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지속적인 독창성 추구를 통한 주체성 생산 실현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72-89)

그의 작업은 사회 생태주의 문맥에서 대규모 제도적인 수준의 맥락에서라기보다 예술을 통한 미시적인 실천으로 볼 수 있다. 예술가로서 윤리적-미학적 패러다임을 통해 주체성 생산을 실현하고 있는 그는 사회의 관념에서 지속적인 탈주하여 주류 와 결을 달리 하는 일종의 돌연변이이다. 그는 자신을 변화 그 자체로 정의하고 사회생태주의에서 집단의 존재 양식의 재구축 문제를 예술가의 논리로서 집단의 배치에 균열을 가하면서 풀어나간다. 이는 2020년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의 인 터뷰에서 환경과 관련된 작품을 이야기하며 예술의 역할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이야 기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예술의 역할은 사회적 이슈를 성명서나 군중 시위와 같은 방법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각적 언어의 공유와 전파를 이 끌어내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206) 이는 가타리가 말한 자연애호가의 모습이 아 니라 예술가의 논리로서 자본주의에 대한 대항인 것이다. 또한 그는 일상의 ‘감각’

적 경험을 제공함으로서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분자적 혁명을 실천한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이승택이라는 고유한 특이성을 생성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특이성을 기반으로 자율성을 가진 주체성 생산을 통한 정신 생태주의의 실천 인 것이다.

그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작품의 주제와 방법론을 통해 드러낸다. 이를 통해 그는 대중들에게 사회적 인식을 일깨우는 것으로서 사회 생태주의를 이행하고 있 다. 이러한 그의 의지와 행동은 정신생태주의에서 주체성 생산과 연결되면서 총체 적으로 그는 세 가지 영역의 생태학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생태철학’의 예술적 실천으로 읽을 수 있다.

은 공감과 함께 신뢰를 얻고 있다”등 독자적인 예술세계 구축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결실에는 작가가 스스로를 비주류로 생각하고 주류와 차별성을 만들고자 한 굳건한 의지가 깔려있다.

나는 작가로 첫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에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남고자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현대미술사조에서 나만의 독창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나만의 작업에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중요시하고 우선순위에 두 었다. 그래서 앞만 보고 달려갔고, 지금도 그러한 생각을 실천하려 노력중이다.209)

위의 인용에서 보여 지듯이, 이승택은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작가 로서 필수 사명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서구 미술의 흐름에 편승하며 한 국화단의 주류를 형성해간 다른 작가들과 달리 작가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 하기 위해 본인에게 붙여진 ‘이단적’이고 ‘반골기질’ 이 붙여진 수식어를 거부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이것은 작가 스스로 주류에서 벗어나 소수 자로 위치하면서 색다른 특이성을 생성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비평 가 이일 또한 이승택의 특이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그는 항상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의 ‘외곽’에서, 그 흐름에 대해 초연하게 머물러 있는 것 같 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그 흐름을 종횡무진으로 휘저으며 결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 고 있는 작가로도 보인다. 어찌 했건 그는 한국 조각계에서 보기 드문 하나의 특이한 ‘경우’

가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210)

여기서의 하나의 특이한 ‘경우’는 이승택이 색다름을 분출하는 존재라는 것을 의 미한다. 가타리 관점에서 이를 분석해보면, 이승택은 특이성을 통해 관계망의 배치 를 새로이 할 수 있는 소수자이다. 특이성을 분출은 이승택이 새로움 속에서 그것 을 기반으로 다른 새로움을 창조하는 과정의 연속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 과정은 주체성 실현으로 이어진다. 이는 가타리가 강조했던 ‘주체성 생산’을 실천한 것으로 이로 인해 이승택은 자본주의가 주입하는 미술사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작업으로 새로운 예술적 차원을 열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9) 이승택, 「이승택 작품세계에 대한 언명(言明, 2018. 12. 28」, 『이승택-거꾸로, 비미술』, 국립현대미 술관, 2021, p. 465.

210) 이일, 「이승택의 ‘비조각' 또는 ’형체 없는 조각'」, 『이일 미술비평일지』, 미진사, 1998, p. 89.

가타리는 “정신생태학의 실행방식은 과학성이란 시대에 뒤진 이상에 집착하는 정신분석 전문가들의 방식보다도 예술가의 방식에 더 가까울 것이다”211), “모든 시 대에 예술과 종교는 ‘실존화 하는’ 방향의 일정한 절단들을 끌어내는 데 근거한 실 존적 지도의 피난처였다.”212)라고 하였다. 가타리는 정신생태의 실행방식으로서 예 술가의 방식을 강조한 것과, 예술이 ‘실존화 하는’ 방향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예 술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이 맥락에서 본다면, 예술가로서 자신의 작업들을 통 해 자기 실존하고 있는 이승택 작가는 가타리가 지향한 정신생태를 미학적-윤리적 패러다임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작가가 가타리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는 이승택의 작품을 가타리의 생태철학으로 접근해볼 수 있 는 근거가 된다.

반면, 이승택 또한 가타리 사유와 통하는 예술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승택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로서의 방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21세기는 타자의 시선이 아닌, 주체적인 시선으로 지역의 역사와 정신문화 유산 연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목소리들을 존중하며 잡종/혼종이기에 생태적으로 더 건강해지는 소통과 교류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13) 이것은 가타리가 생태학적 문제를 제기하며 “집단적 존재양식 전체를 문자 그대로 재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단순히 소통적인 개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체성의 본질에 관련한 실존적인 돌연변이(변화)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214)고 언급한 부분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이승택의 작품세계는 가타리의 생태철학을 통해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하나의 고정된 권력을 허물어 버리는 그의 방향성에는 작가의 예술적 철학인

‘거꾸로’의 모토가 관통하고 있다. 이것은 사이먼 오설리번의 “리좀론의 실천적 미 술이 최고로 잘 이해되는 것은 지배적인 것의 ‘바깥에서’ 대안적이거나 반대적인 네트워크의 생산과 사용에 있다.”215)는 말과도 관통한다. 이승택의 예술은 리좀의 실천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승택은 조각의 개념에 대해 혁명적으로 사고하며 고정관념을 하나씩 깨트려

211) 펠릭스 가타리, 『세 가지 생태학』, 윤수종(역), 동문선 현대신서(126), 2003, pp. 15-16.

212) 펠릭스 가타리, 위의 책, p. 30.

213) 이영철,「세계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이승택 이전과 이후」, 『이승택-거꾸로, 비미술』, 국립현대미술 관, 2021, pp. 317-318.

214) 펠릭스 가타리, 『세 가지 생태학』, 윤수종(역), 동문선 현대신서(126), 2003, p. 30.

215) 사이먼 오설리번, 『현대미술, 들뢰즈,가타리와 마주치다』, 안구, 이규원 옮김, 그린비, 2019, p. 57.

나갔다. 이는 이승택의 고유한 특이성으로 이어졌고 그가 다른 작가와 차별성을 갖 는 이유이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자신을 준거로 한 주체성 생산으로 나아갔다. 이 런 점에서 이승택의 예술 철학은 생태철학적이다.

제6장 결론

본 논문에서는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을 고찰하고, 이를 한국의 실험미술 작 가 이승택의 작품세계에 적용시켜 읽어보았다.

자본주의의 대안적 방안으로 제시되는 가타리의 ‘생태철학’은 구조화된 위계질서, 고정관념에 저항하여 인간의 주체성을 해방시키는 것으로 새로운 사회 배치를 모 색해 나간다. 이를 위해 가타리는 제도화된 사회 구조에 변형을 발생시키는 미시적 인 운동성을 통해 횡단성, 분자혁명,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주체성 생산’을 강조하 는 생태철학으로 사유를 확장한다.

‘리좀’은 유기적 구조의 수목적 체계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비중심화된 사유체계 이다. 때문에 리좀은 중심이라는 초월적 권력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제시된다. 리좀 은 어디로든 연결 접속을 허용하는 열린 체계로서 하나의 권력을 제거한 다양체로 구성되는 것으로 가타리가 제시한 개념들의 기본 원리로 작용한다. 따라서 리좀은 가타리의 철학적 사유를 이해할 수 있는 바탕으로 볼 수 있다.

‘횡단성’은 수직과 수평을 넘어선 사선의 흐름으로 새로운 무의식적 집단 주체가 드러나는 장소이자 과정이다. 이미 가타리는 들뢰즈를 만나기 전, 정신병원 의사로 근무하며 의사와 환자 간 위계질서를 제거하면서 ‘횡단성’ 개념을 창안한다. 횡단성 은 자기의 구획을 벗어나는 운동성으로 초월적 권력이 부여한 구조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다. 이후 횡단성 개념은 혁명적 사고로 확장된다.

가타리는 횡단의 사유를 토대로 ‘분자혁명’이라는 사회혁명론을 제시한다. 분자혁 명은 일상에 파고드는 통합된 세계 자본주의의 미시파시즘에 대항해 이와 동일한 작동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것을 주장하며 나온 개념이다. 따라서 분자혁명은 일상 의 작은 실천을 통한 변화를 중요시한다. 이는 자본주의가 분자적으로 억압하는 기 호적 통제에서 벗어나는 힘이자, 소수자 되기를 통한 특이화 과정을 거쳐 집단의 배치망에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다. 가타리의 혁명의 특징은 가시적인 혁명 없이도 미세한 변화를 통해 전체의 배치를 바꿔나가는 방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혁명과 차별성을 띤다.

‘생태철학’은 가타리의 혁명적 사고가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입되어 나온 결과이 다. 가타리는 환경, 사회, 인간이라는 총제적인 구도에서 생태학적 문제설정을 하고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7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