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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를 활용하여 중도입국 청소년에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문화교육을 위해 서는 교육 목적에 부합하는 설화를 선정해야 한다. 즉 현재에도 유효한 한국적 정서와 언어, 문화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환경적 요인에 따 른 것이며 다른 문화와 비교가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 교육을 위 해서는 보편성과 더불어 흥미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문학 텍스트를 활용한 외국인 교육을 위하여 텍스트 선정 기준을 주은정(200 2)36)은 일곱 가지로 제시하였는데 먼저, 학습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문학적 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학생에게 재미와 흥미를 잃게 되면 수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인에게 목표 언어인 한국어가 그렇 지 않아도 어려운데 내용까지 재미가 없다면 수업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두 번째로 학생의 언어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문학적으로 흥 미가 있고 가치가 있더라도 학생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언어 구조로 돼 있 는 작품은 텍스트를 읽는 데 실패 경험을 주게 된다고 한다. 세 번째로 가능한 현대 작품이 좋은데 이는 고전 문학은 고어(古語)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대 작품일수록 언어가 현재 쓰는 언어와 가깝고 실제 생활에 가깝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 분량이 길지 않은 작품이 좋으며, 이는 본문 양이 긴 장편은 원어민조차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편은 개인적인 독서로 권하 고 교육 현장에서 작품은 단편이 적합하다. 그렇지 않다면 단편을 먼저 제시하고 점차 중편, 장편으로 교육적 위계를 높이는 방안도 권할 만하다. 다섯 번째로 시 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설화 주제가 보편적이라면 문화가 다른 배경에서 자랐더라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 우정, 질투, 행복과 같은 인간의 원초적 감정, 부모, 친구, 형제, 자식과 부모, 스승과 제자의 인간관계, 굳은 의지, 강한 정신력, 정직, 성실, 신뢰 등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녀

36) 주은정(2020), 「문학텍스트를 활용한 한국어교육 연구」, 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야 할 가치 등이 풍부하게 담긴 작품이 좋다. 여섯 번째, 문학적 가치가 풍부한 작품을 선정하도록 한다. 문학적 가치는 감동을 주고 깨달음을 준다. 문학적 가 치는 오랜 시간 기억에 남게 해 주고 인생의 방향성을 정해준다는 점에서 작품 선정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된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한국의 모습과 생활을 담은 작품, 즉 한국 문학 작품을 텍스트로 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 전래동화나 한국 어린이용 그림 동화책과 같이 한국인의 정사와 한국을 알 수 있는 동화책이 활 용 가치가 높다고 하였다.

여기서 현대 작품일수록 좋다는 기준은 현대에 재창작된 작품을 말한다고 보 아도 좋을 듯하다. 설화는 구전되어 오면서 현대어로 개작되기도 하였다. 이런 면에서 설화는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에 있으며 앞으로의 언어 변화도 반영할 수 있는 열린 문학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다른 기준으로 설화 작품 선정 기준을 제시한 예로는 송지혜(2010)37)가 있 다. 그는 한국어 학습자 요구 분석과 영어 교육에서 문학 교육 텍스트 선정 기준 을 토대로 설화 작품 선정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 기준은 첫째, 대중적이고 보편 적인 작품이어야 한다. 둘째, 세계적으로 비슷한 작품이어야 한다. 셋째, 한국 문 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넷째, 형식면에서 너무 길지 않고 중복된 사건이 제시되어 학습자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설화 내용이 학습자 의 동기유발과 함께 흥미를 지속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준에서 특이한 점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작품을 선정하여 학습자가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다는 점, 반복되는 사건을 패턴으로 제시하여 이야기 변주를 줄 수 있는 요소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설화 선정 기준에 더해 제주 설화 교재화를 위한 작품 선정 기준을 제시한 예로는 박희순(2003: 57-66)을 들 수 있다. 그는 제주 설화를 교재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며 교재화되는 작품 선정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첫째, 구비문학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 속에서 대표성이 드러난 작품 둘째, 문학성이 있는 작품

셋째, 어린이들의 발달 수준과 정서에 부합되며 교육성이 내재된 작품

37) 송지혜(2010), 「한국어교육에서의 설화를 활용한 언어·문화 연계 수업방안 연구」, 건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신화

구분 본풀이 구분

구비문학 연구자의 연구성과

문학성 사회적 거부감

발달단계와 아동 정서와의

부합

개벽신화 천지왕본풀이 ◎ ◎ 없음 ◎

일반신화

초공본풀이 × × 종교적 거부감 ×(가혹한 징벌)

이공본풀이 × × 간음 등 사회적

거부감 ×(가혹한 징벌)

삼공본풀이 ◎ ◎ 없음 ◎

삼승할망본풀이 × × 조금 있음 임신과 해산이

주를 이루며 임신과정에 대한

묘사 노골적임

마누라본풀이 × × 조금 있음

세경본풀이 ◎ ◎ 없음 ◎

차사본풀이 × × 조금 있음 ×(잔인한 징벌)

멩감본풀이 × × 조금 있음 ×

문전본풀이 × × 계모에 대한 나쁜

이미지

×(살해, 계략 등 정서상 안 좋음) 시조신화

칠성본풀이 × × 조금 있음 ×

삼성신화 ◎ ◎ 없음 ◎

설문대할망 ◎ ◎ 없음 ◎

당신화 당본풀이

연구 대상에서 제외 조상신화 조상신본풀이

<표 Ⅱ-4> 제주 설화 교재화 작품 선정 기준의 예(박희순, 2003: 57)

넷째, 제주인의 생활, 사상, 감정 등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품 다섯째, 사회적 관념으로 볼 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작품

여섯째, 종교 집단이나 특정 이익집단으로 하여금 문제를 제기 받지 않는 작품 이 기준은 특별히 제주 설화에 초점이 맞추어진 선정 기준으로 중도입국 청소 년을 위한 제주 설화 교육에서 참고할 만하다. 특히 박희순은 위 기준에 따라 제 주에서 전승되는 15가지 본풀이를 분류하여 제시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상 논의들을 종합해 보면 설화 문학 작품의 선정 기준을 제시하면서 또한 작품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설화 자체가 소설이나 시와 달리 엄 격히 정해진 분량이나 글자 수가 있는 게 아니고 또 플롯만 유지한다면 얼마든 지 변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도입국 청소년의 효과적인 문화교육을 위한 제주 설화 선정 조건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내용상 상식적인 전개와 등장인물 성격이 보편적인 작품을 선정한다.

둘째, 작품의 전개가 직선적이고 단순한 구조의 설화 작품을 선정한다.

셋째, 1~3회 수업 과정안으로 교수가 가능한 적절한 분량의 설화를 선정한다.

넷째, 이야기가 위기와 절정이 있어 흥미로운 작품을 선정한다.

다섯째, 한국적 정서와 언어, 문화가 드러난 작품을 선정한다.

여섯째, 문화적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는 문화요소가 드러나는 설화를 선정한다.

다음으로 제주 신화, 전설, 민담 중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해야 마땅한지 논의가 필요하다. 강등학 외(2002: 52)38)에 따르면 신화, 전설은 민족, 씨족, 지역 동동체 로 그 전승범위가 한정되는 데 반해 민담은 지역적 구속도 없다고 한다. 이는 민 담이 갖는 구조적 유사성이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다는 말이다. 즉 민담은 문화 비교 차원에서 학습 자료로 가치를 지니지만 특정 지역 문화 학습을 위해 서는 신화와 전설이 조금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에서도 제주에는 독특한 구전 양식이 있는데 이를 ‘본풀이’라 한다. 본풀이는 신 의 내력을 근본에서 풀이한다는 뜻으로 제주 신화 구전 양식이며, 제주에서는 무 당이 이 역할을 해 왔다. 본풀이는 문화적 요소가 풍부하고 기승전결의 구조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전형적 인물, 개성적 인물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본 논문에서는 제주 설화 가운데 일반신화를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제주 일반 신화 <차사본풀이>, <세경본풀이>는 중장편으로 볼 수 있다. 차사본풀이는 전 반부 과양생이와 삼형제 이야기, 후반부 강림이 저승 기행 이야기로 나뉘는데 흥 미로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분량이 긴 편이다. <세경본풀이> 역시 문도령과 자청비의 만남, 자청비 고난 이야기, 재회한 자청비와 문도령의 그 뒷이야기까지 분량이 길다. <초공본풀이>는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다 복잡해지는 등의 이유로 적합하지 않다. <삼성신화>, <설문대할망본풀이>, <멩감본풀이>는 지나치게 짧 다. 짧은 이야기는 그만큼 서사성이 약하기 때문에 흥미를 주기 힘들다.

적절한 분량으로 서사성이 있는 본풀이로는 <이공본풀이>. <삼공본풀이>,

<문전본풀이>, <칠성본풀이>가 있는데 이 가운데 <문전본풀이>를 연구 대상으 로 한다. <문전본풀이>에는 제주 문화적 특수성이 담겨 있다. 문화적 특수성이 란 문화요소 가운데 특별히 제주 문화를 말한다. 다른 설화에도 문화적 특수성이 일부 있으나 특별히 제주 문화의 특수성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본풀이로서는

<문전본풀이>가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38) 강등학 외(2002), 『한국 구비문학의 이해』, 월인

신화

구분 본풀이 구분 분량 서사성 문화적 특수성

일반신화

초공본풀이 × △ ○

이공본풀이 ○ ○ ×

삼공본풀이 ○ ○ ×

세경본풀이 × ○ ○

차사본풀이 × ○ ○

멩감본풀이 ○ ○ ×

문전본풀이 ○ ○ ○

<표 Ⅱ-5> 본 연구의 제주 설화 교재화 작품 선정 기준

또한 <문전본풀이>는 가족서사의 의미도 있다. 중도입국 청소년이 한국에 들 어와 경험하는 새로운 가족과의 관계 문제는 <문전본풀이>가 어떤 도덕적 당위 성의 차원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맞닿아 있다. 이는 새로운 가정에서 자신 의 위치와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태도이며, 가족 상호간 협력과 협조가 이루 어지지 않으면 그 가족은 불행해지고 해체된다는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문전본 풀이>를 단순히 외지에서 온 타자, 혹은 첩이 약자로서 받은 폭력을 형성화한 작품으로 여기기보다39)는 개인 차원에서 갈등을 해석하고 공동체에 적응하는 태 도를 교육내용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