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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개인 차원 불안과 환경

3. 개인의 불안과 환경

사회적 불안에 대해 합의된 개념적 정의나 표준화된 측정 도구와 비교 하여 심리학 분야에서 사회불안은 개인의 정신과적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측면에서 그 정의와 측정 도구가 비교적 잘 발달되어 있다. 사 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는 1990년대 이후 그 중요성이 주

목받기 시작하여 관련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개인의 부적응 행동 및 인지 증상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는 미국 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 따르면, 사회불안장애 (social anxiety disorder)는 불안장애(anxiety disorder)의 진단 분류 중 하나이다. 사회불안(social anxiety)은 처음에는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이라는 용어로 사용되며 1980년 DSM-Ⅲ의 분류 체계에 도입되 었고, 1987년 DSM-IIIR와 1992년 ICD-10 개정을 통해 광장공포증이 나 단순 공포증과 같은 다른 공포증과 별개의 진단 체계로 분리되었다 (Lecrubier et al., 2000, p. 1). 그리고 DSM-IV 이후에는 사회공포증 (social phobia)과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 용어가 혼 용되고 있다.

〈표 2-1〉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분류 - 분리불안장애: Separation Anxiety Disorder - 선택적 함구증: Selective Mutism

- 특정 공포증: Specific Phobias

-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Social Anxiety Disorder(Social Phobia) - 공황장애: Panic Disorder

- 공황발작: Panic Attack Specifier - 광장공포증: Agoraphobia

- 범불안장애: Generalized Anxiety Disorder(GAD) - 물질·약물로 유발된 불안장애

: Substance/Medication-Induced Anxiety Disorder -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불안장애

: Anxiety Disorder Due to Another Medical Condition - 기타 명시된 불안장애: Other Specified Anxiety Disorder - 명시되지 않은 불안장애: Unspecified Anxiety Disorder

자료: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DSM-5. pp. xviii-xix.

기존 심리학에서 사회불안에 대한 연구는 주로 대인관계에서의 평가 불안이나 사회적 공포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졌다. DSM에서 사회불안장

애(사회공포증)를 진단하는 기준을 〈표 2-2〉에서 살펴보면, 심리학에서 자료: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DSM-5. pp. 202-203의 내용 정리.

정신의학적 진단명이나 진단 기준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불안과 공포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감정이다. 대다수의 심리학자들은 불안을

‘만성화된 공포(두려움)’로 이해한다(김태형, 2010, p. 19). ‘공포’가 명 시적인 두려움의 대상에 대해 비교적 짧고 강한 강도로 발생하는 감정이 라면, ‘불안’은 나쁜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에 따르는 부정적 인 감정으로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지속 기간이 긴 감정 형태이다.

프로이트가 주장했듯이 불안은 외상적 순간의 직접적인 결과로도 발생하 지만, 단지 그러한 것이 반복될 수 있다는 위협 신호에 의해서도 활성화 될 수 있다(김태형, 2010, p. 20).

정신건강에 초점을 둔 불안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주로 개인 수준 의 임상적 불안(clinical anxiety)을 다루고 있으며, 사회불안을 사회적 기술의 부족, 타인의 평가나 비판에 대한 과민 반응, 낮은 자존감 등 개인 적인 성향이나 부적응 측면에서 접근한다. 불안의 측정은 DSM의 진단 기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불안 및 사회공포증 관련 척도들을 사용하 는데(김남재, 2004; 오강섭, 임세원, 2008; 구훈정, 양은주, 권정혜, 2012; 강진화, 이정애, 오강섭, 임세원, 2013; 오경자, 문혜신, 2002;

Lecrubier et al., 2000), 대인관계나 여러 가지 수행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행동적 반응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불안을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로 보고 의학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할 경우 잠재적인 사회적 요인들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 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즉 의료적 접근이 갖는 많은 이점에도 불구하 고 불안을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원 인을 어디에 두는지는 그 해결 방안을 어디에서 찾을지에도 영향을 미친 다. 불안의 원인을 개인 수준에서 찾는 것은 개인을 약물 치료나 인지·행 동적 개입 등과 같이 개별적 치료와 개입의 대상으로만 보게 한다. 즉 문

제의 근본적 원인이 사회적 환경에 있을지도 모르는 불안 상태를 개별화 environmental risk factors. Neuropsychiatric Disease and Treatment. 4(1), pp.

123–143 내용 토대로 정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존의 심리학적 연구에서 말하는 사회불안은 대인불안과 유사한 개념으로 개인의 기질 및 부적응 문제에 주목하여 불

안을 야기하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개인적 불안과 사회적 불안의 유기적 연관성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전제는 사회 구성원 개인들의 경험으로부터 사회적 불안을 이해 하는 본 연구의 구성에 중요한 근간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환경 체계와 개인 체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 을 주고받으면서 역동적 상호작용을 하는 상호 의존적 체계이다(Von Bertalanffy, 1968). 개인 체계는 다양한 환경 체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개인 체계 내적인 요인의 불안정에 의해서도 변화하지만, 환경 체계의 변 화에 의해 개인 체계의 변화가 유발되기도 한다. ‘환경 속의 인간(Person in Environment)’ 관점에서 개인 체계와 환경 체계 간의 상호작용을 도 식적으로 표현하면 아래 [그림 2-4]와 같다. 환경 속의 인간의 개념은 환 경 체계 차원의 ‘불안정’이나 개인 체계 차원의 ‘불안감’의 발생 및 개인 체계와 환경 체계 간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불안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림 2-4] 환경 속의 인간(Person in Environment)

환경체계

환경체계 개인체계

환경 속의 인간 관점에서 사회적 불안의 개념을 도식화하면 다음 [그림

환경 속의 인간 관점에서 사회적 불안은 ‘개인 체계 불안감’과 ‘사회 체 계 불안정’의 역동적 상호작용 과정에서 항상성이 파괴된 상태로 정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불안정은 항상 문제 상황을 초래하는 것 이 아니라 대부분은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이고 경우에 따라 상당 부분 긍정적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항상성 파괴로 인한 불안정이 없다면 개인이나 사회는 정체되고 발전도 없다. 사회적 불안이 무조건 두려워하 거나 피해야 할 것은 아니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심화되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불안이 부 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수준으로 악화, 즉 사회적으로 항상성 파괴가 있을 때 사회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 개인적 차원이나 사회적 차원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