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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규제에서 고용과 혁신창출로 입지정책 전환

최초의 산업입지정책(industry location policy)은 런던으로 집중하던 산업을 지방 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1934년 영국의 Special Areas Act가 제정되면서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Cuthbert and Sparkes 1968, p.117, 강호제ㆍ민성희ㆍ이미영ㆍ장은교 2016, p.91 재인용). 산업의 재배치와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산업입지 정 책이 시작(Walker 1980, p.106, 강호제 2016, p.91, 재인용)된 것이므로 산업입지 정책은 근본적으로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지향한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부 국가(영국, 일본)는 경쟁적으로 수도권

입지규제를 완화하는 등 예전의 균형발전을 추진했던 당시의 산업입지정책과 다른 방 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며 산업의 지역 간 분배보다는 국가경쟁력을 더욱 강조하는 경향 을 나타내고 있다(강호제ㆍ민성희ㆍ이미영ㆍ장은교 2016). 즉, 산업입지정책은 시대 와 경제적 상황에 따라 국가경쟁력을 강조하거나 균형개발을 강조하는 두 가지 선택사 이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입지정책은 여전히 제조업에 초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의 서비스화와 산 업구조의 고도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입지정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제조업이 중심이 되는 구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기술혁신에 따른 4차 산업혁명시대의 산업 발전에도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산입법상 ‘복합용 지’제도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산업단지 입지유형에 관계없이 산업시설면 적을 50% 이상 확보(산업입지개발에 관한 통합지침 13조)하도록 해 융⋅복합의 취지 를 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1) 산업 및 업종 중심에서 개별기업 중심으로 입지지원 정책 전환

이제는 혁신과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업종에 대해서 고용창출, 성장이 가능하다면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단지에 조성원가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전향적 입지정책 의 전환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크린토피아의 경우처럼 총리실의 규제개혁위원회 소관심의를 통과한 경우에도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입지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입주업종에 대한 네가티브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은 필수 적으로 임상치료와 연계를 위해 대형병원과 함께 입지해야 하나 대형병원에 대해 조성 원가로 산업단지를 공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큰 논란으로 남아있다.

산업에는 농업에서 서비스업까지 다양한 업종이 존재하고 업종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산업들이 새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조성원가로 공급되는 산업시설용지 에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은 제조업만 리그로 선정되고 있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획,경영’, 연구개발, 판매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산업단지 입주는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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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과 직결되는 스마트 팜, 온라인뱅크, 바이오 병원 등은 아직까지 산업단지 내 산업시설용지에 조성원가로 입주가 원칙적으 로 불가능하다.

자료: 저자 작성

그림 4-2 | 산업단지 입주업종의 시기별 변화 제조업 중심의 현재 산업단지 입지지원기준

아래 표는 앞서 3장에서 분석했던 우리나라 혁신성장기업의 업종별 고용순위와 주 요 기업명을 고용수준의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대부분의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및 제조업은 이미 산업단지 내 입주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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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에서 일자리 창출과 혁신 중심의 기업단지로 전환

해외에서는 이미 산업단지에 대한 체질개선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싱가폴의 인프라 건설전문회사인 Sembcorp 과 베트남의 공기업인 BECAMEX가 합 작해 만든 베트남-싱가폴 산업단지VSIP (Vietnam-Singapore Industrial Park)는 산업단지 개발경험이 부족했던 베트남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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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1,100ha일 때 상업 및 주거용지가 1,400ha 에 이를 정도로 용지배분에서 제조 보 다는 주거와 상업용지가 중요하게 배분되었다. 값싼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고 상대적으 로 매력적인 제조업 분야 FDI가 집중되는 베트남이지만 추가적인 제조업 산업용지 수 요보다 서비스 및 지식산업에서의 수요 증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박병현. 베트남 도시 및 산업단지 개발세미나 발표자료(2018.11.8.) 그림 4-4 | 베트남의 VSIP 용지개발 변화

비제조업 분야에서의 높은 용지수요는 이후 개발된 VSIP 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 다. VSIP Nghe An에서는 제조업 용지가 250ha 인 반면 상업 및 주거용지는 500ha로 두 배 이상 배정되었고, VSIP Hai Phong이나 VSIP Quang Ngai에서도 상업 및 주거 용지가 제조업 용지를 초과해서 개발되고 있다. 세미나 현장에서 만난 VSIP 관계자(박

병현 2018)에 따르면 이와 같이 제조업 용지를 줄이면서 동시에 주택과 상업 및 주거 용지를 증가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시장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된 변화이며 현재는 단순히 비제조업 오피스 용지를 늘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와 첨단기술 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타운십 개발과 지속가능한 환경도시(sustainable eco-cities)를 강조하는 개발모델로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 박병현(2018.11.8.)

그림 4-5 | 베트남의 VSIP 개발전략 변화

후발주자인 베트남조차 산업단지(industrial park)라는 이름은 고집하면서도 더 이 상 제조업에 집착하지 않고 환경 친화적인 환경도시로 산업단지개발 모형을 변화시키 고 있는 것이다.

결국 최종적인 질문은 산업단지의 역할에 귀착된다. 과거 제조업은 일자리나 성장과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제조업 가동율이 점차 감소하고,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 던 창원, 울산, 포항, 거제 등 전통적인 제조업 도시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제조업 구조 조정의 혹한기를 거치면서 산업구조조정과 혁신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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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제조업은 단위면적당 인력사용을 최소화 하면서 인건비를 줄이고 고용을 줄이고 있다. 과거와 같이 제조업과 일자리, 성장이 동의어로 인식되던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생산’ 이 아닌 ‘고용’과 혁신을 위한 교류의 장으로 산업단지의 역할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밸류체인의 작은 한 부분인 생산만을 강조하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기획에서 연 구, 개발, 생산과 판매를 포함하고 인적자원의 자유로운 교류까지 이어지는 전 방위적 인 가치체인 속에서 고용과 기업의 혁신, 성장을 담을 있는 그릇으로 산업단지의 역할 이 재조정 되어야 한다. 고용을 창출할 수 있고, 기업이 성장할 수만 있다면 제조업이 아니더라도 산업단지에 자유롭게 투자하고 입주할 수 있도록 업종중심의 비합리적인 입지규제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 4-6 | 기업의 가치체인을 고려한 혁신기업 입지정책 방향과 지원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