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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결

우리나라 국민들은 주요 갈등 유형들 중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 노사 간 갈등, 빈부갈등, 이념갈등을 심각한 갈등 유형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다문화, 주택 소 유자와 비소유자, 지역갈등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2014년 조사에서 이념갈등, 노사갈등, 빈부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의 순으로 나온 것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거칠게 정리를 해 보면, 계층갈등의 범주에 속하는 정규직 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 노사갈등, 빈부갈등이 과거에 비해 보다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 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념과 같은 가치의 문제보다는 먹고 사는 경제적인 문제를 더 무 겁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세대갈등에 대한 인 식이다. 과거에 비해 세대갈등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56.2%에서 62.2%), 이는 최근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응답자들의 인식에 반영이 된 결과로 추측된다.

한편, 인구 하위 집단별로 각 갈등 유형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 결과 각 갈등 유형별 로 이해 당사자들의 인식의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 예컨대, 세대 갈등에 대해서 세대 간 인식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거나, 빈부갈등에 대해서 소 득 분위별 인식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14)

10년 후 유형별 갈등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망하는 질문에 대해서 빈부갈등, 정규 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 노사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의 순으로 보다 심각해질 것이 라고 응답했다. 현재, 갈등에 대한 인식과 마찬가지로 이념이나 세대와 같은 가치의 문 제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회통합을 가장 저해하는 갈등 유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빈부갈등, 이념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 노사갈등의 순으로 응답해, 사회통합과 관련해서 이념갈등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의 조사에서 이념갈등 자체는

14) 사실 이 대목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나오기를 기대했었는데,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와 이후 연구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 조사표 설계 과정에서 갈등 유형을 보다 세분화했더라면 조금 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는 연구의 한계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갈등 유형 중에서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인식되지는 않았다. 본 연구의 결과 뿐만 아니라 갈등 관련 여러 선행 연구들에서도 이념갈등보다는 계층갈등이나 경제적 갈등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갈등 혹은 분쟁의 실제 발생 건수를 분석해 보면 이념갈등의 비중은 6%15)에 지나지 않아 전체 갈등 유형 중에 가장 낮은 빈도를 보인다(공공분쟁사례 데이터베이스(DCDR 공공분쟁DB)). 이 같은 사실들은 우리나라에서 이념갈등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는 집단이 이념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이념이 과잉동원되고 있다는 지적(박길성, 2013, p.19)을 뒷받침한다. 따라 서 실제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념갈등은 그 과잉동원의 결 과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하겠다.

사회갈등 인식의 결정 요인을 탐색하기 위해 OLS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사회통합 의 주요 요소로 꼽히고 있는 사회적 포용, 사회적 자본과 사회이동성(세대 간 사회이동 성) 인식이 높을수록 사회갈등 상황을 낮게 평가한다는 점,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사회 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 정치 영역과 경제 영역의 부패도가 높을수록 사 회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사회갈등이 사회 통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OLS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사회갈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사회통합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갈등 유형 중에서는 빈부갈등, 이념갈등이 사회통합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사회갈등이 적절히 조정될 필 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2. 정책 함의

이상과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정책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사회갈등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때, 사회갈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정책 과제들을 수립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회갈등에

15)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의 공공분쟁사례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4년까지의 공공 분쟁 중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사례 992건을 분석한 결과 노동(27%), 지역=계층(21%), 환경(14%), 교육(11%), 이념(6%)의 순으로 이념분쟁은 가장 낮은 비중을 보인다.

영항을 미치는 사회적 포용, 사회적 자본, 사회이동성 등은 사회통합의 중요한 구성 요 소이기도 하다. 우선적으로 기회의 불평등을 시정하고 사회이동성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 정책과 노동시장 정책 등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에 따라 학업 성취와 노동시장 성취가 결정되는 구조를 혁파하기 위한 교육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의 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들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둘째, 주로 경제적 영역에서의 사회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지금 과 같이 청년과 기성세대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리고 청년세대의 고용문제와 실질소득 하락 또는 정체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 용할 수 있다. 따라서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중요하다. 먼저, 다양한 영역에서의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진단하고, 현재 청년세대의 안정적인 성인 으로의 이행(노동시장, 주거, 결혼 및 출산)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적 접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정치 영역과 경제 영역에서 만연하고 있는 부패 역시 사회갈등 관리와 사회통 합을 위해 반드시 혁파되어야 한다. 기회의 공정성, 분배의 공정성, 조건의 공정성의 세 가지 영역의 공정성은 사회갈등과 부(-)의 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실증한 이건 (2013)의 연구에 따르면 공정성은 사회갈등 해소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2013, p.4). 정치와 경제 영역의 부패는 기회와 조건의 공정성을 해침으로써 사회갈등을 심 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정치 영역과 경제 영역의 부패가 사회갈등에 대한 국민 인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동 연구 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분석 결과에 따른 정책적 함의와 별개로 갈등 관리의 사회적 책임에 대 한 한 가지 언급을 덧붙이고 본 절의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회갈등은 어느 사회에서나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민주화된 사회일수록 갈등 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없애야 할 현상으로 보기보다는 사회통합을 제도적 수준으로 수 용함으로써 이른바 ‘갈등의 제도화’를 통해 사회통합을 지향하고 있다”(조대엽, 2014, p.24). 민주주의가 성숙할수록 사회갈등은 혼란이나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오 히려 사회통합을 견인할 수 있고, 갈등의 제도화는 사회통합을 증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갈등을 제도화하지 못하고, 억 압해야 할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보다 더 큰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가 보여 왔던 갈등관리의 양상을 보면, 갈등을 제도화하기보 다는 특정 제도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구분하고, 이를 가치관의 차이로 확대하면서 민-민 갈등을 일으키는 형태였다. 이러한 갈등 구조의 명확화는 이념이나 가치의 문제를 떠난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양상은 ‘갈등 사회’라 할 만큼 복 잡하고 다양한 양태로 발생하는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사 회의 복잡다기화에 따라 사회갈등의 해법도 전통적인 그것과는 달라져야 하며, 또 해 법의 모색 자체도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갈등 사회에 대처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자세 또한 사회갈등 해소와 사회통합 증진을 위한 사회 전체의 노력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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