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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관리와 관련된 법제와 계획을 폐쇄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도구 로 규정할 것인가 아니면 개방적인 자원관리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인가 는 입법자와 정책 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 현행 연안관리법은 그 효력 의 강약 여부를 떠나 통합적 연안관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선진적이다.

연안관리법은 연안을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관리하려는 해양 선진 국들의 법률관을 닮았다.

우리 연안관리법은 그 적용범위와 효력에 있어 포괄주의가 아닌 공제 주의와 같은 입법양식을 취함으로써 또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자 법제”와 의 관계에서 “감시자 법제”로서의 견제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함으로

써 법의 실효성이 부분적으로 후퇴하는 양상을 보인다. 지금 바다의 법 제와 땅의 법제는 그리고 오래 전부터 개발법제와 보전법제는 서로 “규범 의 충돌”(Kollisionsnormen) 현상을 빚고 있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해 양수산 법제가 다른 법제와 관련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 그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법의 진화” 과정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법의 부분적 실효 또는 후퇴는 법의 세계화 과정에서도 가끔 볼 수 있 는 현상이다.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장 위르겐 바제도우(Basedow) 교수의 지적처럼, “인간, 물건 그리고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 시대에 국내법의 전통적인 도구들은 부분적으로 그 효력을 상실 한다.” 환경․자원 또는 생명에 관한 법제는, WTO 협상으로 표상되는 무역과 전쟁의 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국제규범에 상응하는 변혁 의 길을 걷고 있다.

2003년 9월 남아프리카 더번(Durban)에서 “보호구역”(Protected Area)을 테마로 개최되었던 세계공원연맹(IUCN) 총회의 해양보호구역 (MPA) 관련 회의들에서도 논의되었던 바처럼, 연안관리와 관련된 제도 와 프로그램들은 이미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연안 관리와 관련하여 상충되는 법률들이 존재함으로써 법이 부분적으로 실효 되거나 해당 법제가 없어서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어떠한 해법을 찾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연안에 관한 법제도와 프로그램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아니할 경우 에 정부(GO) 당국이나 비정부기구(NGO)들이 어떠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인가에 관하여서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 첫 번 째의 방법은 기존의 법률관계가 없는 것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관할부처가 서로 다른 법 제들이 명백한 “규범의 충돌” 현상을 보이거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 해관계가 서로 다를 때에는 양 쪽은 각자의 근거 법에서 활용 가능한 도 구나 프로그램들을 꺼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새로운 규범을 짜거나 약속을 맺어야 한다.

실정법제에 기초한 규범의 충돌 현상은 없지만 실제 이해관계자들 상호 간에 보전이익과 개발이익이 충돌한다거나 정부기구와 비정부기구들 사이 의 견해가 갈라질 때에는 두 번 째의 길을 택할 수 있다. 연안관리에 관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계산이 달라 기존의 법적 장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 지 아니할 경우에 실정법 질서를 강제한다면 사회의 동화적 통합이 불가능 하고 따라서 효과적인 연안관리도 방해를 받는다. 두 번째의 방법은 서로 의 이해관계를 과학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종래 연안관리에 관한 법제는 공유수면매립법에서 보는 바와 같이 환 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를 침해하고 부당이득의 폐단을 승계 하고 있다. 갯벌과 같은 자연자원(natural resources)에 관한 전통지 식과 관습법(customary law)에 기초한 자유와 권리가 적절하게 고려 되지 못하였다. 예컨대, 종래의 연안관리 정책은 갯벌의 “맨손” 어업자들 이 그들의 관습상 입어권을 “2년치”[시화호 사례] 또는 “3년치”[새만금 사례] 소득보상과 강제적으로 맞바꿔야 하는 모순구조를 설명하지 못함 으로써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였다.

미국 오레곤주 대법원은 州의 마른 모래 해변을 사용하는 공중의 권리를 확립하기 위해 관습권(customary rights)의 법규성을 확인하였다.72) 관습적인 이용에 관한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 핵심적인 필요조건은 ⑴장기 간의 그리고 보편적인 관행(해변관행 사건에서 법원은 개척자들이 도착하 기전 인디언들에 의한 이용까지 소급한다) ⑵사유지 소유자에 의한 방해없 이 ⑶평화롭고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울 것 ⑷합리성 ⑸범위와 특성의 확실 성 ⑹토지소유자의 반대가 없을 것 ⑺다른 관습이나 법에 반하지 않을 것 등이다. 법원에 따르면, 이 모든 조건들이 주의 해변의 마른 모래지역에 대하여는 존재해 왔으며 따라서 그러한 해변들은 공공 이용에 개방되었다.

몇 개의 다른 관할도 또한 관습의 법규성을 인식하였다.73) Thornton 사 건 판결이 오레곤 해안지대 소유자의 사유 재산을 위헌적으로 빼앗아가는 것 인가의 문제가 있다. Hay v. Bruno, 344F.Supp. 286(D. Or. 1972)에

72) State exrel. Thornton v. Hays, 254 Or.584, 462 P.2d671(1969)

73) County of Hawaii v. Sotomura, 55 Haw. 176, 182, 517 P.2d 57, 61(1973); Public Access Shoreline Hawaii v. Hawaii County Planning Commission, 79 Hawaii 425, 903 P.2d 1246(Haw. 1995), cert. Denied, 517 U.S. 1163(1996)(연안역관리법은 관습권의 보호를 명한다); United States v. St. Thomas Beach Resorts, Inc., 336F.Supp. 769, 772-73(D.V.I.

1974) 참조.

서 합의부(three-judge panel)는 (휴양지로 관리되는) 해안에 대한 공 공의 관습권을 확인하는 오레곤 법령은 합헌이며 마른 모래 지역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74)

연안관리에 관한 한 세계는 지금 선진국이나 개도국을 막론하고 합리 적으로 효과적인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각국은 전통적인 정책과 법제를 고수하는 대신에 새로 운 규범과 약속을 만들어 내고 전통적인 관습법을 부활시키고 있다. 지 역민 또는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향유하던 관습상의 자유와 권리를 경 제적 가치로 환원시켜 그들의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을 가능하게 하는 프 로그램들을 실험하고 있다. 우리 연안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통합관리 시스템은 비록 법적 구속력이 약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실 험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