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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설화와 문화요소의 관계

전체 구조와 관련하여 <문전본풀이>는 다른 지역에서 전승되는 <칠성풀이>와 유사하다. 이 때문에 초기 연구자들에 의해 두 이야기가 하나의 신화로 분류되기

72) 이지영(2006), 「문전본풀이에 나타난 악인형 여성의 전형성 연구」, 『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0.12. 199-233.

73) 박상란(2009), 「구전설화의 막내캐릭터와 그 문화적 의의」. 『한국문학연구』 0.37, 133-177.

도 하였다(서대석, 1988)74). 구조상의 유사성은 <문전본풀이>가 과연 제주 문화 교육을 위하여 적절한 신화인가에 대한 의문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 세히 살펴보면 제주 문화가 <문전본풀이>에 반영되어 구조가 <칠성풀이>와 전 혀 다른 내용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칠성풀이의 주 인물인 칠성은 가 부장적 인물로서 본처를 버리고 재혼을 한 인물인 데 반해 문전본풀이의 남선비 는 스스로 고향을 떠나 첩에게 얹혀사는 비루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후처/첩의 계략에 대응하는 자식들의 모습도 대비된다. 칠성풀이에서 자식들은 비록 자신들 을 낳아준 어머니는 아니지만 새 어머니의 치병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을 주 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전본풀이에서는 현명한 녹디생인이 계략을 알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해 위기를 벗어난다. 결론에 가족 회복 여부도 다르다. 칠성풀이에 서 아들들이 어머니를 살려내 가족 관계가 회복되는 것과 달리 문전본풀이에서 는 아버지인 남선비가 징치 대상이 되어 죽음으로써 가족이 불완전한 형태로 마 무리된다.(정제호, 2011)75)

위와 같은 차이는 칠성풀이에 등장하지 않는, 자식 가운데 현명한 녹디생인의 존재로 인해 발생한 차이로 보인다. 칠성풀이가 아버지를 중심으로 질서가 형성 되어 있다면 문전본풀이는 자식인 녹디생인을 중심으로 새롭게 질서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는 제주도 사람의 가치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앞장에서 언급한 ‘강인한 제주 여성의 전형’과 ‘주거문화’가 바로 이 신화 에 나타난 것이다. 여산부인이 집안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남편에게 무곡을 해보라고 권하는 장면이나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직접 오동나라로 떠나는 장면은 문전본풀이에 나타난 제주 여성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또한 자식이 부모 와 떨어져 경제적, 사회적 독립을 일찍이 이루는 문화는 제주도의 안거리와 밖거 리라는 독특한 주거 형태에서 나타나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녹디 생인이 아버지를 두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이 때문 에 <문전본풀이>는 다른 지역과 차별적인 지역 신화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전본풀이>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집안 신이 되는데 이러한 ‘신의 내

74) 서대석(1988), 「<칠성풀이>의 연구-신화적 성격과 서시시적 서술구조-」, 『진단학보』65.

81-110. 재인용

75) 정제호(2011), 「칠성풀이와 문전본풀이의 여성 지위에 따른 전개 양상 고찰」. 『비교민속학』

0.45. 321-347.

력’을 담고 있어서 신화, ‘내력담’으로도 분류된다. 그리고 제주에서만 보이는 독특 한 문화 중 하나인 ‘문전제’와 ‘조왕제’의 기원이 이 이야기에서 왔다는 점은 민간 신앙 문화의 기원을 서사로 풀이해주는 제주 신화의 독특한 면모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문전본풀이>를 활용하여 한국어와 제주 방언을 교육할 수 있는데 특히 제주 방언은 대화체에 녹여 구사할 수 있다. 또한 상황에 맞는 속담을 적절 히 제공하여 학생들이 내용을 유추하고 기억해 그 안에 담긴 문화적 배경을 배 울 수 있다. 속담 활용 방안은 다음 장 재구성에서 제안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