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사회서비스 담론에 대한 분석

지금까지 영국의 사회서비스 발달과정에 따라 나타났던 다양한 사회서비 스 담론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미 구분해 보았듯이 이러한 담론들은 당 시의 시대적 배경, 사회서비스 제도 발달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즉, 70년대 국가 중심의 사회서비스 제도가 확립된 시기까지는 전통적인 집합 주의라고 할 수 있는 국가주의 담론이 제기되었으며 이와 함께 사회복지실 천 영역이 구축되면서 전통적인 개인주의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가 주의가 지배하였다. 또한 이러한 공급자중심 논의의 대척점에서 급진주의 또한 발달하게 되었다.

그 이후 80년대 보수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서비스를 지배했던 담론 중 하나는 지역사회 보호 담론이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대형 수용시설 중심의 사회서비스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미가 있었으나 80년대 복지국가 축소 논의와 맞물리면서 사회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보다 지역사회, 즉, 가 족에게 부과하는 의미가 더욱 부각되었으며 이 때문에 돌봄의 책임은 가족 이 져야 한다는 도덕적 가족주의와 맞닿아 있다.

그와 동시에 70년대 성립되었던 관료적이고 전문가적인 사회서비스 제도 에 대한 비판 속에서 이용자의 역량강화를 강조하는 담론이 제기되었다. 이 때부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서비스 공급체계에서의 권한(power)을 이용 자에게 재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 만 그 대응 방식에는 개인주의적인 입장과 집합주의적인 입장에 큰 차이가 있었다. 개인주의적 입장은 이용자에게 소비자로서의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는 것이었고, 집합주의적 입장은 이용자에게 서비스 전달과정에서 결정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는 이를 각각 소비자주의적 역량강화 담 론과 참여민주주의적 역량강화 담론으로 구분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더욱 근본적으로 공급자와 이용자 간의 권력균형을 바꾸어야 한다는 논의가 장애계로부터 제기되었다. 이용자는 전문가에 의해 판단되는 대상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되며, 다른 서비스를 이용자가 스스로

104

판단하고 구매하여 이용하는 것처럼 사회서비스도 역시 그렇게 되어야 하 며 그로써 이용자는 의존적인 존재가 아닌 독립적인 똑같은 주체로서 권리 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독립생활 담론의 핵심이었다. 이에 반하여 여성계 에서 제기된 돌봄의 윤리 담론에서는 의존은 누구에게나 필수 불가결한 것 이기 때문에 독립과 의존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노동과 여가와 함께 돌봄 역시 책임과 권리로서 이해해야 하며 이를 보장하기 위해 사회서비스 뿐만 아니라 고용, 교육, 가족정책 등 포괄적이고 전체론적인 접근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서비스 담론들은 살펴본 바와 같이 두 가지 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축은 정치적 관점의 차이로서 집합주의와 개인주의의 축이다. 이는 문제 또는 욕구의 성격을 이해하는 관점의 차이이며 이에 따 라 이에 대한 책임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차이 를 가지고 있다. 즉, 전통적인 집합주의는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서비 스의 문제와 욕구가 기본적으로 누구나 사회적 환경아래 가질 수 있는 보 편적인 것으로 생각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도, 또한 이에 대한 대응도 집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바라본다. 반면 개인주의는 개인의 문제나 욕구는 특수한 것이며 일반적이기 보다 예외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물론 여기에서 영국에서 제기된 전문가주의는 공공 사회서비스와 결합되면 서 그 의미가 달라지긴 하였지만 개인주의적 해석에 따르면 그에 따른 책 임과 그에 대한 대응도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 서는 가족주의가 개인주의적 입장을 보다 충실하게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입장의 차이는 역량강화 담론에서도 소비자주의와 참여민주주 의로 갈리었던 것처럼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최근의 독립생활 담론으 로 오면 그 구도는 다소 복잡해진다. 독립생활 담론에서는 문제를 해석하는 데 있어 장애의 사회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집합주의적 이해를 따르고 있어, 그에 따른 책임도 사회에 있다고 규정하여 집합주의적인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응을 개별적인 독립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보다 개인주의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문제의 이해와 책임, 대응 방식까

105

106

개인주의에 가깝다고 규정할 수 있다.

급진주의에서는 이러한 전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급진사회복지 실천에서는 복지국가 자체가 자본주의와 지배계급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이용자와 근본적인 이해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억압주의적 실천 담론에서도 전문가 역시도 지식과 기술을 통 해 이용자를 억압하는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급 자 운동, 장애인 운동과 같은 이용자 집단의 저항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러 한 급진주의적 입장에서는 보다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서비스 전달과정에서 개개인의 이용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반억압적 실천에서 보다 이용자와 동등한 위치에서의 실천방법을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공급자 입장에서의 실천일 뿐 이용자의 권한행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역량강화 담론은 상대적으로 더 이용자중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참여민주주의적 역량강화 담론은 이용자에게 서비스 전달과정 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한 이전을 주장하면서 그것이 거시적인(macro) 영역보다는 중위적인(meso) 영역에 더욱 방점이 있다. 이 역량강화 담론에 서는 이렇게 서비스 계획, 구성,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용자가 영향력을 행 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급자의 태도와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 다. 소비자주의적 역량강화 담론은 이용자에게 소비자로서의 선택권을 부여 함으로써 권한이전의 내용이 보다 더 구체적이며 개별적이다. 즉, 공급자가 선택을 받기 위해서 소비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는 구조 를 만드는 것이며 그 선택권은 철저하게 개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량강화 담론이 이용자중심 논의로서 가지고 있는 한계 역시 분 명하다. 참여민주주의적인 역량강화 담론의 경우 여전히 이용자 개개인의 권한을 사고하기 보다는 집단적 참여와 결정권을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주의적 역량강화의 경우 선택권이 개별적으로 행사될 수 있지만 그 선택범위 자체가 공급자가 무엇을 공급하느냐에 의해

107

108

는 부서의 통합을 통해서 전문가주의에서는 사례관리를 통해서 이용자중심 으로의 구조 변화를 꾀하지만 이러한 개혁 역시 공급자의 조건에 의해 한 계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필요의 정도보다는 행정적 용이함에 의해 통합 대상이 정해진다든지, 분야별 전문가들의 입장과 문화의 차이에 의해서 사례관리의 협력이 제약을 받는다든지 하는 것이다. 지역사회 보호 담론에서도 서비스가 전달되는 공간(지역사회, 가정)의 문제가 초점이기 때 문에 공급구조의 문제가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

급진주의에서는 구조적 변화를 지향하긴 하지만 그 범위가 상당히 거시 적이어서 내용이 추상적인 한계를 가진다. 역량강화 담론에서는 구조적 변 화를 꾀하긴 하지만 그 범위가 제한적인 한계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참여 민주주의적 역량강화에서는 이용자를 공급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공급과정 에서의 역관계의 변화를 추구하지만 많은 경우 그 목소리를 반영하는 주체 는 공급자이기 때문에 공급구조의 재편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소비자주의적 역량강화에서는 공급자간 경쟁구도를 만듦으로써 공급구조 변화가 보다 구체적이지만 이용자를 중심으로 재편한다기보다는 경쟁을 위 해 공급자를 다양화하는데 더욱 강조점이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권은 오히 려 공급자에 의해 결정되는 제한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독립생활에서는 개개인의 이용자가 서비스에 내용과 형 식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도록 통제권을 주는 것을 추구함으로써 공급구조 자체가 개개인 이용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지향한다. 이에 비하면 돌 봄의 윤리 담론의 논의는 공급구조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지향은 없다. 하 지만 돌봄을 중심으로 보다 포괄적인 제도의 재편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이러한 의미에서 독립생활에서는 개개인의 이용자가 서비스에 내용과 형 식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도록 통제권을 주는 것을 추구함으로써 공급구조 자체가 개개인 이용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지향한다. 이에 비하면 돌 봄의 윤리 담론의 논의는 공급구조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지향은 없다. 하 지만 돌봄을 중심으로 보다 포괄적인 제도의 재편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