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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온다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83-88)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온다

ReSEAT 전문연구위원

박석준

유 한 방을 안 나오는 나라 중 우리나라가 비교적 풍부하 게 값싼 전기1)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뭘까?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발전단가2)가 저렴한 원자력발전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중 원자력 발전이 약 30%를 차지한다. 원전은 우리나라 기저부하를 담당하고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이 가능해 에 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든든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원자력 연구 개발과 사업에 20여 년 동안 참여한 것을 개인적으로 매우 자랑스럽게 느낀다.

1) 한국의 평균 전기요금은 9.26센트/kWh, OECD 평균전기요금은 15.09센트/kWh 2) 한국의 원전 발전단가는 28.6달러/MWh로, OECD 보고서에 의하면 가장 저렴함(조선일보,

2017. 08.02)

원자력을 위해 보낸 시간 중 가장 보람된 순간은, 원자력 발전소 계통 설계에 참여해 원전 기술 자립에 기여한 일이다. 실험실에서 이뤄진 연구가 생활에 쓰이는 기술로 자리 잡혔을 때 비로소 가치가 빛난다. 하지만 발전소 같은 큰 규모의 장치 산업에서 기술 자립이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원전 24기를 가동했는데, 최근 고리 1호기는 수명이 다해 폐로 처분되었고 현재는 23기를 가동하고 있다. 족보로 따지자면 해외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한 1세대는 수명이 다해 과거 속에 묻혔고 다음 세대가 운영 중인 것이다.

세대교체가 되는 동안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은 해외에 의존하던 시기를 지나 거꾸로 기술을 수출하기까지 꾸준히 발전해왔다. 2009년 12월 UAE에 프랑스, 미국, 일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원전 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한국이 선정될 정도의 발전 수준을 이뤄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식이 그다지 놀랍진 않았다. 왜냐하면 지난 40년 간 원자력 발전 기술에 기울인 피나는 노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자립하지 못한 3대 핵심 기술 중에서 원자로 냉각 재 펌프 및 원전 계측 제어 설비는 개발이 완료되어 신한울 1,2호기에 설치하고 있는 중이고, 신고리 5,6호기 등 후속 원전에도 설치 될 예정이다. 이런 기술들이 모두 개발된다면 우리나라는 완전한 원자력 기술 독립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원전 계측 제어 계통은 인간의 장기 중 두뇌와 비슷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감각 기능, 인지 기능, 명령 기능 및 작동 기능을 통괄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온다 81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계획부터 요건, 설계, 구현, 통합, 검증, 설치 및 운전/보수 7가지 단계를 전체적으로 관리 하고 통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흔히 소프트웨어는 코딩만 하면 끝나는 줄 알지만 이런 여러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증 단계에서 버그가 발생하면 절차에 따라 버그를 찾은 뒤 수정하고 다시 코딩 작업을 해야 하는데, 또 여기에 형상 관리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유기적으로 관리해야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확보하고 원전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만약 PDAS(발전소 데이터 수집 계통)에 I/O(입력/출력)가 약 7,000개 정도 있는데 만일 발전소 공정의 온도, 압력과 같은 입력 값을 잘못 인식하게 된다면 발전소 가동이 정지될 수 도 있는데, 발전소 정시 시 하루에 약 10억 정도의 손해를 입는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PMAS 개발 단계에서 확인 검증 단계(V/V, Verification & Validation)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확인 검증은 객관적 입장에서 검수해야 하기 때문에 제 3자를 통해 V/V를 철저히 수행했다. 그 결과, PMAS를 현장에 설치하기 전에 프로토 타입을 성공적으로 구축했고 신고리 1,2호기에 순수 우리 기술로 작업한 PMAS를 성공적으로 설치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ICT(정보통신기술)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은 아직 선진국에 비하여 미흡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PMAS 개발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표준, 규제 요건 및 코딩 기술 등 노하우를 가질 수 있었고 이후 원전 계측 제어 계통의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온다 83 소프트웨어 설계를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원전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원전계측계통(MMIS)도 기술 자립이 가능하게 되었다. AI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가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현재까지 우리나라 기술 분야에서는 하드웨어를 더 중요시 하고 있다.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제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는 나라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가장 빠르게, 높은 기술로 이뤄낸 나라일 것이다.

신기술의 정착을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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