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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는 주로 급성기 진료를 제공하는 병원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며, 최근의 많은 보건의료정책, 특히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들도 주로 병원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시행되고 있다. 한편, 급속한 경제발전과 생활양식의 변화는 건강에 대한 새로운 위험요인들을 만 들어내고 있으며, 더불어 급격한 인구 고령화는 만성질환 유병률이 지속적으 로 증가할 것을 예고한다. 최근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의 반을 차지하고 있으며(보건복지부, 2011), 전체 진 료비의 1/3이 만성질환에 쓰이고 있다(Lee & Yun, 2009).

만성질환에 대한 사회적 부담 증가는 급성기 중심의 보건의료체계의 변 화를 요구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수준과 의료체계의 지속가능 성은, 향후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재 만성질환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는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고혈압 유병자 중 의사로부 터 진단을 받은 비율인 인지율은 67.9%, 고혈압 유병자 중 혈압강하제를 한 달에 20일 이상 복용한 분율인 치료율은 61.9%, 고혈압 유병자 중 혈압 조절 률은 43.6%였다. 이는 미국 고혈압 관리 수준에 비해 인지율은 13%p, 치료 율은 11%p, 조절률은 7%p 낮았다.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으면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 성질환으로 인한 입원을 예방할 수 있다. 즉, 일차의료에서 질 높은 만성질 환 관리가 이루어지면, 질병의 악화와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여 그로인한 입 원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혈압, 당뇨로 인한 입원율은 OECD 평균의 2배 이상으로 회원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OECD, 2009;

OECD, 2011).

[그림 1] 고혈압 입원율, 15세 이상, 2007

[그림 2]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입원율, 15세 이상, 2009

우리나라에서 만성질환 관리의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우나, 진료비 청구자료를 이용한 일부 연구에서 진료의 지속성을 통해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였다. 고혈압의 경우 치료지속성이 높은 환자에 비해 그렇지 않은 환자는 급성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등의 합병증 발생률이 3배 이상 높으며(박찬미 등, 2010), 당뇨 치료지속성이 낮은 환자는 입원 위험이 1.37배, 사망할 위험은 1.4배 높았다(Hong 등, 2011).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 왔다. Wagner(1988)는 건강관리 조직, 전달체계 디자인, 지역사회 자원과 정 책, 자가관리 지원, 결정지원, 임상정보 시스템의 6가지 요소가 만성질환관리 모형(Chronic care Model)에 필수적이라고 제안하였다. 이후 여러 유럽 국가 들이 이 모형에 근거한 만성질환 관리 정책을 수립하였다(Debbie Singh, 2008). 2003년에는 문화적 특성, 환자의 안전, 조직화된 질병관리, 지역사회 정책, 사례관리에 대한 내용을 추가한 Expanded Chronic care Model이 소 개되었다(Barr, 2003).

또한 2000년대 들어 영국, 프랑스, 호주, 미국 등 선진외국을 중심으로 일 차의료에서 예방서비스를 개선하고 만성질환의 질을 향상하고, 환자중심의 서비스 설계를 위해 일차의료 성과지불제도(Pay for Performance, P4P)가 도

입되었다. 이는 일차의료에서 다양한 지표를 이용하여 의료의 질을 측정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불하는 제도이다.

국내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은 국민건강보험의 건강검진과 보건 소를 중심으로 한 고혈압․당뇨병등록관리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은 보건의료정책과 연계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 정부는 만성질환 위 험요인 관리를 강화하고 만성질환 관리체계를 구축하며 지역보건 전달체계 를 구축하여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개편해 나가겠다고 발표 하였다(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1.7.6).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2012년 4월부터 ‘의원급 만성질환 관리제’가 시 행되었다. 이 제도는 처음에 ‘선택의원제’로 발표되었으며 제도의 주요 내용 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담고 있었다. 첫째는 고혈압․당뇨 환자가 자신이 이용할 동네의원을 정해 계속 이용하면 진찰료 본인부담 경감, 둘째, 참여 환자들에게 지역별 공단지사와 보건소에서 맞춤형 건강지원 서비스 제공, 마 지막 요소는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네의원에게는 환자관리표 작성에 대한 별도 보상과 의료의 질 평가결과에 따른 성과인센티브의 P4P요 소였다(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1.9.8).

이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의원급 만성질환 관리제로 제도명칭이 수정되고 위 요인들 중 환자관리표에 대한 부분이 삭제되었으며, 의원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평가결과를 활 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의원급만성질환관리제’는 보건의료정책의 틀 안에서 시행되는 일차의료 활성화 정책이며, 만성질환 관리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위해서도 중요한 핵심 과제이다. 요양병원을 제외한 급성기의과의료기관의 전체 외래 내원일수 중 80%가 의원에서 발생한다(2010 건강보험통계연보).

즉, 환자와 첫접촉의 많은 부분을 의원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첫접촉 에서 의료서비스 전달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입원서비스와 중증질환을 담당하는 상위기관의 역할도 결국 의원급의 기능 정립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에 새롭게 시작된 의원급만성질환관리제는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일차의료 P4P제도로서 정교하고 미래지향적인 설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