작품 <Omnipresence> <그림 6>은 자신의 성형수술 과정을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수술실과 수술의 과정을 전 세 계 15개 지역으로 중계하였다. 영상을 시청하던 관객과 성형수술 중 인 오를랑 사이에는 문답형식의 인터뷰가 진행되었으며, 수술 과정은 사진과 영상으로 저장되었다. 그녀는 부분 마취로 인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여성적 얼굴과 신체의 예술적 재현이 이루어지는 성형과정 을 스스로 통제했다. 수술 이후에는 회복 중인 얼굴 사진을 토대로 컴퓨터 모핑(morphing)35)기법을 활용하여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그림 7> 생트 오를랑,. 이미지 작품 <A Self-Portrait Inspired by Venus> <그림 7>로 변. <a self-portrait inspired by. 형시켰다. “이것은 문화적으로 규정된 이상적인 미를 획득하기 위하. Venus>, 1994. 여 그녀가 겪은 육체적인 기형과 고통을 강조한 것이다.”36) 다시 말. 29) 로버트S. 넬슨, 리처드 시프, 정연심 외 옮김, 『꼭 일어야 할 예술 비평용어 31선』, 미진사, 2015, p.100 30) 트레이시 워 · 아멜리아 존스, 심철웅 옮김, 『예술가의 몸』, 미메시스, 2007, p.13 31) 김 석, 「현대 인체조각의 일상 이미지 연구」, 홍익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6, p.107 32) 포스트 젠더의 특성을 지닌 신체는 이분법적인 성 정체성을 와해시키고, 이를 뛰어넘어 남녀 모두가 소외의 주체이며 성적 특성 은 유동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김지혜, 「현대미술에 나타난 신체표현 연구: 신체미술과 비천함(abjection)에 관한 연구」, 이화여 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1, p.57 33) 진 로버트슨・크레이그 맥다니엘 지음, 문예진 옮김, 『테마 현대미술 노트』, 두성북스, 2011, p.93 34) 전혜숙,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술』, 아카넷, 2015, p.113 35)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로 합성 변형되는 과정으로 영화 산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특수 효과를 의미한다. https://terms. naver.com/entry.nhn?docId=829806&cid=42344&categoryId=42344 기초조형학연구 19권 5호 (통권89호). 9.
(10) 해 오를랑의 성형수술 퍼포먼스가 의도하는 ‘변형’은 자신의 신체를 재생되고 변모 가능한 비 정형의 매체로 활용하여, 기존의 예술적 규범과 미의 절대적 기준을 비판하고 이분법적인 사회 적 담론에 저항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4. 표본 작가들을 통한 비정형 신체 이미지 해석 4.1. 키키 스미스의 저급한 신체 신체 이미지는 프랑스의 68혁명37)이후, 해체되고 파편화된 모습으로 시각예술의 전면에 등장 한다. 이때 신체 이미지는 2장 저급 유물론에서 논의한 애브젝트 개념을 바탕으로 기괴하고 비천하게 재현되어 ‘추’하고 ‘저급한 물질’로 드러나는데, 이를 통해 남성 중심의 고정된 체계 와 관념의 경계를 와해시킨다. 이러한 경향은 여성들의 주체적인 ‘성’ 평등과 ‘권리’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 운동인 ‘페미니즘’으로 확대되어,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1939-), 신디 셔먼(Cindy Sherman, 1954-), 사라 루카스(Sarah Lucas, 1962-) 등의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나타난다. 그중에서 키키 스미스(Kiki Smith, 1954-)는 80년대부터 신체를 작업의 주된 소재로 사용하여,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차별받는 여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 고 있다. 스미스가 신체를 작업의 주제로 선택한 것은 가족들의 죽음으로 인한 개인사적인 요인들과 80년대 이후 미술계에 대두되기 시작한 신체담론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대해 스미 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체와 정신의 이분법은 수많은 억압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회 내에서 비참한 결과를 불러왔다. …이러한 분열은 지성이 신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데서 나타났으며, 그로 인하여 우리는 신체적인 것을 증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38) 이러한 스미스의 신체론은 작품 <오줌 누는 신체> <그림 8>과 <설화-꼬리> <그림 9>에서. <그림 8> 키키 스미스, <오줌 누는 신체>, 1992. <그림 9> 키키 스미스, <설화 - 꼬리>, 1992. 그 특성이 잘 드러난다. 작품 <오줌 누는 신체>는 왁스로 만들어진 신체와 체액의 분비물이나 배설을 의미하는 노란색 유리구슬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생리현상을 전면에 부각시 킨 작품으로 “저급한 신체가 우리의 신체이며, 우리의 신체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환기시키 는 동시에, 신체의 저급한 실체를 부정하면서부터 우리가 자신으로부터의 소외를 자초하였음 을 일깨워준다.”39) 이를테면 스미스의 신체는 저급 유물론에 바탕을 둔 것으로 오줌, 배설물, 신체 분비액 같은 비천한 물질들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들은 재료의 특수성 보다, 남성 중심의 지배문화에 의해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하여온 보편적 인식과 질서를 와해시키고, 그것과 동등한 입장에서의 새로운 의미와 역할을 암시하고 있다.40) 스미스에게 신체는 의미화 36) 트레이시 워 · 아멜리아 존스, 위의 책, p.185 37)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학생과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사회변혁 운동으로 이른바 ‘68혁명’이라고도 한다. 1968년 봄 파 리에서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항의한 대학생 시위에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겹치면서 프랑스 전역에 권위주의와 보수체제 등 기존 의 사회질서에 강력하게 항거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남녀평등과 여성해방, 학교와 직장에서의 평등, 미국의 반전, 히피 운동 등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정부가 대학교육문제와 유럽공동체 체제하에서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68혁명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번져 나갔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28469&cid=43667& categoryId=43667 38) Kiki Smith, Kristen Brooke Schleifer, “Inside & Out : An Interview with Kiki Smith”, The Print Collector’s Newsletter 22, July-August 1991, p.86 39) 톰 플린 앞의 책, p.171 40) Jack Ben-Levi, Craig Houser, Lesile C. Jones, Simon Tayler. Abject Art.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1991), 10.
(11) 가 일어나는 장소로서, 그녀는 신체를 비천하고 저급한 물질로 전락시키는 비정형의 전략을 통해 인간의 ‘몸’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하는 한편, 그것의 가치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형이상학적 위계질서 속에서 정신의 하위개념으로 인식되던 신체를 단독적이고 환원 불가능하며, 정신과 동등한 수평적인 물질로 규정한 것이다. 부아와 크라우스는 저서 『비정 형: 사용자 안내서』에서 저급유물론의 비정형 물질은 어떠한 것과도 닮아있지 않으며, 그 개념이나 추상 역시 스스로 그것에 동화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했다.41) 다시 말해서 스미스의 신체는 비천하고 저급한 물질로 전락시키는 비정형의 저급 유물론을 통해 추하고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드러냄으로써 기존의 위계 구조에서 벗어나고,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사회적 담론을 내포하는 신체로 형상전이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4.2. 안토니 곰리의 시각의 수평성 전통적으로 조각은 견고하고 높은 좌대 위에 놓였고, 그로 인해 작품은 현실 속의 관객과 분리 된 가상의 공간에서 이상적이고, 환영적인 특성을 지닌 대상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의 작품 <칼레의 시민>에서 드러나는 좌대에 대한 개념은 기존의 틀을 벗어난 파격적인 형식을 보여준다. 로댕은 조각의 좌대를 구조적 지지를 위한 역할로 제한하여, 작품이 관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기 원했다. 이를 통해 작품은 견고하 고, 높은 좌대 위에서 내려와 이전의 집중된 공간이 아닌, 실제 공간을 점유하는 ‘공간의 확장’ 을 가져왔다. 그리고 작품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춤으로써 인간의 직립 자세에 의해 생겨난 시각의 수직적 사고는 와해되고, 시각의 수평성을 초래했다. 이러한 시각의 수평성은 80년대 이후부터 자신의 신체적 경험42)을 토대로 라이프 캐스팅(life-casting)이라는 방식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1950-)의 작품 <위기의 군중> <그림 10, 11>에서 그 특성이 잘 드러난다. 철로 캐스팅된 작품 <위기의 군중>은 입상에서 좌상까지, 긴장감이 느껴지는 12개의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60점의 인체 조각으로 구성되어있 다. 곰리는 1995년부터 60점의 인체 조각들을 역사적 또는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각기 다른 장소43)에 유동적으로 설치하였다. 동일한 작품을 서로 다른 장소에 설치함으로써 작품의 의미는 복합적으로 드러났고, 설치 장소의 역사적 의미는 구체적으로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모호하게 하여 또 다른 주제를 담아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체 조각들은 견고하고 높은 좌대 위에 놓여있던 기존 조각들과는 대조적으로 바닥에 수평적 으로 뉘어져 있어, 관객 속에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였다.44) 이를테면 관객은 작품이 놓인 빈 공간속에서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작품에 다가가게 되고, 이때 그들은 시각적 주체로서. <그림 10> 안토니 곰리, <위기의 군중>, 1995. <그림 11> 안토니 곰리, <위기의 군중>, 1995. introduction. p.5, 변청자, 「비정형과 시각예술 : 바타이유와 뒤뷔페를 중심으로」, 「기초조형학연구」, 한국기초조형학회, vol.19, no.3, 2018, p.210 재인용 41)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앞의 책, p.65 42) 라이프 캐스팅은 곰리가 70년대 초 인도 여행 중 경험한 명상과 수련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 (Ernst H. J. Gombrich, 1909-2001)와의 1995년 인터뷰에서 구체적 나타난다. Antony Gormley, Interview with Gombrich(1995), John Hutchinson(ed.), Antony Gormley, Phaidon, 2000, p.12 43) 작품<위기의 군중>은 유대인에 대한 억압의 역사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의 기차 차고와 영국 런던 왕립미술학교(Royal Academy of Art)의 광장처럼 정치적 의미가 있는 장소와 미술사적 의미가 있는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 내부에 설치하였다. 44) 김은영, 「앤터니 곰리의 인체 조각에 표현된 신체 담론」, 「현대 미술사연구」, 현대미술사학회, vol.19, no.1, 2006, pp.61-64 기초조형학연구 19권 5호 (통권89호). 11.
(12) 작품을 봄과 동시에 자신도 보인다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곰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각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를 다룬다. 그것은 세계로부터 고립된 액자 속의 일루전이 나 그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 존재하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45) 이런 봄과 보임의 신체적 체험은 관객이 작품과 대면하는 실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작품에 내재되어 있던 것을 취해야 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알베르토 자코메티 (Alberto Giacometti, 1908-2002)의 작품 <도시의 광장> <그림 12>는 곰리의 작품<위 기의 군중>과는 대조적으로 시각의 수직적 사 고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품은 가늘고 긴 직립 인간들을 넓은 면적의 좌대 위에 설치하 여 수평적인 좌대와 수직적인 인체 조각의 대 비에서 드러나는 공허함과 긴장감을 바탕으 <그림 12> 알베르토 자코메티, <도시의 광장>, 1949. 로 실존주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이. 를 통해 자코메티는 직립적 인체 조각과 그것들 사이의 빈 공간을 동시에 드러내어 대상이 속한 공간을 실체화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에로의 진입보다는 그 안에서의 이야기를 바라보도록 유인”46)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곰리의 인체 조각들은 수직축 에서 벗어나 비정형의 수평성으로 연출 되었고,47)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탈장소화 하였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비정형의 수평성이 초래한 시각의 확장으로 인해서, 자신들의 직접적인 체화(體化)를 통해 작품을 지각하게 된다. 4.3. 스텔락의 융합된 신체 과학 기술은 인간의 수명을 늘리고, 우리가 처한 환경과 지각, 기억 등을 광범위하게 확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롭게 창조되어 고정된 범주를 깨뜨리며, 인간의 신체에 관한 새로운 기술을 제시하 고 있다. 그것은 현대의 환상이며, 야심차게 개발된 지성을 지닌 기계 인간 즉, 사이보그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사이보그는 유기체와 기계 장치의 혼성으로 탄생한 ‘혼성 생명체’로 신체와 과학 기술과의 결부 에 대한 양면적 속성도 지니고 있다.48) 이러한 신체와 기술의 접목은 미술 영역으로 확장되어, 전통적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개 <그림 13> 제이콥 엡스타인,. 념의 신체를 등장시켰다. 미술사에서 융합된 신체의 원류는 신체 이. <굴착기>, 1913-1914. 미지에 기계의 형태를 접목해 SF영화에 등장하는 괴기스러운 유기체. 형상을 하고 있는 제이콥 엡스타인(Jacob Epstein, 1880-1959)의 작품 <굴착기> <그림 13> 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이것이 바로 현재와 미래의 사악한 괴물의 형태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이 괴기스러운 후예는 우리가 스스로를 소재로 삼아 만들어낸 것이다.”49)라 고 기술했다. 융합된 신체는 호주 출신의 작가 스텔락(Stelarc, 1946-)의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80년대 이후부터 신체와 기계를 결합한 사이보그 퍼포먼스를 통해 ‘포스트휴먼(Posthuman)50)’이라 는 신체 담론에 주목하고 있는 스텔락은 신체가 가진 생물학적 특성이 기술 성장보다 경쟁력이 45) Antony Gormley, Talking with Adrian Searle, Antony Gormley: Making Space, exhibition catalog, 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 Gateshead, 2004, p.133 46) 이재은, 「자코메티의 인물 구성 조각에 표현된 공간개념: <도시 광장>(1948)을 중심으로」, 「현대 미술사연구」, 현대미술사학회, vol.15, no.1, 2003, p.50 47)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앞의 책, p.121 48) 트레이시 워 · 아멜리아 존스, 앞의 책, p.13 49) 톰 플린 앞의 책, p.159 50) 포스트휴먼 개념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전시인<포스트휴먼>전을 기획한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가 사용한 포스트휴먼 이라는 용어는 인류가 진화의 새로운 장으로 진입했음을 알려준다. 생명공학과 컴퓨터과학 덕분에 생물학적 진화를 훌쩍 뛰어넘 는 인공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몸을 재구성하고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진 로버트슨・크레이그 맥다니엘, 앞의 책, p.150 12.
(13)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 래서 기술과 신체를 접목 하여 신체를 초월하는 것 이 아닌, 신체가 연장되 고 수정되어 신체의 한계 를 극복함으로써 더 강력 한 신체를 만들고자 했 다. 스텔락의 신체론은 <그림 14> 스텔락,. <그림 15> 스텔락, <제3의 손>, 1981. 작품 <제3의 팔> <그림. <제3의 팔>, 1981. 14>와 <제3의 손> <그 림 15>에서 잘 드러난다. 스텔락의 대표적인 퍼포먼스인 작품 <제3의 팔>은 일본 로봇공학 자들과 공동 작업으로 만든 로봇 팔이다. 이 퍼포먼스는 작가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 라, 복부 근육과 다리 근육에서 보내는 EMG(electromyograph–근전도 검사기록)라는 전기 신호에 의해서 움직인다. 이로 인해 신체는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하나의 사물이 되었고, 신체 내부 기관의 움직임은 EMG의 신호를 전달하는 전극봉에 의해서 모니터 되었다.51) 그리고 관객들에게 로봇 팔을 장착시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그들의 경험적 지각을 유도했다. 스텔락에 따르면, “신체는 더 이상 대처할 수 없는 정보와 기술적인 환경을 창조한다.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진보적인 전략은 …기술을 상징적으로 인체에 덧붙이거나 심어서 진화된 새 로운 합성물을 창조하고, 새로운 종류의 진화된 에너지를 창조하기 위해 유기체적인 것과 인공 적인 것을 결합한 새로운 인간 혼성물을 창조하는 것이다.”52) 이처럼 융합된 신체와 관련된 스텔락의 신체론은 기계와 신체의 경계선을 와해시키고 기술의 진보성을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혼성적 신체를 탐구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사이보 그 퍼포먼스의 실제 시간과 움직임을 본인들의 신체를 통해 직접 경험함으로써, 신체를 고정된 실체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산물로서의 다층적인 신체로 인식하게 된다. 즉, 스텔락 의 퍼포먼스는 작가의 직접적인 신체 감각을 도입하여, 관객의 생리적 감각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모더니즘에서 배제되었던 시간성과 육체성의 회복 즉, “순수 시각성의 탈신 체적 자기 완결성에 구멍을 내며, 신체적인 것의 개입을 부추기는”53) 것으로 비정형의 작동 기제인 펄스가 스텔락의 퍼포먼스를 통해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4. 채프먼 형제의 변형된 신체 재현에서 벗어난 신체는 임의적으로 절단되고 기이하게 재조합되어,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이 미지로 미술사에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형된 신체 이미지는 상상력과 무의식을 바탕으로 한 초현실주의 인체 조각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한스 벨머(Hans Bellmer, 1902-1975)는 절 단되고, 재조합된 인형의 충격적인 이미지를 토대로 인간의 성과 죽음에 대한 억압된 욕망과 무의식을 드러냈다. 이때 신체 이미지는 유기적인 통일체가 아닌, 조립과 조작을 통해 이질적 이고 복합적 양상을 띤다. 이러한 경향은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 작가 제이크 채프먼 (Jake Chapman, 1966-)과 다이노스 채프먼(Dinos Chapman, 1962-) 형제의 작품에서 잘 나타난다. 그들은 90년대 이후부터 신체와 이에 결합되는 외적인 것, 혹은 타자와의 관계를 모방과 차용(appropriation) 그리고 혼성모방(Pastiche)을 통해 포스트휴먼으로서의 새로운 혼성체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타자들의 욕망을 분출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 는 혼성물로서 물신화되기도 하고,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양가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채프먼 형제는 신체를 해체하고 변형하여 불쾌한 신체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이때 변형된 신체 로 인해 발생하는 주체와 정체성의 문제를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54)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51) 전혜숙, 「스텔락의 ‘사이보그 퍼포먼스’를 통해 본 미술 속의 새로운 신체개념」, 「기초조형학연구」, 한국기초조형학회, vol.11, no.2, 2010, p.247 52) 트레이시 워 · 아멜리아 존스, 앞의 책, p.184 53) Yve-Alain Bois, Rosalind E. Krauss, 앞의 책, p.40 기초조형학연구 19권 5호 (통권89호). 13.
(14) <그림 16> 채프먼 형제,. <그림 17> 채프먼 형제, <접합가속도, 유전. <그림 18> 고야, <죽은 자에 대한 위대한. <죽은 자에 대한 위대한 행위>,. 공학적, 탈승화적 리비도 모델>, 1995. 행위>, 1810-1820. 1994. <죽은 자에 대한 위대한 행위> <그림 16>과 <접합가속도, 유전공학적, 탈승화적 리비도 모 델> <그림 17>이 있다. 작품 <죽은 자에 대한 위대한 행위>는 고야의 에칭 작품 <죽은 자에 대한 위대한 행위> <그림 18>을 차용하여 패러디한 것으로 신체가 절단되고, 거세당한 군인 을 실제 인체 크기의 인형을 사용하여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혐오 스럽게 절단되고, 파편화된 신체는 인간의 양면적인 욕망과 폭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관객들 에게 시각적 충격을 주며, 전쟁의 참상에 대한 고발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변형된 신체가 비정형의 엔트로피 전략으로 인해서 기존의 의미작용을 와해시키고 무질서와 혼란을 초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90년대 이후 작품에 등장하는 파편화되고, 절단된 신체에 대해서 전시 기획자 헬레인 포스너(Helaine Posn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세기 후반 미술에서 신체의 절단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폭력과 억압, 사회적 불의, 신체 적・심리적 스트레스가 우세한 세계에 사는 결과다. 어쩌면 우리 역시 과거 세대가 지녔던 미와 완전함에 대한 확고한 이상을 갈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의 경험은 우리에게 이런 세계관이 이미 끝났다는 것을 말해준다.”55) 변형된 신체를 이용한 채프먼 형제의 냉소적인 시각적 풍자는 작품 <접합가속도, 유전공학적, 탈승화적 리비도 모델>에서도 그 의미가 잘 드러난다. 작품에는 어린아이들처럼 보이는 인형 이 서로 엉겨 붙어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얼굴에 남성의 성기를 조합하고, 괴기한 혼성의 이미지를 충돌시키는 작품은 인간의 성 정체성을 와해시키고 있으며, 생물학적 유전변 이와 금기된 욕망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56) 그리고 “비 일상성으로 일상성을 환원하도록 전략 화 하여 기존의 이미지를 해체시키고 있다.”57) 이처럼 채프먼 형제의 작품에 등장하는 신체의 파편과 절단, 파괴는 시각적 수사법을 형성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표현으로 이용된다.58) 이러 한 수사법은 통합적 총체를 거부하고 서구문화의 고정된 신체상에 변형을 가하여, 무질서와 혼란을 유발하는 비정형의 엔트로피 전략으로 관객에게 단순한 시각적 충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금기와 욕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5. 결론 본 연구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인체 조각에 나타나는 변형된 신체 이미지와 부아와 크라우스 에 의해 제기된 비정형의 4가지 작동 기제들과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비정형 신체 이미지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분석하였다. 연구자는 이와 같은 고찰을 기반으로 서론에서 제시한 세 가지의 연구 목적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였다. 첫째, 형태와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비정형은 그 실체가 모호하고 불완전하다. 미술사에서는 바타유가 초현실주의 미학을 정의하 기 위해 사용한 개념으로 관념적이고 정형적인 철학적 사고를 와해시키고, 시각 중심적인 서구 54) 전혜숙, 앞의 책, p.106 55) Helaine Posner, “Separation Anxiety,” in Corporal Politics, p. 30, 진 로버트슨・크레이그 맥다니엘 지금, 문예진 옮김, 『테마 현대미술 노트』, 두성북스, 2011, p.130.에서 재인용 56) 김 석, 「후기 현대미술에 나타난 인체 조각의 표현성 연구」, 「기초조형학연구」, 한국기초조형학회, vol.13, no.6, 2012, p.53 57) 김 석, 『한 눈에 보는 조각사』, 지엔씨미디어, 2012, p.360 58) 린다 노클린 지음, 정연심 옮김, 『절단된 신체와 모더니티』, 조형교육, 2001, p.13 14.
(15) 문화를 전복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다. 그리고 1996년대 이후에는 부아와 크라우스에 의해서 현대미술의 동향과 흐름을 분석하는 비평이론으로 확장되었다. 그들은 현대 미술에서 드러나 는 비정형의 폭넓은 특징들을 저급 유물론, 수평성, 펄스, 엔트로피와 같은 4가지의 비평적 작동 기제로 정리하였는데, 그것은 동시대 시각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장되 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80년대 이후 인체 조각에 등장하는 신체 이미지는 해체되고, 파편화 하여 비정형적인 양상으로 그 표현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중에서 마크 퀸은 신체 일부가 배제되어 불완전한 신체의 양가적 속성을 관객들에게 제시하여, 예술과 현실사이에 놓여있는 간극을 가시화하였다. 이로써 비정형 신체가 동시대인들의 실존을 대변하는 실연(實演)의 장 (場)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오를랑은 자신의 신체를 비정형적인 매체로 활용하여, 자신과 타자의 정체성을 인위적으로 암시하는 육체적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셋째, 1980년대 이후 인체 조각에 나타나는 비정형 신체 이미지는 창작의 주체로 등장하여, 정형화된 인식의 경계를 와해시키고 사회적 담론을 가장 민감하게 드러내는 예술적 매체로 확장하였다. 그중에 서 키키스미스는 자신의 신체를 저급한 물질로 전락시키는 저급 유물론의 전략을 통해 기존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의 여성성을 강조했다. 이것은 비정형 신체 이미지가 상처와 치유를 의미 하는 기호로 작용하여, 개인적 자아를 확인하고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다. 그리고 안토니 곰리는 인체 조각들을 수직축으로부터 수평적 구도로 연출하여, 시각의 수평성을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비정형의 수평성이 초래한 시각의 확장을 통해 그들 스스로가 시각의 주체로서 봄과 보임의 직접적인 ‘체화’ 인식으로 작품을 지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텔락의 경우 기술의 진보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융합된 신체를 제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시간성과 육체성이 내포된 생리적 감각을 유도했다. 이것은 작품을 시각체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감각을 통한 촉각적 개념으로 시각영역에 신체적 감각을 도입하 는 비정형의 작동 기제인 펄스가 작용하고 있음을 고찰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채프먼 형제 는 해체되고 절단된 신체를 이용해 인간의 욕망과 금기를 냉소적인 시각적 풍자를 통해 민감하 게 다루고 있다. 이때 제시되는 변형된 신체는 무질서와 혼란을 유발하는 비정형의 엔트로피 전략으로 인해 총체로서의 주체는 해체되고, 그 경계는 모호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정형화된 인식에서 벗어난 비정형적인 신체 이미지가 변화하는 사회적 시각을 반영하고, 인간 자의식을 드러내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현대 인체 조각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음을 주목할 수 있다.. 참고문헌 김 석, 『한 눈에 보는 조각사』, 지엔씨미디어, 2012. 린다 노클린, 정연심 옮김, 『절단된 신체와 모더니티』, 조형교육, 2001. 로버트S. 넬슨, 리처드 시프, 정연심 외 옮김, 『꼭 일어야 할 예술 비평용어 31선』, 미진사, 2015. 로잘린드 크라우스, 윤난지 옮김, 『현대조각의 흐름』, 예경, 1997. 유기환, 『조르주 바타이유』, 살림, 2006. 윤난지, 『현대미술의 풍경』, 한길아트, 2005. 월간미술, 『세계미술용어사전』, 월간미술, 1999. 전혜숙,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술』, 아카넷, 2015. 진 로버트슨・크레이그 맥다니엘, 문예진 옮김, 『테마 현대미술 노트』, 두성북스, 2011. 조르쥬 바타유, 조한경 옮김, 『에로티즘』, 민음사, 1989. 철학아카데미, 『철학, 예술을 읽다』, 동녘, 2006. 핼 포스터, 이영욱 외 2명 옮김, 『실재의 귀환』. 부산 : 경성대학교 출판부, 2003. 트레이시 워 · 아멜리아 존스, 심철웅 옮김, 『예술가의 몸』, 미메시스, 2007. 톰 플린, 김애현 옮김, 『조각에 나타난 몸』, 예경, 2000. Antony Gormley, Talking with Adrian Searle, Antony Gormley: Making Space, exhibition catalog, 기초조형학연구 19권 5호 (통권89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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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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