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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청년들은 이전 세대와 출발선이 다르면서도, 또한 각자 다른 출 발선에 서 있다. 이들이 게임의 공정함에 민감한 것은, 그만큼 공정함이 매우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게임의 결과에 따른 보상의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정책은 청년을 미래의 준비자 정도로만 간주 하고 공정한 출발선에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청년정책은

게임의 결과와 상관없이 적절한 생활을 보장하는 데 좀 더 다가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왜 불행한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두 가지로 설 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격차와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아무리 지금 고통스럽더라도 미래의 희망이 보이면 현재를 극복할 수 있다. 미래가 불 확실하더라도 현재의 삶이 모두 다 겪는 어려움이라면 이 또한 불행이라 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문제는 현재와 미래 두 가지의 실패이다. 그리 고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고통의 근원은 불평등이다. 청년 세대가 경험 하는 현재의 고통과 미래의 불안함도 단순히 불안정 노동과 이로 인한 저 임금이 아니다. 88만원 세대론과 같이 청년 내 계급불평등이 주목받고 있 는 것이다. 청년의 현재는 자기개발에 따른 성취가 강조되는 현재이며, 자 격증, 학점, 인턴, 어학연수 등 이른바 스펙 관리에 고달프고, 이에 취약한 청년들은 생활고로 인하여 그 스펙 관리에 오롯이 투자할 수 없음에 좌절 하는 불평등이다. 취약계층 청년의 미래는 불안정 노동에서 벗어나기 힘 든 자신과 가족 부양의 고달픈 삶을 예견한다(우석훈, 박권일, 2007).

세대 간 경제적 불평등의 맥락은 크게 네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최준 욱, 정도진, 박성환, 김종현, 강평경, 2018). 첫째, 자원과 환경 측면에서 의 불평등이다. 한정된 자원을 한 세대가 고갈시키면, 다음 세대가 그 혜 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환경과 재정 측면에서 지속가능성 문제로 설명된다. 둘째, 연금이나 국가부채 등으로 세대 간 재분배 효과가 발생하는 제도적 측면이다. 과연 누가 부담하고 누가 더 혜택을 받는가의 문제이다. 셋째, 세대별로 다른 경제 상황에 직면한다는 논의다.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노동시장도 수요와 기회 의 격차가 발생한다. 넷째, 세대 불평등이 사용되는 주요한 측면 중 하나 는 세대 간 이동 가능성의 차이이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 문제는 무엇보다 셋째와 넷째 조건에 있다. 오늘날 의 청년은 부모 세대와 비교할 때, 최초로 가난한 세대이다. 물론 이를 세 대 간 불평등으로 인식하기는 힘들다. 경제성장의 근본적 한계가 있는 상 태에서 한 세대가 누리는 물질적 혜택이 다른 세대와 같아야 한다는 결론 은 합리성이 떨어진다. 산업화 세대들은 분명 더 나은 물질적 삶을 성취 하고 영위할 수 있었지만, 탈산업화 저성장 세대는 그 책임을 이전 세대 에만 묻기는 어렵다. 즉, 경제성장률의 차이를 세대 간 분배 문제에 적용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세대 간 재분배나 불평등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한 세대의 갈등을 구성하는 조건의 변 화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성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정체되기 시작하 면 점차 상대적 지위에 주목한다. 청년들의 대학 진학과 입시 경쟁, 일자 리 경쟁 그리고 희소성을 차지하고자 하는 주택에 대한 욕구 등은 풍요의 역설을 보여 주며, 과도한 지위 경쟁은 상호 간의 분노를 촉발하고 있다 (자크 아탈리, 2018). 생존주의는 청년들이 제로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 는 지위 경쟁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청년정책은 새로운 생산과 분배 체제에 맞추어 청년 사회보장으로 전 환되어야 한다. 청년정책은 고용촉진이 아닌, 삶의 기본권 보장이어야 하 며, 그 내용은 청년들이 적극적인 사회구성원 역할을 저마다 맡도록 하는 적극적 사회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포용과 적극적 평등의 대상으로서의 청년, 권리보장의 절차적 참여 주체로서의 청년, 생 활안정을 위한 급여 수급권자로서의 청년 등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무 엇보다 청년이 가족 배경의 열악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청년이 혼자서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개인 중심의 수급권이 사회보장 각 영역에 구 체적으로 주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