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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불안에 대한 정의와 해석의 단초

사회적 불안의 정의와 질적 분석 구조화

2. 사회적 불안에 대한 정의와 해석의 단초

연구마다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상이하기는 하나 공통적인 전제는 사회불안이란 사회적 환경의 맥락 속에서 사회 구성원 다수에 의해 인지 되거나 경험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즉 사회불안은 그 용어에서도 내포 하듯이 사회적 성격을 가진 개념이다. 여기서 사회적이라 함은 여러 측면 에서 의미를 가지는데 불안의 원인이 단순히 개인의 기질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다수가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며, 동 시에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개인의 힘으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사 회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적 불안의 정의 는 송관재, 홍영오, 박수애의 연구(2004)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사회적 불안이 사회의 발전에 부정적일 위험이 있다는 점도 내포한다.

이러한 기존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연구에서 가정하는 사회적 불안에 대하여 사전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근거로 연구 내용과 방 법을 구체화하였다. 다시 말해 사회적 불안이란 사회 체계적 요인으로 다 수의 사회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느끼는 기분이나 경험을 말하며, 따라서 사회적 대응으로 현상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사회불안은 현상의 원인 이자 결과로 작용하는 등 그 체계의 복잡성으로 인해 당사자가 문제를 제 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불안을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경 우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으로는 환경에의 적응 또는 발전을 유도하는 등 긍정적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대응 방식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사회적 불안이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불안의 이러한 복합적인 특징을 고려하여 한국의 사회적 불안을 내용과 수준, 그리고 원인과 현상 등의 측면에서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불안을 이해하자면 우리 사회의 불안에 대한 단서를 다 양한 방식으로 찾아야만 하였다. 원인과 현상이 뒤섞인 사회적 불안은 다 양한 관련 연구에서 언급된 주요 내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필요 로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의 불안에 대한 귀납적 분석을 시도한 연구 로 EBS 감정 시대 제작팀(2017)의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불확실성, 무 한 경쟁과 고립, 개인 책임의 강조, 계급적 사고의 고착, 불안의 대물림 즉 세대 간 이동의 축소를 사회적 불안의 주요 연관어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은 높은 수준인데 “압축 성장이라는 말로 요약될 만 큼 대한민국은 초고속 성장을 했다(EBS 감정 시대 제작팀, 2017, p. 19).

서구권 국가들이 몇 백 년에 걸쳐 이룬 성장을 불과 50년도 안 되는 시간 에 이뤄냈다(EBS 감정 시대 제작팀, 2017, p. 19). 그리고 경제위기로 더 욱 가속화된 후기 자본주의는 우리 삶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만들 었다(EBS 감정 시대 제작팀, 2017, p. 21)”라고 우리 사회의 불안이 높 은 배경을 설명하였다. 우리 사회가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팍팍해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고립을 선택하였다. 즉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 요한 에너지를 절약해야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가혹한 환경으로 인해 고 립을 선택하는 것으로 고립은 불안과 이렇게 연관된다.

공감이 어렵고 “모든 가치가 돈으로 수렴되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 타 자와의 관계를 힘의 우열로 가늠하는 습관, 타인들의 시선과 평가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 불안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경 쟁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혼자 평균적인 삶을 살기도 벅찬 상황에서 개인들은 타인의 시선에 예민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 회 전체로 계급적 인식이 강화되는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인정받지 못할 때, 사람들은 더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함으로써 자존감을 지키 려 한다(EBS 감정 시대 제작팀, 2017, p. 128)고 이 연구는 설명한다.

송관재, 홍영오, 박수애(2004)의 연구에서도 이러한 불안의 현상과 원 인을 매우 정교하게 설명한다. 이 연구에서는 사회적 불안의 유형을 평가 불안과 존재 불안으로 구분하였다. 평가 불안은 대인관계 상황에서 경험 하는 사회적 불안으로 바람직한 인상을 만들려는 동기와 그렇게 될 것이 라는 주관적인 불확실성에 의해 야기된다(송관재, 홍영오, 박수애, 2004, pp. 4-15). 반면 존재 불안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지각 및 평가하 는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존재와 관련된 불안, 예컨대 자신의 생명을 위협 하는 것, 현재의 행복과 안녕을 침해하는 것, 기존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것 등과 관련된 것이다(송관재, 홍영오, 박수애, 2004, pp. 15-16). 이 연구는 존재 불안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면서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이성 으로 인하여 많은 연구들이 주로 평가 불안에 주목하였다는 점을 지적하 였다.

한국 사회의 불안은 한국의 역사로 더욱 공고해지기도 하였다. 1997년 외환위기는 취업 불안, 비정규직 공포, 공동체 붕괴, 살벌한 각자도생이 사회를 이루는 기본이 되도록 하는 험한 계기가 되었다(EBS 감정 시대 제 작팀, 2017). EBS 감정 시대 제작팀(2017)의 설명에 따르면 “아버지 세 대의 실직과 실패를 지켜보며 자란 이들 세대는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현 실은 온화하지 않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라고 결심한다. “불안하니 까 죽기 직전까지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이후 위험을 주제로 한국의 사회적 불안을 분석한 연구(이재열, 2015)에서는 한국을 이중으로 위험한 불안사회로 간주하였다. 이재열(2015)은 불안의 근원은 위험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며, 한국 사회의 경우 과거형 위험과 미래형 위험의 이중 위험에 노출된 불안사회라고 보았다. 과거형 위험은 오랜 기간에 걸쳐 위험 요소들이 축적되는데도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 지 않다 보니 결국 축적된 것이 폭발하는 양상을 띠는 위험이다. 이러한

위험은 책임 소재가 분명하고 개선 방향도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위험에 대한 관용, 학습의 부재, 희생양 찾기 등의 내재화 전략을 통해 위 험이 반복되어 왔다. 1990년대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2014년 세월호 사건 등이 그러한 예로 지목되었다. 재난을 ‘숙성된 사고 (incubated accident)’라고 정의한 Turner & Pidgeon(1997)은 ‘재난 이란 사전의 경고들을 무시하거나 간과하는 문화 속에서 축적된 위험의 요소들이 한꺼번에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 집중하여 나타나 한 사회나 사 회의 하위 체계의 존속을 위협하는 사건’이라고 설명한다(Turner &

Pidgeon, 1997; 이재열, 2015, p. 219에서 재인용).

한국의 사회적 불안은 서구의 사회적 불안과 비교하여 다른 문화적, 사 회적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가진다고 가정한다. 앞서 언급한 연구들에서 다양한 우리 사회의 특이성을 지적하였다. 국외 연구들은 주로 이러한 요 소들이 작용하는 맥락에 대하여 이해를 하는 데 유용하다. 예를 들어 OECD의 보고서(Jovanović, Renn, & Schröter, 2012)에서 사회불안 을 ‘시스템 위험(systemic risk)’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제안하는 것과

“사회적 불안은 기술적, 자연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위험의 맥락 속에서 위험의 원인이자 결과(Jovanović, Renn,

& Schröter, 2012, p. 11)”일 수 있다는 설명은 사회적 불안에 대한 본 연구의 접근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한편 사회적 불안에 대한 국 내 연구에서 놓치고 있었던 영역, 한국적 문화의 특수성으로 고려할 수 있는 특징 중 ‘삶의 자유’는 ILO의 관련 보고서(ILO, 2013)에서도 중요 한 사회불안 영역으로 다루고 있어 사회적 불안의 특이성과 일반성의 교 점이라 추정된다. 연구에서 이 영역의 이러한 특징도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