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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협정과 간접수용

문서에서 규제 연구 (페이지 39-45)

1. 투자협정의 수용 및 보상 규정

투자협정이란 체결국들 서로 간의 투자 증진 및 투자 보호를 목적으로 체결하는 협정 을 말한다. 특히 두 국가 간에 쌍무적 차원에서 체결하는 협정을 양자간투자협정이라 하며, 이는 현재 가장 보편적인 투자협정이다. 투자협정은 FTA 등과 같은 포괄적인 무 역협정의 한 부분으로 포함되기도 한다. 예컨대 NAFTA 등 미국이 체결하고 있는 FTA 는 투자협정 부문을 FTA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투자협정은 비상업적 위험 요소로부터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자산 보호에 관한 내용, 즉 투자보호에 관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투자협정과 투자보호뿐만 아니라 투자자유화에 관한 내용, 그리고 이행의무 의 금지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투자협정으로 구분된다. 전자의 경우를 일반적 으로 투자보장협정이라 지칭하며 현재 존재하고 있는 양자간투자협정의 거의 대부분이 이러한 성격의 협정이다.1)

1) 2004년 말까지 체결된 양자간투자협정의 수는 2,5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UNCTAD, 2005). 투자자유화의 내용이 포함된 양자간투자협정으로는 미국이 체결한 투자협정들이 대표적이다. 우 리나라의 경우 양자간투자협정으로는 한일투자협정만이 투자자유화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한-칠레 FTA, 한-싱가포르 FTA, 한-EFTA FTA상의 투자협정이 투자자유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협정의 가장 고전적이고 핵심적인 규정의 하나가 수용 및 보상 규정이다.2) 투자 자의 입장에서 볼 때 현지국에서 가장 큰 위험요소는 자신의 투자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어떤 형태로든 박탈당하는 경우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위험요소로부터 안전장치를 마 련하는 것은 투자보호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투자협정상의 수용 및 보상 규정은 현지국 정부가 준수해야 할 몇 가지 의무 내용을 담고 있다. 상대국 투자자의 투자자산에 대한 수용 또는 국유화는 공공목적을 전제로 해야 하고, 국내 투자자와 비 교하여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하며, 정당한 보상 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협정들은 수용 및 보상 규정의 적용대상으로서 직접적인 형태의 수용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형태의 수용도 포함시키고 있다. 즉 수용에 상응하는(equivalent) 조치, 수용과 동등한(tantamount) 또는 동일한(same) 효과를 갖는 조치, 수용과 유사한 (similar) 효과를 갖는 조치, 간접적으로(indirectly) 수용하는 조치 등의 문구를 통해 직접적 인 형태의 수용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형태의 수용 역시 그 대상이 됨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협정에서는 이러한 표현에 해당되는 수용을 간접수용(indirect expropriation)이 라 지칭하고 있다. 간접수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투자협정은 정의 를 내리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투자 재산의 소유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 지만 재산을 사용하거나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상당히 침해되어 수용에 버금가는 피해 가 발생하는 경우로 이해되고 있다.3)

간접수용을 포함하여 수용에 대한 보상은 투자협정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 만 대체로 Hull's Formula로 지칭되는 신속하고(prompt), 적절하고(adequate), 유효한 (effective) 보상이 규정되고 있다. 신속한 보상은 지체 없는(without delay) 보상을 의미한다.

2) 투자협정의 내용에 대한 보다 상세한 분석과 설명은 UNCTAD(1998), 법무부(2002) 참조.

3) 간접수용이란 용어 외에 잠식성 수용(creeping expropriation), 사실적 수용(de facto expropriation) 등의 용어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잠식성 수용의 경우 간접수용의 한 형태로 정의되기도 한다. 예컨대 UNCTAD(2000)는 간접수용을 잠식성 수용과 규제수용으로 분류하고 있다. 잠식성 수용은 점진적인 소 유권에의 간섭으로 투자재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로 정의하며, 이러한 예로서 투자지분의 강매, 경 영권에 간섭, 원료 및 노동시장에의 접근 제한, 과도한 과세 등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잠식성 수용 을 제외한 나머지 간접수용을 규제수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Dolzer(1986), Sornarajah(1994) 등은 잠식성 수용을 간접적 수용의 한 형태로서 외국인투자자를 겨냥한 현지국 정부의 “부정적인 의도”가 특히 배경 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시간 내에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신속한 보상인지에 대해서는 확 실한 규정은 없다. 적절한 보상은 보상금액의 산정과 관련된 기준으로서, 일반적으로 수 용이 발생하기 직전 또는 수용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에 수용재산의 공정한 시장가치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정한 시장가치란 합리적인 구매 자가 매도자에게 지급하고자 하는 가격으로 해당 자산의 미래 수익성이 고려된 가치이 다. 그리고 적절한 보상에는 수용일부터 보상 당일까지의 정상적인 이자의 지급이 포함 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효한 보상이란 보상이 충분히 현금화될 수 있고, 자유로 운 송금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2. 미국의 투자협정 모델과 간접수용 명료화 규정

간접수용이 수용 및 보상 규정의 적용대상으로 포함된 것은 1950년대 투자협정 초기 때부터이다.4) 그러나 최근까지 간접수용의 문제는 투자협정에서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투자협정에서 수용규정을 배경으로 발생한 분쟁은 주로 현지국 정부의 국 유화나 직접적인 형태의 수용에 따른 분쟁이었고, 간접수용이 문제가 된 분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NAFTA 투자협정을 배경으로 투자자가 간접수용임을 주 장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분쟁들이 상당수 발생하기 시작하였고,5) 이에 따라 투자협정상 의 간접수용 규정에 대한 관심이 크게 제고되었다.

이러한 NAFTA의 간접수용 관련 분쟁이 간접수용에 대한 투자자의 지나친 확대해석 에 기인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미국 행정부는 2004년 개정된 투자협정 모델에서 간접 수용의 개념을 명료화한 부분을 도입하였다.6) 즉 간접수용이란 공식적인 소유권의 이전

4) 지금과 같은 형태의 양자간투자협정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9년 독일과 파키스탄 간의 협정부터이다.

투자협정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우호통상항해조약(Treaties on Friendship, Commerce and Navigation:

FCN)의 경우 직접적인 수용에 대한 보상만을 언급하였을 뿐 간접수용에 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았다.

5) NAFTA 발효 이후 NAFTA 투자협정의 내용 위반을 이유로 투자자가 현지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제기한 건수는 약 40여 건에 이르고 있다. 이 중 31건의 경우에 있어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 의무 규정 위반이 투자자의 소송 제기의 하나의 사유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최종 판결이 이루어진 10건 의 경우에 있어 국제 중재 판정부가 간접수용을 인정한 사안은 단 한 건(미국의 Metalclad사 대 멕시코 정부건)에 머무르고 있다(김관호, 2006b).

6) 미국의 투자협정 모델 개정의 배경에 대해서는 김관호(2006a) 참조.

또는 명백한 몰수의 성격은 없지만 직접적 수용에 상응하는 효과를 유발하는 조치 내지 일련의 조치들로서, 이의 해당 여부의 판단을 위해서는 구체적 사안별로, 사실에 입각한 검토가 요구되며, 이러한 검토에서 특히 고려해야 할 요소로서 ① 정부조치의 경제적 충격의 정도 ② 정부조치가 명백하고 합리적인 투자 기대이익(investment-backed

expectations)을 침해한 정도 ③ 정부조치의 성격의 3개 요소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극

히 희소한 상황을 제외하고는(except in rare circumstances), 공공의 건강, 안전, 환경 등과 같이 정당한 공공 후생의 목적을 위해 고안되거나 적용된 비차별적 성격의 규제수용은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 명료화 규정에서 언급하고 있는 간접수용 판단의 3개 요소는 미국 국내에서 사법 부가 규제수용(미국 내에서는 간접수용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규제수용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을 판단함에 있어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기준이다. 또한 다음 절에서 설명하겠 지만 간접수용에 관한 국제중재 사안에 있어 중재판정부가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기준들이기도 하다. 미국의 간접수용 명료화 규정에서 사실 특이한 사항은 후반부에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으로서, 이 부분이 도입된 데에는 미국 내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압 력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공공의 건강, 안전, 환경이라는 정책적 목표 를 배경으로 하는 규제조치의 경우 여타의 공공목적을 배경으로 하는 규제조치에 비해 간접수용 판단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의 규제조치에 있어 간접수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 ‘극히 희소한 상황’이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결여되어 있다. 미국의 협정 모델 과 거의 흡사한 내용의 간접수용 명료화 규정을 두고 있는 캐나다의 투자협정 모델

(FIPA)7)의 경우, 이러한 상황이란 예컨대 특정 조치나 일련의 조치들이 그 목적에 견주

어 너무 정도가 심해서 선의로 도입되거나 적용되었다고는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이 부분이 담고 있는 의미의 불

7) Foreign Investment Protection Agreement. NAFTA 회원국들은 NAFTA 투자협정에 따른 분쟁에서 제기 된 이슈들을 논의해 왔으며,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2001년 NAFTA 자유무역위원회(FTC)는 투자협정 부문에 대한 해석 설명서(interpretive statement)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 캐나다 투자협정 모델상의 간 접수용 명료화 규정의 내용은 모두 이러한 해석에 기초하고 있다.

분명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목적에 비해 정도가 너무 심해서는 안 된다는 비례의 원 칙은 간접수용의 판단에 있어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원칙으로서 결코 새로운 내용 이 아니다. 정부조치의 선의성에 대한 판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면, 정부가 선의의 목적을 주장함에도 재판부가 이를 부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성격 의 규제조치에 대해서는 간접수용의 적용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는 내용으로도 볼 수 있 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향후 이러한 성격의 규제조치에 대한 간접수용 소송 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 간접수용의 판단 기준

자신의 투자재산에 대해 정당한 보상 없이 간접수용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외국 인투자자는 국내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현지국의 법적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 다. 그러나 투자협정상의 분쟁해결절차는 이러한 국내 구제절차 외에, 외국인투자자가 원하는 경우 국제중재절차를 통해 구제를 추구할 수 있는 경로를 규정하고 있다.8)

OECD(2004)는 간접수용에 관한 국제중재 판례들을 분석하여 중재판정부가 간접수용 여

부의 판단에 있어 적용하고 있는 주요 기준들을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협정 모델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과 마찬가지로 재산권 침해의 정도, 정부 조치의 성격, 그리고 합리적인 투자 기대에의 침해 정도라는 세 가지 기준이 중재판정 부의 판결에서도 주요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재산권 침해의 심각성 정도는 간접수용의 판단에 있어 핵심적인 고려 요소이다. 어느 정도의 침해가 간접수용으로 인정될 만한 침해인가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상당히 엄격 한 척도를 제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투자자의 재산권이 상당히 감소되었다는 정도로 는 간접수용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조치에 의해 재산의 경제적 가치의 모두 또 는 거의 대부분이 소멸될 정도의 경제적 충격을 간접수용에 해당하는 심각한 피해로 판

8) 투자협정은 정부 대 정부 간의 분쟁해결절차뿐만 아니라 투자자 대 정부 간 분쟁해결절차를 두고 있다.

투자자 대 정부 간 분쟁해결절차의 근본적인 취지는 현지국 정부의 협정 의무 위반사항에 대해 투자자 가 직접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현지국의 국내 구제절차를 이용하지 않고 국제 중재를 이용하는 경우 세계은행의 산하 기구인 「국가와 타방국가 국민 간의 투자분쟁 해결에 관한 국제 센터(ICSID)」가 중재기관으로 보통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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