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한․미 FTA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의 무역구제제도, 특히 반덤핑제도 자체 를 개선하기 위해 매우 노력하였으나 실질적으로 미국의 제도나 규정 자체가 우리의 요구에 따라 수정된 부분은 없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의 제 3차 회의와 제4차 회의에서 각각 10개와 5개의 구체적인 무역구제 관련 요구 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총 15가지의 요구사항 중 5차 회의 에서부터는 6개의 요구사항만을 선정하여 최종문안으로 제기하였으나 결국 산업피해의 비(非) 누적평가와 상호합의에 의한 반덤핑조사 중지 제안 등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러한 협상의 전개과정을 돌이켜볼 때 향후에도 한․미간에 무역구제제도 자체에 관한 문제점을 FTA 차원에서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무역구제제도 자체에 대한 수정 노력은 WTO 도하협 상 등 다자간체제에서의 협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재 미국의 무역 구제 관련 WTO 분쟁에서 제도 자체에 관한 문제점이 제기되는 사례가 주로 반덤핑제도에 관한 것인데, 최근의 제로잉(zeroing) 관련 분쟁을 비롯하여 다수 의 사건에서 패소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FTA 협정 이행 차원에서 제기될 수 있는 미국의 무역구제제도상 문제점에 대해서도 WTO 분쟁해결제도를 활용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한․미 FTA 협상을 계기로 확 보된 양국 간 협의채널 등을 더욱 내실 있게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구체적인 무역구제조치 시행상 나타나는 절차적 흠결이나 재량적 권한 행사 부분에 대한 이견 등의 해소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 미한다.

(1) 반덤핑제도

반덤핑제도의 경우, 우리 정부가 협상 초기 미국의 반덤핑조사 관행과 규정

을 많은 개선하기 위해 많은 쟁점에 관하여 제안을 제기하였으나 최종적으로 는 제10.7조에서 한․미 FTA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반덤핑 및 상계관세조치 에 대하여 당사국에게 어떠한 권리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한․미 FTA는 미국의 반덤핑과 상계 관세조치에 관하여서는 사실상 별다른 제도적 차이를 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안에 관하여 한․미 FTA 협정상 분쟁해결제도를 이용하지 못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는 NAFTA의 경우에서와 같은 FTA 자 체 내의 분쟁해결체제를 활용하는 방식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6 )

한편, 이와 같이 WTO 체제상의 무역구제제도를 원용하는 기본원칙을 채택 하면서도 3가지 추가적인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 사신청이 접수되면 조사 개시 이전에 접수된 신청에 대해 상대국 정부에 통보 하고 협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통보 및 협의의무가 WTO 협정상 의무와 다른 점은 WTO 협정상 통보 의무는 조사 개시 결정이 이루어진 시점 이후부터 시작되나 한․미 FTA상 통보 의무는 조사신청 접수 시점 직후 조사 개시 결정전에 발생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WTO 협정 제6.1.3조와 제12.1조의 경우 조사 개시 결정이 이루 어지게 되면 즉각적으로 조사 개시 신청 자료를 포함한 제반 관련 내용을 수 출업체 및 수출국 정부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인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 다. 또한 이러한 통보가 이루어지고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 이해관계인 은 이의 또는 의견을 개진할 충분한 기회가 부여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반면 한․미 FTA 제10.7조 3항은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 조사신청 즉시 조사 개시 결정 이전에 양국 정부 간 협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이다.

현재 도하협상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되어 있는 사안이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

6) 사실상 미국은 NAFTA 이후에는 NAFTA에서 채택한 무역구제조치 관련 특별 분쟁해 결 절차를 FTA 차원에서 원용한 예가 없다. 한편, NAFTA 방식의 특별 분쟁해결 절 차도 FTA 회원국 간의 무역구제조치 사용 억제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경제 분석 이 있다. Bruce Blonigen, “The Effects of NAFTA on Antidumping and Coun- tervailing Duty Activity,” The World Bank Economic Review, Vol.19, No.3, 2005, pp.407-424 참조.

조사의 남발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 조사가 개시 되는 경우 최종판결에 관계없이 무역실무 차원에서는 안정적인 수입선 확보를 위해 상당한 수준의 무역전환이 야기된다. 그러므로 부당한 반덤핑 또는 상계 관세 조사 개시는 그 자체로써 이미 교역상 많은 문제점을 촉발하게 된다. 따 라서 조사 개시 전에 양국 정부가 조사신청 내용에 기초하여 협의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운용에 따라 조사 개시 남발 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조사 개시 전 통보 및 협의절 차를 한․EFTA FTA 협정 제2.10조에서도 채택한 바 있다.

둘째, 가격약속(price undertaking)에 관하여서는 수입국 정부가 자국의 법규상 가격약속 관련 절차를 수출국 대사관이나 주무 부처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에 따른 가격약속 제안이 제출되는 경우 ‘적절한 고려와 충 분한 협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격약속은 성사되는 경우 수출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인상에 따른 혜택이 발생할 수 있고 반덤핑관세가 부과 되는 경우와는 달리 매년 연례재심 등에 의한 절차적, 행정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약속이 반덤핑관세 부과보다 선호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격약속에 의해 제한되는 수출물량이나 가격인상 수준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수출업체 입장에서도 이를 수 용할 이유가 없어져 실제로 반드시 제안되는 가격약속을 수용하는 것이 유리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일괄적으로 가격약속이 반덤핑관세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상황에 따라 전략적 우위가 달라진다.

이러한 가격약속에 대한 합의를 우리나라와 EU의 경우에는 자주 활용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에는 비교적 가격약속을 수용하지 않는 입장이다. 한․미 FTA에서는 이러한 가격약속제도를 더욱 활발하게 활용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관련된 절차에 대해 수출국에게 알려 줄 의미를 규정하고 또한 실제 제안에 대해서도 적절한 고려와 충분한 협의기회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WTO 반덤핑협정 제8조에 따르면 덤핑마진 또는 그보다 낮은 피해마 진 수준에서 가격약속이 합의되는 경우에는 반덤핑관세의 부과가 유예될 수

있는데, 예비판정에 근거한 가격약속은 최종판정이 부정판정으로 결론 나는 경우 자동적으로 종료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수입국 정부가 가격약속을 제안할 수도 있으나 수출업체가 그러한 제안을 수용하도록 강요되지 않아야 하며, 수출업체가 가격약속을 제안하지 않았다거나 가격약속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반덤핑판정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 가격약속이 합의되는 경우 수입국 조사당국은 정기적으로 수출업체에게 관련 정보를 제출 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수출업체가 가격약속 합의를 위반하는 경우 즉각적 으로 예비판정에 기초하여 잠정 반덤핑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또한 가격약속 위반에 따른 반덤핑관세 부과 시에는 잠정관세 부과 시점 90일 이전까지 소급 적용될 수 있는데, 가격약속 위반 이전 일까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가격약속에 관련된 비교적 상세한 의무 규정이 WTO 반덤핑협정상 에 규정되어 있는데, 한․미 FTA에서 가격약속에 관하여 추가적으로 제시하 고 있는 내용은 상대국 가격약속 관련 절차에 대해 알려주도록 한 점과 ‘적절 한 고려와 충분한 협의기회’를 제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추가적 합 의부분은 구체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의무라기보다는 다소 선언적인 규정에 그 치고 있어 반덤핑조치 감소 또는 해소에 실효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한․미 FTA에서는 무역구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 역구제위원회의 기능은 상대국 무역구제제도 및 관행에 관한 이해 증진, 합의 내용 이행 감독, 기관 간 협력 증진, 정보 교환, 관련 공무원 교육프로그램 수 행, 기타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는 장을 제공하는 것인데, 기타 상호 관심사에 는 도하협상 등 국제문제, 이용 가능한 사실 및 실사 절차 등 조사당국의 관행, 산업보조금을 구성할 수 있는 당사국 관행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기능을 위한 위원회는 최소 매년 1회 회합을 하며, 합의에 따라 더 자주 회합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무역구제위원회 설치는 미국의 경우 최초의 사례이다. 미국은 무 역구제제도에 관한 한 WTO 협정상의 체제를 그대로 수용하는 원칙을 고수하 고 있는데, 대부분의 FTA에서 WTO 협정상 의무와 권리를 재확인하는 것 이 상의 규정을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 위원회의 기능으로 제시되어 있는 내용 중 상당수가 기본적으로 조사기관 간 역량 제고 차원의 협력을 위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