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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시장 연계 방식별 편익, 비용 그리고 시사점

가. 시장 연계 유형별 편익, 비용 비교

K-ETS와 EU-ETS 시장을 서로 연계한다고 할 때 연계하는 방식은 앞의 제3장에서 제시한 것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 완전통 합형 방식의 직접 연계는 사실상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 아니라고 보고 여기서는 쌍방향 연계 방식의 직접 연계와 단방향 연계, 외부 크 레딧을 통한 간접 연계 등의 장·단점을 비교해보기로 하자.49)

1) 완전 쌍방향 직접 연계 방식

배출권거래제는 사실상 자국의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발적 감 축행동이다. 배출권 시장의 쌍방향 직접 연계는 두 당사국이 자발적으 로 협력하여 이중계산 방지의 원칙 하에서 서로의 배출권 레지스트리 를 연계하여 서로의 배출권이 자유롭게 거래되고 의무이행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49) 완전 통합형의 경우 두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완전히 통합하는 것이므로 각 시장 을 관할하던 정부들의 자율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의 연계를 우리 나라 정부에서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여기서는 완전통합형 연계 방식은 다루지 않기로 한다.

쌍방향 직접 연계 방식은 크게 보면 다시 ‘완전 쌍방향 직접 연계 방식’과 ‘부분 쌍방향 직접 연계 방식’으로 나뉠 수 있다.50) ‘완전 쌍 방향 직접 연계 방식(이하 완전 쌍방향 방식)’은 두 시장의 규제 당국 이 일정한 자율성을 가지고 배출권거래제도의 설계요소를 결정하되, 각 시장의 배출권이 어느 시장에서든지 수량에 제한없이 의무이행에 전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연계 방식이다. 스위스-EU, 캘리포니아-퀘벡 등 현존하는 배출권거래시장 연계 사례는 모두 ‘완전 쌍방향 방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K-ETS가 EU-ETS와 이러한 방식으로 연계할 경우 예상되는 일차적 인 편익은 비용효과성 제고 및 대규모 시장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통 한 유동성 확대와 이를 통한 시장 가격 안정성 확보이다. 앞에서도 살 펴보았듯이 배출권 시장의 연계는 기본적으로 두 당사국의 참여업체 비용부담을 완화시켜 준다. 또한 시장 규모의 확대로 인해 시장 유동 성이 확대되고 배출권 시장가격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이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완전 쌍방향 방식이 가진 다음과 같은 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완전통합형에 비해서는 정도가 덜하지만 규제 당국의 정책 자 율성이 일정 수준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 완전 쌍방향 직접 연계 방식 의 특성 상 ETS 부문 감축목표 설정, 할당방식 등 주요 배출권거래제 도 설계요소를 완전히 일치시킬 필요는 없지만 연계 상대방과 상당 수 준까지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만약 양측의 설계요소 간 차이가 크다 면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핵심 설계요소를 조정해야 하는 당사국의 경우 일정 수준의 정책 자율성을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50) Ranson and Stavins(2015)를 비롯한 기존의 연구는 쌍방향 연계를 여기에서처럼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하지 않았다.

둘째, 할당방식에 차이가 있을 때, 특히 참여업체들의 비용과 직결되 는 유상할당의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클 경우 연계 과정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두 시장간 유상 할당 비중의 차이가 클 경우 유상할당 중심의 국가에서 탄소누출 등을 이유로 유상할당 비중에 대 한 조정을 요구하고 이로 인해 유상할당의 비중이 늘어날 경우 연계 이전에 비해 무상할당 중심 시장의 참여업체들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 날 수 있다.

K-ETS와 EU-ETS 간 연계를 대상으로 생각해보면 K-ETS와 EU-ETS는 시장 규모 등의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므로 시장 연계 과 정에서 K-ETS의 주요 설계요소를 EU-ETS와 근접하게 가져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ETS 부문의 감축목표 상향, 간접배출에 대 한 할당방식의 조정 등 주요 설계요소에 대해 EU-ETS와 유사하게 수 정해야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에너지 및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한 한 국 정부의 자율성이 침해받을 우려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상 할당 중심의 EU-ETS와 달리 K-ETS는 무상할당이 주가 되므로, EU측 에서는 역내 산업경쟁력 및 탄소누출을 우려하여 K-ETS에도 상응하 는 수준의 유상할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끝으로, 이론적 논의에서 잠깐 살펴보았듯이 ‘완전 쌍방향 연계’ 방 식이 환경적 편익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불분명하다.51) 만일 시장 연 계 과정에서 한 당사국에서 상대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자신과 상 응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감축목표 상향 조정을 요구하고 시장 연계 의 협의 과정에서 이것이 받아들여진다면, 두 시장을 합한 전체 온실 가스 감축목표가 강화되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환경적 편익이 증대

51) 제2장에서 논의한 Helm(2003) 및 Carbone et al.(2009)의 연구 결과에 대한 소개를 참 고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연계 이후의 국내 업체들의 감축비용 부담 이 늘어날 경우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제3의 국가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탄소누출이 일어날 수 있다. 이때 배출집약도가 높은 제3국 가로 생산설비가 이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글로벌 차원에서는 온실가 스 배출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52) 즉, 연계에 따른 감축목표의 상향이 업체의 부담을 높이고, 이로 인한 탄소누출로 인해 오히려 전 지구적 인 차원에서 환경건전성은 나빠질 수도 있다. EU-ETS와의 연계에 따 른 환경건전성의 득실은 일률적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시장 연계의 환경적 편익을 예단하기 어렵다.53)

2) 부분 쌍방향 직접 연계 방식

‘부분 쌍방향 직접 연계’ 방식(이하 부분 쌍방향 방식)은 두 시장의 규제 당국이 자율성을 가지고 배출권거래제도의 설계요소를 결정하며 각 시장의 배출권을 어느 시장에서도 의무이행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에선 ‘완전 쌍방향’ 방식과 동일하나, 의무이행에 활용되는 배출권의 수량에 제한을 두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사실상 두 시장이 서로 상대 방의 배출권을 일정 비율 내에서 상쇄배출권처럼 활용하는 상황과 동 일하다.

52)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전원믹스를 가진 국가에서 생산하던 업체가 유상 할당 비중 증가로 인한 감축비용부담 상승으로 인해 제3의 국가로 생산설비를 이전 한다고 하자. 이 경우 설령 생산설비 이전과 이후에 동일한 에너지 투입 대비 생산효 율을 보인다고 가정하더라도, 제3 국가의 전원믹스가 덜 환경친화적이라면 해당 업 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나게 된다. 이때 제3국으로 이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량 증가분이 배출권 연계 이후 감축목표 상향에 따른 감축량 증가분을 초과한다면,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순증하게 된다. 결국 배출권 시장이 연계 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연계 이후의 환경적 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된다.

53) 이처럼 환경건전성과 관련한 연계 유형별 득실은 모호한 부분이 크므로 이후의 편익 비용 비교에 관한 논의에서 환경건전성은 제외하기로 한다.

‘부분 쌍방향’ 방식의 경우에도 비록 제한된 수량 범위 내이긴 하나 연계를 통해 전체 시장 규모가 확대되므로 연계 이전에 비해 시장 유 동성을 제고하고 배출권 가격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두 시 장의 배출권 가격 차이를 이용해 거래를 통한 비용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다. 다만 ‘완전 쌍방향’ 방식과는 달리 활용가능한 상대편 배출권의 수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두 시장의 배출권 가격이 하나의 가격으로 수렴되지는 못하고 일정한 차이를 두면서 각 시장가격의 자율성이 일 정 수준에서 유지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54) 다만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거래가능 수량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완전 쌍방향’ 방 식에 비해 일정 정도의 비효율성은 불가피하다.

‘부분 쌍방향’ 방식의 연계는 ‘완전 쌍방향’ 방식과는 달리 일정 범 위 내에서만 서로의 배출권의 활용을 허용하므로 가격, 공급량 등에서 각 시장이 가진 독자성이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이중계산의 문제, MRV의 투명성과 등가성 등의 기본 원칙이 준수되는 한, 상대편 시장 은 상쇄배출권 거래를 위해 활용가능한 일종의 유연성 기제로서 간주 될 수 있다. 따라서 두 시장을 합쳐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는 ‘완전 쌍방향’ 연계 방식에 비해 각 시장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기가 용이 하다. 유사한 맥락에서 유상할당 규모에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상대편 의 시장을 상쇄배출권 활용을 위한 기제로 간주하는 이상 할당방식의 차이를 상응되게 조정하고자 하는 정치적 압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 망된다.

54) ‘완전 쌍방향 직접 연계형’의 경우도 거래비용 등으로 인해 두 시장의 배출권 가격이 완전히 하나로 수렴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부분 쌍방향 직접 연계형’의 경우 두 시장의 가격 차이는 거래비용 등의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는 차이를 넘어선 수준에 서 각 시장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부분 쌍방향’ 방식으로 연계할 경우 상대편 배출권의 활용 가능 비율이 줄어들수록 경제적 비효율성은 커지는 반면 시장 운영 및 제도 설계의 자율성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이는 소규모 시장인 K-ETS가 대규모 시장인 EU-ETS와 연계할 때도 유사하게 적용될 것 으로 전망된다.

3) 단방향 연계 방식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방향 연계 방식은 어느 한 배출권 시장에 서는 상대편 시장의 배출권을 의무이행에 활용할 수 있으나 그 반대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단방향 연계는 타 시장의 배출권을 허용하는 시장의 배출권 가격이 허용하지 않는 시장의 배출권 가격에 비해 낮을 경우에만 실효성을 가지며, 그렇치 않을 경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 타 시장 배출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장의 배출권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 다면 단방향 연계에 따른 배출권 거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55)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엔 상대편의 저렴한 배출권을 의무 이행에 활용 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향상된 시장 접근성을 가질 수 있고 그로 인 해 시장 유동성 제고, 가격 안정성 확보 및 감축비용 부담 완화라는 편

55) 이러한 경우에는 사실상 두 배출권 시장이 독립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경우에 따라 시장 연계가 실효성있게 작동하는 상황도 발생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연계가 허용된 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 공급량이 부족할 경우엔 의무 이행을 위해 비싸더라도 배출권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 K-ETS의 배출권 가격 EU-ETS에 비해 낮게 형성되고 K-ETS만 EU-ETS 시장과 일방향으로 연계된 상황 을 상정해보자. 통상적으로는 K-ETS 참여업체들은 비싼 EU-ETS 시장의 배출권을 구매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만일 K-ETS 시장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잉여배출권을 이월하려고 해서 의무이행을 위한 배출권 구입 자체가 어려울 경우엔 단방향 연계 방식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에서 배출권 구입이 어려운 업체들 은 비싸더라도 EU-ETS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서 의무이행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