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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火)와 중화이괘(重火離卦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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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중화이괘

주역 30번째 중화이괘 「단전」에 “이는 만남이다. 해와 달은 하늘에 걸려있고 백곡과 초 목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밝고 밝음으로 정의를 판단하고 천하를 교화한다.”150)라고 기 술되어 있다. 이는 해와 달은 하늘에 걸려있고, 백곡과 초목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처럼, 만물은 각각 만남이 있지 않음이 없다는 의미이다. 사람은 마땅히 누구를 만나야 할 것인지 살피며, 만남이 올바르면 모든 일이 형통할 수 있다. 상하가 모두 이괘인 것은 밝음 이 있기 때문이며, 육오(六五)와 육이(六二)가 모두 중정한 것은 바른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차와 관련하여, 이는 만남의 離[麗]이고 밝음의 離[明]이나 그 본질은 불[火]을 의미한다.

찻잎은 그대로 두면 차나무 이파리에 지나지 않는다. 찻잎은 불을 만났을 때 비로소 심신의 안정과 밝은 지혜를 주는 차로 태어난다. 차를 데우는데 불이 없어서는 안 된다. 찻잎을 딸 때나 날씨와 온도는 매우 중요하다. 찻잎을 딴 후 제다를 할 때 불을 가늠하는 것과 덖을 때 온도는 조절하는 것은 중요하다. 너무 뜨거우면 찻잎이 타버리고 너무 온도가 낮으면 차의 운치가 없어진다. 사람도 예의 쓰임과 같아 너무 열정적이거나 너무 냉정한 것은 모두 한쪽 으로 치우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 마시는 일은 차와 물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찻잎을 제 때에 따서 법대로 볶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차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차의 감별이나 보관도 포함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물이다. 좋은 물이 아니면 차 맛을 제대로 낼 수 없다. 그 런데 이 물은 그냥 물이 아니고 불과 함께 있는 물이다. 즉, 물을 끓이기에 좋은 물을 선택 하고, 물을 끓이는 방법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차와 물이 만나는 것이 포법이다.

좋은 물이 알맞게 끓었을 때 좋은 차를 적당량 넣어야 좋은 차맛을 즐길 수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다신(茶神)과 만날 수 없다. 다도란 차와 물과 불이 최상의 조합으로 만나 다신을 불러내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의 경지를 터득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일체의 과정과 절차를 익히는 것이다. 불에는 문화(文火)와 무화(武火)가 있는데, 이를 조절하는 것이 화후(火候)이다. 문화와 무화는 물과 불의 힘이 어느 한쪽으로

150) 金碩鎭, 大山 周易講解 上經, 앞의 책, p.334. “離 麗也 日月 麗乎天 百穀草木 麗乎土 重明 以麗 互正 乃化成天下.”

쏠릴 때 생긴다. 불기운이 약한 문화에 차를 넣으면, 차는 물에서 제 성질을 부리며 신(神)을 내놓지 않는다. 무화는 불의 기세인데, 무화가 세면 차는 꼼짝 못 하고 물에 휘둘린다. 다신 은 차와 물의 세력 균형이 중화의 상태를 이룰 때 드러난다. 문화도 안 되고 무화도 안 된 다. 차를 끓이는 것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중정과 중화의 때를 얻기 위한 노력이다.

다도는 진수와 정차를 얻어 문무의 화후를 알맞게 조절하며, 물과 차의 양이 조화를 이루도 록 하며, 온도를 잘 맞춰 찻잎에서 다신을 건강하게 추출해내는 과정을 다룬다.151)

주역 이괘 「단전」과 「상전」이 언급한 내용을 요약하면, 중화이괘는 밝은 덕을 갖고 중정 을 이룬다는 의미와 교화하여 문명한 풍속을 이룬다는 의미, 그리고 지극히 순함을 길러서 중정하면 길함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주역』의 불의 개념이다. 차문화 에서 다도는 차와 물과 불이 최상의 조합을 이룰 때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경 지에 이르기 위해 다인은 필요한 일체의 과정과 절차를 익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불과 온도 의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불은 너무 세도 안 되고, 너무 약해도 안 된다. 그래서 불의 조절 이 중요하다. 이는 『주역』 중화이괘의 이치와 같은 개념이다.

나. 화후(火候)

“차를 달이는 요령은 불을 잘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烹茶旨要 火候爲先 화롯불이 붉게 달아오르면 탕관을 비로소 얹고, 爐火通紅 茶瓢始上 부채질을 가볍게 하면서 물 끓는 소리가 나면 점점 세게 부치는데,

扇起要輕疾 疾待有聲

이것을 문무지후라고 한다. 斯文武之候也

불길이 너무 약하면 물의 성질이 유순해지고, 유순하면 차가 가라앉게 되며, 過于文則水性柔 柔則爲茶降 불길이 너무 강하면 불의 성질이 맹렬해지고, 맹렬하면 차가 뜨게 된다.

過于武則火性烈 烈則茶爲水制 이는 모두 중화에 부족한 것으로 차인들로서 불을 살피는 요지가 아니로다.

皆不足於中和 非烹家要旨也“152)

151) 정민, 앞의 책, p.323.

152) 초의 의순(草衣 意恂), 김두만 역, 『다신전(茶神典)』 「火候」, 태평양박물관, 1982, p.80.

위 시는 초의의 다신전에 실린 차의 화후에 대한 시이다. 화후는 다례를 시작하는 첫 번 째 단계이다. 차를 달이려면 제일 먼저 화후를 해야 하는데, 화후는 불길의 세기를 잘 조절 하는 것을 말한다. 화후는 ‘불 살피기’, ‘불 가늠하기’, ‘불 시중들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차 생활, 즉 다도에서 화후의 종류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차를 만들 때의 불길을 가 늠하는 제다자(製茶者) 입장에서의 화후이며, 다른 하나는 차를 우려내기 위해 물을 끓이는 포다자(泡茶者) 입장에서의 화후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화후는 후자의 개념이다. 차를 달이는 데에는 화후가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이다.

숯불이 붉게 달아오르면 비로소 탕관을 화로 위에 얹고, 부채질을 가볍게 하다가 물 끓는 소리가 나면 점점 세게 부쳐 화력을 극대화하는데, 이것이 바로 문무지후이다. 같은 표현으 로는 문무화후가 있다. 이는 불길의 강약 세기를 잘 조절하여 중화의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 한다.153) 이때 ‘문’은 화력이 약한 것을 의미하고, ‘무’는 화력이 센 것을 의미한다. 제2행에 나온 다표(茶瓢)는 직화용 탕관을 의미한다. 다신전에 나오는 ‘표(瓢)’는 모두 탕관으로 해 석되었으며, ‘관(罐)’과 ‘호(壺)’는 충화용(沖和用) 다관으로 해석되었다. ‘과우문(過于文)’은 화 력이 너무 약한 것을, 반대로 ‘과우무(過于武)’는 화력이 너무 강한 것을 의미하는데, 화력이 너무 약하면 차가 탕 속에서 가라앉고, 너무 강하면 탕 속에서 떠오르게 된다. 한쪽으로만 치우쳐 불길을 가늠한 편향적 화후는 중화를 그르친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다인으로서 불을 다루는 법도가 아니다. 따라서 불 다루기의 요체는 약해야 할 때 약하게 조절하고, 강해야 할 때 강하게 화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데 있다.

3. 토(土)와 중지곤괘(重地坤卦

)

주역 2번째 중지곤괘 「단전」에 “지극하다, 곤의 원이여. 만물이 의뢰하여 생겨나니, 이 에 순히 하늘을 받든다. 곤의 두터움이 물건을 실음은 성인의 덕이 무한한 것과 같다. 암말 은 땅의 부류이다. 암말이 땅을 걸어감이 끝이 없으며 유순하고 이정(利貞)함은 군자의 행이 다. 먼저 하면 혼미하여 도를 잃고 뒤에 하면 순하여 떳떳함을 얻는다. 안정(安貞)의 길함이 땅의 무강에 응한다.”154)고 언급되어 있다. 이는 땅의 도로써 곤의 뜻을 밝히면 원을 말하는

153) 정민, 앞의 책, p.323.

154) 성백효 역주, 현토완역 周易傳義 上, 앞의 책, p.190. “至哉 坤元 萬物 資生 乃順承天 坤厚載物 德合無疆 含弘光大 品物 咸亨 牝馬 地類 行地无疆 柔順利貞 君子攸行 先 迷 失道 後 順 得上 西 南得朋 乃與類行 東北喪朋 乃終有慶 安貞之吉 應地无疆.”

것이고, 지는 지극함을 뜻하며, 건의 대와 비교하면 뜻이 다소 느슨해지고, 시는 기운의 시 작이며, 생은 형체의 시작이라는 의미이다. 하늘의 시행을 순순히 받드는 것이 땅의 도리이 다. 만물이 건에 의뢰하여 시작하고 곤에 의뢰하여 생겨나며, 이것은 부모의 도와 같은 의미 를 지닌다. 하늘의 순행을 순순히 받들어서 공을 이루는 것과 곤의 후한 덕이 만물을 싣는 것은 건의 무강에 더해진다는 의미이다. 함은 포용함이며, 홍은 너그러움이고, 광은 밝게 빛 남이고, 대는 넓고 두터움을 의미한다. 이 네 가지가 있으므로 하늘을 받드는 공용을 이룰 수 있으며, 만물이 모두 형통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땅을 걸어감이 끝이 없음은 순하고 굳 센 것을 의미하며, 유순과 이정은 곤의 덕과 같은 의미이다. 건의 쓰임은 양이 하는 것이고, 곤의 쓰임은 음이 하는 것이므로 형이상은 천지의 도이며, 형이하는 음양의 공이라는 의미이 다. 앞에서 이끌면 혼미하여 음도를 잃게 되고, 뒤에 화답하면 순하여 떳떳한 이치를 얻는다 는 것이다. 서남은 음의 방위이며, 그 동류를 따름은 벗을 얻는 것이고, 동북은 양의 방위이 며, 그 동류를 떠나보내는 것은 벗을 잃는 것이라 하였다. 여기서 그 동류를 떠나 양을 따르 면, 물건을 낳는 공을 이룰 수 있고, 마침내 길함과 경사를 얻게 된다.

곤괘 「상전」에는 “땅은 후덕하여 만물을 싣고 있다.”155)고 언급되어 있다. 이는 만물이 건 에 의뢰하여 시작하고, 곤에 의뢰하여 생기며, 이것은 부모의 도와 같다는 의미이다. 하늘의 시행을 받들어 공을 이루는 것과 곤의 후한 덕이 만물을 싣는 것은 건의 무강에 합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곤괘 「상전」에는 “지세가 곤이니, 군자가 이를 보고서 후한 덕으로 물건을 실어 준다.”156) 고 언급되어 있다. 이는 곤도의 위대함이 건과 같으며, 성인만이 이를 행할 수 있고, 땅이 두텁고 지형은 순히 기울어져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순하고 두터운 상을 취하여 지세가 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군자는 곤의 두터운 상을 관찰하여 깊고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용납 하여 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곤괘 「단전」과 「상전」이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면, 중지곤괘는 하늘의 시행을 받들어 공을 이루는 것과 곤의 후한 덕이 만물을 싣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차를 통해 내성외왕적 인간상 을 지향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중지곤괘는 하늘의 시행을 순순히 받드는 것이 땅의 도리라 하였다. 이것은 부모의 도와 같은 의미였다. 따라서 토는 하늘의 순행을 순순히 받들어서 공 을 이루는 것과 곤의 후한 덕을 만물에 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음양오행으로 차를 분류하고 구역을 정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차를 배우고 모임을 갖

155) 文明洙 譯註, 眞山周易講座 上經, 앞의 책, p.98. “坤厚載物 德合无疆.”

156) 같은 책, p.113. “地勢坤 君子以 厚德 載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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