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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실험만으로도 현장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60-65)

마이크로 실험만으로도 현장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ReSEAT 전문연구위원

김기수

리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기술을 개발할 때, 생각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용도에 적합한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가, 재료의 원하는 특성과 물리적 성질이 잘 나타나게 할 수 있는가 등이다. 재료를 잘 이해하는 것은 단계적으로 기술을 발전시 키는 기초가 된다. 값싼 금속이나 대용품이 없었다면 자동차를 만 들 수 없었듯이 말이다.

1970년대 말, 국내에서 PET 병 개발과 상품화가 본격적으로 시작 됐다. 지금은 생수병, 주스병, 맥주병 등 다양한 PET병이 일상생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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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는 TPA(Terephthalic acid) 혹은 DMT(Dimethyl terephthalate)와 EG(Ethylene glycol)의 축합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폴리에스테르의 일종이다. 고온 감압의 열 용융 중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백바이팅 (back-biting) 현상1)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세트알데히드가 나오는데,

1) 백바이팅(back-biting) 현상: 형성된 고분자가 끝 부분에서부터 분해되는 현상으로 자기 꼬리를 물어뜯는다는 어휘를 고분자 화학 측면에서 사용한 것이다.

그 양은 대부분 진공으로 빠져나오거나 공정과정(방사) 등에서 대기 중으로 확산 배출되기 때문에 섬유 제조 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PET 병용의 경우 중합물 중에 ppm(백만분의 1) 단위, 용기의 부피 중에 ppb(10억분의 1)만 존재하여도 콜라의 맛을 변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중합물 제도 단계에서부터 PET 병의 전용 중합설비가 운용 되어 세계적으로 한국에서 수출되고 있지만, 초기에는 섬유용 PET 중합물을 활용하여 이를 활용하여 적절히 연구 개발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이었다. 고분자 분자량의 척도인 IV(Intrinsic Viscosity)2) 점도 에서 볼 때 섬유용은 0.60-0.65인 데 비하여 PET 병용 칩은 0.70- 0.75 정도 수준으로 분자량이 컸다. 용기의 기계적 물성을 유지하는 데 더 높은 분자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강도가 더 필요한 타이어 코드용은 IV 점도가 0.9 이상이 필요하다.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다.

0.6 수준의 섬유용 PET를 처리하여(그 당시 고상중합 설비를 당 연구자 관련 회사가 보유하고 있었다) 0.7 수준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고상중합은 액상이나 용융 상태로 중합하는 것이 아니고 고체 칩(chip)을 진공 건조하면서 고체 상태로 중합물의 분자량을 높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분자량이 올라가거나 아세트알데 히드의 남은 양이 줄어드는 반응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소속된 연구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2) IV(Intrinsic Viscosity): 고분자의 분자량을 가늠하기 위해 적절한 용매에 녹여 점도 측정에 의하여 구한다. 값이 높으면 분자량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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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장 생산 과정에서 미세 조정은 필요하지만) 정밀하고 정확한 마이크로 실험으로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연구 따로 현장 따로가 아니라 적합한 디자인으로 충분하게 시뮬레이션 실험을 할 수 있었다.

개인, 회사, 국가 등 모두 단시간 내에 가시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한국 현실에서 많이 회자되는 “빨리 빨리 문화”가 물론 단점은 아니다.

외국에서 기술을 패키지로 들여오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도 있으나 비용과 핵심기술의 이전 기피 등으로 원천기술을 소화하여 응용기술을 개발하는 것 또한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하다. 시간 절약과 최소의 비용을 목표 삼아 연구 목적에 달성하는 것, 평범하지만 가장 중요한 진리다.

연구를 가로 막는 시간의 장벽을 해결할 방법은? 61

연구를 가로 막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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