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박탈과 사회통합 인식의 관계

가. 박탈지표 방식을 통한 빈곤과 배제의 측정

박탈(deprivation)은 빈곤의 다차원적 접근 필요성의 제기와 함께, 1979년 영국의 빈곤 연구 대가인 타운센트(Peter Townsend)에 의해 처음 학술적으로 제기된 개념이 다(여유진, 김미곤 등, 2007, p.472). 그는 빈곤을 “자원의 결핍에서 기인하는 일상적 인 생활양식, 관습과 활동으로부터의 배제”(Calandrino 2003)로 정의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빈곤의 대리변수로 사용되는 저소득은 만족스럽지 못한 지표라 고 주장한다. 즉, 현재 소득은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다른 자원들—예컨대 신체적 자산 이나 저축 같은—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자원의 결핍이 생활수준에 미치는 결과적 측 면보다는 자원의 결핍 그 자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득 측정치의 한계에서 출발하여 타운센트(Townsend 1979)는 박탈지표를 통해 빈곤을 측정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는 12개 하위 범주 혹은 박탈의 차원—식품, 의 복, 연료와 조명, 주거시설, 주거 조건, 노동 조건, 건강, 교육, 환경, 가족활동, 레크리 에이션 관계, 사회관계—에 대한 60개 항목의 지표를 선정하였으며, 이로부터 12개의 하위 항목을 선정하였다. 이 항목에는 냉장고, 실내화장실, 지난 2주 저녁 외출(외식), 지난해 집을 떠나서 휴가를 다녀온 날이 총 1주일 이상임, 1주일 동안 적어도 4일은 신 선한 육류를 먹음, 거의 매일 요리된 아침식사를 함 등의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다(여유 진, 김미곤 등, 2007, 재인용).

이후 생활양식 접근방식(life-style approach)으로도 불리는 이러한 박탈지표 방식 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생필품과 활동이 결핍된 정도를 계측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개인 혹은 가구 차원의 사회적 배제를 측정하고자 한 시도 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박탈지표 방식은 영국을 중심으로 빈곤의 보조지표 혹은 대안 지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박탈지표를 활용한 대표적인 빈곤 연구로는 Callan, Nolan and Whelan(1993), Morris(1996), Calandrino(2003) 등을 들 수 있다. 최 근 유럽연합에서도 이러한 박탈지표 방식을 활용하여 다차원적 빈곤을 계측하고 있다

(Eurostat 2016).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생계비 계측의 한 대안으로 1999년 이래로 박 탈지표 방식의 접근이 이루어진 바 있다(김미곤 등, 1999; 김미곤 등, 2004; 여유진 등, 2007). 이외에도, 영역별 복지 욕구의 실태와 차상위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 (이태진 등, 2015)에서도 박탈지표가 활용되고 있다. 이들 연구에서 박탈지표는 시대 상의 변화에 따라 약간씩 문항이 수정되었으나 1999년 최저생계비 계측에서 선정된 34개 항목의 기본 골격은 유지되고 있다.

나. ‘객관적’ 박탈 상태와 ‘주관적’ 사회통합 인식 간의 관계

바우만(2004, p.72)의 주장에서와 같이, 현대 소비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 즉 박 탈은 물질적 결핍과 신체적 고통으로 요약되지 않으며, 사회학적 심리학적 조건이기도 하다.

인간 실존의 적절성이 그 사회가 정의하는 남부럽잖은 생활수준에 따라 측정될 때, 그 수준을 지키지 못 하는 무능력은 그 자체로 괴로움과 고통, 굴욕의 원인이다. 그것은 '정상의 삶'이라고 인정되는 모든 것 에서 배제되었음, 즉 '기준에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 결과 자존감이 낮아지고 수치스러움과 죄의식 을 느끼게 된다. 가난은 또한 그 사회에서 '행복한 삶'이라고 여겨지는 기회들과 단절되고 '삶이 제공해야 하는 것'을 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 결과 분노와 적의가 생기고, 그것은 폭력 행위나 자기 경멸의 형태 로, 또는 둘 다 배출된다(바우만, 2004, p.72).

이러한 의미에서 박탈은 사회통합, 특히 사회적 배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것으 로 기대된다. 특히, OECD(2011, pp.53-54)는 사회적 포용, 사회적 자본, 사회적 이 동의 세 축을 사회통합의 요소로 보고, 이 중 사회적 포용은 빈곤, 불평등과 사회적 양 극화라는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의 측면으로 측정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회적 포용과 동전의 양면인 사회적 배제는 미시적 차원의 박탈을 통해 규정될 수 있 으며, 다른 한편 사회적 배제는 박탈의 원인이자 결과로 치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태 변수로서의 박탈지표는 인식지표로서의 사회적 배제지표 혹은 사회적 통합지표로 치환될 수 없으며, 오히려 인과적 관계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다. 즉, 바우만이 주장하듯이, 현대사회에서 물질적․사회적 박탈은 개인과 가족의 소외감과 상 대적 박탈감을 고조시키고, 그 결과 사회로부터 배제되었다는 인식, 사회에 대한 불신 과 분노의 감정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도식화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 5-1〕 박탈 상태와 사회통합 인식 간의 관계

2. 연구 방법

박탈의 상태가 사회통합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박탈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사회통합 인식이 낮은가?

- 박탈점수와 사회통합 인식은 높은 부의 상관관계가 있는가?

- 다른 요인들(개인 특성)을 통제한 상태에서도 박탈점수는 사회통합 인식에 영향 을 미치는가?

둘째, 특히 어떠한 박탈 영역이 사회통합 인식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

- 기초생계(식생활과 의생활), 주택 및 주거 환경, 의료 및 건강, 가족생활 및 문화 생활, 사회적 지지, 자녀 교육 등의 영역에서의 박탈 중 사회통합 인식과 가장 관 계가 깊은 박탈 영역은 무엇인가?

셋째, 청년, 중장년, 노인에 따라 박탈이 사회통합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상이한가?

박탈을 측정하기 위한 변수는 31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존의 최저생계비 와 복지 욕구 조사 설문 문항을 차용하였다. 31개 박탈 항목을 각각 식생활, 의생활, 주 택 및 주거 환경, 의료 및 건강, 가족활동 및 문화생활, 사회적 지지, 저축, 자녀교육, 경제적 어려움의 9가지 하위 영역으로 구분하여 조사하였다. 이러한 9가지 차원 중 전 자의 8개 영역이 소비 혹은 생활 영역에서의 박탈 상태를 보고자 한 것이라면, 마지막

경제적 어려움의 영역은 ‘절대적’ 박탈, 즉 궁핍을 보고자 한다는 점에서 다소의 차이

본 연구에서는 9개 차원을 재분류하여 기초생활(식생활과 의생활), 주택 및 주거 환 경, 의료 및 건강, 문화생활 및 사회적 지지, 미래 대비, 자녀 양육 및 교육의 6가지 박 탈의 차원으로 구분하였다. 이때, 경제적 어려움의 영역 중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식사 양을 줄이거나 식사를 거른 적이 있다”(25번), “공과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 한 적이 있다”(26번), “전기요금, 전화요금, 수도요금 중 하나 이상을 내지 못해 전기, 전화, 수도 등이 끊긴 적이 있다”(27번)는 기초생활 박탈로, “추운 겨울에 난방을 하지 못한 적이 있다”(28번)와 “집세가 밀렸거나 또는 그 이유로 집을 옮긴 적이 있다”(30 번)는 주거 박탈로,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에 갈 수 없었던 적이 있다”는 건강 박탈로, 그리고 “자녀의 공교육비를 한 달 이상 주지 못한 적이 있다”(31번)를 의료 박탈로 재 분류하였다.

박탈 항목의 지표화 방식은 단순 합산 방식과 가중 합산 방식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단순합산 방식과 가중합산 방식을 혼합하여 박탈점수를 산정하고자 한다. 상대적 박탈 항목에는 1점을, 절대적 박탈의 항목에는 2점의 가중치를 부여하여 개인(가구)별로 박 탈된 항목의 점수를 합산하였으며, 합산된 총점을 최대 박탈점수로 나누고 여기에 100 을 곱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표준화하였다.17)

종속변수로서 사회통합 인식 변수는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조작화되었다. 첫째는 우 리나라의 전반적 사회통합 수준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는 문항(0-10점)으로, 이를 통한 개인의 전반적인 사회통합에 대한 인식을 계측하고자 하였다. 두 번째는 우리 사회의 사 회적 포용 정도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는 문항으로서, 현재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에 가 깝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세 개의 문항(차별과 소외가 심한 사회 vs 배려와 포용의 사 회, 활력 없고 침체된 사회 vs 활력 있고 희망찬 사회, 경제적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득한 사회 vs 경제적 희망,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사회)을 활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신뢰 수준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는 문항으로, 두 개의 문항(서로 믿 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회 vs 서로 믿고 살아가는 사회,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고 남을 배 려하지 않는 갈등이 심한 사회 vs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회)을 사용하였다. 박탈지표점수와 마찬가지로 사회통합 인식 점수도 표준화를 위하여 합산 후 최댓값으로 나누어 여기에 100을 곱하여 줌으로써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였다.

17) 박탈지표의 합산 방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김미곤 등(1999)을 참조하시오.

개념 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