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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 남성의 우울 극복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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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논의

본 연구는 중년기 남성의 우울 극복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여 중년기 남성의 우울 극복과정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인생 전반에 대해 평가하며 지나간 인생에 의미를 발견하고 받아들이면서 성숙 한 존재로 발달한다(오제은, 2013). 이에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우울 극복을 경 험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반성하면서 과거의 모습을 인 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우울 극복을 경험하는 중년기 남성이 해결하고자 하는 중심 문제는 ‘자기 존재감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났다. 우울 극복을 경험하는 참여자들에게서 가치 없는 존재로 세상을 무의미하게 살다가 자신이 사라져 버 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남성 우울에 대한 신창 임(2012)의 연구에서 실직한 중년기 남성은 현재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심리적 갈등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우울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자아정체성 확립 을 제시하였다(신창임, 2012). 이에 중년기 남성이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임상현장에서의 노력과 이와 관련된 부정적 감정을 감소할 수 있는 심리적 중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 된다.

본 연구에서 ‘현실 세계로부터 스스로 멀어짐’은 중심현상인 ‘자기 존재감 상실에 대한 두려움’의 인과적 조건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자녀의 독립, 부 모의 상실, 본인의 이혼 등을 경험하면서 타인들로부터 소외되어갔다. 참여자들 은 전화가 와도 잘 받지 않고, 친구가 집에 찾아와도 만남을 거부하였으며 길 거리에서 지인을 봐도 자신의 상황이 초라하다고 생각하면서 회피하였다고 말 하였다. 참여자들은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과거 실패하였던 사건과 부정 적 생각에 빠져 끊임없는 고민에 몰두하면서 혼자만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였다.

우울을 인식할 때 남성들은 가족과 친구에게서 홀로 떨어져 단절되는 느 낌을 받는다고 한다(Hudson et al., 2018). 우울한 남성이 고립된 상태에서 시간

을 보내는 것은 우울을 악화시키고 외로운 감정을 초래하여(Fogarty et al., 2015), 상황을 더욱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우울을 경험하는 중년기 남성의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며 관련 지역사 회 서비스 기관과 연계하여 지지적인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중심현상인 ‘자기 존재감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놓여있는 맥락 적 조건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주요우 울장애로 치료를 받는 것에 관해서 자존심이 상하고 창피한 일이라고 설명하였 다. 어떤 참여자는 병원에 들어가는 자신을 직장 동료가 볼 수 있어서 직장 근 처에 있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불편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남성에 대해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견해 는 정신상태가 나약하고 일상적으로 게으르며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뒤처지는 모습이 있다는 인식으로 부정적이다(Staiger et al., 2020). 우울을 자신의 약점 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은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우 울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나 도움을 요구하는 것을 회피하였으며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인정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Stiawa et al., 2020). 이에 우울 정도가 심각한 남성도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최 후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한바 있다(Wirback et al., 2018).

따라서 우울을 경험하는 중년기 남성이 좀 더 편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있 도록 우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여나가고 정신질환의 치료에 대한 남성의 긍정적인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병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서 들었을 때 생 각하지도 못한 질환이었다고 하였다. 정신질환에 관한 지식과 관련하여 대학생 을 대상으로 주요우울장애의 발생 원인을 조사한 결과 생물학적 요인인 신경전 달물질의 변화로 질환이 발생한다는 응답이 매우 낮게 조사되었다(송지영, 백

종우, 김종우, 2008). 그리고 남성들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 정도를 확인한 결과 주요우울장애와 관련된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Ogrodniczuk, Oliffe & Black, 2017). 참여자의 대부분이 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질환을 이야기하는 아내, 질병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무관심한 가족, 질병이 라는 것을 알아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 부족 등과 같은 상황이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들이라고 설명하였다. 주요우울장애의 발생 원인을 일반 적으로 마음이 여리고 나약한 의지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여 치료에 있 어서 심리상담과 약물치료와 같은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것보다 개인 의지로 치 료할 수 있는 가벼운 질환으로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되고 있다(조현주 외, 2008). 대단위 대학생을 대상으로 국내 주요우울장애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주요우울장애 발생 시에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휴식과 운동, 취미생활 등의 방법으로 질환을 대처하겠다며 응답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송지영 외, 2008). 이러한 주요우울장애의 사회적 지식과 인식 부족은 주요우 울장애의 예방과 조기발견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여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박종익, 전미나, 2016). 주요우울장애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태도와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사회 전반적으로 요구되며 주요우울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잘못된 신념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여 교육과 캠페 인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놓여있는 또 다른 맥락적 조건은 ‘가족 부양에 대한 중압감’이었다. 참여자는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를 지원하고 노부모 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에 대해 매우 힘들었다고 말하였다. 중년기 남성은 자녀의 교육과 결혼 등으로 인한 부모로서 책임을 맡게 되고 노부모 부 양까지 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높은 상황에 놓인다(김양이, 2004; 이미숙, 2003). 중년기에는 자신도 은퇴를 준비하며 노후 생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이고, 특히 중년기 남성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노부모를 돌보거나 자 녀들이 결혼하여 독립할 때까지 책임져야 하는 구조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김 정선, 2002). 이러한 중년기의 특징으로 인해 중년기 남성은 심리적 부담감이 증가하였고 이는 심리적 위기로 다가온다(이은아, 정혜정, 2007). 이에 따라 중 년기 남성의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고 노후 대비를 위한 제도적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실질적인 재정적 지원이 모색되어야겠다.

본 연구에서 중재적 조건은 ‘주변으로부터의 지지’로 작용·상호작용 전략 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 중에는 방에서 무기력하게 누워 지냈던 일 년 동안의 시간 동안 어머니가 옆에서 식사를 챙겨주지 않았다면 혼자서 그 시기를 버티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Hänninen와 Valkonen(2019)의 연구에서 심한 우울을 경험한 성인 남녀는 어느 순간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것 도 불가능하여 가족과 동료들에게 기본적인 생활 지원을 받는 것이 주요우울장 애를 벗어나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우울 을 극복하면서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부족과 같은 건강하지 못하였던 생활습관 을 개선해 나가며 일상생활을 새롭게 구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족을 비 롯한 주변의 지지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에 우울 극복을 경험하는 중년기 남성에게 적절한 시기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생활 지원 서비스가 필요할 것으 로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 작용·상호작용 전략으로 참여자는 우울이 밀려왔을 때 텔레 비전, 음악, 게임, 낚시 등 다른 것에 몰두하면서 우울한 감정 상태를 다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미경(2018)의 연구에서 50대 중년기 남성은 스트레스가 쌓 일 때 취미생활과 직업과 관련된 일에 몰두할 것을 찾아 스트레스에 대처하였 다고 보고하였으며, 30대 성인 남성의 우울증 경험에 대한 조영임과 주은선 (2020)의 연구에서는 우울한 감정이 밀려오면 참여자는 게임에 몰두하면서 우

울한 감정에 대처하였다고 한다.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남성들의 대부분이 실용 적인 조언과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stiawa et al., 2020), 우울한 감정에 대해 남성들의 대처방안으로 일상생활에서 즐거움 을 주는 다양한 활동들을 적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Fogarty et al., 2015). 이 에 중년기 남성이 우울한 감정을 대처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실생활에 서 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구조화된 지침이 개발되어야겠다.

본 연구의 결과 참여자들은 우울을 극복하면서 불편한 신체 증상이 완화 되고 정서가 안정되면서 ‘심신의 고통으로부터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 여자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화를 덜 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울 양상이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울을 극복하기 전에 참여자들은 화를 자 주 내고 주위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공격적으로 이야기하였으며 갈등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상대방에게 감정적으로 분노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말하였다. 우울할 때 여성은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고 남성은 행동에 집중되어 나타날 수 있으며 남성의 주요우울장애의 양상은 충동 조절을 못 하 여 자주 분노하는 모습으로 발생할 수 있다(Kielan et al., 2020). 우울 양상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은 즐거움이 상실되거나 우울한 기분과 같은 전형적인 주요 우울장애의 증상보다 덜 심각하다고 생각하여 주요우울장애로 잘 인식하지 못 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Cole & Davidson, 2019). 우울을 호소하는 남성에게 정신건강 전문요원들은 전형적인 우울 증상뿐만 아니라 성별에 따른 남성 우울의 특징적 양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접근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Oliffe et al., 2019). 중년기 남성에게 남성 우울에 대한 특징적 증상의 정보를 제공하여 우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성별 차이를 고려한 우울 관련 간호 중재 서비스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 참여자는 우울을 극복하면서 가족에게 애정을 쏟는

모습이 나타났다. 기혼 상태의 참여자는 아내의 식사나 간식을 챙기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하였고 자녀의 부탁을 대부분 수용하는 자세로 변하였다. 중 년기 남성은 젊었을 때 보다 아내와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며 자녀에 관해 관심 이 높아지고(김정선, 2002), 삶에서 아내에 대한 비중이 커지면서 가족을 우선 시하며 가족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김유정, 김분한, 2007). 본 연 구의 참여자는 젊었을 때와는 달리 성장한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 였지만 자녀와 대화 소재가 부족함을 느끼며 자녀와 소통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소희와 김성희(2019)의 연구에서 가족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남성 우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족관계 만족도는 남성의 우 울을 지속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되었다(박재규, 이정 림, 2011). 이에 중년기 남성을 대상으로 자녀와의 관계를 위하여 의사소통 능 력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하겠다.

본 연구의 결과 참여자는 우울을 극복하면서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이타 적인 마음이 생김’과 ‘삶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 타났다. 참여자들은 삶의 목표가 일의 성과, 사업의 확장, 소득 수준과 같은 경 제적 요인에서 건강하고 가치 있게 살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면서 현재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즐겁게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여자들은 주변 사람들과 소소한 것을 나누고 베풀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싶다고 말하였다. 이를 위해서 참여자들은 주변 이웃들과 노인들을 도와드리고 정기적으로 기부하며 장기기증에 가입하였다. 이는 유지 룡과 임승희(2014)의 중년기 남성의 조기퇴직 경험에 관한 연구에서 중년기 남 성은 퇴직 후 일자리의 선택 기준으로 경제적 요인을 고려하는 것보다 평소 하 고 싶었던 일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과 중년기 남성이 경험한 삶의 의 미에 관한 김유정과 김분한(2007)의 연구에서 남성이 중년기가 되면 청년기에

하고 싶었던 꿈에 대한 미련이 나타나며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을 찾으면서 남을 도와주며 살고 싶어 하는 이타적 마음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중년기 남성은 우울 극복 경험을 통해서 삶에 더욱 애착을 갖고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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