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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生成, 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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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절대와 상대의 사유에 따른 타이포그래피 구상

2) 생성(生成, formation)

사람은 시 청 미 후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사물을 인식 한다. 하지 만 언어를 통한 이러한 직관적 감각의 표현은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미각 중 우 리가 흔히 맛보는 단맛은 획일적이지 않지만 우리는 그 모두를 단맛이라는 한 단 어로 정의한다. 설탕의 단맛, 벌꿀의 단맛, 사과의 단맛 등 수많은 단맛이 존재하 며 또한 같은 설탕의 단맛이라 하더라도 어떠한 설탕이냐에 따라 단맛은 달라지지 만 우리는 이것을 단지 ‘단맛’이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설탕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설탕의 단맛을 설명하기 위해 그 사람이 경험하여본 벌꿀의 단맛, 사과 의 단맛 등을 비교하여 설명하여 보지만, 이것은 궁극적으로 설탕의 단맛이 될 수 없다. 또한 같은 것을 먹더라도 각기 다른 사람의 신체적 조건은 같은 단맛을 다 르게 느끼게도 하지만 언어로서는 이러한 차이를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즉 언어를 통한 체험의 전달은 진정한 실체의 전달이 아닌 추상적인 언어의 전달에 불과하다.

반대로 우리는 설탕을 맛보는 체험으로 그 맛을 알 수 있다. 이는 벌꿀과 사과 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 자체의 맛이다. 이는 장황한 언어적 표현처럼 시간이 걸리지도 또한 이해하기 모호하지도 않으며 어떠한 상대적 개념이 필요하지도 않 다. 이는 맛보는 그 즉시 일어나는 직관적이며 체험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는 반드시 상대적 개념이 따른다. 아름답다 하는 것은 반드시 그보다 덜 아름다운 대상을 수반하며, 길다 하는 것은 반드시 그보다 짧은 것을 함께 수반한다. 즉 언어의 사용은 우리가 직관적 체험을 통해 채득한 절대적 개념 을 선 악 미 추 고 저 장 단(善惡美醜高低長短)등의 상대적 개념으로 전락시킨다.

[작품 2] ‘생성’은 이러한 상대의 생성의 원인인 언어의 생성에 대한 시각적 표 현이다. 본 작품에서 ‘A’는 [작품 1] ‘경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절대(Absoult)의 상 징이며 또한 알파벳의 시작 즉 언어의 시작을 뜻한다. 그러므로 ‘A’는 최초의 언 어이며 이로 인한 상대의 생성을 뜻한다. 또한 ‘A’는 절대(Absoult)의 언어적 표현 의 상징이다. 즉 절대는 절대라 부르는 순간 상대적 개념으로 전락하므로 절대의 상징 ‘A’는 문자로 표현된 순간 이미 상대이다. 그러므로 [작품 2]의 ‘A’는 최초의 상대 즉 ‘(말로 할 수 없는)절대’가 문자화된 ‘상대적 절대’로 분리되는 것을 의미

한다. 즉 최초 상대의 생성에 대한 표현이다.

본 [작품 2] ‘생성’에서 최초 상대는 절대의 하얀 캔버스에 그려지고 채워졌다.

아무것도 없던 캔버스에 형태가 생겼고 그로 말미암아 면의 분할이 생겼으며 분할 된 면을 경계로 각기 다른 색이 칠해졌다. 이제 이 캔버스는 오직 이 상대적 그림 에 선과 색을 더해 더욱 분화시키는 것 외에 다른 새로운 것을 그릴 근원적 가능 성을 잃었다. 즉 더 많은 상대로의 분화의 토대가 되었다.

갓 난 아이에게 자아가 형성된 결과로 ‘나’는 절대와 분리되며, 내가 생김으로 나와 다른 사물들이 하나 둘 씩 분리되어 간다. 엄마 아빠 장난감 책 집 등과 같 이 처음에 분리 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최초의 상대적 분리, ‘나’의 생성으로부 터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모든 사물은 언어화 되어 이름이 생겨나고 각각의 용도 가 생겨나며 체험적 경험이 아닌 언어적 이해가 생겨남에 따라 절대를 상대적 개 념으로 전락시킨다. 그로 말미암아 우리는 나를 타인과 다른 존재이며 만물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고, 그런 생각이 바탕이 된 상대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 목하고 경쟁한다. 따라서 앞의 [작품 1] ‘경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절대와 상대의 경계에 서 있다. 그러므로 본 [작품 2] ‘생성’의 ‘A’는 절대와 상대의 경계 에서 ‘상대에 떨어진 A(Absolut, 절대)’의 표현이자 ‘생성된 자아’의 표현이며, ‘상 대의 나’에 대한 표현이자 상대의 근원인 ‘최초 언어’에 대한 표현이다.

본 [작품 2]에서는 절대의 표현으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색 캔버스를 사용하였다. 이는 절대의 특성을 통해 도출한 시각언어의 형태 색상 질감 공간에 대한 표현이며, 또한 본 작품에서 생성된 상대의 ‘있음’에 상대적인 ‘없음’을 의미 한다. 즉 절대는 아무것도 없음으로 우리의 인식의 범위를 넘어서 있다. 하지만 그 절대의 근원적 바탕위에 상대의 ‘있음’이 존재하므로 우리는 절대의 존재를 알 수 있다. 즉 본 작품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절 대의 순수 근원적 특성의 2차원적 표현이다. 반면 본 작품의 최초의 상대 ‘A’는 직선을 통한 기하학적 분할의 형태를 가지며 이로 인해 닫힘 구조의 공간이 형성 되어 절대의 공간과 분리가 된다. 이와 같은 공간의 분리는 그 안에 강렬한 색상

을 가지게 되어 절대의 색 없음의 상대가 된다. 또한 공간의 분할로 인한 면의 형 성으로부터 기인한 표면의 질감 표현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절대의 질감의 상 대적 질감이다. 따라서 본 작품에서 표현된 형태 색상 질감 공간은 그 성격과는 관계없이 존재 자체에 따른 절대의 상대적 개념이 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절대는 상대적 절대로 전락하게 된다.

[그림 85] 작품 [생성]의 시각언어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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