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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境界, bound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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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절대와 상대의 사유에 따른 타이포그래피 구상

1) 경계(境界, boundary)

[작품 1] 경계(境界, boundary)

600m x 600m, Digital Printing on Canvas, 2018.

본 연구에서 절대 형태의 시각언어를 ‘무형의 바탕 형태’로 도출 한 것과 같이 절대의 특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분화되지 않은 완전함이라 할 것이다. 즉 완전 함을 잃은 절대란 존재할 수 없으며 이는 이미 상대의 영역에 속한다. 형태는 점 으로부터 시작되며 선 면 입체로 발전해 간다. 하지만 절대의 형태는 이러한 시각 적 요소로 표현이 불가능하다. 그 형태가 무엇이건 ‘형태의 있음’은 ‘형태의 없음’

이라는 상대적 개념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즉 ‘있음’은 ‘없음’의 전제적 표현이므로 점 하나를 찍어도 점이 없음이라는 상대적 개념이 함께 생긴다. 그러므로 본 연구 에서는 절대의 형태를 ‘형태 없음’에서 찾고자 하였고 이의 구체적 표현으로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캔버스의 바탕에 주목하였다. ‘있음’은 ‘없음’으로부터 나 오므로 하얀 캔버스는 ‘없음’으로부터 기인한 무한한 ‘있음’의 형태이며 이는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순수성으로 인해 수많은 형태 색상 질감 공간을 품고 있는 형 태이다. 그러므로 아무런 형태가 없는 캔버스는 이러한 모든 시각적 요소를 품은 무한한 절대의 시각적 표현이다.

또한 하얀 캔버스는 마치 갓 난 아이가 바라본 세상과 같다. 이는 아직 아무런 인식의 생성이 없는 상태이므로 절대적이다. 우리의 상대적 시각은 자아의 생성이 라는 후천적 결과로부터 기인한다. 즉 아이가 태어난 후, 인식적 분화가 없는 상태 는 하얀 캔버스와 같으며, 처음으로 자아가 형성되어 자신과 세상을 분리시켜 인 식할 때 그것이 첫 상대의 형성이다. 이 작품은 그 형성 과정의 경계, 즉 절대에서 상대가 되는 전이의 경계를 표현한 것이다.

‘A’는 절대의 영문 표기인 ‘Absoulte’의 약자인과 동시에 알파벳의 첫 글자 즉 언어의 시작을 뜻한다. 절대는 언어를 통해 분별되어 상대가 된다. 그러므로 본 작 품의 ‘A‘는 절대를 뜻하지만 근원적 절대는 아니다. 이는 마치 노자가 도(道)를

“도라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라 표현한 것과 같으며 불교의 개구즉 착(開口卽錯), 즉 ‘입으로 말하는 순간 그르친다’와 같은 의미이다. 즉 절대를 절대 라 말하는 순간 분별심으로 인해 상대가 존재하게 되어 완전한 절대가 될 수 없으 므로 절대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므로 본 작품에서 표현된 절대의 문자적 표현은 상대를 만드는 언어적 절대이며 이미 상대이다.

절대와 상대를 만드는 주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절대와 상대의 경계선 에 서 있다. 다시 말해 절대의 관점에서 보면 상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사람 의 이분법적 사고를 통해서만 상대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절대와 상대를 만드는 주체는 사람이고 오직 사람만이 그 경계선에 서 있을 뿐 그 무엇도 그러한 경계를 만들지 않는다. 따라서 본 작품의 경계는 결국 우리 자신을 뜻한다. 이는 마치 힌 두사상에서의 ‘아트만’과 같다. 힌두의 아트만은 절대이며 또한 상대이다. 즉 절대 를 상대로 분화 시키는 존재이며 또한 절대로 회귀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러므 로 우리 자신은 마치 절대와 상대의 경계선의 문(門)과 같으며 오직 이 문을 통해 서만 절대로 회귀할 수 있다.

정리하여보면, 본 작품의 하얀 캔버스는 절대를 상징한다. 이는 절대의 형태 색 상 질감 공간 없음의 2차원적 표현이다. 빈 캔버스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근원 적 바탕이다. 이는 마치 모든 사물을 존재하게 하는 허공과 같다. 2차원의 캔버스 는 3차원의 공간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화가는 캔버스 안에 그림을 그려 또 다른 공간을 만들기 때문에 빈 캔버스는 그에게 있어 마치 3차원의 허공과 같다.

즉 이는 2차원과 3차원이라는 차원적 차이가 있으나, 근원적으로 아무것도 없음을 통해 형태 색상 질감 공간을 있게 하는 같은 맥락에 있다. 따라서 본 작품에서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음으로 모든 시각 조형요소의 바탕이 되는 캔버스의 특징을 통해 절대의 없음의 속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는 절대의 경계 없는 무형의 바 탕의 형태, 무색의 순수 투영, 표면 없는 무 존재의 질감, 분화 없이 툭 터진 무한 허공에 대한 표현이다.

반면 뒤에서 밀고 나올려 하는 ‘A’는 절대의 문자적 표현 즉 상대화된 절대를 뜻 한다. 아직 상대의 생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절대라는 하얀 캔버스가 ‘A’라는 절대를 표현한 언어적 절대, 즉 최초의 상대에 밀려 나와 음영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절대의 바탕위에 상대를 음영으로 볼 수 있을 뿐 아직 상대는 절대의 바탕 위에 생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는 절대가 분화되기 전의 상태 즉 상대의 생성 직 전의 상태의 표현이다. 여기서 사용된 서체는 절대와 상대의 시각언어를 통한 서체 구현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캔버스에 의해 가려져서 색상과 질감은 표현되지 않았으 나 상대의 시각언어 중 기하학적 분할의 형태와, 실존적 닫힘 구조 공간에 대한 표현이다.

[그림 84] 작품 [경계]의 시각언어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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