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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규제의 구조와 방식

규제연구 제11권 제2호 2002 180

사이버스페이스의 규제와 자율에 관한 연구 181

수도 있다. 국가기구는 법률을 통하여 이러한 규제를 시행할 것이다.

<그림 2> 사이버스페이스 규제의 위상

사이버스페이스 자 본

국 가

아키텍처 규범

① ④

자본도 마찬가지로 사이버스페이스의 기술적인 구조와 규범에 개입하거나 규제를 가할 수 있다. 자본은 법률을 통해 국가기구를 대행자로 내세워 규제를 가할 수(⑦)도 있고 직접적으로 사이버스페이스의 아키텍처나 규범에 개입할 수(①, ④)도 있다. ‘선 물경제’와 같은 규범을 조장했다가 급격하게 유료화를 통한 상업적 규범을 강요할 수 도 있고, 느슨한 저작권을 퍼뜨리다가 강력한 저작권 보호로 선회할 수도 있다. 자본 은 시장과 상품을 통하여 네티즌들의 소비규범을 조절하거나 변화시킨다(④). 이와 더 불어 관련 정보통신 관련 산업체들은 실제표준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함으 로써 사이버스페이스의 기술적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①). 이런 개입과 규제가 법률적 인 형식을 통해서 전개될 수도 있고 그냥 시장의 자유로운 발전 속에서 전개될 수도 있으며 양자가 결합되어 진행될 수도 있다.

앞서 제Ⅱ절에서 초기 인터넷의 기술적인 아키텍처와 네티즌들의 규범과 관행이 국가와 자본의 개입과 규제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음을 살펴보았다. 국가와 자본의 입장에서는 사이버스페이스의 기술적 구조에 개입하거나 네트 사용자들의 규범과 관 습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과제로 부각된다. 그러나 국가와 자본이 네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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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관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접적인 규제와 대책 없이 인터넷의 기술적 구조에 개입하거나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감행할 경우 네트 사용자들의 거 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형(<그림 2>)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법률을 통해 사이버스페이스의 규범 에 영향을 미치거나 아키텍처를 활용하여 규제를 가하는 사례를 살펴보자. 정부가 개 입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식은 사이버스페이스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통신품위법 이나 그 밖의 직접적인 규제 관련법을 마련하여 사이버스페이스의 규율을 잡으려 할 때 네티즌들은 거세게 반발하였다. 사이버스페이 스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반대로 만만하지도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반해 법률적 강제와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코드를 사용한 규제6)는 큰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사이버스페이스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인 장 치를 정부주도하에 개발할 수도 있고 이를 사회적으로 강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등급제 실시를 법률적으로 강제하고 이를 수행할 강력한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아키텍 처를 새롭게 갖추면 등급제 시행이 실제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 률 이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내용에 대해 정부행정 기관이 직접 규제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제공한다. 이 법 제42조는 정보통신부의 산하 단체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게 인터넷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 법의 시행령에서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경우 차단용 소프 트웨어가 이를 인식하여 자동으로 그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전자적인 부호를 이용하 여 청소년유해매체물임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7)

6) 기술적인 규제는 ‘코드(code)’에 의한 지배를 실제로 가능하게 만든다. 레식은 프로그램의 기초단위 인 코드라는 말과 법률의 코드라는 동음이어를 활용하여 현실세계를 규제하는 법률과 사이버스페이 스를 규제하는 ‘프로그램(코드)’을 대비시킨 것이다(Lessig, 1999).

7) 정보화촉진기본법시행령 제21조 [일부개정 1999.6.30 대통령령 제16458호]

제21조(청소년유해매체물의 표시방법) ①법 제42조의 규정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제공하는 자 는 당해 매체물에 19세 미만의 자는 이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음성․문자 또는 영상으로 표시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표시를 하여야 하는 자 중 인터 넷을 이용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자의 경우에는 기호․부호․문자 또는 숫자를 사용하여 청소년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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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내용규제와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의 법적규제가 아키텍 처와 코드를 통한 규제와 결합되어 활용되는 경우이다. 이는 레식의 규제모형에서 법 적규제와 아키텍처규제의 통합방식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네트 사용자의 합의와 규 범을 통한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규제와는 달리 국가가 법적으로 규제를 강제한다는 문제가 있고 코드를 활용한 규제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 규제를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기술적 강제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법적규제와 아키텍처 통합형 규 제가 내용등급제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표식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특정한 등급기준의 내용물을 걸러내어 사용자 가 특정한 사이트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드는 내용등급제는 네가티브 검색엔진의 역 할을 한다. 픽스(PICS)는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와 선호에 따라 인터넷 내용물을 선별 적으로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서 그것 자체는 컨텐츠에 관한 메타정보 를 활용하여 웹페이지의 내용을 특정 범주로 분류하는 표기기술에 지나지 않는다.8) 이러한 네거티브 검색 시스템의 경우 문제는 누가 등급을 정하고 어느 정도의 등급에 서 차단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사용자 개인이 스스로 내용물 제한의 등급을 결정하 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국가기구나 단체가 이를 타율적으로 규제할 경우 픽스기반 등 급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검열과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할 우 려가 있다.

보통 기계나 기술은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기술 자체에는 가 치지향이나 의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자체는 가치중 립적인 것이고 그것은 순전히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도에 달린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엔진은 선택과 배열을 통하여 내용물을 검열하고 규제하는 역 할을 담당한다(Lucas, 1998).

매체물임을 나타낼 수 있는 전자적 표시도 함께 하여야 한다. ③정보통신부장관은 정보의 유형 등을 고려하여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표시의 구체적 방법을 정하여 관보에 고시한다.

8) 픽스는 내용물의 성분을 표시하는 언어로서 검색 소프트웨어나 차단 소프트웨어와 결합하여 사용될 경우 자동적으로 등급 처리된 내용물을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때 픽스는 필요한 것을 찾아내 는 검색엔진과는 반대로 불필요한 것을 걸러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공공장소의 컴퓨터나 피씨방 컴 퓨터들은 ‘청소년유해매체물'을 기준으로 특정 사이트 차단이 설정되어 있다. 픽스기반의 인터넷 내용시스템에는 RSACi와 ESRB, SafeSurf와 Medcertain, ICRA,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SafeNet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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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엔진의 용도와 기능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검색엔진에는 정치적 의도와 상업적인 고려가 깊게 담겨 있다. 검색엔진은 원하는 모 든 것을 찾아주지 않는다. 야후Yahoo처럼 사업자가 카테고리를 스스로 결정하거나 홈 페이지 주소를 등록해야 하는 경우는 선별과 거름작용이 반드시 개입한다. 사용자가 검색엔진을 쓰지 않고 스스로 찾아낼 수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자신이 원하 는 자료와 정보를 검색 없이 찾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인터넷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선택하고 배열하는 것 자체가 검열과 통제로 활용될 수 있다. 중립적으로 보이는 프로그램 뒤에는 선택과 배열을 통한 통제와 조작 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자동화된 코드를 통한 규제는 내용에 대한 선택과 차단에 다 름 아니다. 이러한 규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구성원의 알 권리를 특정집단의 이해에 따라 왜곡하거나 제한할 위험을 갖고 있다. 이상에서 사이버스페 이스에서 규제가 이루어지는 구조와 그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았다. 사이버스페이스 의 규범과 아키텍처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네트 사용자와 어떤 형태로든지 협약을 이루어야만 실제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