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정당 요인’은 후보자의 소속정당 내지 정당 일체감 등이 유권자들의 투표행태 에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이 논의는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함에 있어 소속정 당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투표할 것이란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선 호하는 정당이나, 관심 있는 정치인이 소속된 정당, 혹은 정당이 표방하는 이념 등의 요소가 투표결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투표행태 연구에서 정당 요인의 속성은 연구자에 따라 다양한 차원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재섭(2009)은 정당 요인을 정당 인지도, 정당의 이념, 정당 일 체감, 정당의 이합집산(분당, 통합) 등으로 분류하였다. 이상묵(2011)은 현재의 정 치적 상황 고려, 정당의 역할 중시, 내가 선호하는 정당, 정당에 소속한 정치인에 관심, 정당을 통해 후보자 정보 입수 등 5가지를 유권자 투표행태의 정당요인 측 정항목으로 제시하였다. 정인태(2013b)는 후보자의 정당, 후보자 정당의 공천과정 에서의 공정성, 후보자의 정당 내 영향력을 정당요인의 변인으로 제시하였다. 황 근(1993)은 제14대 대선 관련 유권자 투표행태를 연구하면서 정당관련 변인으로 야당집권, 다수당 집권(여당집권), 새로운 정당집권, 획기적인 공약, 이미지 관리 잘함, 신한국 건설, 행동하는 양심 등 12개 항목을 설정하였다.

그동안 진행된 투표행태 연구에서는 심리적 소속감을 일컫는 ‘정당 일체감’에 주목해 왔다. 캠벨 등에 따르면 정당일체감이란 정당에 실제로 입당하는 것과는 무관한 심리적인 연대감 또는 소속감을 의미한다. 정당 소속감이 강한 사람일수 록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의 후보자에게 투표할 확률이 높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 일수록 후보 선택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유동적 경향을 보인다(Campbell, et al., 1960).

미국의 초기 투표행태 연구에서는 정당일체감, 후보자 평가, 이슈 세 가지 변 수 중 정당일체감의 영향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국내 연구에서도 정 당 요인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는 논의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갑윤 이현우 (2000)는 제14대부터 16대 총선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당요인이 후보자 요 인보다 월등히 영향력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정당소속감이란 특정 정당에 대한 심리적 일체감을 의미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속성이

있다”고 하였다.

조진만 최준영(2006)은 제17대 총선에서 나타난 정당투표 요인을 분석하였는 데, 후보자만 선출하는 단일 투표제 때와는 달리 선호정당 경향 및 정치쟁점들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점이 확인되었다. 즉, ‘선호하는 정당’이 투표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은 정당투표의 지지정당을 결정 함에 있어 지역균열16), 이념, 세대, 탄핵쟁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 병근(2013)의 제19대 총선 유권자 투표참여 영향 요인 연구에서도 지지정당의 존 재 여부, 후보 또는 정당과의 접촉, 투표 효능감, 투표 의무감 등이 투표참여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정당 요인’은 연고주의 혹은 지역주의와 연결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호남지역에서는 야당 후보, 대구 경북(TK) 지역에서는 보수정당 후 보에 대한 몰표 현상, 수도권 등에서는 소위 ‘정당 바람’17)이 선거판세를 좌우하 는 현상 등은 유권자들의 최종 투표후보 선택은 결국 ‘정당’으로 귀착되고 있음 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2004년 제16대 총선에서 나타난 현상처럼 ‘탄핵’ 등과 같 은 시대적 상황은 ‘정당 요인’이 투표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재섭(2009)의 제18대 총선 투표행태 연구에서는 특정지역 출신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소속정당, 특히 지역연고 정당 및 정당일체감에 따른 지역주의 투표행 태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 연구의 논의를 보면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두드러진 영남과 호남, 충청지역이 아닌 수도권 지역에서도 유권자의 출신지역에 따라 투표행태가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테면 영남권 출신 유권자들 은 한나라당 후보선택이 높게 나타났고, 호남권 출신 유권자들의 선택은 민주당 후보로 집중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당요인이 다른 요인들과의 상호작용 속에, 정당요인 그 자체 의 영향력은 초기 투표행태 연구에서 논의되었던 만큼 크지 않다는 주장도 이어 지고 있다. 권혁남(1997, 81쪽)은 “정당일체감이 이슈에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반

16) 조진만 최준영(2006) 논의에서 “지역균열”은 호남지역과 영남지역 사이에 존재하는 배타적인 지역 정서를 말한다.

17) ‘정당 바람’은 정당 간 대립국면에서 특정 정당으로 유권자의 지지가 쏠리는 현상을 말하며, 이 는 정당에 대한 고정적 지지 차원 보다는 선거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나 특정 이슈와 연 결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후보자 선택기준 인물능력 평판 정책 공약 소속 정당 혈연 학연 지연

후보자와의 관계 기타 잘모름

제주시 갑 32.4 29.9 26.3 0.8 10.6

제주시 을 31.7 30.3 26.8 1.6 9.6

서귀포시 38.8 28.1 19.6 1.6 11.9

대로 이슈가 정당일체감에 영향을 미치는 인과관계가 나타났고, 유권자들은 후보 가 소속된 정당보다는 이슈나 후보 이미지를 중심으로 투표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여 정파성(partisanship)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들이 제기되 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논의에 따르면, 우리나라 선거에서 정당 역할의 감소와 유권자의 투표행위, 그리고 선거캠페인의 변화로 인해 정당요인을 제1의 투표결 정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준웅(1998)은 정당의 빈번한 이합집산 과 잦은 명칭변경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각 정당이나 정파에 대해 내면화된 당파 적인 태도 형성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18).

반면, 조기숙(1996)은 우리나라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인물본위투표’를 한다는 주장은 방법론적인 오류에서 기인하며, 오히려 ‘정당본위’의 합리적 투표를 해왔 다고 주장한다.

한편 제20대 총선에 즈음하여 제주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후보자 선택기준은 <표 2>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인물 능력 평판(32.4%), 정 책 공약(29.9%), 소속 정당(26.3%) 순으로 나타났다.

표 2. 제주도 선거구별 제20대 총선 후보자 선택기준19)

단위: %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정당 요인’은 투표결정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그 속성은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당, △정당을 통해 입수된 후보자의 정보, △ 관심 있는 정치인들이 소속된 정당, △정당 간 대립 공방 등 정치적 상황 등으로 제시할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정당 요인은 그 속성상 이슈 요인이나 후보자 요

18) 정당일체감이 예전과 비교하여 약화되는 현상과 관련하여 이갑윤 이현우(2000)도 정당의 불안 전성 문제를 들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당 창당을 급조하는 경우가 많고, 정당 존속기간도 짧고 불안정해 정당소속감이 약화되고 영향력 또한 작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19) 한길리서치 2016년 4월7일 발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제주도선거구 여론조사 결과보고서 (KCTV제주방송, 헤드라인제주, 제주의소리, 시사제주, 제이누리, 제주도민일보 공동의뢰).

인 등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투표결정 과정에서의 정당 요인의 영향 정도 는 다른 요인들과의 복합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정당요인의 독립적 영향력 보다는, 다른 요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투표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