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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대상으로서의 죄책성 억지론 대 응보론

문서에서 과잉범죄화의 법경제학적 분석 (페이지 127-150)

2. :

가 죄책성과 응보론 .

형사처벌 자산불충분성 논리의 불충분성 1) :

가격고정의 예를 통하여 간략히 문제제기를 해보자 소수 항. 공사들이 수십만 명의 승객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운항요금 담합을 했다고 하자 사회전체에 미친 사중손실이 컸음에도 불. 구하고 각 승객이 부담하는 개인피해는 작았다 따라서 개별적. 제소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일단 공적집행이 비교우위를 갖게 된다 그런데 거듭 이 사실이 곧 형사제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만약 규제기관이 담합행위. 를 발각하는 어려움까지 감안하여 Becker(1968)식으로 적발 확률의 역수를 일종의 승수로 사용하여 혹독한 수준으로 과( ) 징금을 산정할 수 있다 이 대규모 기업들의 부담능력에 문제가. 없는 한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과징금은 억지력을 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담합기업들은 형사처벌 특히 징역형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국내외에서 종종 관찰한다.

이상은 증권시장에서 주가조작을 했지만 투자자 피해를 배상 해줄 능력이 있는 유력한 재력가가 실형을 선고받는 현상과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 일반적인 현상으로는 평범한 주부가 일이. 십만 원에 해당하는 옷을 백화점에서 훔치는 행위가 CC-TV에

포착되는 장면을 우리는 뉴스에서 종종 본다 도심 지역 바로. 지근에 위치한 가령 여러 제과점들 사이에 경쟁이 심해져서 급 기야 한 주인이 다른 업체의 유리창이나 기타 제과기계 일부분 을 파손시켰다는 보도도 자주 접한다 파손의 피해는 가령 일이. 백만 원이라고 하자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받게 되는 형사처. 벌 역시 자산불충분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더욱 극단적인 사. 례는 경쟁업체 사장을 청부살인을 시도했던 재력가나 아이가 없는 부부가 다른 집 영아를 유괴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상황일 것이다. 실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따라서 배상능력 자체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지없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 자산불충분성의 위험이 전혀 없는 피고들은 왜 형사제재를 받는 것일까?65) 특히 위 담합의 경우 당사자들이 그러한 위법행

65) 최근Mungan(2011, p. 7)은 만약 억지를 위하여 금전적 제재로만 통제하 는 시스템을 사용하면 법집행자들이 공권력을 남용하여 무고한 사람들로 부터 국고 또는 법집행자 로의 부 이전을 불법적으로 꾀할 유인을 만들 수( ) 있기 때문이라는 추론을 제시한 바 있다 즉 부패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답. , 변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대로 만약 무고한 부자에게 막대한 과징금이나. 벌금을 쉽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부과할 때 부패가 발생한다면 설사 비금’, 전적 제재를 사용하여도 그러한 부패시스템은 얼마든지 발생할 것이다.

즉 징역형을 감하거나 면해 준다는 구실로 무고한 부자로부터 금전적 대, 가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이 가설은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 부패가 발. 생하는 것은 재량의 남용 때문이지(Cho and Kim, 2001), 제재방식에 그 근본원인이 있는 것 같지 않다. Galbiati and Garoupa(2007)는 절차적 엄 격성이 요구되는 형벌 과정을 통해서 해당 범죄자들에 대하여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를 생산함으로써 사회구성원들이 이들에 대하여 향후 저렴하 게 주의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신호기능 논리를 사용한 바 있다 그러. 나 엄청난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는 전력 역시 시장참여자들에게 비슷한 신호기능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따라서 형사제재는 죄책에 대한 처. 벌수단으로서 낙인효과 (stigma effect)’ 등 다른 제재수단들이 갖지 못하는 비효용을 효과적으로 준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부유한 사람에게는.

위를 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갖가지 강압적 편법적 행위들을․ 서슴지 않았다면 형벌의 수위가 대체로 상승한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만약 자료를 누락 또는 위장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현상에 접하여 우리는 이때의 형사벌칙은 사회에서 엄‘ 격히 통제한 행위인 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그를 위반했기 때 문 에 가해지는 제재라는 상식적 이해를 할 수 있다 요컨대 죄’ . ‘ 책성(culpability)’이 있는 행위를 한 자를 국가가 처벌 또는 징‘ 벌(punish)’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국가에. 의해 내려지는 처벌의 수단은 늘 형사제재를 사용한다.

그런데 바로 이 죄책성에 대한 징벌의 목적 을 놓고 법 철 학‘ ’ ( ) 자와 경제학자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Posner와 로 대표되는 법경제학자들은 앞에서 보았듯이 억지를 징 Shavell

벌의 목적으로 설명한다 이른바 억지론 이다. ‘ ’ . (물론 전술한 대 로 법학계 내에서도 억지론은 존재하였다.) 반면 전통적인 법학 에서는 이와는 달리 응보론 이 상대적으로 더욱 주류를 이루어‘ ’ 왔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법경제학의 억지론은 응보론자들. 로부터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예. 를 들어 형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서의 자산불충분성 주장이 나 적발확률을 감안한 징벌승수 등의 경제이론은 응보론자들이 거의 수용하지 않는 듯하다 응보론에서의 핵심은 거듭 도덕적. 비난가능성(blameworthiness)의 크기이며 그 크기에 비례한 수,

태형이나 징역형 등 비금전적 형사제재들이 더욱 그러한 효과를 가질 것이 다 이는 부유한 사람일수록 금전적 자산의 한계효용이 낮아질 것이라는 통. 상의 경제학적 추론과 일치한다 이에 관해서도 다음 장에서 상술한다. .

준으로 처벌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런 맥락에서 경. 제이론이 현재 형법체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Husak, 2008, p. 183).

만약 자산불충분성 문제가 전혀 없고 고의성이 없었다면 형 법 대신 불법행위법으로 해당 위해행위들의 통제가 충분하다는 가령 Posner의 이론이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Husak 은 주장한다 현실에서는 형벌이 갖는 선언적 기능. ‘ (expressive 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능은 자산

function)’ . (

불충분성이 결코 아니라 도덕적인 비난가능성이 있는 자를 선) 언하고 고통받게 하는 것인데 경제이론에는 도덕적 측면에 대, 한 고려가 부재하므로 그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논리이다 최근. Fletcher(2007, p. 59, [] 추가 는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심지어)

“형법의 실체적 측면에 대해 법경제학자들로부터 들을만한 유

[

용한 얘기가 없다

]

”라는 부정적 평가를 하기도 하였다.66)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실제로 법경제학자가 이 처벌 의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던 1980년대 중반 훨씬 이 전부터 법학계 및 범죄학계 내에서도 억지론 이 상당히 오랜( ) ‘ ’ 기간 나름대로 정립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같은 법학계 내.

66) 하지만 응보론을 주창하는 글들을 읽다 보면 사실은 경제학계에서 충분히 받아들이는 요소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제이론에서 하나의 필요조건. 으로 상정하는 고의성요건 이다 반면 응보론에서 이에 대응하는 개념은 . 이른바 범의 또는 과오요건 (fault requirement)’인데 그 정의는 의도적으 로 알면서도 또는 부주의하게, , (purposely, knowingly or recklessly) 이루 어진 작위 또는 부작위 이다 (Ashworth, 2008, p. 411). 그리고 전형적인 예로서 물건의 수용은 이 과오요건을 만족시키지만 순수사고로 남의 자산, 에 피해를 준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한다 그런데 후술되듯 이는. 법경제학적 이론들에서도 그대로 공유되는 시각이다.

에서 응보론과 억지론 사이에는 상당한 공방이 있어 왔다는 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학계와 경제학계의 사이의(inter)’

상이한 징벌이론에 대한 평가를 다음 절에서 하기에 앞서 본절, 에서는 우선 이 법학계 내에서‘ (intra)’ 존재했던 이론과 주장의 차이를 검토한다.

도덕철학으로서의 응보론 2)

제I.4절에서 매우 간략히 소개한대로 처벌의 목적과 관련하여 법학계 내에서도 여러 이론들이 오랜 기간 각축을 벌여왔다 가. 장 역사가 오래 되었고 여전히 가장 대표적인 처벌이론은 응보‘ 론(retributivism or desert)’이다 후술되듯 영미법계 국가의 법. 학 및 법조계에서는 특히 20세기 후반에 즈음하여 그 이전 한 동안 빛을 잃고 있었던 응보론이 다시 각광을 받게 되는 반전현 상이 일어난다(Davis, 2009, p. 74).

전술하였듯이 처벌은 원래 비난가능성 또는 죄책성 에 대한( ) 응보라는 시각이 가장 유구한 역사를 지닌다 그러나. 20세기 들 어오면서 가장 고전적 해석이라 할 수 있는 복수를 위한 응보‘ 론 은 형법의 기초로서는 부적절해서 빛을 잃었다 그 후 꽤 오’ . 랜 기간 응보론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던 격리나 재활론 역 시 20세기 중반 이후 현실 설명력의 약화로 힘을 잃기 시작하 였다 다음 소절에서 소개하듯이 이와 때를 맞추어 영미법 국가. 에서는 1960년대 경부터 억지론이 본격적으로 힘을 얻었다 필. 자가 보기에 그 후 20여 년 동안 대세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급기야 억지의 논리가 과도하게 사용되면서 20여 년 후 서서히 비판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억지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어지기 시작하던 1980년대 중후반 부터 오래 전 설득력을 잃었던 응보론이 이전보다 더욱 체계적 인 모습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67) 최근 LaFave(2010, pp.

30-31)는 “한때 이론가들에 의해 가장 덜 수용되던 응보론이 서

서히 각광받기 시작하였으며 이제는 처벌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는 평가를 주

저 없이 내린 바 있다 현대의 응보론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 곤 하는데 의무론적 응보론 과 경험론적 응보론 이 바로 그것, ‘ ’ ‘ ’ 이다.68) 둘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도덕철학

67) 물론 억지론이 대두되고 부흥하던 시기에도 응보론 자체는 가령 에서 보듯이 단순히 복수를 한다는 차원을 넘어가는 심도

Rawls(1955)

는 논리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었다 이미. 1960년대에 이르면 그 이전 상당 기간 동안 무시되었던 정당하고 일관된 처벌시스템을 모색하기 위 해 응보론적 입장이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된다 (Gardner, 1976, p. 784).

그리고 1970년대에는 의무론적 응보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많이 축적 된 것으로 보인다. “It is widely acknowledged that retributivism, once treated as an irrational vestige of benighted times, has enjoyed in recent years so vigorous a revival that it can fairly be regarded today as the leading philosophical justification of the institution of criminal

비슷한 맥락에서

punishment.” (Dolinko, 1992, p. 1623). Kaplow and

Shavell(2002, p. 297) Armstrong(1961), Pincoffs(1966), Benn(1967), 등 이 시기에 저술된 꽤 많은 숫자의 문 von Hirsch(1976), Nozick(1981)

헌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부로 갈수록 더 큰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68) 본 소절의 이하 두 가지 응보론에 대한 매우 개괄적 설명은 그 자신 또한( 응보론자라 할 수 있는) Robinson(2008, pp. 135-174)에 주로 기반을 둔 것 이다 응보론에 대한 법경제학적 평가를 하는 제. II.3절에서 응보론의 세부 주장들이 소개될 것이므로 본 소절에서는 기본 틀에 관해서만 설명한다.

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또한 범죄자를 처벌하되 그 목표는 문, 자 그대로 응보에 있다고 본다 이들은 학계와 법조계에서 빠른. 시간 내에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2007년 는 개정 모범형법전 에서 응보 American Law Institute ( ) Section 1

를 유력한 양형원칙으로 삼게 된다.

앞에서도 설명하였듯이 의무론적 응보론은 매우 철저히 도덕 철학에 근거하여 정립된 이론으로서 범죄로 인한 피해보다는, 도덕적 비난가능성(blameworthiness)에 기초하여 처벌의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69) 특히 이 생각은 이미 의 의무론적 윤리학에 그 근원을 두고 있으며 Kant(1797)

또한 공헌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자신의 잘못에 상

Hegel(1821) .

응하는 고통을 받게 하는 것 자체가 처벌의 목적이며 그 수준, 은 범죄자의 도덕적 비난가능성 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이론‘ ’ 의 골자이다.70) 범죄자가 야기한 피해가 완전히 무시되지는 않 지만 범행 당시의 심리상태 즉 범의가 도덕적으로 얼마나 비난, 가능한가에 가장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당시. 의 다른 환경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여기에 따라 면책과 경감사유도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71)

69)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실제로 야기한 높은 수준의 피해 는 여러 도 덕론적 철학자들에게도 범죄의 필요조건으로 수용되는 듯하다 (Husak, 하지만 그 비중이 법경제학자들의 논의에서보다는 훨씬 2008, pp. 58-77).

못 미치는 것 같다.

70) 다른 문헌들을 보면 다음Benn의 주장이 대표적인 설명으로 많이 인용된 다. “[T]he punishment of crime is right in itself, that it is fitting that the guilty should suffer, and that justice, or the moral order, requires the institution of punishment.” (Benn, 1967, p. 30, 강조 추가).

71) “The offender deserves a particular punishment not simply for an 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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