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

문서에서 위성영상으로 (페이지 98-101)

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펴냄

내 고향은 강원도 춘천이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친구들은 종종 내게 묻곤 한다.

“이번 주말에도 시골 가?”

“아니.. 춘천 집에 부모님 뵈러..”

“그러니깐, 춘천 가냐고.”

“춘천이 시골이야? 집 주변이 온통 아스팔트인데?”

그 시절, 관념의 차이에서 비롯되어 오해에 불과했던 ‘지방’이, 진짜 시골이 되어가고 있다.

이 책의 시작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면서 보건위기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양상이다. 코 로나는 발전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고, 정부와 지역 그 리고 국민들은 지역의 위기극복을 위해, 그리고 균형발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2019년 6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특별추계를 보면 인구구조 변화와 수도권 집중문제는 지역의 어려움과 또 앞으로 닥칠 더 큰 위기를 예감하게 된다. 결국 오 래된 숙원과제인 균형발전을 다시 소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이 책에서는 ‘베이비부머’를 들고 있다. 공간에 대한 정책이 아닌 ‘사람’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다. 베이비부머에 대한 통계학적인 분석을 통해 개념을 재정립하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면

467호 2020 September

서 균형발전 문제 해결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베이비부머가 핵심적인 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685만 명의 베이비부머가 올해부터 노령 자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과거 ‘이촌향도’를 주도했으며, 거대한 ‘공간적 흐름’을 만들어낸 인구층이다. 이들은 기존의 노령자와 학업, 성향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 다. 좋은 교육을 받은 이들의 일자리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청년과 다른 영역의 일자리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일자리는 중소도시에 위치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공간적 흐름’을 만들어냄으로써, 국토의 전반적인 지속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노인 인구와 관련된 각종 논쟁 (노인 연령기준 상향, 국민연금 부족 등)과 지방의 교육, 의료시스템의 질적인 문제 등에 대 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한 후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에만 논의의 내용이 국한되어 다소 협소한 분석이라고 생각될지 모르나, 저 자는 저서인 「지방도시 살생부」(2017),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2018),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2020)로 논의를 이어가며 공간 위계별, 생애주기별 접근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논의가 부동산과 코로나의 거대한 양론에 빠져 있을 때, 우리 사회 에 닥칠 위기인 인구문제를 균형발전과 국토정책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어나가 는 몇 안 되는 시리즈물이라고 생각된다. 이 시리즈의 면면을 살펴보면 통계 분석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다소 거시적인 논의 정도에 그칠 수 있었던 이야 기를 적절한 통계 자료를 활용하여 논리를 보완하고 있어, 우리와 같은 정책 입안가나 정 책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자가 배워야 할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균형발전은 이러한 통계학적인 접근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니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빅데이터, AI 등 기술의 발전은 사회적 수요와 전망 등 많은 분석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고, 정부와 지자체가 격차를 좁히고 있다. 지역 주도 균형발 전이 필요하다는 말은 수십 년 전부터 반복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이 번 코로나 대응 상황을 지켜보면 지자체의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 다. 드라이빙 스루 진료소 등 몇몇 정책에 있어서는 중앙정부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포 스트 코로나 시대에 많은 변화가 예측되고 있지만, 지역은 이번 위기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이전과 다른 정책양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모두를 위한 국토, 함께 누리는 삶터’

작년 12월 향후 20년의 국토공간정책을 담은 제5차 국토종합계획의 비전이다. 지난 국 토종합계획과 다른 점은 정책대상을 ‘공간’이 아닌 ‘사람’에 맞췄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토 종합계획의 바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균형발전정책도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 며 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수도권 인구이동 현황 및 전

467호 2020 September

연구자의 서가 • 28

망에 따르면, 지방에서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연령층은 대부분 20대이고, 1인 가구라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하고 있는 주된 연령층은 40대 이상이다.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본다면,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오고, 어느 정도 소득이 생기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 경기도 등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 로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수도권 진입 이유 첫 번째가 ‘일자리’이고, 두 번째가 ‘교 육’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지역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했던 대도시의 위상도 저하되고 있다.

부산 출생인 나는, 어릴 적 친구들과 나중에 크면 부산에서 평생 살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다. 부산은 고향이기도 했지만 계속 살고 싶은 삶의 터전이었다. 그때의 친구 7명 중 5명이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크게 없다고 한다.

일자리, 교육, 지방 대도시의 위상, 베이비부머 등 균형발전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 해서는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어야 한다. 아마도 우리는 위력적인 ‘한 방’보다는 수많은 ‘잽’

과 적절한 ‘스트레이트’를 섞을 필요가 있다. 작은 성공들이 모여 큰 성공을 이끌어내는 ’스 몰빅(Small-Big)’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잽’을 날리기 위해 정부, 지자 체, 연구기관, 국민 등 다양한 주체가 체력과 역량을 갈고 닦을 때이다.

연구자의 서가 29회 예고

정우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다음 호 필자로 나섭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467호 2020 September

문서에서 위성영상으로 (페이지 98-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