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선교적 공동체
VI. 요한복음의 선교사상과 에큐메니칼 선교사상
현대 선교는 개신교 내에서 크게 두 영역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세계교 회협의회와 그 맥락을 같이하는 에큐메니칼 선교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복음화로 잔대회를 중심으로 하는 복음주의 선교운동이다.
에큐메니칼 선교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19세기 서구제국주의의 확장과 함께 이루어진 기독교 선교가 정치적 관련성을 가지면서 서구 선교사들이 자국 의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기독교 내에 심각한 분열과 갈등 양상을 보였기 때 문이다. 또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선교단체들이 각 개파별로 활동하였기 때문에 선교단체들 간의 중복 또는 경쟁으로 인한 선교적 자원 낭비가 가중되었다. 이러 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교단체들 사이의 조정과 협력을 위한 연합운동이 필 요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요청이 에큐메니칼 운동이었다.132)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중시되는 것은 교회의 연합과 일치이다. 에큐메니 칼 운동을 주도하는 WCC의 교회들은 그래서 요한복음 17장 21절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같이 저희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의 선교적 비전하에 서 일치를 향한 순례를 하게 되었다.133)
그 순례의 일환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은 “성서의 증언대로 주 예수 그리 스도를 하나님과 구세주로 고백하고,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영광을 위해 자기 들의 공통적 소명을 함께 성취해 가는 교회들의 친교”134)로서 교파와 종파를 초 월하여 동방정교회, 로마카톨릭과도 연합하였다.
예수가 요한복음 4장에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다가가고, 17장에서 제자들 의 하나됨과 앞으로 믿게 될 자들과의 하나됨을 기도하는 것은 요한복음이 이미
132) 김은수,『현대선교의 흐름과 주제』(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1), 28-29.
133) 박근원,『교회와 선교』(서울: 종로서적, 1988), 193.
134) WCC 헌장. 위의 책, 193.
오래전부터 다양한 인종과 종파들의 연합을 모색한 에큐메니칼 정신을 담고 있 었음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에큐메니칼 정신이 있었기에 요한공동체가 열린 공동체로서 사마리아공동체, 이방공동체들과도 연합과 통합이 가능했던 것이다.
요한복음의 에큐메니칼 정신은 요한복음에서 나타나는 우주적 보편적 사 상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요한복음은 다른 공관복음과는 달리 온 인류를 대상으 로 저술되었다. 요한복음 1장의 로고스 사용이며, 참빛이 모든 자들에게 비취는 것며, 믿는 자는 누구든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얻게 되는 것은 요한복 음이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편애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우 주의 하나님이며 모든 자들의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요한복음 17장, 20장에서 우리는 선교의 주체는 삼위일체 하나님임을 살 펴보았다. 하나님이 아들을 파송하고, 아들의 요청으로 성령을 파송하며, 아들은 교회를 세상으로 파송한다. 즉 선교는 교회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이 하는 것이다. 단지 교회는 선교의 도구로서 세상의 구원을 위해 섬기고 봉사하는 기능을 담당할 뿐이다.
하나님의 선교이기 때문에 선교의 관심은 자연 영혼구원에만 국한되지 아니하고 인간이 사는 온 세상으로 확대된다. 이것은 종전의 구원관에 큰 변화를 가져와 1968년 WCC 웁살라대회에서는 “선교의 갱신”을 주제로 다루면서 “인간 화”를 선교의 목표로 삼았다.
이는 선교의 목표가 ‘복음화’이냐 ‘인간화’이냐는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지 만 계속되는 WCC 총회에서 중요한 안건으로 채택되어 1973년 WCC방콕대회에 서는 “오늘의 구원”이라는 주제로 “정체성, 인간화 그리고 해방”이 논의되었고, 1975년 WCC 나이로비아 대회에서는 선교는 “온전한 복음을 온 인류와 전 세계 에 증언하는 것으로 선언하였다.
온전한 복음이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복된 소식으로 복음주의자들이 말 하는 하나님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그의 사랑과 은혜, 죄의 용서
와 회개에로의 부름, 성도의 교제와 전도의 사명 등은 물론 정의와 인간의 존엄 성을 구현하기 위한 투쟁에 동참해야 할 책임까지를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 다.135)
이러한 복음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통전적 선교이해가 요한복음 4장에서 나타난다. 예수가 사회적으로 천대받고 냉대받던 사마리아 여인을 찾아간 것은 복음을 전함과 아울러 사마리아인에 대한 유대인들의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 항하는 사회적 책임이었다. 예수는 편견과 사회적 차별의 희생양인 여인에게 진 정한 관심과 사랑을 전함으로 상실했던 인간성을 회복시켜준다. 인간성의 회복은 하나님과의 관계회복, 이웃과의 단절된 관계회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에큐메니칼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에게 20장에서 평화(샬롬)을 선포하는 데서 도 볼 수 있다. 제자들은 핍박받는 자였으며 고립된 자였다. 그들은 유대공동체 에서 출교당한 자들로 인간의 권리를 박탈당한 고난받는 자들이었다. 고난받는 자들에게 평화를 선포함으로 예수는 제자들을 고립된 다락방에서 나오도록 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킨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잃었던 이웃과의 평화, 하나님 과의 평화를 되찾는다. 선교는 하나님이 주인되는 온 세상에 바로 이 하나님의 평화, 샬롬을 세우는 것이다.
하나님의 평화만이 연합과 일치를 가능케 한다. 하나님의 평화는 하나님 의 사랑에서 기초를 두며 십자가에서 절정에 이룬다. 십자가 구속의 사랑으로 인 해 하나님과 인간사이에 화해와 일치가 일어날 수 있었으며 그 사랑에 기초할 때 인간 사이의 파괴적인 관계도 회복될 수 있다. 이 사랑이 없이는 종파와 교파 를 초월한 연합과 일치가 불가능하다.
사랑에 토대를 둔 증언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대화이다. 대화는 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고 귀기울이는 것이다. 그러한 존중과
135) David M. Paton, ed., Breaking Barriers, Nairobi 1975 (Grand Rapids:
Wm. B. Eerdmans, 1976). 52.
겸손이 다른 인종과 종파, 교파가 연합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다.
` 1963년 멕시코 대회에서는 진정한 대화는 “복음과 다른 사람을 서로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화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기꺼이 청취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속에 담긴 진리를 인정할 수 있는 분명한 준비가 되어 있어 야 한다.”136)라고 정의하였다. 그 이후에 종교간의 대화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지 속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예수가 4장에서 보여주는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는 진정한 대화의 본을 보여준다. 예수는 여인의 말에 경청하며 예배 장소에 대한 잘못된 진리는 수정해 주지만 메시야 오심에 대한 진리는 인정해줌으로써 여인이 더 깊은 진리를 발견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진리를 발견하는 대화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진리에 대한 깊은 통 찰과 진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섬기려는 사랑이다. 요한복음 20장 31절에 서 ‘믿게 하려 함이요’를 현재시상으로 볼지라도 그것은 기존신자들에게 그리스 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연마시키기 위함이요 궁극적인 목적은 종교간 대화에서 진리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이끌기 위한 선교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돕고 섬기려는 사랑은 요한복음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예수의 성육신과 십자가에서 절정을 이루게 된다. 이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대화의 토대 이며 교회연합의 기저이고 선교의 동인이다.
하나님이 아들을 보내신 것도 인간과 대화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의 언어 로 대화하기 위해서 하나님은 인간이 될 필요가 있었다. 이 대화는 진리로 이끄 는 대화이며 구원의 대화이고, 사랑의 대화이다.
오늘날 에큐메니칼의 종교간의 대화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하나의 거지가 다른 거지에게 어느 곳에 가면 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말해주듯 이, 병에서 나은 자가 다른 환자에게 어디에 가면 훌륭한 의사가 있는지를 가르
136) 김은수,『현대선교의 흐름과 주제』, 195.
쳐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를 돕고 섬기려는 사랑이 중요하다.
사랑이 있을 때만이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
이 사랑의 본이 되는 것이 예수의 성육신과 십자가이다. 하나님은 아들 을 세상에 보내심으로서 대화하게 하셨다. 말씀인 예수가 인간이 됨으로 하나님 과 인간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