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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제도 연구의 한계

문서에서 규제 연구 (페이지 151-154)

한국의 정책연구자들이 비공식제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공식제도에 대한 기존의 연구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첫째는 문화․관습․규범 등의 비공식제도는 어떤 사회의 구성원들의 마음속이나 비공식적인 관습 속에 내재화되어 있는 그야말로 비공식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사회현상에 대한 비공식제도의 영향을 실 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연구방법이나 분석차원의 제약이 있다. 비공식제도를 조작이 가능한 독립변수화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비공식제도에 대한 연구에서 국

5) 식민지 시대의 미국이 문서상으로 수백 개의 영국식 법원을 설립하였으나 부질없는 짓이었음은 비유한 Friedman(1988)의 표현임.

6) 목적론적인 해답을 찾기 위하여 전체를 배제한 채 부분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춘 정책접근을 한계를 비 판하는 Tribe(1972)의 표현임. 렘브란트의 그림처럼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사회에 피카소의 그림을 잘라 와서 붙이는 꼴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임.

7) 지배구조의 변화를 비공식제도의 영향에 의한 경로의존성의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연구(김석용, 2000), 지배주주의 기회주의적 행위와 회계정보와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최강득․송준엽․안홍복, 2004), 한국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시킨 연구(황말동, 2001), 지배구조의 변화에 대한 문화의 영향을 부분적으로 검토한 연구(하태수, 2002) 등 최근 들어 비공식제도의 요인이 지배구조에 미친 영향을 다루는 연구들이 극히 소수이나마 제시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비공식제도의 역할이나 중요성을 충분히 납득시키기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있다.

가나 지역 간의 차이를 비교하는 방법이 흔히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동일한 민주주의 법제도가 남아메리카에서는 성공하지 못하거나(North, Summerhill, and Weingast, 2001), 동일한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였음에도 이탈리아 북부에 비하여 남부에서는 성과가 낮게 나타나는 이유(Putnam, 1993), 유사한 시기에 구소련으로 부터 독립하여 자본주의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국가 간에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 (Offe, 1993), 대기업이 출현할 수 있는 사회와 출현하기 어려운 사회(Fukuyama, 1995) 간의 차이 등을 비공식제도의 차이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다른 요인들은 통제한 상황에서 비공식제도가 달라질 경우 제도의 성패가 달라지고 있으므로 제도의 성패는 비공식제 도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이 이들 연구들의 주된 논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법의 논리에 의한 설명은 국가 간 비교를 통하여 차이의 영향을 분명히 보여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독립변수의 어떤 차이점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하여 종속변수의 차이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설명에는 소홀하기 쉽다는 약점이 있다. 즉 이들 연구들은 식민지배라는 역사적 요인이나 사회자본, 신뢰와 같은 비공식제도에 의하여 제도의 성과가 달라진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특히, 사회자본이나 신뢰는 전문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도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전문경영에 대한 비공식제도의 영향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예: Fukuyama, 1995). 그런 데 이런 비공식제도들이 정작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런 연구들이나 관련 연구들을 통하여 충분한 설명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8)

둘째, 비공식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거기에는 어떤 내 용이나 구성요소들이 있으며, 이것들은 어디에서 온 것이고 또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

8) 비공식제도의 영향에 관한 사회적 차원의 연구에서는 공식제도 자체의 결함이 무시되기 쉽다는 점도 지 적할 필요가 있다. 서구에서 잘 작동하고 있는 제도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들 제도가 결함이 없는 제도인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들을 보면, 미국식 지배구조의 약점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 로 부족하다. 본 연구에서 사례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지배구조 역시 공식제도(예: 이사회․사외이 사․정부감독기구 등) 자체만을 놓고 보면 상당한 결함이 있는 제도이고(예: SEC, 2002; Schwartz, Dunfee, and Kline, 2005), 그렇게 때문에 비공식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공식제도의 영향을 강조하다 보면 공식제도 자체도 상당한 약점이 있다는 것은 간과하기 쉽고, 그래서 공식제도들이 실패 하는 것은 비공식제도의 결핍이나 약점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예: Putnam, 1993; Fukuyama, 1995). 틀린 결론은 아니지만 제도의 실패에 대한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제도의 실패는 공식제도의 결 함과 비공식제도의 부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예를 들면, North는 문화․전통․관습․규범․공통된 신념 등을 비공식제도의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우리가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문화, 구체적으로 어떤 관습과 규범, 어떤 전통이 비공식제도로서 개인의 행동에 대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또한 이런 것들 은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궁금증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Hayek는 자생적 인 질서로 개인소유․정직․계약․교환․무역․경쟁․소득과 개인의 자유를 따르는 규 칙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들은 어디까지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질서라고 지적하고 있다(Hayek, 1996: 36-37). Hayek가 강조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인간의 이성에 의한 창조 물이 아니라 오랜 시행착오 속에서 문화적인 진화와 관습의 축적을 통하여 자생적으로 형성된 질서라는 것이다. 그런데 Hayek 역시 정직이나 계약의 질서를 가능하게 한 문화 와 관습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까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종교라는 것이 이런 전통을 수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임을 지적하지만(Hayek, 1996, 제9 장), 이 역시 어떤 종교의 어떤 측면이 어떻게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9)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전문경영방식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충분한 지침을 얻을 수 없으며, 이의 수립이 어떻게 가능하였고, 이에 대하여 제도연구자들이 강조하는 비공식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병행되어야만 전문경영의 성공여건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9) 이들의 시각에서 보면, 이런 비공식적 요소들은 이미 역사적으로 주어지거나 생성되어 있는 것이기 때 문에 이의 근원이나 유래보다는 제도의 변화경로에 대한 영향이나 비공식제도의 기능적인 측면에 관심 을 기울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비공식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런 것들은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재산권 제도, 특허법, 유한책임제도 등과 같은 공식제도의 영향을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 다(예: North&Thomas, 1973). 비공식제도가 주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공식제도를 수립하느냐가 사 회의 발전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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