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과학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과학"

Copied!
52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2007 하나

NO.

34

과학 지평

K o r e a I n s t i t u t e f o r A d v a n c e d S t u d y N e w s l e t t e r

기획특집 끈이론 그 경계를 넘어서 초끈이론 세상을 만난다

(2)

고등과학원 소식지 발 행 일 : 2007년 3월 1일 발 행 인 : 김만원 편 집 인 : 박창범

편집위원 : 박권, 배성일, 최재유 편집기자 : 김윤희(heureux@kias.re.kr) 발 행 처 : 고등과학원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2동 207-43 TEL. (02) 958-3711

FAX. (02) 958-3770 외부교정 : 정영주

디 자 인 : 동아사이언스 디자인팀

표지 그림 : 6차원의 Calabi-Yau 다양체를 구현한 그림.

이는 10차원 초끈 이론을 4차원인 실제 세상에 응용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다양체로서 기하학적으로도 중요하다.

C O N T E N T S

권두언

03 기초과학 연구의 요람, 새로운 도약의 10년

|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기획특집

04 끈이론 그 경계를 넘어서 | 서울대학교 이수종 교수 11 초끈이론 세상을 만난다 | 물리학부 이필진 교수 17 세계의 끈 이론 연구현황 | 물리학부 이호웅 조교수

연구의 현장

18 시무라 다양체에 대하여 | 수학부 이동욱 연구원 22 이상한 나라의 끈 이론 | 물리학부 이호웅 조교수 26 IS IT REALLY ZERO? | 계산과학부 Chee Keng Yap 교수

징검다리

32 감사의 행복 | 이해인

Conference Report

34 2007 KIAS-SNU 물리 겨울 캠프 | 물리학부 박 권 조교수

36 KIAS-POSTECH-SNU 국제 정수론 워크숍 | 수학부 최도훈 연구원 38 제9회 제1원리 전자구조계산 워크숍 | 서울시립대학교 김용훈 교수 40 학술행사 개요 | 물리학부, 수학부, 계산과학부

Farewell Essay

43 고등과학원을 떠난 다음 날 | 연세대학교 전병흡 교수

44 연구교류의 구심점으로서의 고등과학원 | 인하대학교 명성 교수

신임연구진소개

46 고등과학원에서 면벽을 시작하며 | 계산과학부 장재언 조교수 47 고등과학원에서의 첫 발 | 계산과학부 허진 연구원

고등과학원 이모저모

48 KIAS News

50 고등과학원 발전기금 모금안내 51 편집후기

(3)

1996년10월에 설립된 고등과학원은 창의성 위주의 순수과학 인 프라 조성 및 기초연구 토대 마련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우 리나라 기초과학 연구의 요람입니다. 세계적인 석학을 포함한 교수진과 신진 연구자들이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 과제 중심의 연구에 매진하는 한편, 다양한 학술행사 및 세미나를 비롯 한 외국 연구소와의 교류확대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킹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10년을 밤낮없이 한국 기초과학의 토양을 일구어 온 김 만원 원장님을 비롯한 고등과학원 가족 여러분의 노고에 격려의 박 수를 보냅니다.

21세기는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무한경쟁의 시대이자 창 의적 수월성(秀越性)을 근간으로 하는 지식기반시대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과학기 술 역량이 국가발전을 좌우하고 첨단기술의 주도권 확보 및 시장선점이 국가의 운명 을 결정짓는 기술혁신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따라 정부는 2004년 10월 과학기술 행정체제를 개편하고 연구개발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과 선진경제 도약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래 성장동력 확 보 시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과학기술이 21세기 국가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삶의 질 을 높이는 희망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실효성 높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더 많 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고등과학원도 창의적인 미래형 과학인재를 양성하 여 우리나라 기초과학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는 토대 구축에 매진해 주시기 바 랍니다.

2007년은 과학기술부가 출범한지 4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자 고등과학원이 새 로운 도약의 1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한국 기초과학의 지평을 다져온 고 등과학원이 끊임없는 연구와 혁신으로 국내 최고를 넘어 명실 공히 세계적인 기초과 학연구소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고등과학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007년 2월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김 우 식

기초과학 연구의 요람,

새로운 도약의 10년

(4)

기획특집

끈 이 론

그 경 계 를 넘 어 서

서 론

수준 높은 독자들에게 끈 이론이란 무엇인가를 장황하게 소개하는 것 만큼이나 진부한 것도 없다. 지난 20년간 환원주의적 과학사조 의 한 축을 돌려놓은 이 이론은 현대과학사에 있어서 가장 주목해 야 할 발전이며 지식인들의 대화의 장 ─ 그 장소가 보스턴이든, 베 를린이든 서울이든 ─ 에서 빠지지 않는 논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20 년간 끈 이론 연구에 정진하여 여러 발전 단계마다 일조하여 왔음 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나 는 냉철한 시각을 견지하며 끈 이론에 대한 비평을 펼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인류문명의 발전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대상을 인식하는 관점이 지극히 당연해지고 평범해 질 때, 너무나 상식적이라 질문조차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때, 우리는 기 계적이고 상투적인 관념의 틀에 얽매여가고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 심지어는 끈 이론 전문가들 조차─ 가장 자주 접하는 질문이“끈 이론은 우주만물의 원리인가?”이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명쾌하다. NO. 오해를 차단하기 위하여 나의 확답이 어줍잖은 학문외적인 이유로 끈 이론의 눈부신 발 전을 질시하거나 반대하는 일단의 과학자 집단에 빌미를 제공 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명확히, 아주 명확히 먼저 밝히고자 한 다. 끈 이론은 지난 20년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여 왔다. 그런 데 거의 대부분 끈 이론연구자들은 이 이론이 한치의 오차도 없 이 우주만물의 기본원리를 훌륭하게 설명해 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그들에게‘무슨 근거로’, ‘왜’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가라고 물어 보았을 때, 실망스럽게도 논리적 답 변은 하나도 들을 수 없었다. 흥미롭게도 이런 종교적 확신에 가 득찬 연구자들은 모두 한때 ─ 끈 이론 연구발전이 더디게 진행 될 때 ─“아직도 (잘 안되는) 끈 이론 연구하세요?”라고 말하던 소위 기러기 연구자들이다.

그렇다면 끈 이론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단정적으로 밝히지 만 끈 이론은 우주만물의 궁극적 원리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자연의 현상과 동떨어져 기껏 수학의 한 분야 정도로 치부되어 야 하는 이론은 더군다나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나의 대 답은 다음과 같다. 끈 이론이란 바로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이 해하고자 노력한‘중력’이라는 현상의 기본원리를 밝힘에 있 어서 필연적인 논리의 귀결이며, 여러 단계 발상의 전환을 이끌

글 _ 이수종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5)

어낸 극히 탁월한 과학적, 관념적 틀(framework) ─ 이론(theory)이 아닌 틀─ 을 일 컫는다.

논의적 균형을 위하여 중력에 대한 여타 제안들도 연구되고 있음을 미리 밝혀두고 자 한다. 예를 들어 아쉬테카 (A. Ashtekar)에 의하여 제안된 고리양자중력(loop quan- tum gravity)을 살펴보자. 적어도 내가 그 이론구조를 갈파한 범위 내에서 이 이론 은 양자영역에서의 중력의 순환적 구조에 대하여 제안할 것이 거의 없다. 분명 몇 가 지 시각들 ─ 예를 들자면 4차원 시공간의 유래, 물질이 없는 시공간의 구조, 양자발현 에 대한 새로운 시도─ 은 현재 끈 이론이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부분들로서, 깊이 주 목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 이 한시적 표현에 주목하기 바란 다─ 끈 이론을 대치할만한 사변적 발전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음 역시 심각한 부 분이다. 보다 정립된 학설에 배치되는 이설(異說)들을 주장하는 학파들에 관하여 플 라톤은 이미“아마 그들은 궁할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실재(實在)의 본질에 관한 우 리의 제안을 ─ 어차피 그들 자신은 제안할 아무것도 없으므로─ 그들이 받아들일 수 밖 에 없지 않는가?”라고 갈파한 바 있다.

끈 이 론 의 역 사

인류문명의 과학적 호기심 중심에는 우주만물의 작동원리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 물리학에 따르면, 미시세계에는 중력, 전자기 힘, 강한 힘(strong interaction), 약한 힘(weak interaction) 네 가지 기본 힘이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이중 중력과 전자기 힘은 힘이 미치는 거리가 워낙 길어서 거시세계에서도 작용하는 힘들이지만 강한 힘 과 약한 힘은 원자핵의 크기인 백만분의 1 나노미터 혹은 더 짧은 거리에서만 나타나 고 먼 거리에서는 아주 약해서 거시세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힘들이다. 두 사람이 마주서서 농구공을 주고받으면 몸이 뒤로 쏠리는 힘을 느끼는데, 이는 농구공이 두 사 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힘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각각 기본 힘에 는 농구공과 유사한‘힘 전달 단위’가 존재한다. 약한 힘은 W, Z 입자들, 강한 힘은 부착입자(gluon), 전자기 힘은 빛입자(photon), 그리고 중력은 중력입자(graviton) 가 힘을 전달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4가지 기본 힘 중 중력이 가장 미약한 힘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시세계에 서는 강한 힘, 약한 힘, 전자기 힘이 중요하지만 거시세계 -예를 들어 우주의 진화-에 서는 중력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거시세계의 중력에 대한 기본원리는 뉴턴의 만유인 력법칙과 아인쉬타인의 일반상대론을 통하여 보다 확실하게 정립되었다. 특히, 일반 상대론은 만유인력 현상을 4차원 시공간이 질량 혹은 에너지의 존재로 인하여 휘어 진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그렇다면 미시세계에서의 중력은 어떠한가?

극미세계에서 점점 더 거리를 좁혀 가면 언젠가는 중력이 다른 기본 힘들보다 훨씬 더 강해져 양성자 크기의 100경분의 1 정도 거리이하에서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된다. 따 라서 중력이 다른 기본 힘보다 중요해지는 영역은 아주 작은 미시세계와 아주 거대한

(6)

거시세계이다. 미시세계는 거시세계와 달리 입자(particle)와 파동(wave)의 성질이 같아져 구별할 수 없는 양자현상에 의하여 구별된다. 중력의 문제점은 미시세계에서 드러났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양자법칙과 결합시켜 미시세계에서의 중력원리인 양자 중력(quantum gravity)이론을 완성시키고자 시도하였으나 서로 수학적 모순을 일 으켜 공존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 양자법칙인 불확정성원리에 따르면 짧은 거리는 높 은 에너지, 무거운 질량에 해당하여 시공간이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더 짧은 거리에 서는 더욱 높은 에너지, 더욱 무거운 질량에 해당하여 결국 거리를 0으로 보내면 무 한대의 에너지, 무한대의 질량에 해당하여, 시공간 구부러짐이 무한대로 요동할 것이 다. 문제는 무한히 구부러진 시공간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구사할 수 있는 수학적 방 법이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는 시공간이라는 점이다.

답보상태의 궁극적 양자중력이론을 찾는 문제에 극적인 해결을 제시한 이론이 바 로‘끈 이론’이다. 결정적 착안은 1974년 제안되었으나 기본이론구조가 밝혀진 1984 년에 이르러서야 극적으로 끈 이론이 대두되어, 인류역사상 최초로 양자법칙과 중력 을 모순없이 통합하여 미시세계의 중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끈 이론의 출발점 은 기본단위가 점이 아니라 고무밴드와 같은 선이라는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다. 그 직 경은 엄청나게 작아서 약 10조개의 끈을 연결한 것들을 다시 약 10조개 합쳐놓아야 머리카락 하나 정도 되는 굵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끈의 크기는 끈의 직경 정도 이므로 끈 사이의 거리도 직경보다 작게 만들 수 없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앞서 설 명했던 양자중력의 문제 즉 에너지와 질량이 무한히 커지는 문제를 피할 수 있는 것 이다.

끈 이론의 특성중 하나는 양자영역의 중력을 설명하기 위하여 부차적 구조들로서 게이지 대칭성을 가지는 자유도를 수반하고 있음이다. 앞서 기본힘을 전달하는 W, Z, 부착입자 및 광자들은 모두 게이지 대칭성을 기본구조로 두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많 은 연구자들로 하여금 끈 이론을 우주만물원리로‘허황된 꿈’을 꾸게 만들었다. 그 러나 분명히 명심하여야 할 것은 이러한 게이지 대칭성은 양자중력을 구현하기 위하 여 부차적으로 도입된 요소들이지 그 자체가 끈 이론 구조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1990년대에 이르러 끈 이론 연구자들은 끈 이론이 양자중력의 궁극적 형태가 아 님-다시 말하면 끈 이론보다 더 근원적인 실체가 존재함-을 인 식하게 되었다. 이 실마리의 시발점은 끈 이론을 양자법칙에 따 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제시되었는데, 내가 1990년 처음 제창한 끈 이론의 S-양면성(兩面性)을 이후 확장, 심층 연구하 면서 시작되었다. S-양면성이란 끈사이의 결합힘이 약한 경우 와 강한 경우가 똑같아 구별할 수 없다는 특성이다. 끈 이론의 또다른 특성은 T-양면성(兩面性)인데, 끈의 에너지를 높이는 두 가지 방법인 진동과 길이 늘임이 똑같아 구별할 수 없다는 특 성이다. 1990년대 중반 S-양면성과 T-양면성을 동시에 결합시

(7)

키면 다양한 끈 이론들을 모두 M-이론이라는 일관된 체계를 통하여 이해할 수 있다 는 통합성을 발견하였다. 이 발견의 개념적 중요성은 양자효과를 기하학적으로 여분 의 1차원 공간을 통하여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물리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새 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을 의미하는데 고전역학이 물리법칙의 선행원리이고 양자역학 은 그 요동효과가 작은 경우 유효한 접근방법론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끈 이론은 완성된 이론이 아니며 그 발전단계에 있어서 현재진행형이다. 끈 이론 의 가장 중요한 혁명은 중력이 더 이상 기본힘이 아님을 인식한 것이다. 즉, 중력을 기 본힘이라고 여기고 원리를 밝히고자 노력해 온 정점에서 그 본질에 관한 항상성이 소 멸된 것이다. 일견 고전중력이나 양자중력 모두 발현된 부차적 현상이며 이를 발현시 키는 주체는 중력과는 관계없는 다른 구성요소들이다. ‘홀로그래피원리’로 일컬어 지는 이 새로운 원리는 끈 이론보다 근원적인 중력의 작동원리를 밝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논리적 나침반을 제공하고 있다.

끈 이 론 의 취 약 점

끈 이론의 한가지 취약점은 시공간 차원이 10차원이어야 하며 따라서 4차원의 시 공간과는 현격하게 다른 점이다. 한가지 상투적인 방법은 10차원중 6차원 공간의 크 기를 엄청나게 작도록‘조작’하는 것이다. 다행히 필요조건들을 충족시키는 6차원 공간들은 수학자들이 이미 분류하였으므로 이 방법을 통하여 거시세계의 4차원 시공간을 구성할 수 있겠다. 가능한 6차원 시공간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은 엄청난 과업이다. 그 혼신의 노력은 가히 가상하나 결국 끈 이론이 가지는 취약점의 분류나 마찬가지여서, 양자중력을 규명함에 있어서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스럽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끈 이론 연구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 문제에 집착하였다.

명확히 규정된 용이한 수리적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화이트헤드(A. N. Whitehead) 에게 귀 기울이자면 전문분야에 집착한 학자란‘그 자신의 단편적 지식과 다른 사람

(8)

의 지식을 혼합시키는 종잡을 수 없는 사변에 분개하게 되어, 곧 자신의 기본적 생각 이 흐트러지고 뒤틀리고 변경되는 것을 발견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일 뿐이다.

끈 이론의 다른 취약점은 실험검증 가능성이‘현재로서는’없다는 사실이다. 그로 스(D.J. Gross), 위튼(E. Witten)도 이 문제는 끈 이론의 가장 심각한 당면과제라고 갈파하고 있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끈 이론의 무엇을 살펴보더라도 극한 미시세계 에서 발현되는 제반 특이성들이 관찰가능한 거시세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말 그 대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문제가 실험검증에 필요한 과 학기술문명의 발전도가 충분치 않아서 야기되는 시한적 취약점일 뿐 이론 자체의 기 본구조에 기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 사실 아인쉬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조 차 1밀리미터 이하 혹은 1억킬로미터 이상의 영역에서 실험, 검증하는 것은 현재 그 리고 앞으로 당분간의 과학기술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끈 이론의 결정적 취약점은 끈 이론이 엄밀하게 따지자면 중력-특히 양자중력-을 이 해하기 위한 구성체계(framework)일 뿐이지 그 자체가 과연 자연과 부합하는지 아 닌지 즉 맞는지 틀리는지 심판을 받을 구체적 명시이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의 비 유가 도움이 되겠다. ‘반도체의 연산구조가 0과 1로 구성된 2진법에 해당한다’라는 설정은 훌륭한 구체적 명시이론이다. 이 2진법을 자연수, 실수, 복소수 등의 보다 확 장된 일반구조에 포함시켜 이해하려 시도할 수 있겠으나 이는 더 이상 구체적 명시이 론을 다루는 것이 아니고 대수(algebra)라는 구성체계의 일부로서 반도체의 연산구 조를 추론(deduction)하는 것에 해당할 뿐이다. 이러한 면에서 끈 이론은 구체적 검 증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극히 어려운 체계임은 분명하며, 이 분야의 전문연구자들 은 균형잡힌 관점에서 취약점을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 다. 그러나, 끈 이론이 위의 비유에 비하여 현저히 다른 점은 (이론이 아니라) 구성체

(9)

계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론적 측면 에서 구체적으로 예측하고 있음이다. 즉, 끈 이론의 대상인 양자중력이 중력과는 전 혀 관계없는 보다 근원적인 실체에 의하여 발현된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홀로그래 피원리’가 이러한 예측인데, 중력이 더 이상 기본힘에 해당하지 않음을 뜻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혁명적 관점을 제시하 고 있다.

이러한 끈 이론의 취약점들에 도취하기 이전에 다시 플라톤의 대화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소크라테스여, 우리가 여러 신이나 우주의 생성에 대한 지금의 이야 기를 모든 측면에서 일관되고 완전한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해도 놀 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게 그럴듯한 설명을 제시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말을 하고 있는 나나 듣고 있는 너도 결국은 인 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며, 그럴듯한 이야기 이상의 것은 찾지 말고 그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끈 이 론 의 인 식 과 실 험 에 관 한 문 제

자연과학의 현저한 특징은 체계적인 실험, 관찰을 통하여 관념의 객관적 확인과정 을 가지고 있음이다. 이는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문명의 엄청난 발전을 가져다 준 결 정적인 요소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험 및 관찰은 지각과 인식이라는 과정을 통 하여 우리의 관념 속에 자리 잡은 이론적 체계와 어우러진다.

그러나 이제는 이에 대한 심층적 고찰이 필요한 시점─특히 물리학에 있어서는─이 라고 본다. 이는 20세기 현대철학의 쟁점들과도 연결된다. 한슨 (N.R. Hanson)은

‘논리 안에 없는 것은 지각 안에도 없다’는 논제를 통하여 실험과 관찰이라는 사유행 위가 선행관념과 얼마나 독립적인지 여부를 제기하고 있다.

과학은 실험에 의거하여 반복 검증이 가능한 경우에만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다른 학문들과 구별된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시각에서 재고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검증이란 실험을 통하여 판단하는 작업이므로, 필연적으로 감각 (sense, feeling) 그리고 이로부터 지각(perception)이라는 인간의 행위와 의식이 결 부되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지각의 항상성(invariability)에 대하여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관찰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어떤 선행지식을 가지고 있 느냐에 의하여 지배적으로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L. Wittgenstein) 의 비유를 빌리자면‘두 동물의 형태를 선행학습으로 잘 알고 있는 경우에만 우리는 토끼와 오리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백번, 천번 까다로운

끈 이론의 결정적 취약점은

끈 이론이 엄밀하게 따지자면 중력-

특히 양자중력-을 이해하기 위한

구성체계(framework)일 뿐이지 그 자체가

과연 자연과 부합하는지 아닌지

즉 맞는지 틀리는지 심판을 받을

구체적 명시이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10)

이수종 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학과 졸업(1982),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이론물리학 석,박사 (1986,1988) 취득함. 이후 산타바바라 이론물리연구소 연구원 (1988~1990), 예일대학교 및 프린스턴대학교 연구 조교수 (1990~1994),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연구위원 (1996~1997, 2003~2004)등 역임 후 현재 서울대학교 자연 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재직중. 고에너지 및 양자장이론, 우주론, 끈 이론, 응집물리등 이론물리학 제 분야 에서 논문 108편, 저서 1편 발표. 현재 SCI 국제학술지 Classical and Quantum Gravity, Journal of High- Energy Physics 편집위원으로 활동. 우수연구업적으로 이태리 J.J. Sakurai상 (1984), 미국 SSC 펠로우쉽 (1990), 미국 Monell 펠로우쉽(1996,2003), 유네스코 ICTP상 (2001), 서울대 연구상 (2002), 영국 Institute of Physics 종신펠로우 (2004), 독일 Bessel상 (2004), 경암상 (2006) 등 수상.

P r o f i l e

실험을 한들 인식의 틀에 대한 지평선을 넓히지 않으면 대변혁(breakthrough)은 일 어나지 않는다. 당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고 방대한 관측결과를 가지고 있던 티코브 라헤는 계속 천동설에 바탕을 둔 신우주설을 주장하였으나, 그로부터 소외당한 코페 르니쿠스는 빈약한 관측자료에도 불구하고 오랜 사유 끝에 지동설을 발견하였다. 20 세기 초 허블 역시 마찬가지로 빈약한 실험자료에도 불구하고 우주 팽창을 제창한 것 도 마찬가지이다. 즉, 과학적 혁명은 크든 작든 관찰 및 실험의 정보라는 아래쪽에서 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이라는 위쪽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끈 이론을 위시한 이론과학이 21세기의 과학발전에서 어떠한 위치와 역할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겠다. 즉, 현대과학의 발전이 지속되려면 이성논리와 수 학적 객관성에 바탕을 둔 사고경험(Gedanken)을 보다 발전시켜 실험, 관찰 결과를 다양하게 인식할 수 있는 가능한 틀(framework)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

이로부터 21세기에 다양하게 표출될 자연의 새로운 현상들에 직면하였을 때, 올바른 해석과 이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중력의 기본원리를 밝히는 작업인 끈 이론은 이제 가장 흥미로운 전환기에 다다르 고 있다. ‘홀로그래피원리’를 통하여 중력이 더 이상 기본힘이 아니라는 엄청난 사 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중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밝혀내야 할 것 이 무수히 많을 뿐이다. 이는 동시에 21세기 물리학의 방향을 가름지을 가장 중요한 논제이기도 하다.

(11)

끈 이론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자연의 근본 이론을 표방하는 하 나의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역시 잘 알려져 있듯이 아직까지도 실험이나 관측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는 커다란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필자는‘String Theory Meets the Real World’라는 제목으로 모 대학에서 초청 강연을 하면서 약간의 원성을 산 일이 있다. 과대 광고의 소지가 다분하였음은 본인이 처음부터 인정하고 강연을 시작했으므로 그다지 뭇매를 맞지는 않았지만. ‘Meets’를‘To Meet’정도로 바꾸었으면 조금 더 사실에 가까웠을까?

끈 이론은 1970년대 초에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은 핵자들의 구조에 대한 하나의 양자 역학적인 모델로서 탄생을 하였는데, 곧 양자 색역학(QCD)을 포함한 게이지 양자 장론에 자리를 내 어주고, 1970년대를 조용히 보내야만 했다. 이 것이 끈 이론이 세상을 만나려 한 첫 시도였다. 재미있는 것은 오늘의 끈 이론 이 각광을 받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 즉 끈 이론에는 양자중력 이 항상 포함되어 있다는 엄청난 사실이, 끈 이론의 첫 암흑기 인 이 기간에 알려졌다는 점이다. 이는 1975년 John H.

Schwarz와 Joel Scherk, 그리고 Tamiaki Yoneya등에 의해 발견되었다.

Schwarz는 오랫동안 Caltech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을 했는데, 일설에 의하면 다시 리처드파인만(Richard Feynman)

초 끈 이

을 만 난 다

글 _ 이필진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12)

에게 꽤나 구박을 받았다고 한다. 아마도 스스로를 바빌론적인주)과학자라고 말하기 좋아한 파인만에게는, 이‘끈’이라는 작은 물체를 근간으로 하는 이론을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고무줄 같이 생긴 일차원적 물체가 우주의 근본 구성원 이라는 생각이 어디 만화에나 나올 법한 발상이라는 느낌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이 끈 이론이 초끈이론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다시 각광을 받게 된 것이 1983년의 Schwarz과 Michael Green의 짧은 논문 하나를 통해서였 다. 당시에는, 새로운 가속기 실험 결과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소립자 이론의 예측이 착착 맞아 들어가고 후자의 이론체계가 거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 때 문이었는지 학문의 선두에 있던 학자들은 아인슈타인 후 미제로 남아 있던 양자 중력 에 다시금 관심을 쏟기 시작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대체적으로 자연의 구조를 명확히 알아가고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고, 중력의 양자화 문제가 소립자의 그것에 비해 근본적으로 얼마나 다른 종류의 문제인 가 혹은 초끈이론의 구조가 얼마나 복잡한지가 충분히 인지되지 못 하고 있었지 않나 싶다. 양자 중력의 이해보다는 그 존재에 만족하는 정도였고, Green과 Schwarz의 결과가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오히려 당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립자들과 그 상 호작용을 양자 중력과 한 울타리에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였기 때문이었 다.

그리고 1980년대의 초끈 연구는 이런 맥락에서 계속되어, 주로 이미 검증된 소립 자 이론들을 자연스럽게 포함하는 특별한 초끈을 찾는데 주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렇게 실험결과와 부합하는 특정 이론을 흔히‘표준모형’이라고 부른다. 초끈의‘표 준모형’을 찾으려던 이 노력은 끈 이론이 실제 세상과 만나려 한 두 번째의 시도였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리고 1990년대 중반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겪은 현재의 초끈이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초끈이론에 대한 전문가들 자신이 가진 현 재의 시각은 1980년대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것이다. 과거의 연구 중점이 소립자‘표 준모형’을 재구성하는데 있었다면, 지금의 초끈이론은, 이와 달리 이 새로운 패러다 임의 구조적인 이해에 그 중점이 있다.

숨겨진 구조의 가장 기괴한 일례를 들자면, 1970년대, 끈 이론의 첫 현신을 무용지 물로 만들었던 양자 색역학(QCD)을 이제는 초끈이론 체계 안에 들어있는 일종의‘중 력’으로서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이상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사 실 QCD안에‘끈’과 같이 보이는 구조, 즉‘QCD끈’이 있음은, 초기의 끈 이론이 나 오게 된 실험적인 배경이기도 하며 오랫동안 회자되어온 추측이다. 그러나, 이와 초 끈이론의 끈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1997년 AdS/CFT라는 새로운 가설이 발견되고 연구되면서 전혀 다른 국면을 맞았다.

이를 위해, 양자 장론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재규격화에 대하여 먼저 설명해 보자.

재규격화의 기본적인 틀은 주어진 입자들이 서로 상호 작용을 하는 방식이, 그 에너 지의 크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주어진다는 점에 있다. a + b → a’+ b’ 라는 현상을

(13)

기록하되 a+b의 합쳐진 에너지가 10배씩 커질 때 마다 하나씩 따로따로 기록하였다 고 하자. 재규격화란, 이렇게 에너지가 10배가 될 때 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상호 작 용을 서로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고전적인 역학에서 기대하는 것 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양자 장론과 그 재규격화를 매우 복잡하 게 만드는 이유이다.

이제, 각 에너지에서의 a + b → a’+ b’ 라는 현상이 그려진 그림들을 한곳에 모아 에너지의 크기에 따라 정렬하자. 그러면, 원래 있던, a + b → a’+ b’ 가 그려진 4차원 시공간에서의 그림들이 에너지를 새로운 축으로 쭉 늘어서고, 이들을 부드럽게 연결 하면 5차원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원래 그림이 a, b 와 a’, b’ 라는 입자들의 궤적 이었으므로 이들을 다른 에너지 방향으로 전부 연결하면, 각각 A, B 와 A’, B’이라는 끈들의 궤적이 그려지게 될 것이다.

즉 a + b → a’+ b’ 이라는 그림을 에너지마다 하나씩 그리는 대신, A + B → A’+ B’

이라는 끈과 끈의 상호작용이 가상의 5차원 시공간에서 그려지는 것이다. 물론 여기 서 끈이 늘어진 방향은 주로 에너지 방향이 될 것이지만, 즉 a + b → a’+ b’ 의 상호 작용이 에너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므로 원래의 4차원 시공간 방향으로도 조금씩 늘 어져 있을 것이다.

AdS/CFT라는 구조가 알려 주는 것은, a + b → a’+ b’ 라는 핵자들의 상호 작용을 알기 위해 4차원 QCD를 쓸 수도 있지만, 그 대신 5차원에서의 A + B → A’+ B’라는 끈들의 상호 작용을, 특정한 끈 이론을 사용해서 기술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때, 이 늘 어진 끈들을 4차원 방향에다 투영한 것이 다름 아닌 위에 언급한‘QCD끈’이라는 것

(14)

이 AdS/CFT가설의 설명이다. 특히, a, b의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입자의 종류가 매 우 많아지면 이에 해당하는 5차원 끈 이론은 오히려 점점 단순해져서, 마침내 5차원

‘중력’만으로 상호작용을 기술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 때 말하는‘중력’은 우리 우주의 천체를 관장하는 실제의 중력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체계를 그대로 가지지만 그러나 QCD와 관련하여 5차원의 Anti de Sitter (AdS) 라는 가상의 시공간에 나타나는 수 학적인 체계를 말한다. QCD를 풀어주는 일종의 컴퓨터라고 하는 게 옳겠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초끈이론 체계를 보는, 그리고 사용하는 시각이 바뀌어 가 고 있음을, 이 예시가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양자 장론을 비유하여 이야기 하자.

후자는 분명히 소립자의 첫 이론 모형인 QED에서 시작되었으나, 양자 장론은 하나 의 모형에 국한된 이론이 아니라 물리학 전반에 걸쳐 쓰이고 있는 패러다임이며 계산 방식이다. 예를 들어 초전도체 현상, 분수 양자홀, 넓게는 상전이 현상 전반이 모두 양 자 장론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자연 현상들이다.

마찬가지로 작게는 소립자들 크게는 우리 우주의‘표준모형’을 만들기 위해 만들 어진 초끈이론 역시 이제는 이 특정한 응용에 묶여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AdS/CFT 라는 미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하여, 이제 초끈이론은 핵자들의 상호작용인 QCD를 계산하는 방법으로서 다시 한번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가는 길이야 어찌 되었건, 세상을 향했던 그 첫 번째 시도가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을 이상한 방법으로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초끈이론의 원래 목적으로 돌아와 보자. 사실, 우리 우주의 모든 근본적인 상 호작용과 소립자를 모두 설명하는‘표준모형’을 찾는 작업은 아직 그 결실을 보고 있 지 못하다. 즉, 이에 해당하는 특정한 초끈이론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초끈이론의 체계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광활함에 있는 것 같다. 이 패러다임의 광활함은 위의 AdS/CFT라는 이상한 현상이 있음을 통하여 일 부 보았지만, 우리 우주의 현재 모습에만 눈을 돌려 특정한 응용에만 관심을 쏟는다 해도 역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1980년대 초끈이론가들의 꿈은,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모델이 하나 자연스럽게 나타나 중력이론과 소립자 이론이 통합된‘표준모형’이 되어 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는 마치 양자 장론을 잘 이해하고 나면, QCD가‘유일 무이(唯一無二)’한 이론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양자 장론이라는 패러다임의 효용성을 매우 과소평가하여야 만 할 수 있는 기대이다. 마찬가지로, 초끈이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유일무이 (唯一無二)’한 모델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초끈이론으로 만들 수 있는 모델의 다양함은 어느 정도일까? 이미 1980년대에 5가지의 초끈이론만이 10차원에 존재함이 알려져 있었고, 그 비교적 작 은 숫자가 많은 연구자들을 매료 시켰다. 그러나 실제 우주는 4차원이므로 나머지 6

(15)

차원을 안 보이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의 한 방법은 6차원의 공간을 작은 다 양체로 바꾸는 것이다. 이에 적절한, 흔히 Calabi-Yau 다양체로 알려진 공간의 종류 가 최소한 수 만 가지임이 이미 1980년대 말경에 알려지게 되었으나, 당시만 해도, 초 끈이론의 상호작용들을 다 이해하면 이 수 만 가지 중 하나만이 살아 남을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 작용들을 상 당히 이해하게 된 지금, 최근의 연구 결 과에 따르면, 가능성이 줄어들기는커 녕 엄청나게 늘어나 버렸다. 현재 알려 진 것으로는, 이 수 만가지 다양체가 모 두 다 가능할 뿐 아니라, 이 각각의 다양체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4차원 이 론 모형의 종류가 하나가 아니고, 작게 는 수십 가지에서 많게는 10500가지까 지 엄청나게‘다양’하다. 물론, 6차

원을 안 보이도록 하는 방법으로 다양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아주 특별한 경우에 불 과하다는 것을 알고 나면, 위의 숫자들 역시 최소한의 가짓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게 된다.

이는 과거에 초끈이론이 가지고 있던 신화를 분명히 깨어버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다지 놀라울 것은 없다.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이론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맞추어지지, 이론에 맞추어 세상이 만들어 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보면, 초끈이론이 라는 패러다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의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세상에서의 실험과 관측에 맞아떨어지는‘표준 모형’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많아질 뿐이다.

이런 시각이, 그 논리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 그다지 곱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 데에 는, 현재 초끈이론의 특수성, 즉 주어진 모델의 결과물들을 직접 자연과 연결할 만한 관측 사실이 아직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러한‘진퇴유곡(進 退維谷)’의 상황을 풀어줄 것은 초기 우주에 관련된 천체 물리적인 관측 밖에 없지 않 나 생각된다.

우리의 우주는 이상하리만큼 간단하다. 예를 들어 거시적으로나마 우주에 특정한 방향성이 없고 특별한 지점도 없다는 관측사실이 오래 전부터 받아들여져 왔는데, 이 를 설명하는 패러다임이 소위 급팽창 우주, 즉 과거에 한번‘뻥튀기’를 거치면서 모 든 것이 희석되었고, 그 백지 위에 현재의 우주가 만들어 졌다는 생각이다. 이‘뻥튀 기’의 잔재는 오늘의 우주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데, 이의 관측을 통해 최근 우리 우주 의 나이가 138억년 정도임을 정확히 알아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초기 우주는 초끈이론이 한 몫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많은 시기이다.

예를 들어 급팽창이 끝나는 시점에 초끈들의 잔재들이 남아 지금도 곳곳에 기다랗

이런 시각이, 그 논리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 그다지 곱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 데에는, 현재 초끈이론의 특수성, 즉 주어진 모델의 결과물들을 직접 자연과 연결할 만한 관측 사실이 아직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러한 進退維谷의 상황을

풀어줄 것은 초기 우주에 관련된 천체 물리적인

관측 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16)

게 늘어져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만일 이들을 관측할 수 있다면, 아마도 초 끈이론의 아킬레스 건, 즉 그 존재의 의문점을 단 번에 해결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초끈이론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급팽창에는 우주 상수라고 불리는 일종의 에너지밀도가 필요한데, 가장 간단 한 이론들의 경우 당시의 값과 현재의 관측 값을 비교하면 무려 10110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현재의 값이 왜 이렇게 작아 졌는지를 이를 설명하는 문제가 우주 상수 문제인데, 이는 현재 이론 물리의 난제 중 난제이다. 이에 대하여, 일부 초끈이론가들 은 최근 조금 엉뚱한 설명을 하나 던져 주었다. 즉, 우주상수가‘과학적인 인간원리’

로만 설명할 수 있는 일종의 환경 변수로 물리적 법칙이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위의 무수한 모형의 존재는 무수한 우주로 이어지고, 그 중 일부에는 은하와 별, 행 성 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인데,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의 우주 상수의 값이 관측된 값 보다 10배 이상 컸다면, 은하 자체의 생성이 그리고 따라서 행성의 출현이 물리적으 로 불가능해진다는 결과이다. 초기 우주의 급팽창과 같이, 우주를 백지 상태로 돌려 놓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치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가 섭씨 10도 부근인 것이 자연 의 물리 법칙과 아무 상관 없는 환경적 우연이듯, 우주 상수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다.

10500가지의 우주가 존재하면, 그 중 일부가 특별히 작은 우주 상수를 가지고 있고, 그 일부 우주들에서만 은하가 탄생한다는 것이 그다지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다. 이 견해를 초끈이론의‘결과물’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렇 다고 그 가능성을 무시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초끈이론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그 동안 초끈이론은 양자 중 력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주었고, 이를 통해 양자 장론의 새로운 면을 알게 하였으며, 심지어는 수학의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으나, 실제 세상과는 아직도 거리 를 두고 있다. 그러나, 초끈이론에 대한 초기의 오해가 걷어져 가면서, 이 패러다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조금 더 명확한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세상이라는 초 상화는 아직 구상 중이지만, 최소한 밑그림 그리는 방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다. 초끈 이론이 어디에서 어떻게 우리의 실제 세상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이필진교수 현재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이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1994년 박사학위 취득 후 컬럼비아 대학과 코넬 대학에서 M이론과 초대칭 양자론에 대한 연구를 하였고, 현재는 초끈이론의 입자 현상론 및 우주론에 의 응용에 관심을 쏟고 있다.

P r o f i l e

(17)

현재 모습의 끈 이론이 발전되기 시작한 시점은 1970년대, John Schwarz, Leonard Susskind 란 사람들이 1차원 물체인 끈을 양자역학 적으로 다루기 시 작하면서입니다. 1980년대에 들어와 Edward Witten을 비롯한 여러 사람 의 끈 이론 학자들에 의해 매우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Joseph Polchinski 가 도입한 D-brane, 그리고 1990년대 후 반 Juan Maldacena의 AdS/CFT duality, 그리고 끈 이론에서의 쌍대성의 발견과 아직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M 이론의 존재 등의 발견으로 끈 이론은 현 재 매우 활발한 연구 상황에 있습니다.

Edward Witten은 끈 이론에서 얻은 결과들을 수학에 적용하여 많은 수학자들 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Cumrun Vafa와 Andrew Strominger는 블랙 홀의 엔트로피를 끈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끈 이론 학자 들이 긴밀한 공동 연구를 통해 국제적인 연구 활동을 많이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미 국 의 Princeton, Harvard, Stanford, Caltech 등의 대학들과 IAS, KITP 등의 연구소를 비롯하여 유럽의 DAMTP(영국), Max-Planck(독일), DIAS(아일랜드), ICTP(이탈리아) 등등 의 많은 연구소들, 그리고 한국의 KIAS와

서울대, 연세대 등이 주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도와 중국에도 많은 연구소 가 세워져 국제적인 협력이 강화되고 있 습니다. 최근에 Brian Greene 이라는 Columbia 대학의 저명한 끈 이론학자가

‘Elegant Universe’라는 제목으로 일반 인을 위한 끈 이론 책을 저술하여 큰 호응 을 얻었습니다.

미국 PBS의 다큐멘터리 NOVA 영상물 로도 제작되어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습 니다.(http://www.pbs.org/wgbh/

nova/elegant/ 에 방문해 보세요.) 끈 이 론에 대해서 쉽게 소개한 곳을 인터넷에 서 찾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http://

superstringtheory.com/과http://

en.wikipedia.org/wiki/String_the- ory 를 방문해 보세요.)

세계의 끈 이론 연구 현황

글 _ 이호웅·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조교수

(18)

연구의 현장

_ 수학부

시무라 다양체에 대하여 1)

글 _ 이동욱·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

1) 시무라 다양체는 프린스턴대학교의 교수였던 일본인 수학자 고로 시무라(Goro Shimura)의 공헌을 기려 이름이 지어졌다.

2) 도넛의 표면이면 곡면이라 부르는게 자연스럽지만, 이는 실수좌표를 갖는 공간으로 보는 입장이고, 좌표평면 R2이 일차원 복소공간이듯, 도넛의 표면은 일차원 복소 곡선으로 보는 것이 더 편리하고 유용하다.

3) 예를 들어 직사각형의 경우, 직사각형을 마주보는 평행한 한 쌍의 변을 구부려 이으면, 원통(실린더)이 얻어지는데, 거기서 원통을 구부려 양 끝을 붙이면 도넛의 표면이 얻어진다. 물론 평행사변형이 직사각형이 아닌 경우에는 적당히“뒤틀리는”작업이 더 필요하다.

4) 두 평행사변형이 서로 비례하면 그에 대응되는 타원곡선들은

“수학적으로”같다고 본다.

1

시무라 다양체 연구의 역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 라가는데, 그 시작에 있어 복소함수론, 대수기하 (곡선)론 및 정수론이 모두 연관되어 있었다. 현대 수 학에 있어서도 시무라 다양체는 대수기하학과 정수 론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데, 대표적인 것으로 그 해결이 20세기 후반 산술적 대수기하(arithmetic geometry)에 있어서 가장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는 몰델의 추측(Mordell con- jecture)과 페르마의 마지막 문제(Fermat’s last theorem)를 들 수 있다.

1.1

먼저 시무라 다양체의 가장 고전적인 예라 할 수 있 는 타원 모듈러 곡선(elliptic modular curve)을 설 명하고자 한다.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타원 모듈러 곡선은 그 각 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타원곡 선(elliptic curve)들에 대응되는 곡선인데, 대수 방정식들의 해집합이 된다. 타원 곡선은y2 = x3 + ax

+ b를 만족하는 복소수 쌍(x,y) 들의 집합으로, 그 모 양만을 보면 도넛의 표면처럼 생겼다.2)이러한 도넛 의 표면은 평행사변형의 네 변을 서로 평행한 두 변 들끼리 각각 이어 붙여서3)얻어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타원곡선을 이러한 (변들이 적당히 동 일시된) 평행사변형으로 단순화하여 이해해도 무방 하다. 이러한‘평행사변형’(=타원곡선)들의 집합 을 좌표화하는게 가능한데, 우선 주어진 평행사변형 을 적당히 rescaling하여4)한 변이 복소평면에서 원

SL(2,Z)의 기본영역

(19)

점과 1을 잇는 선분이 되게끔 한 후, 평행사변형이 실 수축위에 있는 복소평면의 상반면(upper half plane)에 위치하게 놓으면, 평행사변형의 나머지 두 꼭지점들은 적당한 복소수=에 대하여 =와 1+=가 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복소상반면 의 각 점이 타 원곡선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상 반면의 서로 다른 두 점w, w’이 수학적으로 같은 타 원곡선을 정의할 수 있다는 사실5)을 고려하면, 서로 다른 타원곡선들의 집합이 하나씩만 나타나는 매개 공간(parameter space)을 찾기 위해서는 같은 타원 곡선을 정의하는지 복소상반면의 점들간의 관계를 알 필요가 있는데 그 해답은 다음과 같다. 복소상반 면의 두 복소수=1,=2가 같은 타원곡선을 정의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2= (ad-bc=1)을 만족 하는 정수 a, b, c, d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 계에 있는 복소상반면의 복소수들을 동일시하면, 타 원곡선(=“평행사변형”)들의 집합은 다시 복소평면

C와 자연스럽게 일대일 대응이 됨을 추론할 수 있는 데, 이를 수학적으로 정리하자면, 타원곡선들의 집 합이 다시 자연스럽게 수학적 대상(즉, 복소평면)이 된다 할 수 있다.

1.2

일반적인 시무라 다양체가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논의를 좀 더 수학적으로 살 펴보자. 위의 식=2= (ad-bc=1)에서=2는 복 소상반면 H에서 다시 H로 가는 mapping f(z)=

(ad-bc=1)에 의한=1의 image로 볼 수 있는 데,6)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각각의 orbit(=모든 가능한 이러한 mapping들에 의한 어떤 한 점의 image들의 집합)이 하나의 타원곡선에 대응되며, 타 원곡선들의 집합은 복소상반면에 작용하는 적당한 mapping들의 집합의 orbit space로 이해할 수 있다.

5) 예를 들어,== 와 ==2i에 대응되는 평행사변형들은 서로 비례한다.

6) 이러한 mapping을 뫼비우스 변환(Mobius transformation)이라 부르는데, 뫼비우스 변환들(을 모아 놓은 집합)의 중요한 성질중

하나는 두 뫼비우스 변환의 합성도 또한 뫼비우스변환이라는 사실이다.

7) 예를 들면, 참고로, H=D1이다.

i 2

a=11b c=21d

a=11b c=21d

az1b cz1d

y

2

= x

3

- x y

2

= x

3

- x+ 1

타원곡선의 두 가지 예

(20)

2.1

시무라 다양체(Shimura variety)는 타원 모듈러 곡선(elliptic modular curve)의 (여러 가지 의미에 서의) 일반화라고 할 수 있다. 시무라 다양체를 정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앞에서 나온 복소상반면 H에 대 응되는 공간(‘유계 대칭 영역’)이 필요한데, 이는 보 통 다차원 복소공간의 적당한 부분집합이 된다.7)또 한 그에 작용하는 적당한 mapping들의 집합이 필요한데, 이러한 집합들은 보통 적당한 행렬들의 집 합으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8)

일반적인 시무라 다양체는 이와 같은 mapping들 의 orbit space로, 타원 모듈러 곡선에서처럼 적당 한 다양 방정식의 해집합이 되기도 하고(Baily-

Borel, 1966), 무엇보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타원 모 듈러 곡선의 예에서처럼 어떤 자연스러운 기하학적 대상들의 집합(moduli space)으로 해석될 수 있음 이 알려져 있다.

2.2

처음에 언급한 바와 같이 몇몇 고전적인 시무라 다 양체들은 이미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되어왔다. 그러 나 (시무라에 의한) 일반적인 시무라 다양체의 도입 과 연구는 주로 산술적인 측면에서의 관심으로부터 비롯되었다.

1950년대 후반에, 시무라(Shimura)는 다양한 산 술 군(arithmetic group)에 의한 복소상반면 H의

8) 앞에서 나온 뫼비우스 변환의 집합은 에 의해 행렬식이 1인 정수계수의 행렬들의 집합과 자연스럽게 동일시되며, 이 대응은 두 집합의 연산(즉, mapping의 합성과 행렬곱) 또한 보존한다.

9) 유리수계수의 방정식의 해가 될 수 있는 수들. 예를 들어¤-1, 2 +3 of 1+ fi2007,... 참고로, 복소수 가운데에는 대수적 수가 아닌 것들이“훨씬”더 많다. (예,p, e, log 2,...)

10) 유리수체상의 quaternion division algebra로부터 얻어지는 시무라 곡선의 제타 함수에 대한 이때의 결과는 보형형식(modular form)의 L-함수에 대한 아이쉴러(Eichler)의 연구와 함께 당시 시무라로 하여금 유리수체상에서 정의되는 모든 타원곡선을 매개화하는데 타원 모듈러 곡선만으로 충분함(시무라-타니야마 추측, Shimura-Taniyma conjecture)을 확신케 한 주요 증거였다 (1996 Steel Prizes. Notices Amer. Math. Soc. 43(1996), no.11).

복소타원곡선을 정의하는 평행사변형

f(z)=az1bcz1d( )abcd

(21)

몫공간(quotient space)들이 다항방정식의 해집합으로 나 타내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는데, 시무라의 결과에서 더욱 주목할 만 한 사실은 이러한 방정 식들을 그 계수들이 적 당한 대수적 수9)가 되게 끔 찾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러한 방정식들 가 운데서 어떤 수론적 성질을 만 족하는 것이 유일하게 존재한 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이러한 모델들의 하쎄-베이유 제타 함수(Hasse-Weil zeta function)의 정확한 모양을 결정짓는데 성공하고,10)그 후에 훨씬 다양한 종류의 시무라 다양체들로 이러한 결과(즉, 시무라 다양 체의 수체에서의 표준모델(canonical model)의 존 재정리)를 확장하였는데 이는 시무라 다양체의 산술 이론(arithmetic theory)의 핵심이다.11)

2.3

현재 시무라 다양체는 산술기하(arithmetic geometry)에서 많은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 다. 그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만 소개하면 수체에서 정의된 대수다양체의 Hasse-Weil 제타 함수에 관한 Hasse의 추측과의 관련 때문이다.12)

대수다양체의 제타함수는 Riemann의 제타함 수의 일반화로 볼 수 있으며, Riemann 제타함수가

가지는 특징적인 성질들을 공유 하고 있는데, Hasse는 수체 에서 정의된 대수 다양체의 제타 함수가 Riemann 제타함수처럼 복소평 면 전체에서 mero- morphic continu- ation을 가지며 적당 한 함수 방정식(func- tional equation)을 만 족시키리라 추측하였다.

타원 모듈러 곡선의 제타 함 수에 대한 아이쉴러(Eichler)와 시무 라(Shimura)의 업적이후, 시무라 다양체는 이 추측에 대한 많은 증거를 제시하였다. 또한 사람들 은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 이러한 제타 함수가 보형 L-함수(automorphic L-functions)들의 교대곱 (alternating product)으로 표시될 것이라고 추측 하는데, 시무라 다양체의 경우에는 랭글랜즈 (Langlands)가 그 제타함수에 나타날 것 같은 보형 L-함수들의 모양에 대하여 비교적 정밀한 추측을 하 였고, 후에 이 추측은 랭글랜즈 자신을 비롯한 많은 다른 수학자들에 의해 진전이 이루어졌다.

이 외에도 시무라 다양체를 이야기할 때, 랭글랜즈 대응(Langlands correspondence)에서의 역할 에 대한 얘기를 빠뜨릴 수 없는데, 이에 대해서는 필 자의 역량과 지면관계상 생략함에 대해 독자들의 양 해를 구한다.

11) 먼저 복소다양체로써 제시된x가 대수 다양체로 밝혀지는 경우,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문제가x를 정의하는 방정식들의 계수를 얼마나 작은 체에서 찾을 수 있는가 인데, 그러한 체(field of defini- tion)가 어떤 수체(복소수보다 훨씬 작은!)가 될 수 있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우이며, 또한 그런 경우에라도 그 수체에서 정의되는

“모델”이 일반적으로 유일하지도 않다는 데에 표준모델의 존재정리의 의의가 있다.

12) 앞서 언급된 시무라 곡선의 제타함수에 대한 결과가 확장가능한 공간들을 찾으려던 시도가 시무라가 위에서 정의된 것과 같은 공간(즉, 오늘날 시무라 다양체라 부르는)들을 생각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였다.

(22)

연구의 현장

_ 물리학부

글에 들어가기 앞서서: 앞의 두 분의 교수님이 끈 이 론에 대해서 이미 충분한 설명을 하셨으리라 믿기 때 문에 저는 무엇을 쓸까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래서 범위를 좁혀서 제가 많이 연구해온 주제인 AdS/CFT correspondence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 명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리학을 하다보면 우리가 인식하는 방법을 새롭게 해야만 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동안 물 리학이 택한 인식론의 주된 방법은 역시 환원론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어떤 현상이든지 몇 가지의 기본 적이고 간단한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복잡한 상황도 그 복잡성 자체에 의 미를 두기 보다는 그 복잡해 보이는 현상 너머에 있 을 간단한 설명을 원하는 태도입니다.

물리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 방법론이 얼마나 큰 성과를 주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뉴턴의 역학에 서 시작해 전자기학과 상대성 이론, 그리고 양자 역학과 통계물리의 확립 등등 모두 환원론적 방법론 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원 론적 시각이 틀렸다고는 말하기 힘들 것입니다. 결 국 제가 공부하고 있는 끈 이론도 정말로 작은 길이 와 매우 큰 에너지에서 드러나는 중력과 입자들의 기 본적인 법칙을 환원론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 환원론에는 몇 가지 위험

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다체계의 복잡성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새로운 법칙성을 간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 한 새로운 법칙성은 그 성격상 환원론적으로 기술되 는 성격의 것이 아닐 것입니다. 수많은 개체가 모여 서 서로 상호작용함으로써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은 몇 가지 법칙으로 제한할 수 없습니다. 무한한 가능 성의 영역이라고나 할까요?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고 접하고 있는 자연의 대부분의 현상이 다체계의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처음 환원론을 밀고 나 갔던 동기는 바로 이러한 복잡한 현상들을 간단한 법 칙들로 이해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법칙들로 이해하기에는 다체계의 복잡성이 한 수 위 라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황이 점점 많은 개체를 포함하거나 아니 면 점점 큰 스케일이 되어감에 따라 다른 법칙들로 계속 바꾸어 나가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것처럼 보 입니다. 뒤돌아보면 우리가 효과이론(effective theory)라고 부르는 것들이나 재규격화 이론 (renormalization)이라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자 연스러운 것일 수 있습니다. 재규격화란 우리가 관 심 있는 스케일에서 몇 가지 중요한 물리량만 실험 으로 알고 나면 그 스케일의 물리를 기술하는데 더 이상의 정보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진을 연 구하는데 땅의 기본적인 성질 몇 가지만 알면 되지

이상한 나라의 끈 이론

글 _ 이호웅·고등과학원 물리학부 조교수

(23)

굳이 쿼크나 전자의 법칙을 알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관 점 자체가 이미 환원론을 크게 벗어나 매우 실용적으로 물리학을 다루는 관점 이 아닐까 합니다.

상황이 더 이상 환원론적인 법칙들로 이해되기 힘들 때, 각각의 상황에 맞게 효과이론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실용적인 관점이 단순히 개체가 많이 모이거나 스 케일이 커져서 생겨나는 복잡성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환원론적인 입장 이 적용되어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상황 에 나타날 때 우리의 인식은 도전을 받게 됩니다. 환원론의 두 번째 위험은 어떤 상황에 대한 환원론적인 기술이 오 직 한 가지만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얼핏 보면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만 양 자 역학의 위치와 운동량, 또는 푸리에 급수의 예에 서 알 수 있듯이 두 가지의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상황 이 표현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경우는 괜찮습니 다. 왜냐면 더 큰 양자 역학이라는 틀이 있어서 이 두 가지를 하나의 원리로 묶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 약 이러한 틀은 없는 가운데 어떤 상황이 두 가지의 판이하게 다른 환원론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여 러 가지 질문이 튀어 나옵니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 떤 관점으로써 정의할 것인가부터 출발해서 두 관점 이 같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설명이 필요해 집니다.

수학에서 어떤 물건을 여러 가지 다른 출발점에서 정 의하여 나중에 같다는 것을 보이듯이 우리도 그렇게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물리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가 보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보아 야만 합니까? 우리가 보는 것도 두 가지일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같은 것을 보아야만 하고 그렇 다면 종전에 다르다고 했던 것이 무슨 의미인지가 이

상해집니다. 이러한 질문들을 빠져나가 기 위해서는 양자 역학처럼 두 가지 다른 관점을 통합하는 하나의 원리를 찾 아야만 합니다. 그 하나의 원리 안에서 많은 질문들이 설명될 수 있을 것입 니다.

끈 이론에는 이러한 두 가지 환원론적 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예가 많이 있고 일반적으로 쌍대성이라고 부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이상해 보이는 것 중의 하나가 AdS/CFT correspondence 입니다. CFT는 등각장론 conformal field theory 의 약자이고 양자장론 중에서 특별히 우리가 보는 스케일을 바 꾸어도 그 성질이 변하지 않는 이론입 니다. 여러 가지 CFT가 존재하지만 주로 초대칭성을 가진 게이지 이론인 경 우를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장론이라고 하는 것은 시공간의 각 점에 장(field)이라고 부르는 물리량이 있는 이론인데 중력은 존재하지 않는 이론입니다. 전 자기론에서의 전기장과 자기장을 생각하시면 됩니 다. 장론을 양자화한 것을 양자장론이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시공간의 스케일을 바꾸면 물리량들도 바뀌는 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CFT는 매우 특별해 서 물리량들이 바뀌지 않는 이론입니다. AdS는 Anti de-Sitter spacetime 의 약자이고 대칭성이 매 우 많고 휘어져 있는 시공간입니다. 그런데 이 시공 간의 차원은 CFT가 살고 있는 시공간의 차원보다 하 나가 더 많게 택합니다. 이 공간에서 양자 중력이론 의 유일한 가능성인 끈 이론을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이 이론과 시공간이 한 차원 낮은 CFT가 쌍대성, 즉 같은 상황을 기술하는 두 가지 다른 표현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참 이상한 것은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가진 두 이론이 같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순 되는 듯한 이 쌍대성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서 AdS space의 성질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

(24)

다. AdS spacetime이 (d+1) 차원이라고 할 때, d 차원은 평평 하고 나머지 차원 하나가 좀 특별합니다. 이 차원을 반 경 r 이라고 보통 부릅니다.

r=0인 부분을 지평 hori- zon 이라고 부르고 r이 무 한대인 부분을 경계 bound- ary라고 부릅니다. AdS 가 휘어져 있는 공간인데 그 휘 어짐 때문에 공간에 있는 모 든 물체는 지평 쪽으로 끌어당 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 략적으로 r이 포텐셜 에너지에 비 례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에너 지가 큰 물체는 r이 더 큰 곳까지 갈 수 있

고 에너지가 작으면 지평 근처에 머물러 있게 됩니 다. 즉 어떤 물리 현상의 에너지 스케일에 따라서 그 현상이 AdS spacetime에서 일어나는 지점의 반경 r이 달라집니다. 결국 반경 r을 물리 현상이 일어나 는 에너지 스케일과 대응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CFT를 비롯한 모든 양자장론들에 있어서도 물리 현 상이 어떤 에너지 스케일에서 일어나는가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장론의 기본적인 성질 중의 하나는 에 너지 스케일을 하나의 독립된 정보로 취급할 수 있 고 각각의 다른 에너지 스케일에서 일어나는 물리 현 상을 따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에너 지 스케일을 바꿈에 따라서 이론이 더 간단해 지거 나 더 복잡해지지 않고 단지 기본적인 상수들만 바 뀝니다. 즉 각각의 에너지 스케일마다 비슷한 종류 의 다른 이론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 체의 이론은 이러한 다른 에너지 스케일에서의 모든 이론들이 집합되어 쌓여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 니다. 그리고 우리가 에너지를 바꾸어 감에 따라 이 러한 이론들의 집합체 안을 이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CFT 나 양자장론은 사실 에너지 스케일이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차원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 것 입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이 새로운 차원이 AdS spacetime에서는 물 리적인 반경 r로서 구현되어 있

습니다.

AdS/CFT correspon- dence는 이상한 면모를 더 지니고 있습니다. CFT 에는 일반적으로 상호작 용이 있습니다. 이 상호작 용이 약한 경우에는 이론의 성질을 규명하는 것이 크게 어 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호작용 이 매우 크고 게다가 이론에 들어가는 장(field)의 개수가 많아지면 마치 복잡계처럼 더 이상 그 성질을 환원론적으로 설명하기가 불가능해 집니다. 강한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양자 크로모 역 학의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상호 작용이 작은 고에 너지에서는 많은 물리량들을 파인만 그림으로 계산 할 수 있지만 상호 작용이 매우 강한 낮은 에너지에 서는 어떻게 양성자나 중성자가 생기는 지 현재로서 는 잘 모릅니다. 그리고 양성자, 중성자나 중간자들 은 본래의 양자 크로모 역학을 정의하는 데 사용했 던 장(field)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 다. 이들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이론을 도 입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방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일 단 새로운 표현방법을 도입하고 나면 그 새로운 이 론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원래 이론의 강한 상호작 용을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양자 크로모 역학의 예에서는 강한 상호작용과 약 한 상호작용이 에너지 스케일을 바꿈에 따라 교차되 는 예입니다만, 강한 상호작용이 있을 때 전혀 다른 표현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에너지 스케일과는

참조

관련 문서

다음은 손 교사가 경도장애 학생 N의 사회성 기술을 지도하기 위해 작성한 계획의 일부이다... 다음은 정서․행동장애 학생 S를 위해

다음은 자폐성장애 학생 D를 지원하기 위한 TEACCH (Treatment and Education of Autistic and Related Communication Handicapped Children)의 구조화된

한편, 중고위기술 산업군에서는 두 가지 생산성 지표인 부가가치노동생산성과 총요소생 산성이 모두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서로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학생이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배치되는 과정에서 보호자의 참여를 규정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다른 신체적 특성

다음은 문법 수화를 배운 특수 교사가 수어통역사와 함께 있는 농학생을 만나 수어로 나눈

다음은 지체장애 ○○특수학교의 특수교사와 특수교육 교육공무 직원 간에

자신이 지각한 것을 머릿속에서 시각화하고, 이것을 창의적 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입니다... 특수교육에서는 주로

이 과목은 시각중복장애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독립적인 성인이자 직업인으로 살아 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을 습득하는 데 목표를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