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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착(固着, roote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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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절대와 상대의 사유에 따른 타이포그래피 구상

4) 고착(固着, rootedness)

사람은 첫 상대(相對), 자아(ego)의 생성 이후 상대세계에 살아가면서 절대를 망 각한다. 또한 절대를 망각함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상대 세계라는 것 마저 생각하지 않는다. 어제처럼 오늘도 너무도 당연한 듯이 상대의 것들에 길들여 져 있다. 이러한 상대를 만드는 원인은 언어적 사유를 통한 상대성의 생성이다. 본 연 구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앞의 작품들에서 보았듯이 경계 생성 분화의 과정으로 보 았고 본 [작품 4] ‘고착’은 그러한 과정 후 우리에게 고착된 상대성에 관한 내용의 표현이다.

인간은 언어적 동물이다. 즉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하므로 언어적 사유를 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생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즉 이성적인 사고 능력을 지닌 ‘지혜로운 인간’ 이라 한다. 물론 인류학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언어를 사용한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 뿐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현재 존재하는 유일한 인류 즉 우리만이 언어를 사용하고 사고를 하며 이러한 사 고를 다시 언어를 통해 후세에 물려준다. 인간의 언어적 사고는 지식의 축적을 가 능하게 하였으며 이로 인해 인류는 지금까지 발전해 왔다. 그러므로 언어는 인류 의 역사에서 볼 때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며 이를 통한 인류의 발전 은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인류의 언어적 사유를 통한 물질적 발전을 절대적 관점에서 보았 을 때는 사뭇 다르게 보인다. 노자가 ‘지식의 영역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고 도 의 영역은 하루하루 덜어가는 것’이라 하였듯이 언어를 통한 인류의 지식의 축적 은 지식의 영역에 국한될 뿐 절대의 영역이 아니다. 즉 지식과 절대의 영역은 사 실 정 반대의 개념으로 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절대는 더욱 더 많은 분화가 이루 어져 더욱 많은 상대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100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사물들을 만들었으며 이러한 사물들로 말미암아 더 많은 언어와 생각이 나타났다. 소크라테스는 절대에 대한 사유의 방법으로 이러한 지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절대 는 생각과 지식으로는 알 수 없으며 또한 언어로는 전할 수 없다 하였다. 무엇보 다도 동서양의 고찰에서 공통적으로 찾아지는 것은 절대는 언어를 통한 이분법적 사고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며 오직 생각과 지식을 넘어 존재 한다 하였다.

그러한 관점에서 언어를 바라보면 태어난 후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는 인간의 상대성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받아 들여야 할 숙명과도 같은 것으로 보이기 에 기독교에서는 이를 ‘원죄’라 표현하였을지 모른다.

본 [작품 4]에서 구현된 캔버스 뒤에서 밀려 나오려는 사람의 얼굴은 이러한 언 어와 인간과의 관계적 표현이다. 언어는 오직 인간만이 가진 전유물이며, 이는 인 간의 사회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그 안에서의 지식을 공유하며 발전해가게 하였다. 즉 사람의 얼굴에 ‘rootedness(고착)’이라나는 메시지를 가진 캔버스를 덧 씌워 사람 안에 고착되어 분리할 수 없는 언어를 작품으로 구현하였다. 즉 인간은 언어적 동물이며, 언어는 인간 안에 자리를 틀고 고착됨으로 사람은 절대를 망각 하고 상대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언어의 고착은 상대의 고착이며 인간의 절대성에 대한 상실이다.

본 작품에 표현된 절대와 상대의 시각 언어의 적용을 살펴보면 ‘ROOTDNESS’

라는 단어로 구현된 알파벳의 형상은, 뚜렷한 색의 대비와 질감의 사용, 그리고 기 하학적 공간의 분할을 통한 닫힘구조의 형태로 상대의 형태 색상 질감 공간의 시 각언어가 적용되어 표현 되었다. 이에 반해 알파벳을 제외한 음영으로 처리된 배 경은 캔버스 그 자체의 색과 질감을 거의 그대로 보여주며 절대의 형태 색상 질감 공간의 없음을 표현하고 있다. 본 작품의 절대와 상대의 시각언어 구현의 방법은 [작품 3] ‘분화’와 그 맥락을 같이하며 그 구체적 내용은 [그림 87]과 같다.

[그림 87] 작품 [고착]의 시각언어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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