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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구 정리하기와 화수미제괘(火水未濟卦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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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구를 사용하여 좋은 사람들과 좋은 차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을 가진 후 주인은 다구를 정리하고 보관하면서 더 나은 차와 사람을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주역 64번째 화수미제괘 「단전」에 “미제가 형통함은 유가 중을 얻었기 때문이요, 소호흘 제(小狐汔濟)는 험한 가운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요, 꼬리를 적셔 이로운 바가 없음은 계 속하여 끝마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자리가 마땅하지 않으나 강·유가 서로 응한다.”143) 고 언급되어 있다. 여기에서 형통할 수 있는 까닭은 유가 중을 얻었기 때문이며, 강유가 중

142) 성백효 역주, 현토완역 周易傳義 下, 앞의 책, p.472.

143) 문명수, 周易講座 下, 앞의 책, p.234. “未濟亨 柔得中也 小狐汔濟 未出中也 濡其尾无攸利 不續 終也 雖不當位 剛柔應也.”

도를 얻었으니 미제의 때에 형통할 수 있다는 의미가 내재 되어있다. 따라서 건넘을 과감하 게 수행하는 것을 어린 여우와 같이하라고 하였다. 이는 건넘을 과감하게 행하지 못하고 꼬 리를 적시는 근심을 가지게 되면 험한 가운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나아감 이 빠른 자는 물러감도 신속하게 행하지만, 처음에는 비록 건넘에 용감하나 계속하여 끝마치 지 못하면 가는 곳마다 이로움을 얻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비록 음양이 자리에 마땅하지 않으나 강유가 모두 서로 응하며, 미제를 당하여 응여(應與)가 있게 되고, 만약 신중히 행하 면 이룰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이치이다. 하지만 괘의 여러 효가 모두 제자리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미제라 한 것이다.

미제괘 「상전」에는 “불이 물 위에 있음이 미제이니, 군자가 보고서 신중히 사물을 분별하 여 제 자리에 거하게 한다.”144)라고 언급되어 있다. 이는 물과 불이 사귀지 못해서 서로 구 제하여 쓰임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미제라고 말한 것이다. 불이 물 위에 있음 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말이다. 따라서 군자는 처함이 마땅하지 않아 상을 관찰하며, 신중 히 사물에 대처해야 하며, 마땅한 바를 분별하여 각기 방소에 거해야 한다. 이는 필요한 경 우 제자리에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제괘는 모든 마무리이면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삼라만상이 시작과 끝의 끝없 는 흐름의 연속에서 살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우리는 스 스로 위안하고 순응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순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차만큼 좋 은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사물은 종류별로 모이고, 사람은 무리별로 나누어진다. 각기 다른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주역에 군자는 사물을 신중히 분별하여 제자리에 머물게 한다고 하였다.

화수미제괘는 결단을 신속하게 해야하고, 신중히 사물에 대처해야 하며, 마땅한 바를 분별 하여 행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필요한 경우 제자리에서 멈추는 절제를 해 야 하고, 스스로 위안하고 순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차문화 에 적용하면, 찻물을 데우는 데는 물과 불의 이치가 있지만, 물과 불이 사귀지 못하고 서로 구제하여 쓰임이 되지 못하는 것은 주역의 미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구를 정리하는 작업은 더 나은 차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약한다는 의미와 만 남의 즐거움과 헤어짐의 서운함을 중화해야 하는 중용의 의미가 내재 되어있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며, 영원한 불변의 이치이다.

144) 문명수,周易講座 下, 앞의 책, p.235. “火在水上 未濟 君子以 愼辨物 居方.”

제4장 주역 오행론(五行論)이 차문화에 끼친 영향

주역 「낙서」에는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오행(五行)이 언급되어 있는데, 이는 우주 만물을 조화롭게 순환시키는 법칙을 설명한 것이다. 다도 역시 이와 같은 오행의 법칙 적용에서 예외가 아니다. 주역과 다경의 오행론 중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요소는 색이었으며, 이는 차 품명인 청차(목), 적차(화), 황차(토), 백차(금), 흑차(수)로 응용되 었음을 알 수 있다. 주역의 오행에 대한 설명을 표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145)

木 火 土 金 水

方位 東 南 中央 西 北

季節 春 夏 換節期 秋 冬

色 靑 赤 黃 白 黑

性 仁 禮 信 義 智

味 酸 苦 甘 辛 鹹

四時 朝 晝 間 夕 夜

四象 少陽 太陽 中和 少陰 太陰

臟器 肝 心 脾 肺 腎

物象 生命體 發散體 媒介體 堅固體 根源體

표3. 오행표

차나무와 오행의 관계를 살펴보면, 다경 「일지원」에는 “차는 남방에서 생장하는 좋은 나 무이다.”146)라고 언급되어 있다. 오행에 의하면, 남방은 화(火)에 속하고, 차나무는 목(木)에 속한다. 차나무가 땅속에서 성장하므로 토(土)의 속성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 토양 안에는 금 (金)의 속성인 각종 광물이 포함되어 있고, 나무가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물은 수(水)이다.

이처럼 차나무에는 목, 화, 토, 금, 수 오행의 법칙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차나무는 오행 의 상생작용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차를 우리는 과정과 오행의 관계를 살펴보면, 찻잎[木]은 고온의 솥[金] 안에서 살청(殺靑)

145) 김연, 천지통보1 천간론, 법도진리연구회, 1986, p.35.

146) 육우 지음, 류건집 주해, 앞의 책, p.41.

의 과정을 거치고[金克木], 차는 유념(揉捻)한 후 약한 불(火)로 서서히 덖으면 완성된다. 다 시 말하면, 목(木)인 찻잎은 솥(金)속 [金克木]에서 화(火)의 영향을 입고서[火克金], 그 본질 이 변화하여 차로 완성되는 것이다. 다인은 차에 끓인 물[水]을 붓고 다구[土·金]를 이용하여 차를 우려내 마시는 과정을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 오행의 기본원리는 세상 만물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여 물질 간의 평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 다.147)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

水生木

木克土 土克水 水克火 火克金

金克木

그림2. 上生圖 그림3. 上克圖

음양오행을 적용하여 차를 분류하고 우려 마시는 과정은 차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함 이다. 다인은 차를 통해 소통하고, 차와 관련된 물품을 서로 교류한다. 여기에도 음양오행의 이치가 담겨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다도의 도리를 지켜나간다. 이는 차의 온화한 기운과 음 양오행의 이치로 소통과 상생과 사회화합의 마음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147) 김연, 앞의 책, pp.36~37.

제1절 주역 오행론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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