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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Chauvel, 2017, DiPrete, 2002).

비교사회학적 관점에서 생애과정과 삶의 기회(life chance)를 연구한 Mayer(2005)는 생애과정을 출생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경험하는 다양 한 삶의 영역에서의 활동, 상태, 사건들의 연속이라 보았다. 따라서 개인 의 삶은 그들의 사회적 역할이나 위치와 같은 배태된 사회 구조 속에서 다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생애과정론자들은 사회 속에서 경 험하게 되는 과정(course)에 주목한다. 삶의 모습은 시기, 사회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앤서니 기든스, 2011). 이렇게 볼 때, 최근 제기된 청년의 다차원적 빈곤 문제(김문길 외, 2017)와, 서로 다른 출발선, 기회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생애과정 관점을 적용한 청년 연구의 필요성과 맞닿아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생애과정 관점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위기나 사건 등에 대한 반응과 선택의 결과가 삶의 궤적이며(한경혜, 2004), 이는 전 생애에 걸쳐 계속 된다고 본다. 특히, 생애과정 관점은 다음 네 가지에 주목한다(Elder, 1998). 첫째, 시간과 공간(historical time and place)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개인의 삶은 시간과 장소에 내포되어 형성된다. 둘째, 삶의 타이 밍(timing in lives)이다. 특정 사건(event)의 영향은 언제 발생했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연결된 삶(linked lives)이다. 개인의 삶은 상호 의존적이며, 사회로부터의 영향은 가족과 같은 개인이 가진 관 계망과 교차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경제위기의 경험은 부모의 양육태 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양육태도와 가족 구성원의 상호작용은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넷째, 행위자(human agency) 원칙이다. 이 관 점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생애과정을 역사와 사회 환경의 기회와 제약 속 에서 선택과 행동을 통해 스스로 구성한다고 본다.

실증의 차원에서 생애과정 관점은 다음 세 가지 모델을 검증하기도 한

다. 첫째, 결정적 시기 모형(critical period model)이다. 결정적 시기 모형은 제한된 시간 창(limited time window)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이 모형에서는 결정적 시기가 지나면 결과(outcome)를 완화할 수 있는 메 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본다. 둘째, 민감 시기 모델(sensitive pe-riod model)이 있다. 차이점은 결정적 시기 모형이 일정 시기가 지나면 결과를 완화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는 반면, 민감 시기 모델에서는 결과를 완화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다고 본다 (Ben-Shlomo and Kuh, 2002). 따라서 결정적 시기 모형은 주로 생물 학적 시스템과, 민감 시기 모델은 발달적 관점과 더욱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험 축적 모델(accumulation of risk model)이 다. 이 모델에서는 개인의 삶은 생애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익과 불 리가 누적된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생애과정 연구자 들은 같은 코호트라 하더라도 누적된 이익 혹은 불리에 따라 개인의 삶의 궤적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O’Rand, 1996; Ross and Wu, 1996; Mayer, K. U., Maas, I., & Wagner, M., 1999; O’Rand, 2002; Dannefer, 2003). 인간 발달학, 조직학, 노년학, 보건학과 같은 학문분과에서 축적된 위험에 주목하여 각 분야의 주요 관심주제들(인지 발달, 경력, 소득, 부, 건강)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으며(DiPrete and Eirich, 2006), 사회생물학자들은 (불)이익의 효과를 파급 또는 승 수효과(multiplier effect)로 명명(Wilson, 1975)하여 연구를 진행하기 도 했다. 이 세 모델은 삶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리의 중첩을 이해하고, 중첩된 불리가 건강과 발달, 웰빙, 비행과 범죄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 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활용되어 온 것이다(한경혜, 주지현, 정다겸, 2009; Elder, 1998; Ben-Shlomo and Kuh, 2002).

우리는 이 세 모형에 대한 엄격한 양적 실증은 실시하지 않는다. 그보

다는 생애과정 관점이 견지하는 핵심에 초점을 두고 청년의 삶을 통찰하 며, 이를 바탕으로 함의를 도출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기본적으로는 생 애과정 관점의 특성들, 즉 시·공간 속에서의 삶의 맥락과 사건의 발생 시 기, 축적되거나 상호작용 한 여러 위험 요인들, 가족 구조나 사회적 지지 체계 내에서의 상호작용, 또 그 안에서 이루어진 개인의 선택과 행동들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를 도출한다. 다만, 양적 연구에서는 세부 생애과정에서의 경험에 따른 결과를 교차표를 통해 살피고, 질적 연 구에서는 여러 불리 경험을 한 청년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하기 때문에 세 모형에 대한 탐색적 수준에서의 검증이 가능하다.

정리하면, 생애과정 이론은 개인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기회의 제약이 되거나 다른 부정적 경험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본질적으로 생애과정 이론이 관심을 두는 것은 삶의 과정 그 자체이기 때 문에 생애과정 관점을 활용한 연구들은 경험 그 자체와 시기가, 다른 가 능성 즉, 불평등한 삶의 기회(unequal life chance)로 이어질 수 있음을 규명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2. 생애과정 관점 청년 연구의 필요성

언급했듯, 생애과정 관점의 연구는 주로 중장년 이상의 인구집단을 대 상으로 수행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제기되는 세대 간, 세대 내 청년 불평 등 담론은 생애과정 관점에서 청년 문제를 바라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생 애과정 관점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시간과 공간의 중요성은 이전 세대와 도 다르고 같은 세대 내에서도 출발선이 다른 청년 불평등의 문제와 맞닿 아 있다. 또한, 삶의 타이밍은 상위학교 진학에 있어 청소년기의 중요성 이나 안정적 일자리로의 진입에 있어 불안정 노동 경험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뿐 아니라 청년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주변 지지체계의 중요성 및 이행기 선택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청년의 문제를 생애과정 관점에서 바 라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생애과정 관점 의 주요 모델인 민감 시기 모델은 청년기 이후 삶에서의 예방적 개입의 중요성을 논의할 수 있고, 위험 축적 모델은 서로 다른 출발선의 문제나 다차원의 불평등 문제, 이를테면 빈곤 가정에서 성장한 청년이 저임금 불 안정 노동에 처하게 되는 청년의 삶을 다루는 데에도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생애과정 관점의 청년 연구의 필요성은 세대 간 세대 내 격차 문제를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청년의 사회문제가 무엇인지는 매우 명확하 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의 등장 그리고 계층이동 가능성이 희박해 짐에 따라 야기되는 불안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은 불공정에 대한 분노 로,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된다. 한편으로, 청년은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역량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 자리가 없다. 따라서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 어 렵다. 오늘날 청년들은 교육 성취나 직업능력 면에서 기성세대보다 더 많 은 투자를 해 왔지만 전문직 일자리는커녕 정규직 일자리를 차지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세대 간 불공정이 인식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이 치 열해질수록 청년 개개인이 가진 경제적·사회적·인적 자본의 영향력이 더 욱 커짐에 따라 발생하는 세대 내 불공정이 부각된다. 자유가 극소수에게 만 주어지는 사회로 인하여, 각 계층은 소비보다 자녀에게 부를 이전할 수 있는 저축을 선택하게 된다. 특히 부동산과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순간, 계층별 격차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 은 기성세대의 자본이 세습되기 때문으로 인식되고, 다수에게 일자리는 풍부하지만 프레카리아트로 고착화되는 일자리가 주어진다. 사회의 생산

성은 증가해도 저임금 일자리가 지속되는 구조의 문제는 해결책이 보이 지 않는다. 다수의 청년들은 세대 간 그리고 세대 내 격차에 분노하고 있 다. 이러한 현상은 태어난 시점의 중요성 즉, 이스털린의 역설과 불리한 경험의 축적 문제, 적절한 타이밍의 개입 및 개인 선택의 문제를 포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