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사례를 통해 본 시사점

앞서 살펴보았듯이 캘리포니아 ETS와 퀘벡 ETS 그리고 스위스 ETS와 EU-ETS의 연계는 서로 다른 두 배출권 시장이 성공적으로 연 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기서는 위 두 사례로부터 배출권 시장 연 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요인과 시사점을 간략히 살펴보 기로 한다.

가. 상호 호혜성

서로 다른 두 배출권 시장이 성공적으로 연계되기 위해선 우선 연계 이후에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크게 상충되지 않으면서 상호 호혜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앞의 두 사례에서 보면 퀘벡 및 스위스 배출권 시장

은 연계된 캘리포니아와 EU 배출권 시장과 비교해 시장 규모 측면에 서 훨씬 작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 시장 운영자들은 자신들의 시장에 참여하는 규제 대상 기업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큰 규모의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통합된 시장에서 다른 기업들과 동등한 경쟁 조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다.23) 특히 스위스 ETS의 할당배출권 가격 은 EUA 가격에 비해 거의 5배나 높은 상황에서 시장 연계는 스위스 배출권 가격을 EUA 가격에 근접시키는 효과가 기대되므로 스위스 입 장에서는 시장을 연계시킬 유인이 컸다(IETA, 2015 p.54).

한편, 캘리포니아는 자신의 배출권 시장 외연을 확대하고 배출원들 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 비용 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연계를 선호 하였다. 이와는 별개로 스위스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의 시장을 가진 EU 는 주로 경제적 요인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연계를 선호하였다.24) 이처럼 양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배출권 시장 연계 논의가 시 작되었고 결국 성공적인 시장 연계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연계 하는 두 시장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연계 합 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서로 다른 두 시장의 주요

23) 스위스의 연계 유인에 대해서는 “Linking of the Swiss and European emissions trading systems: big step forward”(https://www.bafu.admin.ch/bafu/en/home/topics/climate/news- releases.msg-id-67745.html) 및 IETA(2015)를 참조하라. 퀘벡의 연계 유인은 Gouvernement du Québec(2018)「Quebec cap-and-trade system for greenhouse gas emission allowances (C&T): Historical Overview」(p.7)을 참조하였다.

24) 캘리포니아 ETS의 연계 유인은 “CALIF. FORGING AHEAD WITH EMISSIONS TRADING NEXT MONTH, AIR CHIEF CONFIRMS”(https://www.exchangemonitor.

com/calif-forging-ahead-with-emissions-trading-next-month-air-chief-confirms/?printmode=

1) 을 참조하라. EU와 스위스 시장은 워낙 규모에 차이가 나서 연계 시 스위스 시장 이 사실상 EU 시장에 편입되어 EU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예상 된다. 따라서 EU는 연계에 따른 경제적 편익에 대한 고려보다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리더십을 확보하고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는 첫 단추로서 스위스와의 시장 연 계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IETA, 2015 p.54)

설계요소의 차이가 야기하는 시장 연계 전후의 영향에 조율이 필수적 이다. 다음은 위 두 사례로부터 배출권거래제도의 주요 설계요인의 관 점에서 바라본 성공요인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한다.

나. 핵심 설계요소의 유사성

앞의 두 사례 모두 시장들 간 배출권거래제도의 핵심 설계요소에 있 어서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들을 조율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첫째, 캘리포니아-퀘벡 ETS 그리고 스위스-EU ETS는 감축목표의 엄격성 측면에서 서로 유사하여 감축목표를 둘러싼 이견이 적었다. 일 견 캘리포니아는 2020년까지 1990년 배출량 수준으로 감축하는 목표 를 가지고 있었고 퀘벡은 2020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20%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워 퀘벡이 다소 높은 강도의 감축목표 를 설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Carbon Market Watch Report, 2015).

그러나 <표 -3>에서 보듯이 2015년도 ETS 적용대상 배출량 기준으 로 보면 2020년까지 캘리포니아와 퀘벡의 연 평균 감축률은 각각 3.1%, 3.2%로 거의 대동소이하다. 스위스 ETS는 2013년 배출상한 대 비 2020년까지 매년 1.74%씩, EU-ETS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연 평균 배출량에 대비 2020년까지 매년 1.74%씩 감축하는 목표를 가 지고 있었다. 이처럼 비록 절대적 감축량이나 배출허용량의 크기에 있 어서 두 시장간 차이는 컸지만 상대적인 감축목표의 엄격성 측면에서 유사해서 ETS 운영주체 간 상호 신뢰성이나 참여대상 기업들의 수용 성이 높아 시장 연계를 추진하는데 훨씬 수월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두 사례 모두 동일하거나 유사한 탄소상쇄제도를 가지고 있어

상쇄배출권의 유입에 의한 시장 교란이 작동할 여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스위스와 EU는 상쇄배출권 허용 비율 및 사용가능 종류에 있어서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에 상쇄제도의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캘리포니아와 퀘 벡 배출권거래제의 경우에는 상쇄배출권 허용수량은 동일하나 상쇄배 출권의 생성 및 사용에 있어서 약간 차이가 있다. 가령 퀘벡의 경우 산 림상쇄를 허용하지 않으나 캘리포니아는 산림 흡수원에 의한 상쇄배출 권을 허용한다(Carbon Market Watch Report, 2015). 그러나 두 제도 모두 대부분의 해외 상쇄사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전체 수량에서 차 이가 나지 않아 시장 연계 시 상쇄 프로토콜의 차이로 인한 시장 교란 보다 연계의 이득이 훨씬 크므로 그러한 사소한 차이가 시장 연계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다.25)

셋째, 배출권의 할당방식에 있어서도 두 사례의 국가들은 유사한 체 계를 갖추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와 퀘벡의 경우 배출권 할당방식의 기 술적인 부분에서 일부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산업부문에 대해선 무상할당, 발전부문에 대해선 유상할당을 적용하고, 무상할당 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방향성에 대해서 대체로 일치하였다 (ICAP, 2019a; ICAP 2019b). 마찬가지로 스위스와 EU도 거의 유사한 할당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두 연계 사례 모두 유·무상할당 방식을 혼 용하되 유·무상이 적용되는 부문에 대해서는 동일하였기 때문에 사소 한 할당방식의 차이는 연계 시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넷째, 배출권 가격 및 공급량 관리 제도와 관련해서도 연계된 사례

25) 퀘벡은 해외 상쇄를 허용하지 않으나 캘리포니아의 경우 브라질 등 일부 국제 산림 상쇄크레딧을 허용한다. 그러나 그 양은 매우 미미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극 히 제한적이다(Carbon Market Watch Report, 2015).

의 국가들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와 퀘벡은 동일 한 배출권 가격 및 공급량 관리 제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스위스와 EU 의 경우 EU의 배출권 비축제도가 유일한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러나 IETA(2015)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스위스 ETS의 할당배출권 가 격이 EUA 가격에 비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EU의 배출권 비축제도 도입 자체가 시장 연계에 장애요인이 되지 못하였다.

그 외 이월과 차입, MRV 체계 등 시장 연계 시 고려될 주요 설계요 소들에 있어서 두 성공사례의 국가들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앞서 언급한 배출권 시장 연계 시 고려되어야 할 주요 설계요 소에 있어서 연계하는 시장들은 상당히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시장 연계의 논의와 조율이 매끄럽게 전개될 수 있도록 한 원 동력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다. 정책적 의지

배출권 시장의 연계가 상호간 이해에 부합하고 앞서 논의한 제도의 설계요소 관점에서 본 기술적·경제적 쟁점들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정책적 의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시장 연계의 논의는 진전 되기 어렵다. 그러한 측면에서 제도 설계요소의 상호 호환성 이슈는 성공적인 시장 연계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지언정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IETA, 2015). 2010년부터 시작된 스위스와 EU-ETS 연계가 7여 년에 걸친 논의 끝에 성공적으로 매듭지을 수 있었던 것도 스위스 정 책 당국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스위스 -EU ETS 연계 논의과정에서 항공부문의 포함여부가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고 이민쿼터의 도입 등을 둘러싼 EU와의 정치적 이슈와 결부되

면서 자칫 좌초될 뻔했던 양 시장의 연계가 끝내 성사될 수 있었던 것 도 정책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IETA, 2015). 퀘벡 정 부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일부 서로 다른 규제 틀을 가지고 있던 캘리포니아와 퀘벡의 연계가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로 상호 신뢰와 개 방적 소통을 통해 두 주 정부가 긴밀한 협업을 해나간 것이 주효했다 고 적시하고 있다(Gouvernement du Québec, 2018).

반대로 호주 석탄 사업자들의 메탄 배출량 포함 여부를 둘러싼 이 슈, 농업 및 토지이용 관련 상쇄제도의 허용 여부 등 다양한 이슈에도 불구하고 호주와 EU-ETS 간의 연계 논의가 끝내 좌초되었던 것도 정 권 교체 이후 새롭게 들어선 정부 당국이 시장 연계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Carbon Market Watch Report, 2015).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배출권 시장 연계의 제반 조건이 충족되 었을 때 이를 최종적으로 매듭짓는 요소는 결국 정책적 의지이며, 충 분한 시간을 가지며 상호 신뢰와 개방적 소통 하에서 협력해나가는 노 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제4장 Post 2020 국제 탄소시장 논의 동향과 전망

서로 다른 배출권거래시장 간의 상호 연계는 한 국가 혹은 한 지역 내에서 작동하던 탄소시장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으로서 국지적 탄소시 장의 글로벌화와 맥이 닿아있다. 배출권 시장 연계는 본질적으로 당사 국 간의 자율성에 기반을 하고 있기는 하나, 국제 탄소시장을 규율하 는 원칙과 규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파리협정에서는 감축의 비용효과성을 증진시켜 당사국들이 보다 상향된 감축목표를 제 시하도록 하기 위해 시장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와 관련 해서 현재 파리협정 이후의 탄소시장 메커니즘에 관한 논의가 한창 진 행 중이다. 이에 본 장에서는 파리협정하의 탄소시장 논의 동향과 배 출권 시장의 연계와 관련한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