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삶의 만족도는 상향(bottom-up) 이론적 관점과 하향(top-down) 이론적 관점으로 설명되었다. 두 이론 모두 타당성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기에 삶의 만족도를 한 이론만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보다 두 이론을 통합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되었다(Diener, 1984; Diener et al., 1999). 삶의 물질 영역의 객관적 조건을 형성하는 소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권석만, 2008). 하나는 소득이 인 간의 생존에 필요한 욕구를 만족하게 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와 정(+)의 관계를 갖는다고 주장을 하는 욕구 이론(need theory)으로 소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절대적인 효과를 강조한다. 다른 하나의 이론은 주위 사람들과 비교 혹은 자신의 과거나 미래의 희망에 대한 판단 결과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비교 이론(comparison theory)이다.
다음에서 삶의 만족 과정에 관해 설명하는 상향 이론, 하향 이론, 통합적 관점, 욕구 이론, 비교 이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가. 상향 이론(Bottom-up Theory)
Diener는 삶의 만족을 상향 이론과 하향 이론으로 구분하였다(Diener, 1984).
상향 이론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은 작은 만족과 행복들의 합이 삶의 만족이라고 설명하였다. 행복한 순간들과 불행한 순간들을 합해서 누군가의 삶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김보흠, 2017). Wilson(1967)의 관점을 기반으 로 한 이 접근을 살펴보면 그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욕구들이 존재 하고 이 욕구들을 외부 환경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의해 충족되는 경우 행복해 진다고 여겼다(김보흠, 2017).
상향 이론 관점을 가진 많은 연구자들은 인구 사회학적 요인과 삶에서 일어나 는 사건들이 삶의 만족, 긍정적 정서, 부정적 정서와 관계가 있는지 연구하였다.
그들은 불쾌한 사건의 경험은 부정적 정서를 낳고 긍정적 사건을 통한 삶의 경 험은 긍정적 정서를 갖게 된다고 가정하였다(Stallings et al., 1997: Sirgy et al., 2000: Sirgy et al., 2001). 개인의 경험에 대한 연구에서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개인의 삶의 만족을 극적인 사건들은 오히려 설명해주지 못한다 고 발표하였다(Brickman et al., 1978). 복권이 당첨되는 것과 같은 극적으로 행 복감을 경험하는 사건은 개인의 삶 속에서 소소하고 작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 게 하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중요한 신체적인 손상 같은 극적인 불행감을 경험하는 사건은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현재 삶을 불만족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즉, 삶의 만족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극적 사건 경험이 아닌 일 상적인 생활 경험들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다.
가족, 학업, 직업과 같은 일상적인 생활 경험들이 현재와 미래의 삶의 만족도 를 예측하지만, 가족의 이혼이나 사고와 같이 일상적이지 않은 경험은 삶의 만족 도와 관계가 높지 않음을 보고 하였다(Ryff, 1997). 이와 동시에 상향 이론을 지 지하는 변수들 중 일상생활 경험을 제외하고 환경적, 외부적 변수들이 삶의 만족 도를 충분히 설명하는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행복과 인구 사회학적 변수들의 상관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교육 수준은 행복 의 약 1%, 나이 약 1%, 사회적 지위 약 4～9%만 설명된다고 보았다(Argyle, 2003).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유는 부자들이 더 좋은 주거공간에서 좋은 음식, 여가, 교통, 의료적 혜택을 누리는데 이로 인해 더욱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변수들을 통제하지 않았을 때 얻은 결과이므로 사회적 지위와 삶의 만족도와 관계를 충분하게 설명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구 사회학적 변수들과 삶의 만족도에 있어서 일치하지 않는 연구(Argyle, 2003)에 따르면 행복과 교육 수준은 부적(-) 상관을 나타냈고(Clark & Oswald, 1996), 오히려 빈민가에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부촌에 사는 사람이 더 불행하 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으며(Diener et al., 1993), 같은 일을 하는 여성과 남성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이 더 낮은 급여를 받아도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보고하 였다(Jackson, 1996).
독일 대형 패널 데이터를 활용한 행복과 수입의 관계에 관한 연구에서는 수입 은 개인의 행복감에 작은 영향만 주고, 그 영향은 다른 객관적인 변수들과 비교 했을 때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Ferrer-i-Carbonell, 2005). 국내에서도 인구 사회학적 변수들의 영향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 연구를 찾아볼 수 있었다. 노 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도 노인의 삶의 질은 연령과 성별과는 상관관계 가 없으며 학력과는 유의미하게 정적(+)상관을 보였지만 그 설명량은 2.4%로 크 다고 할 수 없었다(배나래․박충선, 2009).
국내 직장인의 삶의 만족도에 관한 연구(홍수지 외, 2012)에서는 성별은 삶의 만족도와 상관이 유의미하지 않았고 연령과는 부적(-)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그 설명량은 2.5%에 그쳤다. 청년기 초기집단인 국내 대학생의 생활 경험과 주관적 안녕감 관계에 대한 연구(임원균, 2015)에서도 일반적 특성인 종교, 성별, 학교 유형은 주관적 안녕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학과 만족도, 사회적 지지와 같은 생활 경험 변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영향을 주는 것으 로 나타났다.
앞에서 살펴본 선행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본 연구에서도 개인의 삶의 만족도를 이해하기 위해 일상생활 경험의 만족, 환경적, 외부적 만족에 대해서도 측정하였다.
나. 하향 이론(Top-Down Theory)
상향 이론의 변수들이 삶의 만족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한계 극복 을 위해 하향 이론이 대두되었다. 하향(top-down) 이론은 상향 이론과는 반대로 개인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느냐 긍정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과 소
통하는 상호작용이 달라진다고 가정하였다(Diener, 1984).
같은 사건도 사람의 부정적 경향성과 긍정적 경향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부정적 경향성과 긍정적 경향성은 개인의 내적 구조에 영향을 받는다. 여 기서 개인의 내적 구조란 성격 또는 애착과 같은 개인적 변수들이 될 수 있다. 그 렇다고 세상을 늘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삶에 대해 항상 만족 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과 불행을 경험한다. 사람은 행복과 불행의 기초선(base line)을 가지고 있는데, 외부 요인에 의하여 기초선이 요동치 게 되고 행복감을 느끼는 상태가 변동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국 안정된 기초선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Headey & Wearing, 1991). 이 기초선은 개인적 변수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고(김양운 외, 2014), 환경적 변화에도 일정 수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가정한다(Diener & Larsen, 1984; Diener et al., 1999).
하향 이론의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은 삶의 만족과 개인 내적 구조를 설명해주 는 변수들이 가장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미국 성인 153명을 대상 으로 주관적 안녕감과 개인 성격적 변수들의 관계를 탐색한 연구(Pollock et al., 2016)에서 삶의 만족도와 외향성, 쾌활성, 감정적인 성향, 성실성이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특히 삶의 만족도와 외향성과 상관관계 조사 결과에 서 .60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남자 대학생 2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외향성과 신경증적 경 향성이 삶의 만족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최희철 외, 2005), 18세 이상 성인 200명을 대상으로 성격 특성이 생활 스트레스에 매개 하여 생활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본 연구(임영규, 2010)에서도 외향성이 높을수 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외 연구 결과가 매우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성격 요인을 유일한 개인의 내적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변수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사람의 성격 요인 이외에도 개인의 내적 구조 에 의해 다르게 인식되는 변수들이 삶의 만족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는 많은 연 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다. 통합적 관점(Integration Theory)
초기 연구자들은 삶의 만족에 있어서 ‘인간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환경적 요건이 갖추어지면 자신에 삶에 만족한다’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외부 사건이나
인구학적 변수들에 관심을 두는 상향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었다(Wilson, 1967). 간단히 정리하자면, 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것이다.
삶의 만족이란 가족, 결혼, 일, 경제적 상황과 같이 삶의 각 부분에서 만족의 총합이라고 설명하였다(Campbell et al., 1976). 그러나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상향적 변수들의 영향력에 관한 연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많은 연구에(배 나래․박충선, 2009; 정계숙․최은실, 2012; Argyle, 2003; Clark & Oswald, 19 96; Diener et al., 1993; Ferrer-i-Carbonell, 2005; Jackson, 1996)에 의해 환 경과 사건을 인지하는 틀을 제공하는 개인 내적 특성에 대해 점점 관심이 높 아졌다.
하향 이론에서는 개인이 사건에 부정적 또는 긍정적으로 경험하고 반응하는 성향에 따라 삶의 만족 수준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불행을 느끼기도 하고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Costa et al., 1981). 삶의 만족에 관 한 연구 방향이 지난 30년간 상향적 접근에서 하향적 접근으로 변화하였다고 설 명하며, 내적 요인들과 외적 환경을 분리해서 우열을 가리는 것보다 함께 고려해 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였다(Diener et al., 1999).
따라서 최근에는 삶의 만족이 외생적인 사건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심리특성과도 관련이 있다는 관점으로 확산하면서 외생적 사건과 심 리적 특성의 통합적 접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통합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미국의 중산층 366명을 대상으로 성격과 객관적 일상 경험이 자신의 일상 경험에 대한 평가를 매개로 삶의 만족도 에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종단연구 결과, 성격과 객관적 일상 경험에서 삶의 만 족도의 직접적인 경로는 유의하지 않았으나 두 변수 모두 삶에 대한 개인의 평가 를 매개하여 삶의 만족도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Brief et al., 1993). 이 연구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개인의 삶의 상황을 해석하는 매개 효과의 중요성이 주목받았다.
선행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살펴보면 삶의 만족도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서는 개인의 특성과 생활환경을 통합해서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 으며 상향 이론과 하향 이론의 통합적 관점으로 삶의 만족도는 일상생활에서 개 인의 심리적 특성과 생활환경의 특성이 상호작용하여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라. 욕구 이론(Need Theory)
욕구 이론은 Maslow의 욕구체계 이론을 근간으로 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 구 순으로 욕구 만족의 서열체계를 갖고 있다(Maslaw, 1943).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기본 욕구이며 애정과 소속의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자아실현 욕구는 상위 욕구이다. 기본 욕구는 결핍 욕구로써 외적 보상에 의해 충족되고, 상위 욕구는 성장 욕구로써 내적 보상에 의해 충족되는데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기본 욕구보다 상위 욕구에서 더 큰 행복감을 가져온다. 이러한 욕구 충족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소득이 사용돼 소득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 도가 높아진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소득이 높을수록 하위 욕구체계 충족 가능 성이 커지지만, 상위 욕구로 갈수록 소득과 욕구 충족과의 연관성은 줄어든다.
욕구 이론의 대표자인 Veenhoven은 삶의 만족도와 소득 간 관계를 비례적 관 계보다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곡선적 관계로 제시 하였다. 삶의 만족도와 소득 간의 곡선적 관계는 많은 연구에서 일관되게 검증된 사실로 삶의 만족도를 설명하는 연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이다 (Veenhoven, 1991; Veenhoven & Ehrhardt, 1995).
마. 비교 이론(Discrepancy Theory)
비교 이론은 주관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자신의 현 상태에 대해 상대적 위치를 설정하면서 삶의 만족도가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여기서 설정한 주관적 기준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첫째, 자신의 과거가 현 상태를 비교하는 기준이 되며 둘째,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주변 사람들이 비교 기준이 되며 셋째, 스스로 설정 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기준이 된다.
비교 이론에 따르면 동일한 상황에서도 비교 기준에 따라 만족 정도가 결정되 게 된다. 첫째, 기준은 자신의 과거와 비교한 만족의 경우 과거보다 지금의 소득 이 높을 때 만족하게 되며 둘째, 기준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할수록 현재 상태에 만족하게 되며 셋째, 기준은 자신이 중요시하는 주 변 사람들이 자신보다 소득이 낮을수록 현 상태에 만족하게 된다.
이러한 비교 이론은 상식적으로는 수긍이 가지만, 실제 경험 연구에서는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