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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상 피해보상제도의 개관

(1) 대한민국 국민이 나용선자인 경우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은 1992년 민사책임협약과는 달리 책임의 주체를 선박소유자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국적을 가진 선박을 나용선한 경우 선박의 소유자로서 등록된 자와 나용선자 를 모두 선박의 소유자로 본다고 규정한다.93) 이 경우 선박소유자와 나용선자는 연대책임을 진다.94)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서 규정하

92) Mans Jacobsson and Norbert Trotz, op. cit., p. 487.

93)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제2조 제2호.

94)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제4조 제4항.

는 나용선자에는 재나용선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외 국 국적의 선박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나용선되었다가 다시 대한민국 국민에게 재나용선된 경우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하면 선박소 유자와 나용선자 및 재나용선자가 연대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95)

이처럼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이 책임의 주체에 대한민국 국 민인 나용선자를 포함시킨 것은 외국의 선박소유자와 함께 대한국민 인 나용선자를 책임의 주체로 함으로써 피해배상을 좀 더 쉽고 신속 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992년 민사책임협약이 책임 의 주체를 선박소유자로 단일화한 것은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함으로 써 책임의 주체를 둘러싼 분쟁을 감소시켜 손해배상을 촉진하는 한편 강제보험제도가 있기 때문에 책임의 주체를 단일화해도 1차적인 피해 배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리고 1992 년 국제기금에 의한 2차적 보상제도로 인하여 1992년 민사책임협약에 의한 배상의 중요성이 감소되었기 때문에 책임의 주체를 단일화해도 실제적으로도 피해자 보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므로 유류오 염손해배상보장법이 1992년 민사책임협약과 달리 나용선자를 책임의 주체에 포함시킨 것은 불필요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나용선 자가 책임의 주체에 포함됨으로써 선박소유자 뿐만 아니라 나용선자 도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상의 책임에 대한 보험을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유조선을 나용선한 대한민국 국민은 2중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부담만을 지는 결과로 되었다.96)

95) 김인현, 선박운항과 관련한 책임주체확정에 대한 연구,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학 위논문, 1998. 12,, 201쪽.

96) 최종현,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의 개정방향”, 한국해법학회지 , 제28권 제1호 (2006.4), 한국해법학회, 119쪽.

(2) 선박소유자의 사용인과 대리인 등의 면책

1992년 민사책임협약상 원칙적으로 선박소유자의 사용인과 대리인 등은 오염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으나 오염손해가 이들의 의도 적인 행위나 손해발생의 개연성을 인식하면서 한 무모한 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예외적으로 이들도 오염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97) 그러나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는 선박소유자의 사용인과 대 리인 등이 오염손해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가 규정되 어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상 선박소유자의 사용인과 대리인 등은 오염손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하여 유류오염손 해배상보장법에 따른 책임을 지지는 아니한다.98)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1992년 민사책임협약이 선박소유자의 사용인 과 대리인 등에 대하여 “동 협약 또는 기타 어떠한 근거로든지” 손해 배상책임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 유류오염손 해배상보장법은 선박소유자의 사용인과 대리인 등에 대하여 “유류오 염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 써 이들에게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을 근거로 하지 않고 다른 법상 의 손해배상책임(일반 과실책임주의에 따른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97) 동 협약 제3조 제4항은 선박소유자 이외에 다음의 자에 대하여는 동 협약에 의 하여건 또는 다른 근거에 의하여건 유류오염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선박소유자의 대리인, 사용인 또는 선원

선원이 아닌 자로서 도선사 등 선박에 역무를 제공하는 자 나용선자를 포함한 선박의 용선자, 관리인 또는 운항자

선박소유자의 동의를 받거나 관할관청의 지시에 의하여 구조작업을 수행한 자 방제조치를 취한 자

, 에 언급된 자의 대리인 또는 사용인

다만 그 손해가 이들의 의도적인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또는 손해발생의 염 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위의 사람들에 대한 청구가 가능하다.

98)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제4조 제5항.

묻는 것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법상 선박소유자의 사 용인과 대리인 등의 고의나 과실로 인하여 오염손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일반 과실책임원칙에 따라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을 것이므로 결국 선박소유자의 사용인과 대리인 등에게는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이 1992년 민사책임협약에 비해 불리하 게 되어 있다.

(3) 선박소유자의 구상권

1992년 민사책임협약과 마찬가지로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상으로도 오염손해를 배상한 선박소유자는 이들 선박소유자의 사용인 과 대리인 등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유류오 염손해배상보장법상 선박소유자의 구상권은 이들 선박소유자의 사용 인과 대리인 등의 고의나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알면서 한 무모 한 행위로 인하여 오염손해가 발생한 경우로 한정된다.99) 1992년 민 사책임협약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으므로 선박소유자는 그 사용인과 대리인 등에게 일반 과실책임의 법리에 따라 구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처럼 1992년 민사책임협약에 비해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상 으로는 선박소유자의 사용인과 대리인 등은 선박소유자의 구상권으로 부터 더 보호되고 있다.

2.2 책임제한배제사유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은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배제사유를

“유류오염손해가 선박소유자 자신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 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100) 이는 “오염손해가 그

99)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제4조 제6항.

100)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제6조 단서.

손해(such loss)를 발생시킬 의도로 한 선박소유자 자신의 작위 또는 부 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또는 그러한 손해(such loss) 발생의 개연성 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나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 우”라는 1992년 민사책임협약의 문언과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1) 제1의 책임제한배제사유 - 고의

1992년 민사책임협약은 책임제한배제사유의 하나로서 오염손해가 그 손해를 발생시킬 의도로 한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를 들고 있 는데 반해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은 고의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손해를 발생시킬 의도로 한 행위”를 “고 의”라고 번역하였다. 1992년 민사책임협약상의 손해를 발생시킬 의도 로 한 행위란 우리법체계상의 확정적 고의에 유사한 것으로 생각된 다. 그런데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은 이를 단순히 고의라고 번 역함으로써 소극적 고의(미필적 고의)도 이에 포함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되었다.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이 1992년 민사책임협약 의 내용을 수용한 것이라는 입법연혁과 1992년 민사책임협약이 국내 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우리 유류오염손 해배상보장법은 가급적 1992년 민사책임협약과 일치하도록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상의 책임 제한배제사유로서의 고의란 미필적 고의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한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법체계상 확정적 고의에 해당 하기 위하여는 결과발생을 의욕해야 하는데 여기서의 결과발생이란 판례에 의하면 누군가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말하고 통설에 의하 면 의욕한 결과발생이란 단지 위법한 사실의 발생을 의미한다. 그런 데 1992년 민사책임협약상으로는 당해 손해를 야기할 의도가 있어야

하므로 1992년 민사책임협약상의 제1의 책임제한배제사유(즉 당해 손 해를 발생시킬 의도)는 우리 법체계상의 확정적 고의와도 다른 개념 이다. 결국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서 책임제한배제사유의 하 나로 규정한 고의란 일반적인 확정적인 고의와는 다른 것으로서 당해 손해의 발생을 의욕한 행위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2) 제2의 책임제한배제사유 - 인식있는 무모한 행위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은 1992년 민사책임협약상의 “손해발 생의 개연성을 인식하면서 한 무모한 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한 무모한 행위로 인 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고 번역하였는데101) “손해발생의 개연성”

과 “손해발생의 염려”가 같은 의미인가 하는 점이 문제로 된다.

이 점에 관하여 독일에서는 손해발생의 개연성이란 손해발생의 가 능성이 50%를 넘는 경우라고 해석하고 있다.102) 우리 유류오염손해배 상보장법상으로도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다는 것을 손해발생의 가능성 이 50%가 넘는 경우라고 해석한다면 결국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 장법과 1992년 민사책임협약은 이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우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은 1992년 민사책임협약과는 달리 “‘당 해 손해(such loss)’가 발생할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한 무모한 행 위”라고 규정하지 않고 단순히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 서 한 무모한 행위”라고 규정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실제로 발생한 손 해와 다른 손해가 발생할 것을 인식하면서 한 무모한 행위도 책임제 한배제사유에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101) 위 책임제한배제사유를 일본에서는 “損害の發生のおそれがあることを認識しな がらした自己の無謀な行爲”라고 번역하였는데(일본 油濁損害賠償保障法 第5條), 우 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상의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한 무모한 행위”라는 표현은 위 일본의 번역과 동일하다.

102) 受川環大, “國際海上物品運送人の 責任制限阻却事由”, 海事法硏究會誌, 153卷 (1999.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