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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의 배경

인간은 태어난 이후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 로도 성장한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성장한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성장을 하지만, 정신 적 또는 사회발달학적으로는 그 시기에 거쳐야 하는 단계를 거치지 못하 거나, 그러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연령대를 지나 지속적으로 늦어지는 경 우도 있을 수 있다.

인간의 생애 주기를 영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의 단계로 본다면, 청년기라는 단계는 학교 졸업, 취업, 결혼, 출산 등이 이 루어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Cordόn, 1997; Hartmann & Swartz, 2007; Shanahan, 2000; Sironi & Furstenberg, 2012). 그러나 청년 들의 주거 및 경제적 자립의 시기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이전보다 늦어 지고 있으며(Bell et al., 2007; Cobb-Clark, 2008; Goldscheider &

DaVanzo, 1986; Whittington & Peters, 1996),1) 으레 거쳐야 하는 단계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 다음 단계에 진입하는 것 또한 늦

1) 근대 이전인 19세기 무렵의 독일에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즉 청년기에 진입하 기 전의 기간을 여행기간(Wanderschaft)이라고 해서 성인기에 진입하기 전에 자기 자신 을 찾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영국에서도 귀족 계층에서 이와 유사한 경 향이 있는 것으로 볼 때(Arnett, 2006, p. 4), 시대에 따라 그 단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서 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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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 고등학교만 졸업하던 시대와 대학교까지 졸업하는 것이 주류가 된 시대를 비교한다면, 후자의 경우가 전자보다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늦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취업이 늦 어지게 될 것이다. 취업이 늦어지게 되면 결혼이 늦어질 수 있는 것과 같 이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2)

특히 다음 단계 이행의 지연(delay)은 가족형성(이성교제, 결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가임연령은 15~49 세라고 할 수 있는데, 결혼이 늦어지게 되면 출산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점 점 짧아지게 되어 출산 가능 기간이 감소한다. 또한, 늦은 결혼으로 인하 여 난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고령 출산은 자연유산의 확률을 증가시킨 다(김동식 등, 2013, p. 60).3) 이뿐만 아니라 고령출산이라는 이유로 출 산을 회피하여 무자녀로 남게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결혼을 빨리 하 면 할수록 자녀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은 늦게 결혼하는 것보다 상대적으 로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4)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1981년 남성 40.2%, 여성 28.4%에서, 2008년 남성 84.0%, 여성 83.5%로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상승하여 왔고(교육통계연 보, 각 연도), 2017년 4월의 청년 실업률은 11.2%로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통계청, 2017. 4.). 또한 초혼연령은 1990년 남성이 27.8 세, 여성이 24.8세였으나, 2016년은 남성 32.8세, 여성 30.1세로 약 30

2) 물론 이러한 단계는 고정적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보통 졸업 이후 취업과 결혼으로 이행하거나, 졸업과 취업이 동시에 이루어진 이후에 혼인으로 이행한다(이승렬, 2015, p.

88).

3) 그러나 적극적인 산전·산후 관리가 동반된다면 건강한 출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김동식 등, 2013; 최재호 등, 2006; 허혁 등, 2004).

4) 물론 이 경우는 피임을 하지 않았을 경우라고 할 수 있으며, Becker(1991)에서는 20살 에 결혼하여 피임을 하지 않을 경우, 평균적으로 11명의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계산하 고 있다.

여 년 동안 각각 5.0세, 5.3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통계청, 각 연도). 이러한 지표는 생애 주기 단계 이행이 지속적으로 늦어지는 것을 시사한다. 그와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등장한 신조어들, 예를 들어 3포 세 대, 5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뿐만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3종 세트도 모 자라 5, 7, 9종 세트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구들이 의미하 는 것이 바로 그만큼 생애 주기에서 다음 단계 이행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 세대에서는 이러한 단계 이행을 큰 어려움 없이 경험해 왔는 데 반하여, 최근의 청년 세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2. 연구의 목적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청년층의 생애 주기 단계 이행 중 가족형성 에 초점을 맞춰 분석을 하려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성인 이행 관점에 서 이루어진 연구의 대부분은 노동시장 이행에 집중되고 있으며, 가족형 성까지 확장한 관점에서의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는 경제적 자립(노동 시장 이행 및 분가)이 가족형성에 있어서 충분조건 인지, 다시 말하면 가족형성이라는 것이 경제적 자립이 전제가 되어야 하 는지에 대한 분석과 검토를 시행한다.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결혼이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당 연하게 생각될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의 경제적 자립은 그동안의 연구들 이 주로 초점을 맞추었던 노동시장 이행에 더하여,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는 분가라는 이벤트를 경제적 자립에 포함시킨 측면이 새로운 점 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는 경제적 자립과 가족형성과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가족형성의 결과, 소득 구조에 어떠한 변

화가 나타났는지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여 가족형성의 당위성에 대하여 논의할 것이다.

그리고 본 연구는 일본과의 비교연구를 수행한다. 한 나라의 특성을 분 석한다 하더라도 그 나라의 현황이 어느 정도의 수준이고,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다른 국가와의 비교를 통하게 되면, 한 나라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그 나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 할 수 있고, 그 의미도 더욱 명확하게 다가오게 된다. 그러나 이들 국가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의 국가들의 기저에 깔린 공통점이 존재하 여야 한다. 즉 비교 가능해야 한다는 것(comparable)이다.

한국과 일본은 유사한 점이 많은 국가라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 다. 전통적으로 남성 혈연 중심의 국가이며, 유교적인 밑바탕이 깔린 국 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산업화 이후에는 유사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사이이기도 하며, 가정 내의 분업 구조 또한 유사하 다. 물론 일본이 쇄국정책을 내건 우리나라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빠른 성장을 하였으나, 그러한 성장 시기 및 격차의 갭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제도 및 문 화에 큰 차이를 보여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것에 비하면 이러한 성장 격 차는 시간적인 조정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며 비교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화적 유사점만으로 양국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 다. 그 이유는 문화적 유사성이 단지 비교를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는 것 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에서 먼 저 경험한 것들이 시간의 격차를 두고 한국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 타쿠, 건어물녀, 초식남, 지방소멸 등의 단어는 모두 일본에서 파생된 것 들이며, 일본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후, 한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 대중적으로 쓰이게 된 것들이다. 즉 흔히들 하는 이야기로 우리나

라는 일본과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일반적인 인식 자 체도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이며, 일본이 경험한 것을 한국이 몇 년 후에 경험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과 비교를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되며, 본 연구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현황을 분석하여 양국의 차이가 어느 정도 인지에 대한 논의도 병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