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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의 규범 Norm 과 국가의 법적규제 Regulation

규제연구 제11권 제2호 2002 174

스페이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내부 사용자들의 공동체적인 합의와 약속 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새로운 협약에 의해 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 중에 있으며, 협약에 입각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약 주의의 입장에서 볼 때 사이버스페이스의 독립은 사용자들의 ‘독립전쟁’을 통해 쟁취 되는 것이지 자유주의자들의 ‘독립선언’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마 찬가지로 국가기구의 법률을 통한 개입과 통제도 그것이 사용자들과의 협약이라는 절 차를 거치지 않는 한 사이버스페이스의 주권이라는 영역에서 저항에 봉착할 것임을 예상하게 된다.

사이버스페이스의 규제와 자율에 관한 연구 175

법적규제의 영역에서 볼 때 사이버스페이스만의 주권은 성립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이버스페이스는 현실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규제주의자들은 인터넷을 포함한 컴퓨 터 네트워크는 도구적인 미디어이기 때문에 현실세계의 미디어와 동일한 대상으로 취 급되어야 하고 그렇게 취급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지한다. 그러나 사이버스페이스 주 권론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이버스페이스는 현실세계와는 달리 네티즌의 참여와 행동 에 의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권은 참여자들에게서 나오 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사용자들의 합의와 참여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아울러 물질적인 형태를 동반하지 않는 사이버스페이스의 특성으로 인해 생각과 의사 소통의 전면적인 자유를 주장하게 된다.

네티즌의 주권과 국가규제간의 갈등은 이미 만들어진 사이버스페이스 안의 규범과 바깥으로부터 새로운 규범과 규칙을 강제하는 법간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사이버스페 이스의 규범과 국가의 법적규제는 그 내용과 형성과정 및 성격이 다르다. 사이버스페 이스의 아키텍처와 관습은 국가의 법률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이버스 페이스의 근거를 마련해 준 인터넷은 미국의 국방 목적에서 시작하였지만 인터넷 아 키텍처의 개방성과 상호호환성, 지구촌화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단위국가의 법률적인 개입으로 사이버스페이스의 아키텍처를 규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인터넷 아키텍처나 도메인 등에 관하여 인터넷 주권의 문제가 제기되는 방식을 보면 개별단위 국가에서 법률을 통해 선행적으로 만들어지는 규제방식으로 인터넷에 개입하는 것이 쉽지 않음 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아키텍처와 관련된 여러 가지 기술영역의 조절도 법적표준이 아니라 실제표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아키텍처의 특성은 자 생적으로 만들어지는 합의가 조절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서로간의 의사소통방식에서 상거래에 이르기까지 대부 분의 행위는 국가의 규제 이전에 사용들의 자율적인 참여와 행위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네트 사용자들의 새로운 가치와 사용규범이 나름대로 형성되어 있으며 그 것은 현실세계에서 통용되는 가치와 규범과 여러 가지 차이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익명성5)이나 탈육체성, 상호연결성, 동시성과 비동시성, 저장성archive, 디지털 복제 등

5) 인터넷이 제공하는 익명성과 탈육체성이란 특성은 현실사회의 여러 가지 제약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탈육체성이 보장하는 ‘익명성’은 표현의 폭과 넓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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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아키텍처로부터 출현하는 특징들은 사이버스페이스의 새로운 가치와 규범을 만든 기본요인들이다. 디지털 복제는 지식과 정보에 대한 공유와 나눔의 가치를 확산 하는 물질적인 근거이다. 이것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디지털 지적재산권이 일방적으 로 관철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유와 나눔의 집합적 소비관념이 지 배하는 네트워크 공간에서 무료경제나 ‘선물경제gift economy’의 관행이 자리잡고 있는 데 이것을 상품경제의 틀로 급작스레 변환하기도 쉽지 않다(Barbrook, 2000).

소비자이자 사용자인 새로운 소비계층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나 도구가 갖 추어지지 못할 경우 글로벌한 자료와 정보의 흐름을 일국적 차원에서 규제하는 것은 실효가 없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관행을 무력화시키려면 사이버스페이스를 시장논리 가 관철되는 공간으로 흡수해야 하고 자율적 사용자인 네티즌을 소비자의 틀로 포섭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상업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이를 뒷받침할 법률과 제도가 필요하게 된다. 이런 경우 디지털경제의 향방은 지적재산권 의 법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사용자들에게 강제하여 네트 사용자들의 소비규범을 조절하는 데 달려 있다(백욱인, 2002). 이러한 자본의 규율과 규범을 법적인 강제틀을 통해 네티즌에게 강요할 경우 네트의 규범과 충돌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여건 때 문에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규제가 어려운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형성과정과 구조가 현실세계와 다르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만 들어지는 가치와 규범, 그리고 공동체는 현실세계의 가치와 규범과 다른 위상을 지니 게 된다. 정부는 통제의 구실을 정당화하고 그 수단적 절차를 명문화한 법률을 통해서 사이버스페이스의 규범에 개입한다. 정부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만들어진 규범과 관 습을 법률조항의 틀로 제한하거나 통제하려 시도한다. 그런 경우 사이버스페이스의 관습과 현실세계의 법률은 서로 대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요인을 안고 있다. 곧 관습과 법의 대립이자 긴장이 이루어지고 그 대립점에 현실세계의 국가와 사이버스페

확대하지만 정치적인 통치영역에서는 사상통제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체성의 구조’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네트에서 상업화와 시장의 법칙을 관철시키기가 몹시 힘들다는 문제점 에 봉착한다. 정부기구와 자본이 익명성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대항세력의 형성에 따라 힘 관계가 변화하거나 자본주의적 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개인적 결제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실명의 강요-익명성의 상실-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확장되었던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축소로 이어지거 나 공공성의 상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는 자유와 공개성을 기반으로 하던 초기 사이버스페이스 의 구조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이버스페이스의 규제와 자율에 관한 연구 177

이스의 시민사회가 맞서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