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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규제수용제도

문서에서 규제 연구 (페이지 45-50)

1. 내용

미국의 연방헌법 수정 제5조는 “누구라도 정당한 법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생 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하지 아니하며, 정당한 보상(just compensation) 없이는 공익에 사용할 목적으로 사유재산권을 수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래 이 조항은 정부 가 공공목적을 위해 개인의 재산을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조치를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재산의 소유권을 침해하지는 않았지만 재산의 사용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정부 규제도 이 조항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대법원의 판례들이 제시되면서, 이 조항은 비단 명시적인 수용조치뿐만 아니라 수용에 버금가는 재산권 피해를 초래하는 조치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보상을 추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9) 공정한 시장가치에 따른 보상이 명시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는 중국과의 협정(1992)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의 협정의 경우 시장가치에 따른 보상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가치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일 반적으로 인정되는 가치 산정방식을 사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란, 터키, 엘살바도르와의 협정의 경우 유효하게 현금화될 수 있고 자유로운 송금이 가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태국, 파키 스탄 등 10여 개국과의 협정의 경우 보상에 이자가 포함됨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10)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2006) 자료를 바탕으로 필자가 분석한 결과임.

수용은 아니지만 재산권에 대한 침해 정도가 심각하여 결과적으로 수용적 성격으로 판단되는 조치들을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규제수용(regulatory taking)이라 지칭하고 있다.

규제수용에 대해 법적으로 확립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나, 대체로 ‘정부의 경찰권

(police power)에 근거한 공적 규제의 정도를 벗어나서 수용의 법리에 따른 보상이 요구되

는 재산권의 침해’ 정도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행정부가 규제수용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라 할 수 있다. 레이건 행정부는 규제완화 그리고 규제로부터의 재산권의 보호 를 강조하는 노선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규제수용과 관련된 소송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 이는 가운데, 미 행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하였고 1988년 3월 ‘정 부행위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Government Actions and Interference with Civil Constitutionally Protected Property Rights)'로 명명된 대통령 행정명령 12630이 발동되었다.

이 행정명령이 제시하고 있는 목적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명시적인 수 용조치뿐만 아니라 규제수용 역시 연방헌법 수정 제5조의 적용대상임을 명심할 것, 둘 째, 행정당국은 규제조치가 재산권에 미치는 효과를 면밀히 검토할 것, 셋째, 규제조치 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수용의 발생을 최대한 예방함으로써 보상으로 인한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행정명령에서는 수용 함 의성(taking implications)이 있는 정부 조치를 사유재산권의 사용에 관한 인가, 허가, 조건, 요구, 그리고 제한을 목적으로 하거나 수행하는 규정들로서 정부의 경찰권 행사의 영역 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법무부는 이 행정명령에서 명시되고 있는 지시 사항에 따라 1988년 6월 ‘예상 치 못한 수용의 위험 및 회피 평가 가이드라인(Attorney General's Guidelines for the Evaluation of Risk and Avoidance of Unanticipated Takings)'을 마련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은 행정당국이 규제 법안을 마련함에 있어 이러한 법안의 수용 함의성에 대해 자체적으로 평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 과정에서 정부 재정에의 잠재적 부담을 최소화하면 서 규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 검토할 것을 지시하고 있 다.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관보 등을 통해 규제 법안을 통지할 때 이의 수용 함의성을 개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행정당국들의 규제수용에 대한 이 해를 제고하기 위해 규제수용에 관한 판례들을 제시하여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대표적

인 판례의 하나로서 Penn Central Case를 제시하고 이의 판결에서 제시된 세 가지 기준, 즉 정부조치의 경제적 충격의 정도, 합리적인 투자 기대에의 침해 정도, 정부조치의 성 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행정명령은 예산관리국(OMB)으로 하여금 행정당국들에 대한 감독을 지시하 고 있다. 행정당국은 예산관리국에 규제 법안의 검토를 요청할 때 수용 함의성에 대해 검토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예산관리국은 각 행정당국의 예산 신청을 심사할 때 수용에 따른 보상금 지급 결과를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2. 주요 판례와 규제수용의 기준

미국에서 보상이 지급되어야 하는 규제수용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판례들을 통 해 형성되어 왔다.11) 규제수용에 관한 대표적인 판례로서 인용되고 있는 세 가지 판례 들에 대해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Pennsylvania Coal Case(1922)

펜실베이니아 석탄회사의 채광구역 중의 지표면 일부에 Mahon의 주택이 위치하고 있었다. Mahon은 채광으로 인해 지반이 침하되어 주택 붕괴의 우려가 있음을 주장하며 주법원에 석탄회사의 채광 중단을 명령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주법원은 주택표면의 침하를 야기하는 방법으로 타인의 주택 지하에 있는 석탄 채광을 금지하는 법(Kohler 법)에 따라 동 석탄회사의 채광 중단을 명하였다. 이에 동 석탄회사는 이 법은 정당한 보상 없이 채광권을 박탈한 것으로서 위헌이라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다. 그리고 연방대법원은 이를 보상이 수반되어야 하는 규제수용으로 판시하였 다. 연방대법원이 이를 규제수용으로 판시한 핵심적인 근거는 문제의 법이 석탄회사의 채광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것이었다.

이 판례 이전까지는 수용은 재산의 물리적 박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따라서 이 판례는 규제수용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로서 인용되고 있다. 이 판례가 지니

11) 미국의 규제수용제도의 발전과 주요 판례들은 Burcat and Glencer(2002) 참조.

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정부가 보상의무를 지니지 않는 규제권과 보상의무를 지니 는 규제 수용을 구분하는 기준으로서 가치감소원칙(Diminution in Value Test)을 제시하였 다는 것이다. 즉 정부조치가 재산권에 대한 규제를 통해 재산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경 우 그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보상을 할 필요가 없지만 정도를 벗어나는(goes too far) 과도 한 가치 하락이 초래되는 경우 수용의 법리에 따라 보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이 원칙은 규제수용의 판결에서 적용되는 중요 원칙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2) Penn Central Case(1977)

뉴욕시의 유적물보호법은 지정된 유적물의 소유자가 유적물의 외관구조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유적물로 지정된 Grand Central Terminal 을 소유하고 있던 Penn Central 운송회사는 터미널 건물이 협소하여 건물 뒤편에 고층 건물을 지으려고 계획 중이던 회사(UGP)와 건물임대계약을 체결하였다. UGP가 위원회 에 건축허가를 신청하자 위원회는 이 건물이 신축되면 터미널의 역사적․예술적 특징 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Penn Central과 UGP는 유적 지정으로 인해 정당한 보상 없이 재산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 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이 사안을 규제수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례는 현재 미국에서 규제수용에 관한 가장 보편적인 기준이 되고 있는 ‘세 가지 요소 기준(Three Factor Test)'을 제시한 최초의 판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규제수용 의 판단에 있어 정부의 규제조치가 공익목적을 위해 행사되었는가 하는 정부조치의 성 격 문제, 정부의 규제조치가 재산권에 얼마나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는가 하는 문제, 그리고 정부의 규제조치에 의해 침해된 재산권의 기대가 투자자의 얼마나 합리적 인 기대인가의 문제가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안의 경우 이 세 가지 기준 모두에 있어 규제수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연방대법원의 판단이었다.

(3) Lucas Case(1992)

1986년 Lucas는 남 캐롤라이나 연안에 단독주택을 건축할 목적으로 두 필지의 택지 를 구입하였다. 당시 Lucas가 구입한 택지는 주 정부가 건축을 제한하고 있는 연안해 제 안구역에 속해 있지 않았으며, Lucas는 주변 필지에 이미 지어진 주택들과 같은 형태의

주택을 건축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1988년 해변관리법의 제정으로 Lucas의 택 지에는 어떠한 영구건축물도 건축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Lucas는 이를 규제수용으로 주장하며 보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최종적으로 연방대법원은 이를 규제수용으 로 인정하였다. 이를 규제수용으로 인정한 근거로 연방대법원은 원고의 토지에 어떠한 건축물도 신축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원고의 재산권에 대해 모든 경제적으로 유용한 사 용(all economically beneficial use)을 박탈한 것이며, 원고가 주택을 지어 분양하려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 기대로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이 판례가 지니는 의미는 목적이 공익에 있다 하여도 재산권자에게 경제적으로 유용 한 사용을 모두 거부하는 것은 규제수용으로서 보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 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단 정부의 규제조치가 공공을 해악(harm)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경 우, 즉 불법방해 행위를 방지하려는 경우에는 모든 경제적으로 유용한 사용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보상이 필요치 않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3. 최근의 소송 현황

미국의 회계감사원(GAO)이 2003년 9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2년까지의 3년간 규제수용과 관련된 주요 4개 부처(농무부․육군공병대․환경보호국․

내무부)를 상대로 제기된 규제수용 소송 중 44건이 종결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2건에 있어 법원의 판결 결과 규제수용으로 인정되어 총 420만 달러의 보상금이 지급되 었다. 12건의 경우 규제수용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원고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타협이 성사됨으로서 소송이 종결되었다. 이들 12건의 타협 건에 있 어 원고에게 지급된 총 보상금액은 3,230만 달러였다.

즉 종결된 44건 중 14건의 소송에서 원고에게 보상금 지급이 이루어졌고 그 금액은 총 3,650만 달러였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부처별로는 내무부와 관련된 소송이 26건 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10건에 있어 보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보 호국의 경우 관련 소송은 단 2건에 불과하고 보상이 지급된 소송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고 있다. 한편 종결된 이들 소송 외에 2002년 말 현재 계류 중인 규제수용 관련 소송건 수는 54건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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