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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 대한 연구들이 다른 인구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 안 압축적으로 시도되어 왔다. 청년 일자리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후,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연구들은 실업과 취업에 초점을 두어 왔 고,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들도 그들의 직업역량을 강화하고 일자리 를 창출하는 전략을 의도적으로 선택해 왔다.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 령 후보 또한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청년 일자리 해결을 1순위로 꼽았 다.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 그리고 청년의 꿈을 지켜 주는 대한민국 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공약하에,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스타트업 창업 지 원,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격차 해소뿐 아니라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 청년․신혼부부 집 걱정․임대료 걱정 해결, 아르바 이트(알바) 존중법 도입 등을 공약에 포함하였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7). 그리고 이러한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명시 되었다. 미취업 청년층을 위한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 공공기관 청년고 용의무제 확대(3%에서 5%로),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 시 3번째 채용직 원 임금을 최대 3년간 지원하는 추가고용제도,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 부 담 경감, 청년과학자 지원, 청년농어업인 정착지원과 농림어업인 재해보 험 확대뿐 아니라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확충, 일자리 격차 해소, 창업 지원과 직업개발 훈련 등도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 포함된다고 설 명하였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

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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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정부 예산이 청년의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다고 생 각하는 20대는 9.3%에 불과하다(강찬희, 정다미, 2019).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왜 그간의 청년 일자리 정책성과는 긍정적으 로 평가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왜 시간이 지나도 청년의 삶의 질은 나아 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가? 왜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 안전, 주거와 같은 다른 문제들의 심각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일까? 청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였던 것일까? 청년을 위한 정책은 궁극적으로 언제부터, 어떻 게 지원되어야 하는 것일까?

현재의 청년정책은 실업률이나 취업률과 같은 단편적인 지표에 주로 의존하여 공급자 시각에서 설계, 제공되어 왔기 때문에 현실진단이 부족 하고 정책당사자가 배제되어 있다는 제한점을 안고 있다. 최근에야 청년 의 다차원적 빈곤 문제가 제기되면서(김문길 외, 2017), 불안, 우울과 같 은 정신건강, 주거 등과 같은 다양한 청년 삶의 여건이 사회로부터 주목 을 받게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청년의 문제는 모두 청년 일 자리의 문제로 귀결되어 왔다. 가시화된 문제에 집중한 나머지 왜 다차원 의 청년의 문제가 등장하며, 해결은 어려운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검토는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청년 문제의 다차원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서, 청년 사회보장에 대한 다양한 요구도 제시되고 있다. 청년이 사회보 장을 받을 권리는 고용, 주거, 대학등록금, 아르바이트, 대출, 신용, 결혼, 연애, 출산, 진로 등 생활 전반을 포괄한다(김기헌, 2017a). 그런데 사회 정책적 대응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청년이 경험하는 오늘의 위기가 쉽사 리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16년 ‘사회 통합 실태 및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세대 간 갈등이 더욱 심화 될 것이라고 한 응답자가 62.2%에 달한다(정해식 외, 2016). 이뿐만 아 니라 청년은 세대 내 갈등이 어느 세대보다 두드러진다. 한겨레 경제사회

연구원에 따르면, 부유한 20대와 가난한 20대의 인식의 차이는 매우 크 다. ‘우리 사회는 한 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에 대해 부유한 20대는 50%, 가난한 20대는 19.6%가 긍정적이었고, ‘우리 사회가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가 제공되는 사회’라는 신념 역시 가난한 20대 12.5%, 부유한 20대 33.3%였으며, ‘자신의 노력을 통한 계층 상 승’ 가능성은 가난한 20대는 7.1%만이 믿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격차 는 20대가 어느 세대보다 크게 나타났다(한귀영, 2018).

삶은 흘러가는 시간과, 배태되어 있는 맥락 속에서 구조화되는 과정이 자 결과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왔 는지, 경험과 주어진 기회, 상황은 어떠했는지와 같은 발생 배경과 맥락 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그래야 누군가는 왜 안정적인 일자리로 진입하 기가 더 힘든지, 누군가의 삶은 왜 계속 불안정한 것인지, 다시 말해, 어 떠한 요인과 경험들이 서로 다른 상태로 귀결시키는지를 찾아낼 수 있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어느 지점에서 어떠한 정책 방향이 필요한지를 제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접근은 건강의 영역에서 주로 이 루어져 왔다. 과거의 빈곤, 차별 또는 처한 자리에서의 위험이 건강에 어 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담론들이 진행되어 온 것이 다. 즉, 이러한 연구들은 건강은 단순히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며,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삶의 경험에 따른 결과임을 과학적 절차 를 통해 밝히고,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구 배경하에 이 연구는 청년의 삶을 시공간과 발 생의 맥락을 포함하는 생의 경험들이 현재에 영향을 미침을 주 내용으로 하는 생애과정 관점에서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법과 제도가 규정하는 생애주기와 달리, 삶에서 인생의 어느 시기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갑자 기 시작되고 끝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 삶은 과거부터 지속되어 왔거

나 지속될 예정인 이슈와 연관하여 정교하고 면밀하게 파악될 필요가 있 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의 삶이 시대와 환경 그리고 개인이 처해 있는 여 러 상황들이 축적되고 상호작용 한 결과임을 의도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변화의 속도와 단위, 양이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커진 현대사회, 계층 화된 부모로부터 태어난 세대,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그러나 기회와 경쟁은 가장 제한되고 치열한 세대로서의 정체성을 고려 하면 청년 연구에서 이러한 접근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오늘날의 청년 논의는 현재 청년 세대가 공통으로 봉착해 있는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세대 내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전자는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과 고용 안정성 문제, 가치관 변화에 따른 비혼이나 출산에 대한 논의와 관련이 있고, 후자는 심화된 양극화와 고착된 계층 속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의 대물림 문제와 주로 관련이 있다. 이 두 가지 논의는 때로 각각, 때로는 복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현세대가 공통으 로 당면한 노동시장 구조의 문제 속에서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 부 모로부터 태어난 청년은 그렇지 않은 청년에 비해 취업이나 좋은 대학 진 학, 전문직으로의 입직이 더욱 어려움을 논의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최 근 등장한 청년의 우울, 자살과 같은 정신건강의 문제는 좀 더 다양하고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가장 최근의 연구들은 청년이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며, 각 특성과 문제 에 따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함을 논의한다. 예를 들어, 김태완과 오미애, 박형존 등(2017)의 연구에 따르면 낮은 학력의 청년과 임시·일용직에 종 사하는 청년은 아동기에 빈곤을 경험한 경우가 많다. 아동기에 빈곤을 경 험한 청년의 학력은 고졸 이하가 60.0%, 대학 이상이 22.5%로 비빈곤 청 년의 고졸 이하 학력 19.9%와 대학 이상 55.3%와 차이가 있으며, 5년 이 상의 빈곤을 경험한 청년(25%)은 빈곤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16.9%)에

비해 임시·일용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김태완 외, 2017). 최근에는 부모의 학력이 낮을수록 자녀의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낮다는 기사나(정 진우, 유지혜, 하준호, 2019), 스펙 대물림(허진무, 김희진, 심윤지, 탁지 영, 조문희, 2019), 영구임대 주택의 빈곤 대물림 현상(고희진, 김원진, 2019), 의대와 로스쿨 재학생의 고소득층 쏠림화(이동수, 2019) 등을 다 루는 기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의 삶은 그들의 사회경제적 배 경과 유관하다.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은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로 생산되 는데, 이는 사회경제자원의 분포와 복지의 전달이 가족 단위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개인 단위의 복지제도로 개편하려는 노력이 일부 있 으나 여전히 많은 사회정책은 가족 또는 가구 단위로 설계되어 있다. 수 저론의 등장, 서로 다른 출발선에 대한 논의, 공고화된 계층의 세대 간 대 물림, 그리고 가구 단위의 정책 설계는 결국,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생 의 기회(life chance)가 다르게 주어질 수 있음을 가리킨다.

이 연구는 청년들의 삶을 생애과정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수요자 중심 의 청년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방향을 찾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으로 서, 현재의 청년들이 처했던, 처해 있는 빈곤, 가족구조나 고용 등의 불리 (disadvantage) 경험에 주목하여, 그들의 삶으로부터 정책방안을 도출 해 내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정책 연구와 양적 연구, 질적 연구를 포 괄하는 혼합연구를 수행하였다. 정책 연구에서는 오늘날 청년 문제의 본 질은 무엇이며, 현재의 청년정책들이 삶의 어떤 맥락을 놓치고 있는지,

이 연구는 청년들의 삶을 생애과정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수요자 중심 의 청년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방향을 찾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으로 서, 현재의 청년들이 처했던, 처해 있는 빈곤, 가족구조나 고용 등의 불리 (disadvantage) 경험에 주목하여, 그들의 삶으로부터 정책방안을 도출 해 내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정책 연구와 양적 연구, 질적 연구를 포 괄하는 혼합연구를 수행하였다. 정책 연구에서는 오늘날 청년 문제의 본 질은 무엇이며, 현재의 청년정책들이 삶의 어떤 맥락을 놓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