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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절대와 상대의 사유에 따른 타이포그래피 구상

5) 속박(束縛, fetter)

우리는 상대세계에 속하므로 절대는 우리와 별개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 한 관점으로 말미암은 상대세계는 오직 사람의 이분법적 사고 속에서만 존재한다. 즉 상대는 실재가 아닌 관념적 소산이다. 그러므로 오직 사람만이 상대세계에서 살고 있는 유일한 존재이며, 그로인해 모든 상대적 대상은 실존한다. 그렇다면 이 러한 상대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대의 추구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본 [작품 5]는 이처럼 절대와 상대의 경계에 서서 상대만을 바라보며 절대를 망각하 고 살아가는 우리의 실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나’는 상대의 ‘나‘이다. 즉 갓 난 아이에게 형성된 자아(ego)로 말미암아 하나와 분리된 개념적인 ‘나’이다. 이는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생성되었다. 그 후 ‘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많은 이름들로 이것과 저것을 만들어 내며, 다시 책과 학교 등을 통한 지식의 축적을 통해 셀 수 없는 상대의 소산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처럼 상대적 지식을 통한 앎은 참 앎이 아니다. 직접 체험되지 않은 지식은 언어 의 전달과 암기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나’는 최초의 상대이자 모든 상대를 생성하 게 하는 근원이며, 모든 언어적 거짓 앎의 근원이다.

또한 ‘나’는 우리의 매순간의 결정을 주도한다.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살지, 어디로 갈지에 대한 결정을 하며, 이것은 이 모든 결정의 주체인 ‘나’ 를 위한 것이므로 우리의 인생 전체는 이 ‘나’를 위한 결정의 과정이며 결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 역시 언어를 통해 생성된 상대적 개념이다. 그러므로 언어 를 통해 개념화 된 ‘나’ 또한 상대의 소산일 뿐 진정한 ‘나’ 일 수 없다. 결과적으 로 우리의 상대적 삶은 ‘진정한 나’가 아닌 ‘상대의 나’ 즉 ‘거짓 나‘를 위한 개념 적 삶일 뿐이며 진정한 앎이 없는 거짓 지식을 통한 삶이다. 따라서 이러한 실재 하지 않는 ‘나’를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것을 위해 다른 존재들 보다 상대적 우위에 서기위해 경쟁하며 살아가는 삶에서의 진정한 의미는 찾아질 수 없다. 이 는 거짓을 위한 거짓된 삶일 뿐이다.

본 [작품 5] ‘속박’에서는 최초의 상대 ‘나’로부터 비롯된 수많은 상대와 그 세계 속에 갇혀 살아가며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의 표현이다. 이는 마치 석가가 인생을

‘고통’이라 한 것과 같다. 인간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것이 고통인지 조차 모르 고 살아간다. 독립되어 실재하지 않는 ‘나’의 실존을 믿고 그것을 위해 살아감으로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또한 ‘나‘의 존재로 말미암아 반드시 찾아올 부재의 상황, 즉 죽음의 공포를 맞닥뜨리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고통의 근원인 최초의 상대 ‘나’는 없다(無我)고 하였으며, 도가 에서는 오상아(五 常我)라 하여 ‘나’를 죽이라 하여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본 [작품 5]에 나타나는 속박(fetter, restraint)이라는 단어가 써진 캔버스의 밖으로 돌 출한 손의 형상은 언어를 통한 상대의 세계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고통 에 대한 표현이다. 즉 언어를 통한 상대의 세계는 인간으로 하여금 벗어나야 하난 이유마저 망각하게 만들어 버려 인간은 하루하루 지식의 축적을 통해 상대적 사유 의 범위를 넓혀간다. 또한 인간은 이러한 지식의 축적이 진리로 가는 길이라 생각 하여 배우고 학습하여 절대 진리에 도달하려 한다. 따라서 본 작품은 절대는 언어 적 사변의 범위를 넘어 존재함으로 지식으로선 도달 할 수 없음에 대한 표현이며, 그로 인한 굴레와 속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구현이다.

본 작품에 표현된 절대와 상대의 시각 언어의 적용을 살펴보면 ‘FETTER’와

‘RESTRAINT’라는 단어로 구현된 알파벳의 형상은, 뚜렷한 색의 대비와 질감의 사

용 그리고 기하학적 공간의 분할을 통한 닫힘구조의 형태로 상대의 형태 색상 질 감 공간의 시각언어가 사용되어 표현 되었다. 또한 단어와 단어 사이에 음영으로 처리된 직선적 분할의 형태 또한 상대의 형태인 직선적 분할의 형태로 표현되었으 며 이는 알파벳 하나하나를 언어를 통한 상대적 산물로 화합하지 못하고 분열된 상 대의 표현이다. 본 [작품 5]의 시각언어 구현의 구체적 사항은 [그림 88]과 같다.

[그림 88] 작품 [속박]의 시각언어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