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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협상결과 요약

1) 금전배상제도 도입

한․미 FTA상의 분쟁해결 절차는 일반적인 FTA상의 그것과 대체적으로 유사하나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한․미 FTA에서는 분쟁패 널 판정의 이행을 위해 법규를 개정․폐지하거나 정부조치를 철회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금전배상(monetary assessment)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규정이 삽입되었다.39) 이는 한․미 FTA 분쟁해결분야에 있어 서의 핵심쟁점인 분쟁패널의 판정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 융통성을 인정하느냐 의 여부에 있어 미국 측의 요구가 전적으로 수용된 결과이다.

WTO 분쟁해결 절차나 여러 FTA상의 그것에도 분쟁패널 판정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융통성이 부여되어 있다. 즉 패널판정을 즉시 이행하는 대신 양국 간 합의를 통해 적절한 방법으로 보상(compensation)을 제공할 수 있 는 장치가 규정되어 있다.40) 그러나 이러한 보상은 상대국의 관심품목에 대해 관세를 인하해 주는 것과 같이 교역상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상 대국에 대해 금전보상을 제공하는 것과 같이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다고 보기 는 어렵다. 더구나 보상은 어디까지나 패널판정이 이행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temporary)’ 제공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41) 이에 반해 한․미 FTA에서는 금전배상을 명문화하여 인정하고 있으며, 패 소국이 패널판정을 이행하는 것에 갈음하여 금전배상을 제공할 권리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42) 이러한 배상이 판정의 이행을 전제로 한 일시적인 수단이라

39) 한․미 FTA 최종협정문 제22.13조 제5항 40) WTO 분쟁해결양해(DSU) 제22조 제2항 41) DSU 제22조 제1항

42) 한․미 FTA 최종협정문 제22.13조 제5항

는 단서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 한미 간의 FTA 위반행위가 발 생하면 FTA 분쟁해결 절차를 거쳐 패소판정이 내려지더라도 패소국은 금전 배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한․미 FTA에 따르면 양국 간의 반덤핑과 상계관세 조치관련 분쟁은 WTO 협정상의 분쟁해결 절차가 적용되고 한․미 FTA상의 그것은 적용되지 않는다.43)

2) 노동․환경관련 분쟁해결

한․미 양국은 당초 노동․환경 장(chapter)과 관련된 분쟁의 해결을 위한 특칙을 규정하는 데 합의하였다. 즉 노동 장(chapter)과 관련된 분쟁의 경우 당 사국 정부가 무역․투자 촉진을 위하여 ‘지속적․반복적으로 작위 또는 부작 위를 통해 노동법 집행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타방 당사국은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할 수 있으며, 서면협의요청 60일 내 문제해결에 실패한 경우 패널 절차로 이행하게 된다.44) 피소국이 패널판정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연간 건당 1,500만 달러 이하의 위반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 과징금은 제소국이 아닌 위반국의 노동법 및 제도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45) 환경관련 분쟁의 경 우에도 서면협의 요청 60일 내 문제해결에 실패하고 사안이 ‘환경법의 효과적 집행의무 위반’에 관한 것인 경우 패널판정 절차로 이행하게 된다.46) 패소국의 패널판정 불이행 시 1,500만 달러 이하의 위반과징금 부과가 가능하고 이것이 위반국의 환경법 및 제도 개선을 위해 사용되는 점도 같다.47 )

그러나 한․미 FTA의 재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위 합의사항은 수정되었으 며, 결국 최종 문안에서는 위반과징금에 관한 특칙 조항이 삭제되고48) 패널제

43) 한․미 FTA 최종협정문 제10.7조 제1항~제2항

44) 한․미 FTA 최초합의문안(2007년 5월 25일자 협정문안) 제19.2조 제1항 (a) 및 제 19.6조 제5항

45) 한․미 FTA 최초합의문안(2007년 5월 25일자 협정문안) 제22.14조

46) 한․미 FTA 최초합의문안(2007년 5월 25일자 협정문안) 제20.2조 제1항 및 제20.8조 제5항

47) 한․미 FTA 최초합의문안(2007년 5월 25일자 협정문안) 제22.14조

소 사안의 범위에 대한 제한(지속적․반복적으로 작위 또는 부작위를 통해 노동법 집 행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및 환경법의 효과적 집행의무 위반에 한해 제소가능) 조항 도 삭제되었다.49) 이와 아울러 양측은 ‘무역 또는 투자 효과가 존재함을 입증 할 수 있는 경우’(where trade or investment effects can be established)에 한해 분쟁 해결 절차에 제소하기로 합의하였다.50)

3) 비위반제소

‘비위반제소(non-violation claim)’란 국제협정의 한 회원국이 협정상 의무를 위 반하지 않은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 조치로 인해 상대국이 정당한 협정상의 이 익을 침해받은 경우 당해 협정상의 분쟁해결 절차를 통하여 이익의 균형을 회 복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전형적인 예로 WTO 회원국 간 특정 상품에 대한 관세감축에 합의한 후, 관세양허를 한 국가가 뒤이어 당해 상품 국내 생산자에 게 보조금을 지불하여 상대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예를 들 어 수입국이 관세를 10%에서 7%로 낮추었을 때는 수출국 입장에서는 3%만 큼의 시장접근 개선효과를 기대했던 것인데, 수입국이 보조금을 지불하여 자 국 내 대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 수출국 기업이 당초 가졌던 합리적 시장접 근에 대한 기대는 그만큼 침해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비록 수입국이 보조금 을 도입한 것이 협정위반은 아닐지라도 수출국은 비위반제소를 통해 기대이익 의 상쇄분만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양자 간의 이익의 균형을 회복케 하는 제도가 바로 비위반제소인 것이다. 한․미 FTA에서는 비위반제소가 가 능한 경우를 상품(농산품, 섬유 및 의류, 의약품 포함)에 대한 내국민대우 및 시장 접근, 원산지 규정, 서비스, 정부조달 및 지재권 관련 장(chapter)하에서 발생하 는 합리적인 기대이익이 침해되거나 무효화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51) 따라 서 의약품, 투자, 노동, 환경, 경쟁에 관한 장(chapter)의 규정사항과 관련하여

48) 한․미 FTA 최종협정문 제22.13조

49) 한․미 FTA 최종협정문 제19.7조 및 제20.9조

50) 한․미 FTA 최종협정문, Letter(Dispute Settlement for Labor/Environment) 51) 한․미 FTA 최종협정문 제22.4조 (c)

서는 비위반제소가 불가능하게 된다. 지재권의 경우에는 WTO TRIPS 협정상 의 비위반제소 제기금지에 관한 WTO 회원국들의 기존 합의내용이 그대로 적 용되도록 규정되어 있다.52 ) 다만, 서비스나 지재권 장(chapter)하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침해에 대해서는 ‘일반적 예외(general exception)’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비위반제소를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53)

(2) 영향 및 대책

한․미 FTA에서 양국 간의 통상 분쟁해결을 위한 효율적인 분쟁해결 절차 를 마련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WTO 출범 이후 10년간 한국이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피소된 10건의 사안 중 5건이 미국에 의해 제소된 것이며, 우리가 제소한 11건의 사안 중 7건이 미국을 상대로 제소한 것임을 비추어 볼 때, 우리에게 있어 미국과의 통상 분쟁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 라서 한미 통상 분쟁을 FTA상의 분쟁해결제도의 활용을 통해 합리적이고 효 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최근 수차에 걸쳐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국내 법령의 WTO 위반 판정을 받아 왔다. 그런데 미국이 이러한 판정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당해 법령 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함으로써 판 정을 이행하지 못하고, 그에 따라 상대국으로부터의 보복조치를 감내해야 하 는 경우가 급증해 왔다. 이러한 판정 불이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싱가포르, 호주, 오만 등과 맺은 FTA상에 패널판정의 불이행 시 금전배상 (monetary assessment)으로 이행을 갈음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규정을 삽 입한 바가 있다. 이러한 규정이 이제 한․미 FTA에도 도입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FTA 분쟁해결제도 모델을 수용함으로써 WTO와는 다른 차원의 제도화에 편입되게 되었다. 이러 한 금전배상 대체방식이 과연 미국 측의 의도대로 패널판정의 불이행 상황을

52) 한․미 FTA 최종협정문 제22.4조 (c)상의 각주 1 53) 한․미 FTA 최종협정문 제22.4조 (c) 후단

구제하기 위한 대체수단으로 기능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불이행 상황을 조 장하고 불법적인 국내 규제들을 존속케 하는 구실이 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 이다. 이러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시장에서 직면 하는 한․미 FTA 위반행위에 대해 FTA 분쟁해결 절차에서 승소하더라도 미 국 정부가 당해 불법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금전배상 형태로 지불하는 경우, 결국 계속 부당한 교역장벽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측이 지불한 금전배상은 우리 정부 측에 지불하는 것이므로 이것 이 우리 피해기업의 피해를 보전하는 데 사용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설령 실제로 이 금액이 피해기업에 지불된다 하더라도, WTO 협정상의 ‘금지보조금 (prohibited subsidy)’이나 ‘제소가능보조금(actionable subsidy)’으로 간주될 가능성 도 있기에 해당 기업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이 됨을 주의해야 한다.

아무튼 이제 이러한 새로운 분쟁해결체제가 한미 양국의 통상관계에 도입되 게 됨에 따라 그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미 FTA상 명시적으로 동일 사안을 FTA 분쟁해결기구와 WTO 분쟁해결기구에 동시에 제기할 수 없도록 배타적 적용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 으므로54 ) 향후 한미 간의 분쟁을 FTA 또는 WTO 중 택일하여 신속하게 해 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노동과 환경분야 분쟁해결과 관련하여서는 당초 합의된 노동과 환경 관련 분쟁해결에 관한 특칙이 재협상을 거치면서 수정되어 위반과징금제도가 배제되게 된 것은 노동․환경 우위론 입장에서는 일종의 정책적 후퇴를 의미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당초에 합의된 문안에 의하면 패소국의 패널판정 불이행 시 자국이 부담해야 하는 과징금이 결국 자국의 노동이나 환경분야의 개선을 위해 사용되게 되므로 노동․환경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 러나 최종 FTA 문안에 의하면, 노동 및 환경 분쟁의 경우에도 일반 분쟁해결 절차의 원칙이 적용됨에 따라 패널판정의 불이행 시 금전배상(monetary assessment)으로 갈음할 수 있게 되고, 배상금은 승소국의 정부 재정에 귀속되 게 된다. 결국 이 경우 패소국은 자국의 노동․환경법 집행을 계속적으로 회피

54) 한․미 FTA 최종협정문 제22.6조

하게 되고 배상금도 상대국에 지불됨에 그치므로 노동․환경의 질 개선조치는 취해지지 않는 셈이다.

사실 위와 같은 문제점은 패소국이 패널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 에 발생하게 된다. 판정을 이행하는 경우에는 위반과징금 및 금전배상제도도 적용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당초 합의문 안에서 규정된 패널제소 사 안의 범위에 대한 제한이 최종문안에서 삭제되어 패널제소 범위가 FTA 노 동․환경 장(chapter)상의 모든 의무사항으로 확대된 것은 노동․환경우위론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그만큼 넓은 범위의 이슈들이 분쟁해결 의 대상이 되어 노동․환경제도 개선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 게 제소 범위가 광범위해짐에 따라 제소가 남용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따라 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제소국에게 무역 또는 투자 효과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과한 것은 타당한 조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양국의 기업은 한국 및 미국정부의 한․미 FTA 노동 및 환경관련 의 무사항들의 준수여부를 감시하여 분쟁해결 절차 제소의 압력을 행사할 수 있 을 것이다. 비록 위반과징금제도와 같은 직접적인 제재수단은 배제되었으나 일반 분쟁해결 절차상의 금전배상제도나 교차보복(cross-sector retaliation)제도의 행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상대국의 노동․환경규정 이행을 요구할 수 있을 것 이다.

비위반제소와 관련하여서는 한․미 FTA 협상 당시 투자와 의약품분야에 대한 비위반제소 가능여부가 특히 국내의 관심의 초점이 된 바가 있다. 즉 비 록 한국 정부가 한․미 FTA 투자조항을 위반하지 않고 특정한 투자제한조치 를 취하는 경우에도 외국 투자회사들은 자신의 영업이익이 침해됨을 이유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비위반제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 시 되었다. 예를 들면, 한국 정부가 암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면, 비 록 이 조치가 한․미 FTA상의 여러 의무조항을 위반하지 않는 정당한 조치인 경우에도 AIG는 자신의 영업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한국 정부를 직접 제소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우리 약제비 적정화 방 안의 본격적인 시행에 따라 보험급여목록에서 탈락하거나 낮은 약가를 판정받

은 의약품을 생산하는 미국 제약회사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비위반제소를 제 기하면 우리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무력화될 수 있음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 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이제 한․미 FTA상에서 비위반제소의 대상으로 투 자와 의약품분야가 명시적으로 제외됨에 따라 명백히 해결되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비위반제소에 대한 사실관계 및 법리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기 초하고 있는 측면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FTA를 체결하게 되면 분쟁해결에 관 한 독립된 장을 포함하게 되는데, 장의 서두에서 비위반제소가 적용될 수 있는 부문을 명시하게 된다. 상품이나 서비스교역, 원산지규정, 정부조달 등의 분야 는 비위반제소가 허용되는 분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무역관련 지적 재산권 부문은 비위반제소의 적용범위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투자분야는 비위반제소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이 일반 적이다. 미국이 그동안 체결한 10여 개의 FTA에서도 예외 없이 투자분야는 비위반제소가 적용되는 범위에서 제외되어 있다. 따라서 한․미 FTA에서 투 자분야를 비위반제소의 적용대상으로 포함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었고, 실제로 협상결과 투자부분은 비위반제소에서 제외된 것이다. 지재권의 경우에 도 비록 한․미 FTA 협정상의 비위반제소의 적용범위에는 포함되었으나, WTO TRIPS 협정상의 비위반제소 제기금지에 관한 WTO 회원국들의 기존 합의내용이 그대로 적용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WTO에서 달리 합의하지 않 는 한 한미 간 지재권관련 이익 침해를 이유로 비위반제소를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의약품 장(chapter)의 규정내용에 대한 비위반제소의 허용여부는 한미 간 이견이 있었으나, 결국 이를 허용하지 않기로 합의하게 되 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비위반제소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협정상의 이익이 침해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이러한 침해를 협정 체결당시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즉 모 든 기대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합리적인 기대이익(reasonable expectation) 만 비위반제소로 보호되는 것이다.55) 우리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중 의약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