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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의 출산 동향과 연구 결과

6. 토론: 불확실한 세계에서의 출산

1988년 David A. Coleman은 “알려지지 않은 세계에서의 재생산과 생존”이라는 강연에서 출산율 감소에 대한 매우 제한적인 이해와 선진국 에서 일어나고 있는 출산율 변화가 가지고 있는 패러독스를 지적하였다.

“우리는 현재 유래 없이 풍부한 인구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인구학적 행동 매커니즘에 대한 설명과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아주 열악한 상황 에 놓여 있다. 이러한 신 인구학적 무지에 직면하여 현재 무슨일이 벌어 지고 있는가는 볼 수 있지만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미래에 어 떤 일이 벌어질지는 말할 수 없다”

이러한 관찰은 30년이 지난 현재에 와서 더욱 타당하다. 유럽 국가의 출산율은 현재 갈림길에 놓여 있다. 최근까지만 하더러도 유럽 국가는 인 구 대체 수준에 가까운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와 저출산을 보이는 국가로 양분되었었다. 이러한 이분화는 현재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으며 이 는 각 국가의 기간 합계출산율 자료를 통해 확인될 수 있다 ([그림 2-1]).

200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초저출산이라는 잠재적인 덫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Goldstein et al., 2009). 인구학자들 은 출산율이 낮은 국가에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주요한 요인에 대해서 토론하였다(Billari, 2018).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인구 대체 수준에 가까운 출산율을 보이거나 지속적인 출산율 회복을 보이는 국가들은 높은 경제 발달 수준, 높은 수준의 양성 평등, 관대하고 안정적인 가족 정책, 청년층 의 번영(이른 연령에서의 주거 독립 포함), 안정적인 경제 상황 등 제도적 인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와서 이러한 모습은 흔들리고 있다. 오랜 기간 동

많은 국가들은 가족에 대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새로운 가족 정책 을 도입하였다. 국가마다 다양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였는데 에스토니아 와 독일의 경우 북유럽 국가 스타일의 보육 서비스나 육아 휴직 제도를 확 대하였고, 헝가리, 폴란드,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은 다자녀 가족에 대한 재 정적인 인센티브, 조세 및 대부 정책 등 출산장려적인 정책을 도입하였다.

한편, 지속적인 출산율 하락을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 럽 국가들은 2015년 이후에도 출산율 하락은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몰타에서 기간 합계 출산율은 다시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양상 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1990년대에 이들 국가들이 초유의 저출산 양상을 보였을 때와 유사한 수치이다(Sobotka, 2004; Goldstein et al., 2009).

남유럽 국가에서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 다. 남유럽 국가에서는 초저출산과 관련된 체계적인 특징인 높은 실업율, 불안정한 일자리, 제한된 가족 정책, 낮은 양성 평등, 청년들의 낮은 지위 (Billari, 2018), 늦은 연령에서의 독립과 결혼 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 이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남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특징들을 초저출산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공유하고 있다 (Ferrera, 2016; Gietel-Basten, 2019; Sobotka, 2017).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출산율이 중간 수준의 출산율로 변동하고 있 어 유럽 국가 간 출산율 차이는 감소하고 있으며 적어도 당분간은 사회 체계적 조건과 출산율 간의 관계는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Sobotka and Zeman, 2020). 기간 합계출산율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출산 시기의 변화에 의한 바가 크다. 출산율의 국가 간 그리 고 지역 간 차이는 사라지고 있으며 지난 20년 동안 논쟁되어 왔던 체계 적인 조건 (경제 발전, 양성 평등, 여성 노동 시장 참여율, 가족 구조 변화 등)과 출산율 간의 관계는 약해지고 있다(Billari and Kohler, 2004;

Myrskylä et al., 2009; Luci-Greulich and Thévenon, 2014; Arpino et al., 2015).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인 양상일 수 있으며 유럽 국가 간의 코호트 출산율과 자녀 수의 근본적인 차이를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간 합계출산율의 변화는 유럽 국가의 출산율 지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과거 출산율 양상 에 기초하여 유럽 국가의 미래 출산율 추이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다음과 같이 새로운 출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관찰 가능하다.

1. 불안정한 출산율: 선진 국가의 출산율은 안정화되고 있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래의 부모들이 경 제적 및 체계적 조건 변화, 새로운 정책, 부부, 가족, 자녀 출산에 대한 변화하는 관념들에 대해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Sobotka, 2017).

과거 20년 동안 많은 선행 연구들이 장기적인 출산율 변화가 하나 의 균형 상태에서 다른 균형 상태로 변화하여 결국에 U 모양의 과정 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Esping-Andersen and Billari, 2015). 그러나 실제적인 증거를 보면 많은 국가들의 출산율이 급작 스러운 상승과 하강을 보이고 있고 체코, 러시아, 스웨덴 및 독일의 동쪽 지역에서는 출산아 수의 급증과 급감을 보이고 있다.

2. 초저출산: 약 10년 전에 기간 합계출산율이 현저하게 낮았던 양상이 사라지고 난 후 다시 초저출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초저 출산 현상은 한국, 스페인,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와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 기간 합계출산율은 1.3명 이하이다. 현제 많은 유럽 국가에서 기간 합계출산율이 1,3~1.5명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국가가 이러한 초저출산 양

상을 보일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북유럽, 남유럽, 서유럽 국가에서 첫째아 출산이 연기되거나 첫째아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 어 이는 향후 둘째아 출산과 셋째아 출산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 다. 더구나 출산율 하락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제 하락에 의해 영향을 받은 국가에서 더 심화되어 나타날 수 있다.

3. 템포 효과는 유럽 국가 출산율 경향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유지될 것 이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첫째아 출산 평균 연령이 약 30세에 달하 고 있으며 이러한 출산 연기는 유럽 국가의 출산율 경항 및 국가 간 차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유지할 것이다(Sobotka, 2017;

Hellstrand et al., 2020). 20년 전 상황과 유사하게(Sobotka, 2004) 기간 합계출산율의 장기적인 변화와 국가 간 출산율의 차이 는 출산의 연기 정도와 양상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체코에서의 기간 합계출산율 상승은 출산 연 기의 감소와 이후 연령대의 안정적인 출산에 따른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반면에 핀란드의 장기적인 기간 합계출산율의 감소는 청년들 의 자녀 수 감소라기보다는 자녀 출산을 연기하는 양상이 현저해졌 다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고 설명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