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NICE, 제21권 제3호, 2003
“공대출신, 그것도 잘나 가는 화공과 출신으로 행정 고시를 한 이유는 무엇입니 까?” 이것은 행정고시 3차 시험면접위원으로부터 처 음 만나게 된 사람들까지 자주 듣던 질문이다. 처음 에는 국가에 대한 사명감이라든가 행정과 공학의 양수겹장으로서의 장점 등을 나름대로 정리해서 대답하였으나, 몇 년이 지난 다음에는 그냥 웃고 말곤 했다.
“아니, 공대출신입니까? 그렇다면 정치공학을 전공한 것 아닙니까?” 이것은 10여년쯤 전부터 필 자가 공대출신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묻는 질문 이다. 상공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래 역마살이 끼어서인지 2차례에 걸친 대통령비서실(공보과장, 비서실장 보좌관)과 주미대사관 상무관 근무, 총 리실(외교안보심의관, 산업심의관) 등에서 공직 생활의 절반이상을 보냈다. 그런 경력을 볼 때 공 대출신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한데서 오는 의외성 질문이리라.
앞의 두 가지 질문은 공대출신이 공직생활을 하 는데 문과출신에 비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볼 수 있다. 70년대 말 상공부에는 공대 동기생 만 해도 8명 있었으나 지금은 2명만 남아있다. 물 론 병역특례 때문에 행정부에 들어와 의무기간이
끝난 후 학계나 연구계로 돌아간 케이스가 많으나 공대출신, 그것도 기술직으로서의 한계가 보였기 때문에 중도하차한 경우도 많다. 지금 남아 있는 2명도 기술직이 아닌 행정직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8년에 걸친 사무관시절에는 전자공업국과 기계공업국에 잠시 근무한 적이 있으나 대부분의 기간을 통상, 상역, 산업정책 등 대학전공과 무관한 분야에서 보냈다.
10여 년에 걸친 과장시절에도 1년 반 동안 산업기 술과장으로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마찬가지다. ’98 년 국장이 된 이후에도 금번 보직이외에는 전공과 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보직경 로도 공직사회에서 이공계출신의 생존전략과 연 결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현재에는 많이 나 아지고 있고 참여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과학 기술중심사회 구축인 만큼 이공계 출신에 대한 처 우가 훨씬 개선되리라고 믿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구조나 사고방식이 그렇게 쉽게 바뀌기는 어 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필자에게 공무 원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아들과 딸이 각각 1명 씩 있다. 다른 공무원보다는 비교적 좋다는 자리 에 여러 차례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에 비해 경제적 보상도 형편없고, 밤늦게까지 그리고 휴일도 없이 일하는데서 나온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지만 간접체험의 결과일 것이다. 화공과 은 사이신 이기준 당시 공대학장님께서 화공과 신입 오 영 호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email protected]
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Vol. 21, No. 3, 2003…399
회·원·칼·럼
생 환영회에 나와 경험담을 이야기해달라는 말씀 을 몇 차례 하셨으나 단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
후배들에게 전공을 버리고 외도하라고 할 수도 없 고, 그렇다고 지금 걷고 있는 길을 매도할 수도 없 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앞으로의 진로를 어떻게 선택하는 것 이 좋겠는지 하는 조언을 얻고자 하는 후배들이 가끔 찾아오곤 한다. 그때에는 앞으로 펼쳐질 미 래를 보고 결정하라고 권유한다. 우리가 맞고 있
는 새로운 세기의 키워드는 혁신, 문화와 감성 그 리고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자기변 화와 인간의 자유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와 감성의 시대, 모든 것이 융합해 나가는데 필요한 네트워킹이 그것이다. 이러한 추세와 자신의 적성 을 감안하여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도 전공과 관련된 한 우물을 파는 사 람을 존경하는 마음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