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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마니아들의 성지, 중앙선 똬리굴(금대1, 2터널)

문서에서 517691103 2017년 10월호 (페이지 60-63)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그곳을 더욱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한다. 복선화 과정에 서 노선의 변경으로 폐역 및 폐선이 발생하고 있는 중앙선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 다. 소박하면서도 다정한 운치를 풍기는 고즈넉한 역사(驛舍)나 독특하고 매력적인 역사(歷史)를 가진 곳이면 더욱 그러하다. 원주를 지나는 중앙선 노선 중에서 아름답기로 입소문이 자자한 역 은 앞에서 다뤘던 혁신도시의 관문인 반곡역이다. 반곡역은 2009년 ‘간이역 활용 마을 미술 프로 젝트’ 사업을 통해 맞이방과 역사 주변을 미술 갤러리로 조성하였다. 내부에는 화가들의 그림 작 품이 걸려 있고 외부에는 설치 미술 작품이 있다. 설치 작품들의 주제는 반곡역과 인근 중앙선 철 도를 소재로 한 것들이다. 실제로 반곡역과 치악역을 연결하기 위한 백척교와 똬리굴(금대1, 2터 널)은 엄청난 지형 극복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중앙선은 험준한 한반도 동부 내륙 지역을 지나는 노선으로서, 일제강점 기 중앙선 철도 공사를 진행하는 과 정에서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몇 차 례 고비가 있었다. 단양에서 영주로 넘어가는 죽령터널 건설과 더불어 이 지역이 그 중 하나였다. 반곡역을 지 나면서 본격적으로 지대가 높아져 치 악역과 반곡역 사이에는 급격한 고도 차이가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루 프 터널이 건설되었다. 루프 터널이 란 급경사를 쉽게 오르지 못하는 기

동화역 버스정류장

똬리굴(금대1, 2터널-루프터널) 지형도 원주 방면

제천 방면

차의 특성으로 인해 선로를 나선형으로 우회시 켜 경사를 완만하게 한 터널로, 뱀이 똬리를 튼 형상과 비슷하다 하여 일명 ‘똬리굴’이라고도 불린다. 지형도를 통해 살펴보면 원주 반곡역 을 지나 제천 방향으로 해발고도 270~280m 높이를 지나던 철로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철 도 다리라고 하는 길아천 철교를 지나 해발고 도 290m쯤에서 루프터널인 금대2터널로 들어 가게 된다. 산을 한 바퀴 크게 휘감고 돌아 터 널을 빠져나올 때에는 약 해발고도 320m 정도 가 된다. 짧은 금대1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치 악역을 지나 제천으로 넘어간다. 시간을 멈춘 것처럼 혹은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터널을 통 과하기 전, 후의 차창 밖 풍경의 경이로움을 이 야기하는, 마치 간증과도 같은 고백의 블로그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철도 마니아들 사이에 반드시 찾아가봐야 하는 성지로 통하는 이곳을 우 리 답사팀도 가지 않을 수 없었다(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답사를 다녀오기 전까지는 대학 전공강의 때 익히 들었던 철도의 지형 극복 방식인 루프터널에 대한 아무런 관심도 정보도 없었던 것이 사 실이다). 우선 길아천 철교부터 찾았다. 지상으로부터 100척 높이의 다리라는 의미로 백척교라고 도 불리는 원래의 다리는 지금은 기둥 4개만 남겨져 있고 철거된 상태이다. 그 옆으로 새로운 길 아천 철교가 지나고 있다. 쭈그려 앉아 카메라를 올려 찍어도 한 프레임에 들어오기 어려울 정도 로 위압감이 느껴지는 엄청난 크기의 기둥이었다. 당시의 토목 기술로 다리를 건설하고 터널을 뚫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름 없는 이들이 피땀을 쏟았을지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백척교를 떠나 신호장 역1) 역할만 하고 있는 치악역에 도착해 둘러보고 있을 때, 마침 반곡역으로 향하는 화물 열차가 지나갔다. 치악역은 고도가 높아 먼 아래로 백척교와 터널이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 사이 로 보였다. 원주 방향으로 향하는 화물 열차가 위쪽 터널(금대1터널) 입구로 들어가 다른 터널(금 대2터널) 출구로 나오기까지 시간은 대략 3분여가 걸렸다. 수많은 희생으로 건설된 이 선로를 따 라 수많은 물자와 사연들이 지금까지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간 중 앙선 첫 답사 때에도 이 루프터널을 지났었건만 그때는 아무 자각이 없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

백척교의 다리 기둥

1) 신호장 역은 여객이나 화물을 처리하지 않으며, 오직 열차의 교행을 위한 신호를 관리하는 역임. 중앙선은 현재 청량리역에서 서원 주역까지 복선전철화되어 있어, 교행을 위한 신호장 역은 서원주역 이후부터 등장함. 루프터널을 지나야 하는 치악역 주변은 특히 열차의 교행에 신경을 써야하는 지형적 난관 지역이기에 치악역 이외에 금교역, 창교역이라는 신호장 역이 있음.

고 느끼는 것인가 보다. 이 철로 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 올 가을 이 길을 다시 한 번 더 찾 아야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여기서 필자가 알려주는 여행 팁 하나! 중앙선 원주 구역의 최 남단 끝 역은 ‘신령스런 숲’이란 의미의 한자어를 가진 신림(神林) 역이다. 역으로 들어가는 길 양쪽 으로 나무가 우거져 있어 숲 속으 로 들어가는 것인가 싶은 분위기

를 자아내는 운치 있는 역이다. 이 역이 위치한 신림면에는 1년에 딱 이틀만 일반인의 출입을 허 락하는 숲이 있다. 성남리 마을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성황당이 있는 숲인 신림면 성남리의 성황 림이다. 온대 지방을 대표할 만한 활엽수림으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고, 우리 조상들의 과거 종교 관을 알 수 있는 민속자료일 뿐만 아니라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1962년 천연 기념물 제93호로 지정되었다. 성남리 주민들은 지난 100여 년 동안 매년 음력 4월 8일과 9월 9일 에 마을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성황제를 지내고 있고 이때에만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 복선 화 사업으로 곧 사라질 중앙선 낡은 철길을 따라가는 기차 여행에, 덤으로 우리 전통문화 체험과 천연림의 가을 풍경까지 담아올 수 있는 이번 가을 여행을 부디 놓치지 않기를!

참고문헌

뿌리깊은나무, 편. 1992. 한국의 발견: 강원도. 서울: 뿌리깊은나무.

산림청. https://www.forest.go.kr

심승희, 한지은, 이미란. 2016. 제2종관 철도 중앙선과 주요 연결노선의 형성 과정 및 기능 변화. 문화역사지리 28권, 3호: 36-61.

한국관광공사. http://korean.visitkorea.or.kr 한국철도시설공단. http://www.kr.or.kr 혁신도시 홈페이지. http://innocity.molit.go.kr KOSIS 국가통계포털. http://kosis.kr

치악역에서 본 풍경

인터뷰│김형민 The University of Melbourne 건축 및 도시계획학부 조교수, 도시계획학 박사(Hyungmin.kim@

unimelb.edu.au)

서울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감정원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호주정부초청장학금을 통 해 멜버른대학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중국 내 Xian Jiaotong-Liverpool대학과 호주의 RMIT대학 에서 조교수로 근무하였으며 2016년부터 멜버른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아시아 지역의 도시화, 국제도시연구, 경제구조 변화와 도시성장이다. Cities, Habitat International, Progress in Planning 등 도시 관련 국제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커뮤니티 기반시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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