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제3절 소결

2 경제적 자립과 결혼

본 장의 제2절에서는 한일 양국의 패널 데이터를 사용하여 진학이나 취직에 따른 분가가 초혼시기를 앞당기는지, 그리고 초혼시기에 미치는 영향에는 대도시와 비대도시 간 지역차가 존재하는지에 대하여 검증했 다. 구체적으로는 초혼 해저드에 관한 이벤트 히스토리 분석으로서 (I)연 속시간모델 및 (II)이산시간모델이라는 2가지 추정방법에 대해, (i)시간 경과에 따라 변하지 않는 공변량만을 사용한 경우, (ii)시간 경과에 따라 변하는 공변량을 사용한 경우와 같은 2종류의 공변량을 추정 방법별로 4 가지 조합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단, 모델의 한계로 인하여 (I)-(i)、(II)-(i)、

(II)-(ii)의 3가지 모델에 대해 각각 (a)15세부터 경과시간을 분석시간으

로 하는 경우 및 (b)최종 학교를 졸업 및 중퇴한 후부터 경과시간을 분석 시간으로 하는 경우를 조합하여 6가지의 분석을 시행했고, 그 결과에 대 해 다면적으로 비교 및 고찰을 하였다.

분석결과를 정리하면, 최종 학교를 졸업한 후부터의 경과시간으로 본 초혼시기를 분가상태85)로 비교하면, 양국 남녀 모두 부모와 동거해 온 경 우가 초혼시기를 늦추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진학분가 후의 초혼 해저 드는 부모와 동거해 온 경우에 비해 1.3~1.4배, 취직분가 후는 1.2배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진학분가 후의 초혼 해저드는 부모와 동거해 온 경우에 비해 1.8~2.3배, 취직분가 후는 2.1~4.3배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생각해 볼 때 진학·취업에 따라 부모 곁을 떠나는 것, 즉 경제 적 자립은 분가 후 초혼시기를 앞당긴다.

결혼 전 분가 경험 여부(없음, 진학분가, 취직분가)와 출신지(대도시, 지방 대도시, 비대도시) 조합에 따른 9개의 카테고리별 초혼시기는 일본 남성의 경우 대도시출신의 분가 경험이 없는 그룹의 초혼시기가 가장 늦 었고, 한국 남녀와 일본 여성의 경우 대도시출신의 분가 경험이 없는 그 룹의 초혼시기가 일본 남성처럼 극단적으로 늦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일 남녀 각각의 공통점도 보였는데, 남성의 경우 비대도시출신으로 진학분 가한 경우의 초혼시기가 빠르고, 여성의 경우 대도시출신으로 취직분가 한 경우의 초혼시기가 늦었다.

분가상태는 시간 경과에 따라 변하는데 본래 취업·진학에 따라 분가를 한 경우는 분가 전까지는 부모와 동거해 온 경우와 동일한 초혼 리스크지 만, 분가 후부터는 초혼 리스크가 변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시간 경과 에 따라 변하지 않는 공변량으로 취급하면, 학교 졸업 후 경과시간을 보

85) 분석시간으로는 진학분가 이후인지, 취직분가 이후인지, 부모와 동거를 계속하고 있는지 여부 등으로 구별한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 상태를 말한다.

더라도, 15세를 기점으로 한 경우보다는 문제가 약간 완화되기는 하지만, 취직분가한 경우는 취업하기까지의 낮은 리스크 시기가 분석시간 전체의 리스크를 평균적으로 감소시키는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출신 일본 남성에서 분가 경험이 없는 그룹의 초혼시기가 가장 늦었다는 결과 는 ‘패러사이트 싱글 가설’이 타당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양국에서 비대도시출신 남성의 진학분가는 도시 저출산 문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 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되는 것은 양국의 초혼시기 결 정 기제에 유사성이 보였다는 점이다. 연속시간모델 및 이산시간모델에 서 시간 경과를 변하지 않는 공변량으로 사용한 모델 (I)-(i) 및 (II)-(i)이 나, 시간 경과를 변하는 공변량으로 사용한 모델 (II)-(ii)에서도 양국의 추정결과는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한쪽 국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계수 부호는 다른 한쪽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II)-(ii)의 주요 추정결 과를 보면 (1)한일 양국에서 첫 취직은 초혼 해저드를 크게 증가시키며 (초혼시기를 앞당기며), 취업이 남성 초혼시기에 끼치는 영향은 여성보다 5배 이상 컸다. (2)첫 직장이 비정규직이면 정규직보다 초혼시기가 늦었 으나 이것은 남성에게서만 1% 정도의 통계적 유의성을 가지며, 여성에게 는 종사상 지위가 초혼시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3)졸업 및 중퇴부 터의 경과시간을 보면 한일 남성의 진학분가는 1% 수준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했으며 분가 후 초혼시기를 앞당긴다. (4)졸업 후 경과시간을 보면, 대학졸업은 한일남녀의 초혼시기를 앞당기지만 이 영향은 한국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이와 같이 초혼시기를 결정짓는 기제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은, 일본에서 유효한 정책은 한국에서도 유효하며, 역으로 한국에서 유 효한 정책은 일본에서도 유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양국의 추정결과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계수의 크기와 통계

적 유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에는 한국 데이터에서 초혼과 분 가 발생을 패널구조로 특정할 수밖에 없었고, 2007년 조사 시 미혼이며 부모와 동거 중이던 사람만을 분석 대상으로 한정 지을 수밖에 없었기 때 문에, 분석 대상 연령이 젊고 생애과정 중 커버되는 기간이 짧았던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데이터는 가장 최근 조사 시점(2015 년)으로 본다면 분석 대상의 80%가 미혼으로 우측 관찰 중단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분석 대상자 코호트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생산연령(15~49세) 전체를 커버하는 코호트는 존재하지 않 기 때문에, 초혼 해저드 연령 패턴의 비모수(non-parametric) 식별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연령 패턴을 코호트 효과86)와 동시에 식별하지 않 으면 안 된다.

또한 2007년 조사에서 20세였던 청년이 2015년 조사에서 29세가 되 었으며, 최근의 한국 평균 초혼연령에 근접하게 되는 코호트가 분석의 중 심이라는 점이다. 2007년 조사에서 19세 이하인 청년은 2015년 조사에 서도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며, 2007년 조사에서 25세 이상이었던 청년 은 2015년 무렵까지 대체적으로 결혼했을 연령이 되었지만, 후자는 2007년 조사 시점에 기혼에 부모와 별거 상태였기 때문에 분석에서 대부 분 제외되었다.87) 게다가 전자에서는 2007년 조사 시 19세 이하 남성의 탈락이 많고, 2015년 조사까지 분석 대상에 존재하는 샘플은 13.4%이 며, 미혼남성의 패널 존재기간은 평균 3.6년으로 짧다. 반면 데이터 제약 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추정결과에서 일본과 유사성이 보이는 것 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혼시기 결정 기제가 매우 닮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86) 젊은 코호트일수록 만혼이라는 효과를 말한다.

87) 이러한 점은 2007년 조사 시점에 25세 이상 코호트에서 결혼하기 어려운 청년만 남아 있을 것이라는 선택 편의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은 보다 장기적인 추적기간을 갖는 패널 데이터 및 초혼연 령, 첫 분가연령, 최종 학교의 졸업·중퇴, 첫 취직 연령에 대해 회고적으 로 조사한 데이터를 사용하고, 여기서 얻어진 결과로 재검증하는 것이 바 람직하다. 만일 일본의 데이터와 같이 별도의 회고조사의 결과와 비교하 는 것도 염두에 둔다면, YP와 같은 패널조사에 대해서도 2007년(1차) 조 사 시점에서 회고적인 질문을 폭넓게 수집하는 것이 확률샘플을 보다 효 과적으로 이용한다는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일본 데이터에서는 분석시간 경과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결혼 전 분가 경 험 여부를 통제하는 모델의 경우, 남성 대도시 출신은 지방 대도시나 비 대도시 출신보다 초혼시기가 늦고, 비대도시 출신여성의 초혼시기가 빠 르고 지방 대도시가 늦다는 점, 그리고 분가상태가 분석시간 경과에 따라 변화한다고 가정한 모델에서는 대도시 출신여성이 비대도시 출신보다 초 혼시기가 다소 빠르다는 것을 제외하면, 출신지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 의하지 않았다. 즉 분가 상태를 통제하면 출신지의 차이에 의한 초혼시기 의 차이는 거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음을 의미하며, 일본 데이터에서 는 출신지 차이가 초혼시기에 미치는 영향이 시간의 경과에서 변화하는 분가 경험의 여부와 분가시기로 설명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도시 출신 의 결혼 전 분가 경험 비율은 진학분가·취직분가 모두 낮고, 비대도시권 출신자에서는 결혼 전 분가가 많이 나타났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학은 대도시권 주변에 모여 있고 고용환경은 비대도시권이 나쁘므로, 진학분가와 취직분가 모두 비대도시로부터 대도시에의 이동을 동반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대도시 출신에게는 결혼 전 분가에 대 한 유인(incentive)이 약하며, 비대도시권 출신의 결혼 전 분가가 많은 것은 도시의 인구집중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과 부합한다. 그러나 본 분 석에서는 비대도시 출신의 분가가 누구에게 어떠한 시기에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분석되지 않았지만, 초혼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라고 생각된다. 또한 분가시기에 관한 분석은 초혼시기 결정 구조를 해명 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양국 지역인구 변동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 인이기 때문에 향후 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본 분석에서는 가족 형성 이후의 소득 구조에 대한 분석을 병행 하였다. 일본은 만혼화, 비혼화 등의 이유로 부모와 동거하며 높은 경제

그리고 본 분석에서는 가족 형성 이후의 소득 구조에 대한 분석을 병행 하였다. 일본은 만혼화, 비혼화 등의 이유로 부모와 동거하며 높은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