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연구 배경

문서에서 세계의 대상인들 (페이지 12-15)

오늘날 세계는 자본주의라는 사회경제적 체제로 형성된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면서 짧게는 300년 길게는 500년 동안 우리와 함께 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인류 진화와 정부의 최종 형태이자 역사의 종착점이라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주장처럼 아마 앞으로도 긴 시간 동안 자본 주의는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자본주의 형성과 발전을 견인했던 핵심 세력은 다름 아닌 세계의 대상인들(영어로 great merchants, 불어로 hommes d’affaires)이 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과 상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근대 자본주의는 상업에서 탄생하였다. 본 연구는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 기원을 탐색하는 연구이기도 하 다.

대상인이 근대 세계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상인과 상업에 관한 사회적 종교적 가치 평가와 관련되어 있다. 사농공상의 신분질서로 상거래를 천시했던 조선에서 뿐만 아니라 중세 유럽의 기독교 사회 또한 상인과 상업을 종교적으로 윤리적으로 비난했다. 이자 대부를 하는 상인은 영원한 구원을 받 을 수 없는 비참한 존재로 간주되었다. 게다가 근대 세계에서 대상인들은 스스 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초래했다. 서유럽의 대상인과 자본가들은 수많은 지역에 서 제국주의적 침탈의 첨병 역할을 했으며, 현대의 금융 자본과 다국적 기업들 은 제3세계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막대한 부당 이익을 거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오늘날까지도 상인과 상업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은 완전히 사라 지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대상인들이 근대 세계 형성을 주 도했던 원동력이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에 대한 객관적 인 분석과 평가는 절실하다.

상업과 상인은 인간 존재 그 자체이다.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살기 시작하 면서 상품 교환과 이를 매개하는 상인은 줄곧 존재했다. 그런 점에서 상인에 관 한 연구는 경제적 동물인 호모 에코노미쿠스 자체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상 거래는 사람들에게 풍요와 부를 가져다주었고, 타 지역에 대한 지식을 증가시

켰으며, 때론 평화 증진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높아지는 무역 장벽과 더욱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 속에서 과거 역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대상 인들의 경험과 시행착오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세우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넘쳐 난다. 고전적인 자본주의 경제학에 서부터 사회경제학을 거쳐 케인즈의 자본주의와 20세기 후반 신자본주의에 이 르기까지 자본주의의 역사와 변화를 다룬 다양한 연구서와 대중을 상대로 한 책들이 나와 있다. 하지만 근대 자본주의를 견인했고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대상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 한 형편이다. 본 연구는 특정 시대 특정 지역에서 치열하게 활동했던 12가지 사 례를 통해 세계의 거상들의 활약상을 살펴봄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고 자본주의 형성과 발전에 관한 총체적인 이해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 국, 동양 그리고 서양의 역사에서 각각 4개씩의 사례를 선정하였다. ①고려 상 인들, ②고려에서 활동한 외국 상인들, ③조선의 개성상인, ④조선시대 서울의 시전상인, ⑤16세기 해양에서 활동하며 중국과 일본을 왕래했던 거상 왕직, ⑥ 명청시대 대운하 도시에서 활동했던 휘주 상인, ⑦洋行 : 동아시아의 歐僑 상인 들, ⑧ 근현대 중국의 광동상인, ⑨ 중세 이탈리아 상인, ⑩인도양의 이슬람 상 인, ⑪ 잉글랜드 동인도회사와 아시아 무역, ⑫ 18세기 런던 대서양 상인의 세 계.

대상인들에 대한 연구는 지난 5백년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 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근대 세계를 견인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를 지배하 는 또 다른 형태의 지배계급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상인과 그들이 가진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제 그들의 돈이 세상을 정복하고 통치하 고 명령하게 된 것이다(Nummus vincit, nummus regnat, nummus imperat). 대상인 의 역사는 미천한 신분의 장사치가 세상의 주인으로 부상하는 성공 스토리이기 도 하다. 대부분의 전근대사회에서 상업은 천시 받는 직종이었다. 조선 사회에 서 사농공상이라는 유교적 지배 질서는 상인을 비천한 존재로 자리매김 했고 중세 유럽 기독교 사회에서 상인은 하느님으로부터 외면 받고 구원을 받을 수

없는 불쌍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그 자체가 역사 적으로 흥미로운 연구 대상일 것이다. 또한 그들의 역사는 근대 사회의 모습과 특징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할 것이다.

문서에서 세계의 대상인들 (페이지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