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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 따른 유용(有用)의 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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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절대와 상대의 사유에 따른 타이포그래피 시각화

3) 존재에 따른 유용(有用)의 질감

본 연구에서는 절대의 질감을 ‘표면 없는 무(無)존재의 질감’이라 하였다. 이는 절대의 분화되지 않은 특성을 표현한 것으로 절대적 질감의 완전함의 표현이다. 반면 상대는 절대와 반대 되는 개념으로 절대의 분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 므로 본 연구에서는 절대가 없음으로 인한 비분화적 질감인데 반해, 상대는 존 재를 통한 유용(有用)의 질감이라 하였다.

사람이 이름 짖기 전의 자연에는 이름이 없다. 나무도 꽃도 풀 한포기도 이름 없이 절대의 섭리에 따라 피고 질뿐이다. 그러므로 자연은 온전히 전체와 하나가 되며 상대적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사람의 이분법적 지식과 언어적 사 유로 말미암아 전체와 하나인 자연의 상대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절대적 자연에서 오는 질감에는 정형화 되지 않은 거칠고 소박함이 있다. 산의 모양이 그러하며, 산 에 있는 바위나 나무의 표면은 거칠기 그지없다. 더 나아가 풀 한 포기, 꽃 한 송 이의 질감 또한 유선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에 어울리는 굴곡들로 질감을 만들 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질감에는 조건과 상황으로 인한 순응적 조화가 있을 뿐 어디 하나 어울리지 못함이 없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도는 ‘다듬지 않은 통나무와 같이 소박하다’213) 하였다. 즉 이러한 자연의 원초적 질감은 가공되지 않은 원재료 의 투박함과 같으며 실제로 분화되지 않은 절대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 의 관점은 이러한 질감을 만드는 대상에 이름을 붙이며 분류하고 쓸모의 대상으로 전락 시켜 상대를 만든다. 상대적 관점의 우리는 없음은 보지 않는다. 오직 존재들 의 있음 보며 그 존재들을 상대적 개념으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비록 자연이 절대 의 표현이자 산물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존재함으로 사람에게는 상대적 대상이 된다.

이름과 쓸모를 통해 분화되지 않은 절대는 가공되지 않음으로 무엇으로 가공 될 것인지에 관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반면 상대는 인위적인 가공으로 말 미암아 이름이 생겨나고 그 이름은 물건의 쓸모를 한정 짖는다. 예를 들어 컵은 물이나 액체를 담아 두거나 마실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사물이며 우리는 컵의

213) 道常無名, 樸雖小. 道德經-32.

사용을 그에 한정한다. 이처럼 쓸모가 한정된 사물은 이름이 생겨나며 그 이름 은 부버의 ‘나와 그것’214)의 관계 만든다. 또한 이것이 생겼으니 저것도 생성된 다. 즉 상대적 분화가 이루어진다.

엄밀히 따지면 물건의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물건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금 앞에 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컵이라는 이름으로 말미 암아 이미 컵의 용도를 제한한다. 이는 컵의 모양 색 재질 등의 구체적인 정보 를 필요치 않으며 오직 이름 하나로 우리는 컵을 보기도 전에 그 기능을 컵에 한정한다. 하지만 사실 컵 자체에는 고정된 용도의 제한이 없다. 컵은 형태 재 료 제작방법 상황에 따라 때론 연필꽂이가 될 수도 있고, 동그라미를 그리는 틀 이 될 수 있으며, 위급 시 던지면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컵의 이러한 가 능성은 이름으로 인해 컵으로 제한되며, 이것으로 인해 컵과 다른 쓰임의 주전 자나 접시 등 상대적인 사물들이 생겨난다. 장자는 이를 “저것은 이것에서 나오 고 이것은 저것 때문에 생긴다”고 하였으며 이것을 ‘방생(方生)’이라 한다 하였 다. 이는 상대의 특성 중 언어적 사유성(言語的 思惟性), 현상적 실존성(現象的 實存性), 이분법적 분리성(二分法的 分離性)에서 기인한다.

반대로 자연에는 이름이 없다. 나무는 사람이 이름 붙여 나무라 하지만, 스스 로는 나무가 아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순리에 따라 조화하는 자연의 일부분이 다. 이러한 자연에는 쓸모 있음과 없음이 없다. 즉 쓸모를 생각하는 주체가 없 기 때문이다. 오직 사람만이 자연에서 쓸모를 찾으며 ‘쓸모 없음’에서 ‘쓸모 있 음’을 만들어 낸다. 즉 쓸모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본 쓸모이며 이것으로 인해 상대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본 연구에서는 상대의 질감을 ‘존재를 통한 유용(有用)의 질감’에서 찾고자 한다. 이는 이름 붙임의 주체인 사람이 쓸모를 위해 만들어 놓은 창조물들의 상대성에 기인하며 상대의 특성 중 개체적 자아 성(個體的 自我性)과 그 성격을 같이한다.

214) 본 연구 35페이지 ‘마틴 부버의 나와 너’ 참고.

그렇다면 이러한 쓸모로부터 비롯된 질감은 어떠한가? 거칠고 투박하여 소박 한 자연의 재질과는 상반적이게 우리의 생활안의 사물들은 매끄럽고 광나고 부 드럽다. 사람들은 이처럼 자연의 투박함 속에서 세련된 쓸모의 질감을 만들어 냈다. 앞장의 상대의 형태에서 언급하였듯이 책상 의자 컵 TV 책 등 모두 반듯 한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재질 또한 매끄럽기 그지없다. 만져도 손이 거칠어지지도 않으며 용도에 따라 알맞은 굴곡과 공간의 효용성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사용하기 매우 편하다. 투박한 통나무에서 매끄러운 책상을 만들어 냈으며, 자연의 원석에서 대리석의 부드러움을 찾아냈고 또한 거친 철광석에서 반짝이는 쇠의 질감을 만들어 냈다. 즉 쓸모를 만들어 냈으며 이는 절대의 ‘쓸 모 없음’으로부터 분화된 ‘쓸모 있음’이며 이로 인해 수많은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이 생겨났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쓸모의 질감을 상대의 질감이라 표현 하였으며, 이는 쓸모라는 상대적 개념을 만드는 주체인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질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오직 사람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상대적 질감이 며, 상대의 특성 중 비조화적 상충성(非調和的 相沖性)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그림 71] 상대 질감의 시각언어 도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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