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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재산권 보장을 기반으로 사적자치와 사적책임의 원칙하에 작동한다. 기업의 소유 및 내부통제구조는 재산권과 관련된 사안이며 이에 관한 문 제는 사적자치와 사적책임의 원칙하에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원칙이 원활하게 작동되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데 있다. 재벌의 소유 및 지배구조도 이에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재벌의 소유 및 지배구조는 정책적 측면의 대상이기보다는 일차적으로 경영전략적 측면의 관심 대상이다. 그러나 동 구조에 관한 국내의 경영전략적 측면 에서의 논의는 대부분 단편적인 사례들에 기반을 둔 추론을 벗어나지 못해왔으며, 동 구조가 형성된 제도적 배경은 경시한 채 추론에 바탕을 둔 규범적 대안만을 제 시해 왔다.

한편 재벌의 소유 및 지배구조에 관한 국내에서의 논의는 정책적 측면에 초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동 구조에 관한 정부정책의 논리는 소유 및 지배구조를 포함한 경제력 일반집중에 대한 편견을 중심으로 실증적 분석보다는 선험적 판단에 기초 하고 있으며, 정책의 내용은 다양한 가능성을 허용하기보다는 동 구조에 직접적으 로 개입하여 특정한 형태로 유도 또는 강제해왔다.

재벌은 양적 및 질적으로 한국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재벌구 조의 개선은 국가경쟁력과 연결이 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 한 측면에서의 재벌의 성격, 장점 및 단점, 성과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이론적 논 의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이론적 논의와 규범적 대안제시에 치중해왔다 는 점에서 실증적 분석에 관한 노력이 필요하다. 본 고는 자료를 통해 주요 재벌의 소유 및 지배구조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향후 동 구조의 전개방향을 전망 하고자 한다.

본 고는 자료를 통해 재벌의 소유 및 지배구조에 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다는 점과 동 구조에 관한 향후 전망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추론적․규범적 논 의와 차이가 있다. 이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동 구조에 관한 실증분석 분야와 향후 재벌구조에 관한 과학적 논의에 기여하고자 한다.

II장은 1985년 - 2000년 기간의 자료를 통해 재벌 소유 및 지배구조의 형 태와 성격을 파악한다. 1절과 2절에서는 동 기간의 계열사 출자관계와 지배 주주 지분을 통해 재벌 소유지분구조의 내용의 변화를 살펴본다. 계열사간 출자형태의 근간에 관해서는 실증적 분석은 미미하나 상호출자설1)과 피라미

드 출자설이 공존하고 있으며 정부는 상호출자를 재벌정책의 논리적 배경으 로 삼고 있다. 본 고에서는 자료를 통해 계열사간 출자형태는 피라미드 출자 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계열사간 중층적 출자가 이를 보조하는 반면, 상호 출자의 비중은 미미함을 보인다. 또한 일부 그룹은 중핵기업의 변화를 통해 안정적 피라미드 출자형태를 유지하면서 지배주주의 통제권을 유지했을 가 능성이 있음을 설명한다. 더불어 1990년대이후 지배주주의 전체 계열사 지분 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현상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다. 1990년대 초반의 경우 정부의 재벌규제 강화와 재벌내 조직간 부조화로 인한 경영성과의 하락이 맞물린 경영조직의 개편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설명한다. 외환위기 이후에 는 지배주주 가족의 전체 계열사 지분과 여타 계열사의 모기업에 대한 지분 은 감소한 반면 지배주주 가족의 모기업에 대한 지분이 증가하였다. 이는 지 배주주의 피라미드 통제가 강화되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외부주주들의 재산 권 행사로 실질적인 통제권 강화가 수반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한편, 경영 조직은 지주회사 형태로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음을 설명한다2).

3절에서는 동 기간의 모기업 및 중핵기업에 대한 재벌 총수가족들의 소유지분과 계열사 통제방식을 살펴본다. 일반적인 논의와 같이 주요 재벌은 지배주주를 중심 으로 한 중앙집권적․위계적 내부통제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배주주 가족의 모기업 및 중핵기업에 대한 지분분포는 그룹별로 상이하며 이에 따라 그룹총수가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도 상이함을 보인다. 한편, 일부 그룹의 경우 모기업 및 중핵기업에 대한 지배주주 가족의 지분분포 변화로 내부통제구조의 변화가 발 생한 사례도 설명한다. 더불어 주요 재벌은 1990년대 초반 자율경영을 명분으로 소 유구조 및 경영조직의 개편을 시도하였으나 통제권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아 그 효 과에는 한계가 있었음을 설명한다.

4절에서는 2절과 3절에서 살펴본 재벌 소유 및 내부통제구조가 성립된 배경을 설명한다. 미약한 소수주주권의 범위 및 강도, 단기매매차익 위주의 외부투자자들

1) 흔히 ‘계열사간 출자’와 ‘상호출자’가 동일한 의미로 혼용되고 있다. 엄밀한 의미의 ‘상호출자’는 '계열 사 출자‘의 한 형태로서 출자한 기업이 출자대상기업 또는 출자대상기업의 출자대상기업으로부터 다 시 출자를 받는 경우를 말하며, 직접상호출자와 순환출자로 구분된다. 본 고에서는 엄밀한 의미의 상 호출자를 ‘상호출자’라 칭한다.

2) 이 글에서 ‘모기업’이란 그룹지분구조 그림에서 순환출자 관계를 형성하지 않더라도 계열사간 출자관 계를 통해 어느 계열기업에도 도달할 수 있는 기업이라 정의한다. 모기업도 여타 계열회사로부터의 출자를 받을 수 있다. ‘중핵기업’ 또는 ‘소핵기업’이란 모기업으로부터 출자를 받음과 동시에 여러 계 열사에 출자를 하되 그룹지분구조 그림에서 모든 계열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기업’을 거쳐야 하는 (따라서 순환출자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기업이라 정의한다. 어느 한 시점에 모기업과 중핵기업이 여 타 중핵기업을 매개로 순환출자관계가 되는 경우 과거의 모기업을 모기업이라 정의한다. ‘중핵기업’과

‘소핵기업’의 구분은 출자한 계열사의 수에 따라 그룹별로 임의로 정했다.

의 행태, 정책도구로 활용된 기관투자자, 경영투명성 부족으로 인한 주주-경영자 대 리문제 등 기업경영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이 지배주주 중심의 소유 및 내부통제구 조 형성의 배경이 되었음을 지적한다.

III장에서는 최근의 경제환경 변화가 재벌 소유 및 내부통제구조 형성배경에 미 치는 영향을 개괄한 다음, 향후 재벌의 소유 및 지배구조 변화를 전망해 본다. 시 장경제의 확산과 외환위기이후 국내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변화는 지배주주의 그룹통제비용을 증대시키고 중앙집권적․위계적 내부통제구조의 상대적 우위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주장된 재벌의 [사업구조-내부통 제구조]간의 부조화도 재벌의 소유 및 지배구조 변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주요 재벌은 소유구조의 변화를 통해 점진적인 경영조직의 전환 과정에 있을 가능 성이 있으며, 일부 재벌은 지주회사 형태와 분권화된 통제구조로의 전환을 계획하 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구조조정을 통한 그룹 규모의 축소와 지배주주의 계열사 지분증대를 통해 현재의 소유 및 지배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사업구 조조정을 통해 현재의 계열사를 관련다변화된 몇 개의 소그룹으로 묶고 분권화된 내부통제구조를 갖는 중층적 지주회사 형태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업구조조정에 소 요되는 비용, 경영조직의 변화에 대한 제도적 제약, 전문경영인의 부족 등은 분권 화된 내부통제구조 설정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분권화된 통제구조 는 그룹내 일부 계열사 또는 소그룹(예를 들어 자율경영에 바탕을 둔 기업의 동태 적 적응이 필요한 업종의 계열사들)에 적용하면서 여건의 변화에 따라 확산되는 방 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IV장은 향후 재벌 소유 및 내부통제구조에 관한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보고, 경 영전략적 측면에서 재벌의 소유 및 내부통제구조를 논의하는 데 있어 추가로 보완 되어야 할 사항을 살펴본다. 소유분산과 통제권의 분권화라는 일률적인 정책기조, 경영조직 변경에 대한 제도적 제약, 그리고 정부주도의 획일적인 구조조정은 재벌 의 바람직한 [소유구조-내부통제구조-사업구조] 설정에 장애가 될 것이다. 정책의 초점은 계열사간 출자형태의 변화, 사업구조조정 및 경영조직 전환에 따른 비용, 주주-경영자 대리문제 등에 관한 제도적 장애요인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