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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도덕에 관한 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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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자유주의

(1) 밀의 견해

밀은 개인에 대한 사회의 통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개인에 대한 사회통제의 원칙으로 해악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해악의 원칙이란 타인에게 해악을 주는 행위

121) Simon Lee/이경재 역, “‘하트와 데블린의 논쟁’ 논평”, 법학연구 제18권 제2호, 충북대학 교 법학연구소, 2007, 135-136면.

122) 최봉철, 앞의 논문, 664면.

가 아니라면 국가나 사회는 행위자의 행위에 대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 이다.123) 밀은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 해악의 원칙에 관한 저술의 목적을 분명 하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법적 형벌이라는 형태의 물리력이든 여론을 통한 도덕적 강 제이든 간에 사회가 강제와 통제라는 수단을 동원해 개인을 다루는 태도에 절 대적으로 작용하는 지극히 단순한 원리를 주장하는 데 있다. 그 원리란 인간 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어떤 사람의 자유에 간섭하는 것을 보장받는 유 일한 근거는 자위(自衛, Self-protection)라는 것이다. 문명사회의 어느 구성원 에 대해 그의 의사에 반하여 권력을 행사하는 데 그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란 타인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권력이 행사되는 경 우뿐이다.124)

또한 사회가 개인을 위한 목적, 즉 개인의 보호와 선(善)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법적 제재라는 물리적 강제이든 공공의 의견과 같은 도덕적 강제이든 수단에 상관없이 어떠한 강제와 통제의 행사 그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하였다. 따라서 개인의 행위가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위가 아니라면 설령 행 위자의 보호 목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경우라도 정당성이 없다는 것으로서, 밀은 개인에 대한 국가의 후견주의적인 행사에서도 반대의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의 행복이란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정당화의 충 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든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할 것이라든가, 그렇게 하는 것이 남들 보기에 현명 하다거나 심지어 옳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에게 그렇게 하도록, 또는 그렇게 하지 말도록 강제한다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러한 것들을 그 사람에게 충고하고 이해시키며 설득하고 부탁을 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만, 그를 강제하거나 그가 이와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 그에게 위해를 가할 이유가 되지 는 못한다. 그것이 정당화되려면 하지 말라는 행동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게 123) 최봉철, 앞의 논문, 665면.

124) 존 스튜어트 밀/김대성 역, 자유론 , 아름다운날, 2016, 42면.

됨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개인의 행동 중에 사회의 제재를 받아야 할 유일 한 경우는 그것이 타인과 관련되는 경우뿐이다. 반대로 오로지 자신만 관련된 경우 개인의 독립성은 당연한 것이고 절대적인 것이다. 자신에 대해, 즉 자신 의 신체와 정신에 대해 각자는 주권자다.125)

그러나 밀은 해악의 원칙의 적용대상을 성숙한 사람으로 한정시켰다. 즉 미성년 자와 미개인에126) 대해서는 해악의 원칙의 예외로 둔 것인데, 이는 형법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기준으로 하여 책임능력을 판단하고 책임무 능력자와 한정책임능력자를 구별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논리로 생각된다. 다시 말 해서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한 사람은 타인과 관련되 는 경우뿐만 아니라, 자신에 관해서도 이익이 되는 것과 해악이 되는 것을 구별하 여 자신의 복리를 추구하기 위한 판단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결과를 스스로 온전히 감내해야할 책임 또한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개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강제적인 보호대상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이론이 능력이 성숙한 사람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어린아이나 법적인 미성년자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타인의 감독을 받아야 할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침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할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보호받아야 한다.127)

(2) 하트의 견해

하트는 이러한 밀의 자유주의적 교의에 영향을 받아 도덕의 강제가 허용될 수 있다고 보는 법적 도덕주의의 견해를 강하게 비판하였다. 그러나 밀이 성숙한 개 인의 해악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목적에 상관없이 국가의 개입을 전면적으로 반대 125) 존 스튜어트 밀/김대성 역, 앞의 책, 42-43면.

126) 이는 제국주의 논리라고 할 수 있는데, 밀은 식민지 지배를 용납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도 “야만인을 다스리는 데 전제정치를 취한다 해도, 그 목적이 야 만인의 개량에 있고, 동원하는 수단이 목적을 실현하는 데 정당하다면 그것은 합법적인 통 치 형태”라고 밝히고 있다.

127) 존 스튜어트 밀/김대성 역, 위의 책, 43면.

한 반면, 하트는 견해의 차이가 있었으며 그의 저서에서 그 점을 명시하였다.

나는 오해를 막기 위해 단서를 달고 시작하기로 한다. 나는 밀이 말한 모든 것이 옳다고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은 타인에 대한 해악의 방지 이외에도 개인의 법적 강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생 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덕의 강제와 관련된 쟁점에 관한 한 밀의 주장은 타당한 것 같다.128)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밀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든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이유로 개인에게 그렇게 하도록 또는 하지 말도록 강제하는 것을 반대하였다. 이는 밀이 후견주의적인 국가의 개입 또한 배 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하트는 견해가 달랐다.

도덕의 법적 강제에 대해서는 밀의 자유주의적인 주장에 상당부분 찬동하였으나, 개인을 보호할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국가적 개입에는 ‘온정주의(paternalism)’라는 논거를 들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보호(protection of people against themselves)’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밀은 “그것이 그를 위해 더 좋을 것이라는 이유” 또는 “그것이 그를 더 행복하 게 만들 것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 는 온정주의를 배제하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개인이 그들 자신의 이익을 가장 잘 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129) 그러나 하트는 결과에 대한 적절한 128) H. 하트/이영란 역, 법, 자유, 도덕 , 나남출판, 1996, 20면.

129) 어떤 개인이나 다수의 개인도 다른 성인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행동 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권한은 없다. 자신의 복리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강한 개인적 애착이 작용하는 관계를 제외하고 말하면, 자신의 이익에 관한 한 타인이 갖는 그 어떤 관심도 그 자신이 갖는 관심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타인에 대한 개인의 행동에 사회가 갖는 관심을 제외하면 한 개인에 대해 사회가 개별적으로 갖는 관심은 미미하고 또한 전적으로 간접적이다. 반면 가장 평범한 개인도 자신의 감정이나 자 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 어떤 타인보다 월등히 뛰어난 수단을 갖고 있다. 오 로지 그 자신만이 관련되는 사항에 대해, 그의 판단과 의도를 좌우하고자 하는 사회의 간섭 이란 결국 일반적인 추정에 근거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한 추정은 완전히 잘못 된 것일 수도 있다. 설령 올바른 것이라 할지라도 개별 사례에는 십중팔구 잘못 적용되기 쉽다. 그 추정을 개별 사례에 적용하는 당사자는 그 사례를 둘러싼 사정에 대해 외부의 방 관자 수준 이상으로 더 잘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존 스튜어트 밀/김대성 역, 앞의 책,

174-평가나 인식 없이 단순한 일시적 욕구의 추구, 내적인 심리적 강요, 판단이 흐려질 것 같은 여러 가지 곤경에 처한 경우, 지극히 미묘한 요인의 압력 하에서도 선택 이나 동의가 가능하다고 보았다.130) 따라서 개인의 신체 내지 생명에 대한 침해에 관해서는 제한적으로 후견적인 개입이 정당화 된다고 하였다.

한편, 하트는 도덕의 법적 강제에 관하여 그 자체가 부도덕한 것임을 주장하며 그 근거를 규명하기 위해 두 가지 측면을 제시하였다. 한 측면은 위반자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이것은 위반자에게서 행동의 자유와 재산 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교제를 박탈하고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생명 까지 박탈할 수 있는 형벌을 포함하기 때문에, 특별한 정당성이 없다면 타인에 대 한 위해이며, 모든 문명사회의 법과 도덕에 의해서도 옳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고 하였다. 즉 정당성을 결여한 제재는 범죄행위이며 비행(非行)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측면은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법적 처벌의 위협에 의해 준수가 강제된 사람들이 욕구를 억제하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들었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 을 아무런 방해 없이 행사한다는 것은, 개인으로 하여금 그들 자신이나 다른 사람 들에게 귀중한 것들을 시행해보고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으 로 간주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개인적 자유에 대한 간섭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 다면 그 자체로 해악이 될 수도 있으며, 개인의 정서적 생활, 행복 그리고 인격의 발전이나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처벌의 공포로 인해 욕구가 좌절된 사람들에게 특정한 형태의 극심한 고통을 부과하기 때문이라고 한 다.131)

하트는 원론적으로 인간의 고통과 자유의 제한은 악(惡)이며, 이것이 모든 도덕 의 중심이므로 도덕의 법적 강제에 대한 정당성 판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 다. 이는 처벌의 공포에서 비롯된 도덕적 지배에 대한 외형적인 순응으로 인해 희 생자가 없거나 정의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닌데도 범법자에 대한 혐오감의 충족

175면).

130) 밀의 인간관은 욕망이 상대적으로 고정되어 있고 외부 영향에 의해 인위적으로 자극 받지 않는 중년남성의 심리를 전제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인간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가능한 경우에만 이것들을 추구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하트가 보기에 밀의 보편적 인간의 본질에 대한 개념은 현재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다고 판단하였다(H. 하트/이영란 역, 앞의 책, 46-48면).

131) H. 하트/이영란 역, 위의 책, 37-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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