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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절에서는 주요 재벌을 대상으로 재벌소유지분구조의 근간이 되는 ‘계열사간 출자’의 형태가 무엇이며, 1980년대 중반이후 그 형태와 내용에 변화가 있었는가를 살펴본다.

지배주주가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개별 계열사들의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기보다는 계열사간 출자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비용효율적(cost effective)이 다. 실제로 재벌 지배주주는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 모든 계열사 의 지분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계열사간 출자 형태는 상호출자(cross-shareholding) 와 피라미드 출자(pyramid structure)로 구분된다. 양자간의 차이는 계열사간 관계 와 이를 활용한 지배주주의 통제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상호출자의 경우 계열 사간 관계가 수평적이며5) 따라서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이 합의적 과정을 거쳐 형 성될 가능성이 높다6). 반면 피라미드 출자의 경우 계열사간 관계가 수직적이며 따 라서 지배주주가 계열사를 위계적으로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재벌의 경우 지 배주주가 그룹통제조직을 활용하여 전체 계열사를 수직적으로 통제한다는 관찰은 계열사간 출자형태가 피라미드 출자를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요 대기업의 지분구조는 상호출자보다는 피라미드 출자를 근간으 로 하고 있다. La Porta et. al.(1999)는 1995년 27개국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각 국의 상장자본 기준 상위 20위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분구조를 분석한 결과, 상호출자보 다는 피라미드 출자가 보다 일반적인 지배주주의 계열사 통제방식이라는 실증결과 를 얻고 있다.

우리의 경우 실증결과는 미미하나 재벌 계열사간 출자형태가 상호출자형태 라는 주장과 피라미드 출자라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먼저 정부가 재벌 계열사간 출자 형태의 근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시기는 외환위기이후이며, 당시 정부의 재벌개혁 원칙에 순환출자금지가 포함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공정위는 계열사간 출자 형 태의 근간을 순환출자로 인식하고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주주의 소유집중을 억제하 는 소유분산 및 출자총액제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한편, 일군의 학자들도 상호출 자 특히, 순환출자를 계열사간 출자의 근간이라고 주장해 왔다7).

한편, 김진방(2000)은 1997년의 5대 재벌의 계열사간 출자구조를 살펴본 결과

“순환출자가 허용되는 지금에도 5대재벌은 순환출자에 별로 의존하지 않는 것이

5) 따라서 지배주주가 전체 계열사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개별 계열사에 대해 안정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6) 이는 일본에서 게이렛츠 회원사간 출자형태가 상호출자이고 회원사 전체를 수직적․위계적으로 통제 하는 기구가 없다는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일본 게이렛츠의 조직구조에 관해서는 Goto(1982) 참조.

7) 강철규외(1991, 2000), 정구현(1995), 최정표(1999), 조동성(1997)

다”고 주장하면서 계열사간 출자 형태를 하나의 계열회사 주식을 여러 계열회사가 나누어 소유하는 중층적 출자관계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배주주가 적은 자본으로 순환출자 없이 각 계열사에 대한 외부주주의 의결권을 배제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계열사에 출자를 하는 중핵기업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A, B, C 세 개의 계열사를 상정해 보자. A의 지분을 B와 C가 가지면, (상호출자와 순환출자가 없다면) B의 지 분은 C 밖에는 가질 수 없다 (또는 C의 지분은 B 밖에는 가질 수 없다). 결과적으 로 C는 A와 B에 출자하고 B는 A에 출자하는 형태가 된다. 4개 이상의 계열사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경우의 수는 많으나 직접상호출자와 순환출자가 없는 상황에서 중핵기업은 등장하게 된다. 이와 같은 논리에 따라 김진방(1999)의 주장은 다음에 설명할 황인학(2000a, b)의 피라미드 출자 주장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황인학(2000b)은 출자총액제한 규제의 실효성이 없음을 실증하면서 일본 게이렛 츠와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차이를 들어 재벌소유구조의 기본틀이 상호출자라는 주 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즉, 한국 재벌의 경우 총수 및 가족의 지분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내에서 총수의 독점적․수직적 지배권은 유지되어 왔 다. 만약 상호출자가 재벌소유구조의 기본틀이라면 일본의 게이렛츠와 동일한 소유 구조를 갖게된다. 그렇다면 계열사간 관계가 묵시적․수평적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일본게이렛츠의 통제방식과 전체 계열사에 대한 재벌총수의 낮은 지분에도 불구하 고 중앙집권적․위계적 조직이 유지되는 재벌 통제방식간의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 다8). 이와 같은 이유로 그는 “재벌은 기본적으로 통제 피라미드의 연쇄적 출자에 의해 유지되고 있으며, 상호출자는 무의결권주와 같이 피라미드 승수효과를 보강하 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9)이라고 주장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재벌 계열사간 출자관계가 상호출자인가, 피라미드 출 자인가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며, 피라미드 출자의 경우 계열사 출자에서 중층적 출 자관계의 비중이 파악되어야 한다. 특히 피라미드출자의 경우 모기업과 중핵기업을 중심으로 출자관계가 형성되므로 모기업 또는 중핵기업에 대한 중층적 출자정도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기업의 통제권은 소유권을 기반으로 하므로, 계열사 출자를 통해 재벌 지배주주

8) 이에 대해 강철규외(1991), 강철규외(2000)는 일본 기업집단의 경우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개인 대주주 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개인 대주주가 존재하는 조직(일본의 기업집 단)과 존재하지 않는 조직(한국의 재벌)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이 재벌소유지배구조를 살펴보는 중요한 이유이다.

9) 황인학(2000b)

가 전체 계열사를 통제하는 요인에 대한 파악도 필요하다. 자료에 의하면 지배주주 의 그룹내 지분이 1989년의 13.7%에서 1997년 7.2%, 1999년 4.2%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3절에서 후술하듯이 지배주주의 계열사에 대한 통제권은 유지되어 왔다(<

표 2>).

<표 2> 4대 재벌의 내부지분율 변화

1989년 1993년 1994년 1995년 1996년 1997년 1999년 계열사 출자비율 35.6 39.2 39.4 39.6 39.9 37.3 46.3

지배주주 가족 13.7 9.9 8.2 7.7 7.7 7.2 4.2

합 계 49.3 49.1 47.6 47.3 47.6 44.5 50.5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이에 대해 정부와 일군의 학자들은 지배주주가족들이 자신들의 지분증가보다는 상호출자의 증가를 활용하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료에 의하면 계열사 출자비중은 1990년대 들어 1996년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해 왔으며, 1997년에는 오히려 감소하고 1999년에 급증한다10). 또한 이 기간 증가한 계열사간 출자가 상호출자라는 보장은 없다. 계열사간 출자형태가 피라미드 출자인 경우에 지배주주는 전체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감소시키더라도 모기업과 중핵기업의 지분 을 증가시킴으로써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배주주의 지분이 감소해 왔 음에도 불구하고 지배주주가 여전히 계열사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소유지분구조 상의 요인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계열사 출자, 그리고 지배주주의 모기업 및 중핵기업에 대한 출자의 변화는 재 벌 내부통제구조 및 경영조직의 변화 가능성과도 관계가 있다. 피라미드 출자에서 지배주주가 여타 계열사의 지분을 감소시키면서 모기업에 대한 지분을 증가시킨다 는 의미는 피라미드 통제의 강화를 의미하는 한편, 재벌 경영조직이 지주회사 형태 에 보다 근접해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내부통제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재벌 통제구 조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할 것이다.

재벌/기업의 소유지분구조에 관한 논의는 실증분석의 대상인 만큼 이 절에서는 1980년대 중반이후 주요재벌의 소유지분 관계에 대한 자료를 통해 그 형태를 살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4대 재벌을 대상으로 1985년(주요 중핵기업을 중심 으로), 1994년, 1996년, 1997년, 2000년(일부 그룹의 경우 1999년)의 계열사간 지분구

10) 이에는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개선(부채비율축소)을 위한 계열사들의 유상증자 참여, 주식취득 등의 이유가 있다(공정위 보도자료, 2001. 4. 27)

조를 살펴보았다. 소유지분구조를 파악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

① 그룹별로 계열사간 출자관계를 파악한다.

② 상호출자의 존재여부를 파악하고, 존재한다면 그룹내 출자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추정한다

③ ①과 ②를 근거로 계열사간 출자형태가 상호출자인지 또는 피라미드 출자인지 를 파악한다.

④ 피라미드 출자의 경우 모기업에 대한 중층적 계열사 출자의 존재여부를 파악 하고 그것의 모기업 지분비중을 통해 중층적 출자관계의 중요성을 파악한다.

⑤ 모기업 및 중핵기업에 대한 계열사 지분과 지배주주 가족의 지분 변화를 통해 지배주주가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소유지분구조상의 요인을 파악하고 재벌 경영조직의 변화 가능성을 파악한다.

2) 1985년의 소유지분구조

1985년 재벌 계열사의 출자관계는 [모기업 - 중핵기업과 소핵기업 - 하위계열사]

의 형태와 [모기업 - 중핵기업 1 - 중핵기업 2와 소핵기업 - 기타 계열사]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그림 1>). 양자의 차이는 후자의 경우 모기업은 중핵기업 1, 소핵 기업, 그리고 소수의 하위계열사에 출자하고 있고, 중핵기업 1은 여타 중핵기업과 소핵기업에 모두 출자하고 있어 모기업을 제외한 계열사 출자관계에서 중핵기업 1 은 모기업이 된다11).

일반적으로 중핵기업의 여타 계열사에 대한 출자액은 소핵기업의 그것보다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 시기에 모기업 또는 중핵기업과 하위 계열사간 직접 상호출자가 관찰된다12). 그룹별 주요 계열사들의 계열사 출자총액중 직접상호출자 가 차지하는 비중의 추정치는 그룹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나 1% 수준을 넘지 않고 있어 미미하다13)14)15). 따라서 상호출자가 허용된 기간에도 계열사 출자형태는 피라

11) 1985년의 계열사 출자지분은 조남준(1985)의 자료를 사용하였다.

12) 재벌계열사간 직접상호출자는 1986년부터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였다.

13) A-B 간의 상호출자관계에서 A가 B에 100, B가 A에 50을 출자했다고 하자. 이 경우 계열사간 출자 총액은 150인 반면, 직접상호출자액은 50을 넘을 수 없다. 본 고에서는 각각의 직접직접상호출자관계 에서 어느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출자한 액수를 구하여 합한 다음, 그 액수를 주요 계열사의 출자총 액합으로 나누어서 그 비중을 구하였다. 위의 예에서 직접상호출자가 계열사간 출자총액에서 차지하 는 비중은 50/150 x 100 = 33.3%이다.

14) 한 그룹의 경우 자료부족으로 비중을 구할 수 없었으나 이 경우 외부주주 비율이 20% 이하인 모기업 과 비상장 계열기업간의 직접상호출자이다.

15) 그룹별로 전체 계열사의 출자총액이 아닌 주요 계열기업의 출자액의 합을 분모로 설정하였고 전체

미드 출자를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림 1> 계열사간 출자 형태(1985)

상호출자관계의 존재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85년에 하위 계열사의 모기업, 중핵 또는 소핵기업에 대한 중층적 출자가 관찰된다. 모기업에 대한 출자의 경우 각 그 룹의 비영리법인과 그룹에 따라 1-3개의 상장계열사 또는 비상장계열사들이 출자에 참여하고 있다. 비상장계열사들은 100% 지배주주 가족소유이고, 상장계열사들의 경 우 지배주주 가족과 여타 계열사가 대주주를 점하고 있다. 어느 경우나 지배주주의 지분과 비교할 때 계열기업의 지분은 모기업 지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표 3>).

따라서 1985년의 계열사 출자형태는 피라미드 출자를 근간으로 하되 모기업에 대한 계열사들의 중층적 상호출자가 이를 보조하는 형태임을 알 수 있다.

<표 3> 모기업에 대한 계열사 출자 지분(1985)

A 그룹* B그룹 C 그룹 D 그룹

계열사 N/A 8.38(재단:0.1) 23.99(재단: 32) 19.55(재단: 19.14)

지배주주가족 27.6 8.7 22.63 0

17.08(17.18) 46.62(68.62) 19.55(38.69) * A그룹의 모기업은 1985년 상장했음.

자료: 조남준(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